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엔 정말 '어이'가 없던 일이었으므로 음슴체 갑니다.
얼마 전 친구들과 간 야구장에서 있었던 일임.
열심히 신나게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치콜(치킨+콜라)을 쳐묵쳐묵하고 있었음.
졌지만 나름 즐거웠다고 생각하고, 잘 돌아왔는데
그날부터 왠지 모르게 같이 갔던 친구들이 약간 느낌이 달라졌다고 생각이됨.
여자들은 알거임. 은근슬쩍 따돌리는 것 같은 느낌?
아무리봐도 이건 분명히 그거임.
평소와는 달리 톡도 잘 응답이 없고, 먼저 연락을 해도 흐지부지되고, 같이 만나도 뭔가 느낌이 이상함.
섭섭했던 본인은 그 친구들과 멀어졌고, 시간이 좀 지나 그 중의 한 명을 만남.
그 친구가 내게 부탁할 일이 있어 만난 사이였음.
이미 서운한 마음은 약간밖에 남지 않았지만(결코 없진 않음!), 그래도 속이 밴댕이 소갈딱지만했던 본인은,
부탁을 들어 주기로 하고 그 친구가 밥(곱창+소주)을 사는 자리에서 술을 먹고 그 말을 하고야 말았음.
"너네 단체로 나 따돌릴땐 이런거 부탁할 일도 없을 줄 알았을텐데, 엄~청 난감했겠다?"
근데 이 뒤에 돌아온 답변이 멘붕이었음.
"그때 너 일베하는거 알고 애들이 더 멘붕이었어. 모른척 하려고해도 자꾸 생각나는걸 어떡해."
"너는 전혀 안그런것처럼 행동하는데, ㅇㅇ이면 몰라 니가 일베한다니까 애들 다 기겁했어"
나니?????????
네 뭐라고요?? 저보고 일베1충이라고요???
(나름) 확고한 역사의식과 도덕관을 갖고 살면서, 주위사람들에게도 그것을 전파(내지는 강요)해서, 사람들한테 너 엄청 피곤하게 산다는 말도 자주 듣는 저보고 일베1충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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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셔서 정신이 반쯤 나간데다, 일베1충이라는 말까지 듣고 정신이 혼미해진 본인은,
이것들이 나를 따돌려놓고 이따위로 핑계를 대는구나 싶어서...... 울었음 ㅠㅠㅠㅠ
내가!!!! 왜!!!! 일베1충이야!!!!!
이러면서 소주잔으로 곱창집 테이블을 치면서 울었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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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술이 깨면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헉하는 심정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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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ay)
그날 야구장에서, 우리 일행 8명은 앞뒤로 4명씩 앉아 있었고, 본인은 앞줄 중간에 있었음.
한참 우리 팀이 지고 있을 때라 심심했던 본인은 핸드폰으로 웹서핑을 시작했고,
그때 한참 알아보고 있던 카메라 렌즈를 검색하면서 평을 찾아보고 있었음. 아마 sel1670z 였던듯?
몇 개 블로그를 읽어보고는 괜찮다 싶어서, 얘를 사야겠다고 반쯤 맘을 먹은 상태였음.
하지만 본인은 절대 렌즈를 그냥 사지 않음.... (비싸니까 ㅠㅠ)
그렇다고 중고로 들여오고 중고로 내다팔지도 않음 ㅠㅠ
그냥 새거, 가능하면 면세찬스로 들여와서, 그냥 늙어죽을때까지 내가 씀. 이렇게 쌓인 렌즈가 ㄷㄷㄷ
아무튼 저런 성향이므로 맘에 드는 렌즈를 고르기 위해 꼭 렌탈샵에서 써 보고 맘에 들어야만 구매함.
렌탈샵은 여러 곳이 있지만, slrrent를 자주 이용함. 합정점이 가까워서...
뭐 이런 사이트임. 아마 사진찍는 분들은 다 아실거임. (이해를 돕기 위해 방금 스샷 찍었음)
근데 직장이랑 집 PC에는 렌탈샵 즐겨찾기가 되어있는데, 폰에는 없었음.
그래서 주소창에 url을 하나하나 입력하였는데!!!!!!
그때 마침 우리 팀에 시기적절한 안타가 뚜와ㄷㅁ라ㅜㅍ레ㅑㅐㅕㅇ;키ㅡ낭크!!!!
그 안타를 시작으로 후속타, 도루가 이어지며 역전까지-0-!!!!!!
우오ㅑㅇ려ㅔㅗㅓ패;ㅣㅏ느ㅏㅓ푀;ㅁㅈ다픠날으!!!!
광란의 도가니였던 것으로 기억함 ㅎ
그런데 손에 땀을 쥐고(아니 스마트폰을 쥐고) 응원하다가 좀 잦아들고 나서,
아차 아까 검색하던거, 하고 폰을 봤더니, 생전 처음보는 창이 떠있는거임.
뭐야.....이게?
일.....간 베....스트?
ilbe? 일베?? 일베???
헐 이게 일베야?????
살면서 그때까지 일베 사이트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음.
사람들이 퍼오거나 떠돌아다니는 일베 게시글이나 사건사고글만봐도 여긴 인간이 갈곳이 아니라 생각되고,
굳이 그런곳까지 찾아가서 읽는 수고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베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인간을 보면 쟤는 왜저렇게 사나, 하면서 끊어내곤 했음.
그런데 그런 내가 일베 사이트를 처음 본거임.
헐 이게뭐야 이게 왜 떠있지?? 여러분 나 일베안해요!!
아니 내가 그 상태의 스마트폰을 들고 응원하면서 엄청 오래 있었는데
진짜 깜놀해서 웹서핑하던 창을 얼른 껐음.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봤을까봐 부끄럽기도 했고,
그렇다고 야 이것봐 이게 일베래 헐!!! 나 이게 갑자기 떴어!!! 라고 말하기는 또 그랬음 ㅋ
그래서 얼른 끄고,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즐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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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던 야구장에서의 일임.
그날 경기를 추격하고, 역전하기까지의 시간이 꽤 있었는데
그동안 본인이 일베 사이트를 띄운 폰을 계속 들고있었던지라
그걸 뒷줄 중 2명의 친구가 보고, 본인 = 일베1충 이 되어버렸던 것임 ㅠㅠ
친구가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그 때 생각이 났고, 본인은 정말 억울했음 ㅠㅠ
그래서 폰을 꺼내서, (물론 그때와 다른 폰이지만)
아냐 여기 이 사이트 들어갈려고 한거야 ㅠㅠㅠ 너네 내가 카메라랑 렌즈 자주 대여하는거 알잖아 ㅠㅠ 라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음
그때까지만 해도 본인은 야구장에서 있었던 일이, 뭔가 배너를 잘못 클릭해서 일어난 일인줄 알았음.
그전까지 블로그 검색도 계속 하고 있었던지라 그중에 뭔가를 잘못 클릭했겠지.... 라고 생각했었음.
그런데!!!
뒤가 확실히 기억이 안나서 co.kr을 쳤음. 그리고 경악.
또 일베사이트가 뜨는것임!!!! 그게 생애 두번째로 보는 일베 홈이었음 ㅠㅠ
친구는 뭐야 얘 일베1충맞네ㅡㅡ 이런 눈으로 보기 시작하고
이거봐 이거 맞잖아 너 나랑같이 여행갈때 카메라랑 렌즈빌리러 간적도 있잖아 엉엉 ㅠㅠㅠㅠ
그쯤되니 친구도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함.
헐 이게뭐야 이거 유명한 사이트야? 뒷자리만 바꿔서 일베로 연결되게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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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경악과 성토의 시간이 지나고....
"야 그럼 그렇지 너같이 깐깐하게 예의따지고 도덕따지고 사는애가 일베*일리가 없지~"
라고 하는데 얼마나 밉던지.
그럼 그 믿음을 그때 가졌어야지.
사람 따돌릴거 다 따돌려놓고, 무시해놓고, 이제와서 야 그럴줄 알았어~ 한마디면 되냐?
그나마 얘는 좀 친해서 렌탈샵에 같이 가본적도 있고, 거기서 친구한테 쓸만한 렌즈도 추천해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하고 오해를 풀었지만....
나머지 7명 중에는 얘가 변명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그 인식은 없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함.
이제와서 사실 니네가 봤던 화면은 이러저러해서 생긴 일이야~ 라고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결국 속이 밴댕이 소갈딱지만한 본인은 부탁받은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연락을 끊었다고 합니다.
여러분, 조심합시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웹서핑할때....
사이트 주소 직접 칠 일 있으면 뒷자리까지 꼼꼼하게 잘 입력합시다 ㅠㅠ
생전 들어가보지도 않은 사이트로 납치될수도 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