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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스물 한살 적 제 얘기.
당시 저희집은 부천이었고 대학은 안양이었는데요.
9시 30분 수업이면 8시 30분쯤 급행열차를 타고 구로에서 수원행으로 갈아타는 그런 경로로 등교를 하곤 했드랬지요.
저는 뭐 운동을 잘 하는 여대생도 아니었고 그냥 학교에서 요리를 전공하는 여대생 이었습니다.
남들은 대학갔다 하면 하늘하늘한 시폰 원피스에 또각또각 소리나는 힐에 작은 가방에다가 옆구리에 파일 하나 끼고
룰루랄라 학교 다니는걸 생각했겠지만 요리전공하는 사람으로써는 구두는 무슨... 운동화에 그냥 편한 바지에 위에도
어차피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편하게만 다녔어요. 전공책에다가 조리복에 칼에 레시피 파일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어
느
날
사람이 가득가득한 만원 지하철에 꾸역꾸역 몸을 구겨넣고 구로로 가고 있는데 엉덩이 사이로 이상한 촉감이 딱!
하고 오더라구요. 손도 아니고 왜... 그런거 있잖아요. 그... 그...... 그...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여하튼 그런거.
뭐 어쩔 수 없다치고 엉덩이를 살짝 틀어서 피했어요. 그런데 이런 @$%#$@^$ 그런게 쫓아와요. 약 10분간 구로에
도착할때까지 피해보는데 계속 쫓아와요. 입에서는 2*9 3*6이 남발되는데 사람들 많으니까 쪽팔려서 소리도 꽥 못
지르겠고 몸도 꼼짝을 못하겠으니 째려볼 수도 없고 아주 죽을 맛으로 구로에 도착. 잠깐 얼굴 돌려서 얼굴 스캔정도는
한 정도였음.
더러운 기분으로 수원행 지하철을 갈아탔습니다.
아 물론 사람은 급행열차보다 적었어요. 그런데 중요한건 사람도 얼마 없는데 이 미친 블라블라한 인간이 저한테 또
슬금슬금 접근하는 거에요. 아놔 진짜.
옆구리에 끼고있던 파일함이 아니라 조리가방에서 제가 뭘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 날이 제가 일본요리 실습이 있던 날이라 당시 8만원 주고 구매했던 27cm짜리 사시미칼(사시미보쵸)가 숨겨져
있었거든요. 그거 꺼냄과 동시에 지하철 안이 모두 얼음.
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아... 오늘 이걸 갈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마디 던짐.
그리고 예상하신 결말대로 그 치한은 다른 칸으로 낼름 도망.
그런데 안양에서 내릴때까지 사람들이 저를 엄청 무섭다는 듯이 쳐다보고 전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쪽팔려 죽을뻔
했다는게 함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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