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라는 입시관련 사이트에서 가져왔어요.
입시 관련자들이 다수 모인 그쪽에서도 세월호 관련한 논쟁이 많은데
좋은 글인 것 같아 퍼옵니다
쪽지로 원글작성자분에게 퍼온다는 허락 받았습니다.
- 작성자
- 작성일15-01-07 13:46
- IMIN534033
- MS2014
- 조회수9,986
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단원고등학교에서 많이 가까운 학교를 다니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오르비에 와서 글을 작성하거나, 의견을 피력하지는 않지만
고등학생으로서 가끔 오르비에 들어오며 많은 정보들을 얻고 가곤 합니다.
그러던 중 어제 오늘 세월호에 관련한 얘기와 약간의 의견 차이들이 보이기에,
신문이나 TV로 세월호 참사를 "전해들은" 것이 아닌,
단원고 바로 옆 학교 고등학생이 "경험한"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지는 않으실테지만, 민중의 참여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있는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2014년 4월 16일, 평상시처럼 학교에서 수업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장난을 치고 있는데, 갑자기 쉬는시간에 친구 하나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단원고등학교가 올라왔다길래,
모두가 놀라서 그곳으로 모여 기사 내용을 확인해보자,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이 타고 있던 세월호라는 배가 침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전원 구조됬다는 기사가 올라왔기에 저희들 모두 별 거 아닌 일인줄 알고,
(워낙 가깝고 친구들도 있는 잘 아는 학교인 까닭에)
시덥잖은 소리로 농담따먹기를 하고
가까운 학교에서 실검에 올라왔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며
그래도 다행이네 정도로 마무리하려 하는데,
나중에 단원고 학생이 전원 구조되지 못했다는 기사가 올라오고
사망자들의 수가 집계되며, 점점 그 수가 늘어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이 놀라서
학교 학생들 모두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충격을 금치 못했고,
저희 학교와 단원고가 너무 가깝다보니
자매 중 한 명은 단원고에, 한 명은 저희 학교에 진학해 다니는 경우도 조금 있었고,
(이것은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팩트입니다.)
자매였는지 남매였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쌍둥이 형제중 한 명은 저희 학교에, 한 명은 단원고에 다니는데
단원고에 다니는 쌍둥이 형제가 명을 달리했다는 그런 말들도 있었고,
(실제로 가족 중 하나는 단원고를, 하나는 저희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조금 있었던 걸로 압니다.)
저희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그 날
5층 여자화장실에서 어떤 여학생이 울다가 쓰러졌다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었습니다.
또, 제 친구가 중학교를 다닐때 그 중학교 체육 선생님으로 계셨어서
친하게 지냈던 선생님이 단원고등학교를 가셨다가
돌아가시기도 했고,
저희 학교 선생님들과 친한 단원고등학교 선생님들도
몇 분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들께 수업시간에 직접 들은 이야기이므로, 추측 아닌 사실입니다.)
물론, 단원고등학교에 있는 저희 학교 학생들의 친구들 중에서도
유명을 달리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세월호 참사에 직접적으로 함께 타격을 받은 학교인만큼,
큰 도화지에 응원의 말을 적어서 단원고에 보내기도 하고,
구호 물자같은 것들을 사비로 구입해서 보낸 반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학교 근처의 25시 광장이라는 곳에서 집회가 열려
많은 저희 학교 학생들이 참석했으며,
고잔동 홈플러스 앞에서도 집회가 열려 또한 많은 학생들이
시험기간에도 참여하였고
합동분향소에도 정말 많은 학생들이 슬픔을 함께했습니다.
이 참사를 보며, 정말 많은 것들을 느꼇습니다.
저희학교에도 여럿 있으신 세월호 유족분들의 슬픔과
친구를 잃은, 살아남은 자의 아픔과 무거운 짐들을 참 많이 느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유족들에 대한 보상이나
여러가지 문제들로 말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함께 아픔을 겪은 학교의 학생으로서,
저희는 마땅히 보상되어야하는 부분이며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자들보다도 많은 금액의 보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유족 분들과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보상이 지나친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돌아가신 순국 선열 분들에 대한 보상이 지나치게 작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단원고 2학년들의 정원 외 대학 입학도
저희와 함께 경쟁해야 하는 친구들이지만,
저희 대부분은 그에 대해 조금의 불만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아픔과 짐이 얼마나 으스러지게도 무거운 것인지,
간접.직접적으로 체험했기 때문이고,
유족들과 학생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저희 학교를 돌아다니다 만나는 상당수, 정말 많은 학생들이
함께 노란 리본을 달고, "Remember 20140416"이 적힌 노란 팔찌를 하고,
그것들을 볼 때마다 그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등교 길에도,
버스 창문 밖으로 그들을 기억하는 글이 적힌
노란 현수막 수백개가 매일마다 눈에 띄고
그럴 때마다 잠시나마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살아남은 자의 짐은 정말 무겁고,
그 고통의 무게는 가늠하기 어려우며.
그들에게 위로의 말 하나 건네기도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신문기사나 TV로 세월호 참사를 "전해들은"분들이 느끼기 힘드신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저희 대부분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들과 함께 직접적으로
대학 입시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고등학생이지만,
단원고 2학년들에게 주어진 정원 외 특례 입학과 그 외 보상들에 대해
일말의 불만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에게 너무 미안하여
그들을 기억하며, 산 자를 위로할 뿐입니다.
유족/생존자들에 대한 보상이 결정된 지금,
보상의 정도나 방향을 따지는 것보다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함께 울어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여
의식적으로, 제도적으로 노력을 다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보상에 대하여
감정과 이성 중 무엇이 앞서야 하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수단은 결코 목적을 침해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는 정말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사"였고,
유족들이 가장 먼저 요구하였던 것 역시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적어도 보상금은 아닙니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위로하며,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고
앞으로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 또한
차가운 이성이 아닌
진심과 눈물어린 공감이기 때문입니다.
15분 안에 글을 쓰고 나가야해서,
안 그래도 부족한 필력이 더욱 조잡해진듯 합니다.
어린 글로 눈을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약간의 수정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