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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빨간 사탕
똑같은 날들이었다.
집.학교.학원.집. 주말에는 책과 TV. 가끔씩 밖에서 축구.
학교에서도 적당히 놀고 적당히 공부하는 정도였다.
어제도 보통.오늘도 보통.내일도 보통.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아이를 알게 된 것정도.
학원에서 그 아이는 내 옆반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이름도 알 수 있었다.
학원복도에서 그 아이를 부르는 친구들이 유난히도 고마웠다.
정인이.유쩡.정남이.
그 아이의 별명을 들을때마다, 진짜 이름이 그렇게 궁금할수없었다.
예쁜 이름이었다.
유정인. 그 아이의 이름은 유정인이다. 유정인.
나와 같은 나이의, 같은 동네에 사는.
"먹을래?"
잘 못들은 척했다. 나는 그 아이가 신경쓰이지 않는것이다.
나는 버스가 언제올지 깊이 생각해보고 있는 중인것이다.
무언가가 어깨를 쿡쿡 건드렸다. 목이 뻐근하다.
고개를 돌릴수밖에 없었다.
빨간색. 작은 사탕하나. 가느다란 손바닥.
그 아이의 교복인 회색체크무늬 치마.
"........뭐야?"
뭔지 알면서도 물어봤다.
"먹을래?"
"...노란거 없어?"
"........."
"...고마워"
사탕을 받아 입에 털어넣는다.
기분이 좋아졌다.
입술끝이 근질거렸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난 기분이 좋은게 아니었으니까.
모르는 아이가 준 사탕이 당황스러워야했다.
난 그아이를 모르는 거였으니까.
"너 A반에서 공부하지?"
"뭐?"
"학원에서. A반 맞잖아"
"아, 학원. 어 그렇지 A반이지"
자꾸 바보같이 되뭍기만 했다. 말귀없는 아이처럼.
"난 B반인데"
"...그래? 어 왜 몰랐지? 이름이 뭔데?"
알고있었다. 너의 이름도 알고 있다.
"유정인."
여름날이었는데.
아무것도. 더위도, 무거운 가방도,
여전히 입안에서 굴리고 있던 빨간 사탕도 느끼지 못했다.
바보처럼 대답할뿐이었다.
나는 그아이에게 크게 웃어줄수도
친하게 지내자며 살갑게 대할수도
그렇게 처음 인사하고 버스안에서 나란히 앉을수도 없었다.
내가 감당할수없는, 아니 경험해본적 없는 기분이었다.
그때의 나는 이런 낯선 기분을 마주보며 웃어주지도 못하는.
소심한 남자아이일뿐이었다.
그때의 나를, 우리가 나눈 첫대화를 그아이는 어떻게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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