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난 연애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전에 만난 연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싫어하고
저와 저를 만난 몇몇 여자들은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았어서
논쟁까진 아니지만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일단 저는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데
지난 연인에 대해 말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가 껄끄럽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해도 그렇게 큰 문제라 생각을 안 합니다.
저는 연인에게 있어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 되고 싶은 위치를 가지고 싶어합니다.
친한 친구는 남자친구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전 남자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고민, 근심, 걱정 등등을 말할 수 있다고 보면
남자 친구는 친한친구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고민, 근심, 걱정 등등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서든 친한 친구와 남자 친구 관계 속에서 말못하는 사정이 생기는데
그 중 대표적인 걸 '전 남자친구 이야기'라고 저는 봅니다.
물론 전 남자친구에 대한 디테일을 말하면 아직은 그것까지 받아드릴만한 멘탈은 없기에..
예를 들면,
"전에 만난 애가 이런 자세로 해줬더니 기분 좋았는데?"
"예전 남자는 안 그랬는데 너는 왜그래?"
이런 언어구사는 받기 힘듭니다.
하지만
"해보니까 이런 자세에서 나는 잘 느껴."
라고 말한다면 쉽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 같아 받아드릴 수 있는 정도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사람에게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제 앞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와 있는 것처럼 모든 가면을 벗어 던졌으면 합니다.
그 사람이 저를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사람으로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최소한 제 앞에서 있을 땐, 집 내 방 안에 있는 것만큼 편안함을 가지는 사람이고 싶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밀이나 숨김 없이 모든 게 공유되길 원합니다.
실제로 저는 연애를 시작하면 비밀번호를 공유합니다.
휴대전화, 카톡, 이메일 등등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 사람 속을 썩히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눈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모두 오픈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제 마음도 편합니다.
오랜 시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음에도 매일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하는 부부를 종종 봤습니다.
이런 게 잘못됐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저의 연애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밑바닥(화로 인한 폭력, 폭언, 욕성 등등) 제외하고는
다 보고 싶은 게 제 욕심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저는 얼굴, 몸매, 배경 등이 눈에 잘 안들어옵니다.
그런데 그게 보이고 그것이 내 삶의 모토와 유사하거나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걸 본다거나
어떤 것이든 만남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판단 되는 모습이 보이면
마음이 끌리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 조차도 받아드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 생각의 시작이 예전에 오유에서 만난 친구가 있었는데
정말 좋은 사람인데 제가 잘 해주지 못하고 헤어졌었습니다.
그 때
"내가 내 실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변함 없이 다른 사람을 만나 이전 사람을 잊어야 하는가?'
이 부분을 고민을 많이 했고 그 고민 끝에
첫 번째로, 헤어짐에 대한 분노, 아픔, 슬픔 등이 80% 이상은 사라져야 하고
두 번째로, 그 사람과의 추억을 말할 때 그 사람의 잘못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세 번째로, 만남 속에서 내가 몰아붙였던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인간관계라는 기본 배경에서 잘잘못을 따져보고
네 번째로, 끝까지 상대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점을 훗날 내가 행했고 그걸 내가 인지했을 때, 나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나를 반성시켜야 하는가
끝으로, 그럼에도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매일은 아니어도 자주 지난 연애를 곱씹으면서 다음에 만나게 될 사람에게 지난 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자
이런 원칙을 스스로 세우고 계속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해나가는 중입니다.
이 기간이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1년~1년 6개월 정도 걸리더라고요.
시간이 흘러 "이제 됐다" 싶을 때가 오는데
그 시기가 지난 번에 만났던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과거보다 상황을 잘 전달하지 못하면
그리고 반론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
'이제 어느 정도는 됐다.'
싶은 생각을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그래서 저는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사람에게 최대한 편안함을 주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같은 이유로, 비슷한 상황 때문에 헤어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가끔,
"남자 친구는 내가 이런 거 모르지." / "여자 친구는 내가 이러는 거 모르지."
이런 말을 들으면 혼자 속으로
'안 보여준 모습을 못 받아드린다면 그냥 만남을 거기서 끝내는 게 맞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랑의 시작에 있어 내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 지 모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격식'이라는 것을 차려야 하기에
처음부터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없는 것은 인정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 진척이 된다면 스스로 그 모습들을 하나 둘 꺼내서
그게 아픔, 슬픔, 고통, 추잡함, 부끄러움 등이라 할지라도
말을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끔 사람들은 연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나 말고 몇 명이나 사귀어 봤어?"
"전에 만난 사람들은 일들이 있었는데 나는 그게 싫어."
"그 편지(or 사진) 내가 버리질 못했어. 그냥 어쩌다보니 남아 있던거야."
저는 이런 상황을 숨기지 말고 모두 오픈하길 바랍니다.
이전 남자, 여자를 말하면 '질투'를 느낍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과거 그 사람이 있었기에 오늘 이 사람이 내 옆에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은 인정하려 합니다.
단, 실수하는 것 하나
이전 연인을 말하면 꼭 끝에 잠자리 같은 걸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저는 그 생각까지 안가게 저를 잡아두는 법을 압니다.
물론 전 남자친구가 있는 모임을 간다거나, 그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하면 주체할 수는 없지만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질투를 느끼거나 잠자리까지 생각을 펼치는 건 스스로 절제합니다.
아마 이런 부분이 타인과 다르다고 보는데..
여러분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지난 연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연애에서 원칙적으로 실례인지
아니면 내가 그걸 말했을 때 과거의 생각이 떠올라 아픔이 다가오는 게 실례인지
아니면 그것을 말하며 추억에 빠진 나를 바라보는 상대에게 실례인 것인지
그렇다면 그런 걸 듣고도 별 감흥이 없으니,
말하고 그러한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들은 정말 '다른' 사람들인 것인지
삶 자체가 별종인 건 아는데, 좀 궁금해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