※이 작품은 일부 선정성과 폭력성, 작품 내 사상의 위험함때문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 판정을 받은 작품입니다.※
칼은 용도에만 맞게 쓴다면 아주 편리합니다. 사과도 깎아먹을 수 있고 택배를 뜯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살인자나 아기 손에 들려있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뜬 금없이 칼 얘기를 꺼낸 이유는 제가 소개할 작품이 그야말로 칼같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엔 위험한 사상이 가득하고 등장인물은 모두 살인자에 사이코패스죠. 중2병에 걸린 사람이 이걸 읽는다면 트위터에서 히틀러를 찬양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올바르게 즐기기만 한다면 더없이 신선할 이 작품을 소개합니다!
출판당시 라이트노벨로서 유일하게 19금 딱지를 받은 미친 녀석, 세계제일의 여동생님입니다.
잠깐! 잠깐! 제목이랑 표지가 싼티나긴 하지만 나가지는 말아주세요! 저도 여동생 나와서 엉겨붙는 건 취향상 정말 싫어하는데도 거부감 없이 봤다고요! 사쿠라장의 애완그녀를 생각해보세요! 이녀석도 사쿠라장 만큼이나 제목때문에 피본 녀석입니다.
거기에 이 작품은 4권짜리 라이트노벨로 아주 짧습니다. 그리고 이를 소개하기 위한 글은 더욱 짧겠죠. 이 글을 위한 짧은 시간, 잠깐 내주셔도 손해보진 않을겁니다.
접근성도 낮은 라이트노벨을 이작소 같은데서 귀찮게 소개할 마음을 갖게 한 건 신선한 주제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신선한 주제는 바로! 사랑입니다. 서브컬쳐 작품에서 반드시 나오는 그 사랑이요. 네? 흔하기만 한데 뭐가 신선하냐고요?
잠 깐 기억을 떠올려보시죠. 연애물은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작품에까지 ~데레 같은 모에요소로 사랑이 만연한 지금, 왜 등장인물이 사랑에 빠지는지 궁금했던 적은 없나요? 푹 빠진 누군가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을 땐 없었나요?
단순히 첫눈에 반했다거나 한 번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말이죠.
대 부분의 작품에선 이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체로 푹 빠진 등장인물의 모습을 귀엽게 보여주는데 주력하죠. 아니면 주인공에게 도움을 받았다거나 구세주라는 등 적당한 이유를 대고 넘어갑니다. 사실 작품 진행상 크게 중요한 부분도 아니니 이게 현명한 선택이죠.
그런데 이 작품은 작가가 처음부터 이 주제를 노리고 쓴 라이트노벨입니다. 왜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은 맹목적인 사랑에 빠지는가? 왜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한테 모든걸 바치는가? 이 라이트노벨에선 어떤 소녀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소년이 이와같은 물음을 가지면서 그 답을 알려줍니다.
∝줄거리
주 인공은 혈육 하나 없는 고아로 아르바이트를 해 간신히 연명하는 고등학생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에게 금발 미소녀가 찾아옵니다. 소녀의 이름은 마리아. 세계 최대 군사기업의 총수, IQ 200의 천재, 냉혹한 전략전술의 귀재, 천사의 탈을 쓴 학살 전범, 칠흑의 공주. 가난한 고등학생 주인공과는 다리를 여섯번이 아니라 백 번쯤 넘어가야 관계될 법한 구름 위의 사람입니다.
그런 마리아가 주인공 품으로 달려듭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소녀, 마리아 루나레이디 블랙헤이젤. 다시 한번 오라버니께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어서오세요, 오직 당신만을 위해 준비한 소녀의 제국에."
네, 지금 여러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상됩니다. 저도 처음 이걸 봤을 땐 같은 생각이었죠.
'돈주고 읽어달라 해도 안읽을만한 스토리, 3류 설정 가득한 하렘물에 실없는 개그랑 근친상간 드립 밖에 없는 쓰레기겠군!'
일단 이쯤에서 책을 덮어주세요. 30페이지도 넘어가지 못했지만 잠깐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변명을 해야하거든요.
위와 같은 하렘 내용이 글 요소요소에 들어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부차적인 요소일 뿐 대부분의 지면을 블랙코미디와 사회비판, 의아스러울 정도로 싸이코패스같은 등장인물의 묘사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 주축은 마리아이며, 마리아가 한 나라의 왕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는 막장에 가까운 설정이 이 작품을 이끌어나갑니다.
"ㅡ47분입니다."
"47분?"
이번에는 뜬금없이 시간 단위 이야기다.
"저희들의 제안이 성립된 순간, 각국의 통치자들과 UN을 비롯한 모든 정치적 권력 집단이
아옌데 장군의 정권에 대한 적극적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권력자와 그 권력자의 사랑을 온 몸으로 받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이 작품의 줄거리입니다.
옷 한벌 사러 백화점을 전세내고, 가벼운 외식은 가게를 인수하는 것으로 결제하며, 정적을 없애기 위해 워싱턴에 핵을 날리는 이야기.
자기 주머니 속에 동전 하나를 더 채우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지폐 한 장을 위해 학살을 저지르는 여동생과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여동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립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중국 소수민족 분쟁의 계기인 중국 공안의 오발로 인한 달라이 라마의 사살 사건.
그것은 정말 오발이었을까요? 아니, 애당초 그걸 쏜 사람은 정말 중국 공안이기는 했던 걸까요?"
"너, 무슨 말을...."
"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공화당 내 네오콘을 필두로 한 급진파 세력의 정권 재창출이 이루어졌지요.
이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으로 기여를 했던 것은 시기적절하게 터진 아랍계 테러범들의 지하철 총기 난사 사건이였죠."
"..."
"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구태여 반이슬람 정서가 팽배해져 가는 가운데 테러라는 무리수를 뒀어야만 했을까요?"
담담하게, 그리고 1 더하기 1이 2라는 단순한 사실을 설명하는 것처럼 태연히.
"그들은 정말 자신들의 테러 행위가 불러올 그 결과를 모르고 있었을까요. 아니, 그 이전에 그들이 정말로 서방 세력과의 성전을 원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전사들이 맞기는했나요?"
웃고 있는 마리아를 보며 나는 그 질문의 답을 알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자들이기에 서방과 이슬람 세력의 전면전을 이끌어 내고,
소수민족 분쟁의 화약고를 터뜨려 중국 대륙을 전화에 휩싸이게 만드는 얼토당토않는 계획을 꾸몄을까요?"
등장인물의 행동을 더욱 소름 끼치는 게 만드는 점은 이 책의 사이코패스 누구도 자신의 행동을 전혀 합리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많은 작품을 보면 악역을 두고 옛날 얘기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악당이 되었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만약 이런 설정에 염증이 나셨다면 여기서 묘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곁에서 울며불며 사람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아버지는 냉정하게 권총을 뽑아 죽어 가는 남자의 머리를 쐈다.
그러면서 엄하게 자신을 꾸짖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면서 자신의 학살을 정당화하는 아버지의 이론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는 미숙한 남자였다.
사람을 죽이는 데 이유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학살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럴 생각도 없다.
다만 유린할 뿐이다.
자, 이제 여러분이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마리아가 아무리 예쁘다고 한들, 내게 아무리 많은 돈과 사랑을 준다 한들 마리아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 소녀를 이해라도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이 작품을 몇 번이나 읽은 저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작품 속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렇다고 대답하는 주인공과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여러분을 볼 수 있을겁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싸이코패스이자, 살인자이자, 동생을 사랑하는 미친 녀석이 되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이제는 내가 지켜줄 차례니까.
선한 인간이 될 생각은 없다.
단지 나는 심연의 짐승이다. 타인의 부조리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데 급급한 알기 쉬운 삼류 악당이다.
나약한 자들의 행복을 짓밟고 약탈하는 부조리의 화신이다.
그렇게 해서 이 아이의 모든 것을 지킬 것이다.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더 나은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모든 백성의 불행과 맞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 아이의 손에 행복을 쥐어줄 것이다.
"마리아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공주님이니까."
∝자잘한 특징
*야함
*문체가 좋습니다. 물론 이는 개인 취향이라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제게 라이트노벨치고 상당히 좋은 문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칠맛 나고 중의적인 문장이 많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죠. 게다가 작가 특유의 문체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작가 본인이 단편 라이트노벨로 결말까지 구상하고 집필해 글의 구성과 문장 배치가 예술적입니다. 대부분의 책이 주제에 차근차근 다가가는 재미가 있다면 이 작품에선 아무렇게나 던진 퍼즐이 어느순간 완성된 것 같은 재미를 주죠. 4권만으로 깔끔히 완결돼 사서 보기 부담스럽지 않은건 덤입니다.
*다만 내용 분배가 완벽히 된 건 아니라 1~4권의 분위기가 모두 다릅니다. 마지막 4권에서 클라이맥스로서 작품성이 가장 잘 드러납니다. 어느 작품이나 그렇지만 이 라이트노벨은 그 정도가 더 심하더군요. 반면 1, 2권은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해선지 '라이트노벨스러운' 느낌이 강합니다. 3권은 스토리상 전혀 관계없고 섹스어필로 가득차 있으니 1, 2, 4권만 읽어도 무방합니다.
*가장 추천하는 바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반전입니다.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앞으로 읽을 사람의 재미를 위해 남겨두도록하죠!
아!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 작품 말고 많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