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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병력이 실시간으로 싸우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명작인 토탈워 시리즈는 2000년부터 나왔는데, 그 첫번째 작품이 쇼군 토탈워였습니다.
대략 전국시대의 일본을 무대로 7개의 무사 가문들 중 하나를 선택하여 다른 가문들을 정복하고 일본 열도를 통일한다는 내용이 게임의 주된 줄거리였습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시스템과 뛰어난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라 발매 이전이나 발매 이후에도 크게 각광을 받았던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전국시대 일본이 무대라 그런지 병과들 중에서 기병은 형편없었고 어디까지나 보병이나 총병을 주력으로 삼아야 했습니다. 특히 일본 중기병은 만드는데 비싸기만 하고 정작 쓸모는 없었던 병과였죠.
사실 저는 원본인 쇼군 토탈워는 그다지 재미가 없어서 몇 번 해보고는 그냥 접었는데, 다음 해인 2001년 원나라의 일본 원정을 다룬 확장팩인 몽골침략이 출시되자 호기심이 들어서 재빨리 구입해 설치하고 플레이를 해보았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서 12번이나 엔딩을 보았을 만큼 빠져들었습니다.
몽골침략에서는 원본과는 달리 몽골군이나 호조 가문만 선택할 수 있었지만, 원본보다 훨씬 박진감이 넘치고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몽골군을 선택하면 병과를 생산할 수 없는 대신에 약탈을 하면 원나라 본국에서 지원군이 계속 오는데, 처음에는 몽골 경기병이나 고려 창병 같은 하급 병과들만 왔지만, 나중에는 몽골 중기병이나 폭탄 투척병 같은 고급 병과들이 왔습니다.
그중에서 몽골 중기병은 일본 중기병 따위가 2배의 병력으로 덤벼들어도 거뜬히 물리칠 수 있을 만큼 매우 강력하여 무척이나 애용했습니다. 실제 게임의 설정에서도 몽골 중기병은 몽골군의 전력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몽골군의 모든 공격은 이 몽골 중기병의 돌격을 엄호하기 위해 운용된다고 나왔으니까요.
아울러 원나라의 폭탄 투척병도 강했는데, 폭탄을 던지면 아무리 막강한 적의 병과도 한 방에 즉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일정한 확률로 폭탄을 던질 때 자폭하거나 눈과 비가 오면 화약이 젖어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죠.
그래도 저는 나중에는 몽골 중기병과 폭탄 투척병 두 가지 병과로만 게임을 끝냈을 만큼 두 병과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그밖에 몽골 경기병도 중요했는데, 초반에는 거의 이 몽골 경기병을 주력으로 삼아서 게임을 플레이해야 했습니다. 원거리에서는 화살을 쓰고 근거리에서는 도끼를 썼는데, 경기병인지라 일본의 야리 사무라이 같은 창보병과 정면으로 붙으면 불리하지만 적의 배후를 기습하거나 달아나는 적을 쫓아가서 죽이는 일에는 매우 뛰어났죠. 아, 그러고 보니 토탈워 시리즈의 묘미 중 하나가 이렇게 기병으로 달아나는 적을 쫓아가는 일이었습니다.
방어하는 호조 가문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는데, 실제 역사와는 달리 몽골군이 일본 북부 지역의 해안 거의 전체에 걸쳐서 쳐들어오는 데다가 병과들의 성능도 몽골군이 훨씬 강해서 정면으로 붙으면 이기기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다만 긴 창을 든 야리 사무라이나 야리 기병들을 대규모로 동원하면 몽골군의 돌격을 막아낼 수는 있었죠.
아울러 다른 전략 시뮬레이션 전쟁 게임들과는 달리 모든 병과들에 사기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되어서, 사기가 떨어지면 아무리 강력한 병과도 달아나 버렸기 때문에 이 사기를 유지하는 일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저는 이 쇼군 토탈워 몽골 침략을 시작으로 이후에 쏟아져 나왔던 토탈워 시리즈의 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발사에서 실제 역사를 주제로 다룬 작품들 대신에 워해머 같은 판타지에 주력하고, 얼마 전에 나온 파라오 토탈워는 아득히 먼 청동기 시대라 그다지 재미가 없던 점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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