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일몰을 알리는 시계탑의 종이 울렸다.
그 소리는 석양이 붉은 빛으로 물든 캔틀롯의 거리마다 울려퍼졌다. 거리를 오가는 이들은 모두 바삐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아이들은 저녁이 오고있는지도 모르고 시끌거리며 뛰어다닌다. 그 아이들을 애타게 부르는 어머니들의 고함이 골목마다 울릴 때면 아이들은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다.
그들은 황혼이 가까워져서야 캔틀롯에 도착했다. 참으로 먼 길이었다. 캔틀롯을 떠나 먼 크리스탈 왕국 북쪽의 혹한을 이겨내며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지 반 년째였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 반가울법도 하지만, 그들 모두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차가웠다. 왕궁의 문 앞에 다다르자 일행 중 앞장서던 이가 먼지가 가득한 망토의 후드를 벗으며 근위병들에게 외쳤다.
"트와일라잇 공주다. 북쪽 원정을 마치고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결과를 보고드리려 하니 알현을 청한다."
문이 열리고 나서 그녀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짤막히 말했다.
"....여기서 대기하거라. 공주님은 나 혼자서 알현하고 올테니."
근위병들과 함께 알현실로 가는 도중에도 트와일라잇은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곧 알현실의 육중한 문이 열리고 그녀는 알현실 한가운데에 예를 갖추고 꿇어앉아 저 너머 왕좌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는 이퀘스트리아의 통치자를 바라보았다.
"황혼의 공주, 트와일라잇 스파클. 북쪽 빙하 원정을 마치고 돌아와 셀레스티아 공주님께 보고드리려 찾아뵈었습니다."
셀레스티아는 주변에 서있는 근위병들을 물리고 그들이 알현실에서 모두 나가고 나서야 천천히 트와일라잇에게 다가가 반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오, 나의 사랑스러운 제자이자 믿음직한 공주, 트와일라잇이여. 나는 네가 무사히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 참으로 기쁘구나!"
셀레스티아는 사랑스러운 제자의 귀환을 축복하고는, 왕좌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말했다. 머지않아 루나 공주가 달을 띄우고 밤을 주관할 것이다. 그녀의 마음은 밤새도록 트와일라잇과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며 보내고 싶었지만, 원정에서 방금 돌아온 제자의 피로를 생각하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 보고는 짧게 하려무나. 피곤할테니 말이야,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을 가지고 듣는 것이 낫겠어."
"사실 공주님께서 들으실 보고 내용은 오늘 다 듣게 되실겁니다."
트와일라잇이 고개를 들었다. 서서히 그녀의 뿔이 검은 색으로 물들고 있었고, 눈은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하고 왕좌로 천천히 돌아가는 셀레스티아의 등 뒤로 한껏 몸을 낮추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셀레스티아는 갑작스런 일에 공포와 놀라움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자신의 제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뿔은 정확하게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그리고 곧, 온 몸에 힘이 빠지며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흐릿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트와일라잇의 목덜미를 겨우 감싸쥐고는 무력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이게 무슨 짓이냐..무얼 하려는거냐, 트와일라잇?!"
자신의 뿔에 흑마법을 실어 셀레스티아의 심장을 찌른 트와일라잇은 더이상 자신의 스승의 무력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뿔을 재차 깊이 찌르며 셀레스티아의 가슴에서 뿜어져나온 피로 그녀의 머리칼은 석양의 붉은 빛과 같이 물들었다. 트와일라잇은 피범벅이 된 얼굴을 웃음으로 일그러트리며 죽어가는 자신의 스승을 바라보았다.
"왕위를 계승 중입니다, 공주님....."
셀레스티아는 왕좌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엎어져 숨을 거두었다. 공허한 눈가엔 알 수 없는 눈물이 맺혔고, 그녀의 왕관은 꼴사납게 알현실 바닥을 뒹굴었다. 트와일라잇은 절명한 스승의 시체를 짓밟고 계단에 올라 자신이 왕좌로 다가가 앉았다.
그것이 황혼의 여왕, 퀸 트와일라잇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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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쓸거리가 없어 그냥 이런 망상이나 하며 놉니다. 모티브는 뭐 다들 아시다시피 유명한 장면이죠. 워크래프트에서 패륜아 아서스의 행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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