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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373619
    작성자 : hsh
    추천 : 4
    조회수 : 230
    IP : 211.200.***.237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07/27 16:06:22
    http://todayhumor.com/?gomin_373619 모바일
    친애하는 당신께

    무더운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공부를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피서도 가지 못하고 독서실에서 공부만 하고 있을 당신께 심심한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저는 요즘을 방학을 맞이하여 한가한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주중엔 학교에 조교로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크게 바쁘진 않아서 에어컨을 틀어놀고 신선놀음을 하고 있습니다. 또 주말엔 친구와 '철학학교'라는 책을 정하여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격주로 장작불 모임을 지속하고 있지요. 얼마 전에는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와 만나서 식사를 하고 공연을 같이 보기도 했어요. 학원에서 선생과 제자로 만났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서 자신이 학생으로 다니던 학원에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답니다. 자신이 학생을 가르치다보니 예전에 선생님의 마음을 잘 알겠다고 하더군요.

    요즘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공부는 계획대로 잘 되어가고 있는지, 같이 인강을 듣기로 한 사람은 돈만 내고 안 듣는다고 하던데 잘 듣고 있는지, 도서관에서 음료수와 쪽지를 남겼다던 사람은 그 뒤로 또 다시 쪽지를 남겼는지, 궁금증 투성이랍니다. 당신은 나에게 궁금한 것이 하나도 없으신가요? 휴대폰은 커플 요금제로 했다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나요? 매일 아침 모닝콜이라는 핑계로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면 당신은 덜 깬 목소리로" 여보세요?"

    어제 하루 당신이 어떻게 지냈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잠은 충분히 잤는지, 가끔씩 내 생각은 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건 산더미 같은데 잠에 취한 당신은 비몽사몽 간에 대화를 나누다가 2~3분만에 전화 통화를 끊고 말앙요. 그마저도 통화하지 못하는 날은 당신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날이에요. 너무 피곤한 당신은 나에게 모닝콜을 해줄 수 없으니까요.

    너무 보고 싶어서 왕복 2~3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한걸음에 달려가면 당신은 날 보자마자마 퉁명스런 목소리로 왜 왔냐고 화를 내요. 그리고는 날 바로 지하철역에 데려다줘요. 내가 당신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독서실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10분이 고작이랍니다.

    지난 겨울 당신이 감기에 걸렸을 때 당신 집 앞으로 약과 죽을 사들고 갔던 날, 전화로 당신을 불러내어 약과 죽을 주고 집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내 당신 걱정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떄는 당신을 보기만 해도 기쁘고 행복했는데, 요즘은 왜 슬프고 화가 나는 걸까요?

    올해에 큰 시험이 있어서 당신이 그것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을 알아요. 나는 당신을 방해하면서 당신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게 아니에요. 놀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뭔가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에요. 당신이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나도 그 옆에서 공부하다가 식사시간이 되면 그냥 마주보고 같이 밥만 먹어도 괜찮아요 그마저도 당신은 내가 있으면 공부가 안된다는 이유로 날 집으로 돌려보냈어요. 일부러 휴가를 내고 독서실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독서실로 찾아 간 거였는데...

    이제 얼마 뒤면 당신 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와요. 당신은 시험 100일 전부턴 아예 연락도 하지말라고 했었죠? 난 마지못해서 알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1차 시험이 끝나는 다음 날이 우리 사귄지 1주년이 되는 날이라 그날 만나자고 했지만 당신은 본인이 먼저 연락할테니 최종합격 때까지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나는 그말을 돋고 나서부터 당신을 서서히 놓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당신이 일하느라 바쁘고 공부하느라 바빠서 만나지 못하면 눈물이 났었는데 이제 담담해요. 예전엔 당신과 손잡지 않고, 헤어질 때 포옹과 키스가 없으면 허전했는데 이제 바라지 않아요. 예전엔 전화통화하고 끊을 때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으면 통화를 끊지 않았는데 이젠 당신 전용으로 산 핸드폰의 배터리가 가끔 다 닳더라도 신경이 쓰이지 않아요. 예전엔 내 미래가 당신과 함께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그 미래가 보이지 않아요.

    나 주말에 당신을 만나면 물어 볼 거에요. 나 사랑하냐고. 또 안아달라고 할 거에요. 또 뽀뽀해 달라고 할 거에요.

    그 때의 당신의 말이, 행동이 바로 우리 사이의 거리겠죠.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해요. 반대로 마음이 멀어지면 몸도 멀어진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이의 거리가 곧 마음의 거리겠죠. 이런 편지를 쓰고 있으면서도 조금 있으면 당신을 만난다는 생각에 자존심없는 마음은 또 설레고 있어요. 

    이 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되질 않길 바라며

    안녕히....


    2012년 7월 27일

    당신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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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27 16:09:54  125.17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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