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21편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박영선 박원순 두 후보에 대한 수구언론의 흠집내기를 먼저 나서서 스스로 까고 변론하는 형식을 차용해 원천봉쇄하고, 두 후보간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잡음이 나지 않게끔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도와준거죠. 전자의 경우엔 박원순 후보가 도움을 받았고 후자의 경우엔 박영선 후보가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실 야권 후보 중 더 큰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쪽은 박원순 후보이기에 수구언론과 한나라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쪽이 박원순 후보이기 때문이고, 박영선 후보의 경우엔 범야권에서 박원순 후보보다 여론상 밀리는 입장이기에 만에하나 경선에서 이겨도 역풍이 일어나는 상황이 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후보의 강점은 기존 정당정치에 질린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것은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후보와 한나라당 나경원을 앞서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죠. 하지만 약점도 분명합니다. 자신을 뒷받침해줄 정치세력, 조직이 부재하기에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노련한 민주당에 비해 체계적 선거전을 펼칠 수가 없다는 점이죠.

박영선 후보의 강점과 약점은 박원순 후보의 정 반대편에 있습니다. 강점은 제 1야당인 민주당의 강한 조직력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이고, 약점은 안철수-박원순이 불러일으킨 거대한 새 물결에 비해 비교적 닳아빠진 정치인의 이미지를 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꼼수 21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박원순도 박영선도 인물 면에선 둘 다 훌륭한 이들이며 단일화 경선에서 누가 이기든 모두 힘을 합쳐 승자를 밀어줘야 한다는 점과, 단일화 과정에서 누구 한쪽이 유리하거나 불리하거나 하지 않게 조정해 잡음이 나지 않게 만들려는 점입니다.

'기존 노회한 정치판에서 탈피한 이미지로 여론조사에서 박원순이 큰 인기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박영선도 그렇게 닳아빠진 정치꾼이 아니다, 박영선의 인물됨도 충분히 신선하고 진정성 있는 인물이다' 각 후보에 대한 인물됨에 대한 대중의 평가를 공평하게 나눠주려 했으며, 민주당이 주장한 단일화 경선룰 속에 숨어있는 꼼수를 까발려버림으로서 대중이 그 불공정한 룰에 속지 말고 공정한 결과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죠. 두 후보간에 누구 한쪽에게 일방적 유불리를 몰아주지 않고 공평한 입장으로 맞춰주려 했던겁니다.

그리고 이건 경선 이후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칠 문제입니다. 박원순으로 단일화가 된다면 이후 민주당의 협력, 박원순이 민주당과의 관계정립도 문제지만(그리고 당연히 이것도 나꼼수 21화에서 다뤘지만), 만에하나 박영선으로 단일화가 되었을때 기존 안철수-박원순이 불러일으킨 신선한 바람이 자칫 시들해져 버릴수도 있다는 위험도 존재합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선과정에서의 민주당 꼼수를 미리 까발려놓고 그것을 무산시키고 경선이 공정해질 수 있게끔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한 것이며, 이로서 경선 이후 그에 대한 뒷말이 없도록 한거죠. 박영선 의원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란 점을 어필하는 것과 동시에 말이죠.

물론 나꼼수 멤버들 개개인의 지지 성향도 있을테고, 평소 민주당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야권 단일화에 있어서 뭐가 진짜 중요한 것이고 그에 대해 자신들이 도울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가에 대해 정확히 짚었던 것 같습니다. 나꼼수 식으로 말하자면 박영선은 지금 듣보 취급을 받고 있고 야권 단일화 후보는 마치 박원순이 미리 당선된 듯한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각종 언론에서도 나경원과 박원순을 둘만 집어 언급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이 분위기는 야권 단일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박원순이 이기게 되더라도 민주당이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테고 이는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 당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시정을 이끌어나가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만에하나 박영선이 이기게 되면 지금의 좋은 분위기가 몽땅 엎어지는 판국이 날 수도 있죠. 민주당을 욕하는 것과 더불어 경선 과정이 불공정했다며 온갖 잡음이 나오고 결국 박영선 후보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며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 범야권이 자멸하는 사태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나꼼수에서 멤버 개개인이 박원순을 지지하든 말든, 야권 연합과 단일화 후보 선출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민주당이 자기네 거대 조직과 세력만을 앞세워 박원순을 깔아 뭉개려 드는것이 불공정하듯, 박원순도 자신의 우세여론과 이미지를 가지고 박영선을 일방적으로 깔아뭉개는 모습이 되어서는 안되는 겁니다. 그러기에 이번 나꼼수에서 기획한 것은 이러한 '공정한 밑바닥 다져놓기'였다는 거죠.

정봉주 전의원이 박영선 후보 편을 드는 이유는 그가 민주당 소속이고, 그 역시 아무리 개혁파라고 해도 정당정치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당연히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 편을 들 수 밖에 없죠. 그가 이번 편을 통해 노린것은 박원순 후보 지지자들이 박영선 후보 지지로 돌아서라는 말이 아니라 여전히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박영선 후보 역시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모습입니다. 야권 단일화 경선은 어느 누가 상대방을 죽이느냐 죽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이것은 노골적으로 민주당에 대해 불만을 표해왔던 김어준 총수가 오히려 박원순 후보에게 약간의 핸디캡(?)을 쥐어주며 박영선 후보에 대해 상당한 호평가를 내린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죠.

이와 동시에 이들이 집중했던 부분은 민주당의 경선룰에 숨어있는 꼼수에 대한 비판인데요, 여기에 대한 정봉주 전의원의 쉴드는 사실 쉴드인지 자폭인지 알 수 없는 말장난이었기에 평소 그의 어조 그대로였다고 봅니다. 김총수를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은 그 꼼수를 맹렬히 '까는' 입장이었으나 이는 박영선 후보와 민주당을 분리해 민주당에 대해서만 비판을 한 것이며 박영선 후보와 정봉주 전의원의 발언 역시 민주당 꼼수와 일정부분 선긋기를 하는 정도였죠. 민주당을 까기는 까되 박영선 후보까지 민주당 소속이란 이유만으로 덩달아 까이지는 않게끔 조절하는 거라 봅니다. 이 역시 위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이고 말이죠.

이번 나꼼수에서 가카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안 다루어져 가카께서는 좀 삐치실지도 모르지만 이번 편의 의도는 야권 연대, 후보 단일화는 죽고 죽이는 필사의 전쟁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축제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 이를 위한 밑작업을 진행한 겁니다. 곽교육감 사건과 왕재산 간첩단 사건을 통해 가카께서 친히 '야권 단일화'에 똥칠을 하시려는 꼼수에 직접 맞서는 것이죠.

과연 '무시무시한 간첩이 무려 6명이나 모여있던' 왕재산 간첩단의 '치밀한 대남공작'으로도 이뤄내지 못했던 야권 연대를 나꼼수가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이번 21편은 나꼼수가 그간 수많은 대중들의 지지와 응원을 모아 저축해뒀다가 이제 매우 적절하면서도 급박한 사안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