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느 책을 보다가 ..우주의 끝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스티븐호킹 박사가 주장한 우주는 허수의시간 부터 존재 했다는 이론에서요
허수의 시간이라는게 도저히 이해가 안돼서 쉽게 알려주실분 없나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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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게시판을 드나들다보면 이와 비슷한 질문을 하시는분이 꽤 계시더군요.
우주의 크기 시작 끝 나이 등등...
언젠가 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써볼게요.
중학교 수학만 이용해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닼
자.. 먼저 쉬운 3차원 공간을 생각해봅시다.
3차원 공간에서 "길이"는 이렇게 정의됩니다.
길이^2 = x^2 + y^2 + z^2
그리고 이 거리가 일정한 영역은 구면(sphere)이 되죠.
예를들자면 다들 아실 반지름 1인 구면의 방정식 x^2 + y^2 + z^2 = 1 처럼요.
만약 공간이 4차원이라면 어떨까요?
4차원 공간에서 "길이"는 이렇게 정의될겁니다.
길이^2 = x^2 + y^2 + z^2 + w^2
w가 추가된 공간의 좌표라면말이죠.
물론 4차원에서 반지름 1인 구면의 방정식은 x^2 + y^2 + z^2 + w^2 = 1 가 되겠죠.
그런데 우리는 아인슈타이느님 이후로 우주가 4차원 시공간이라는걸 알게되었죠.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4차원 시공간에서 "길이"는 이렇게 정의됩니다.
길이^2 = - t^2 + x^2 + y^2 + z^2
t는 시간, x,y,z는 공간 좌표죠.
도대체 4차원에서 길이가 뭐야?
라고 물으실거 같아 약간 설명하자면,
먼저 3차원에서 길이를 생각해봅시다.
원점에 철수가 있고 x축으로 5m 만큼 떨어진곳에 영희가 있다고 하면,
철수와 영희 사이의 거리^2 = x^2 + y^2 + z^2 = 5^2 + 0^2 + 0^2 = 5^2
따라서 철수와 영희 사이의 길이는 5m가 되죠.
그럼 이제 4차원에서 길이를 생각해보죠.
원점에서 철수가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3초 후에 x축으로 5m만큼 떨어진곳에 영희가 박수를 쳤습니다.
그럼 철수가 박수를 친 "사건" 과 영희가 박수를 친 "사건" 은 4차원 시공간에서 다음과 같은 길이를 가집니다.
철수와 영희가 박수를 친 사건의 길이^2 = - t^2 + x^2 + y^2 + z^2 = - 3^2 + 5^2 + 0^2 + 0^2 = 16 = 4^2
따라서 두 사건의 길이는 4가 됩니다.
이렇게 정한 거리가 무슨 의미가 있냐? 고 물을 수 있겠죠.
3차원에서 "길이"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누가 측정해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속도" 같은건 측정하는 사람의 운동에 영향을 받죠.
4차원에서도 저렇게 정의된 "길이"는 누가 측정하나 똑같습니다.
여기서 상대성 이론이 출발했죠.
이야기가 약간 산으로 갔는데...
다시 우주 이야기로 돌아오면,
4차원 "공간"과 4차원 "시공간"에서 길이를 나타낸 식
4차원 공간에서 길이^2 = x^2 + y^2 + z^2 + w^2
4차원 시공간에서 길이^2 = - t^2 + x^2 + y^2 + z^2
를 비교해봅시다.
시간 앞에는 마이너스 부호가 있다는 차이가 있죠?
이것때문에 4차원 시공간은 4차원 공간과 아주 다른 특징을 가지게 됩니다.
그 특징중 하나가 호킹이 증명한 유명한 결과인데,
"시간이 과거로 쭉 거슬러올라가면 항상, 언제나, 무조건 공간이 쭈그러들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는 상태가 된다"는 겁니다.
즉 우주의 시작점은 언제나 점같이 작은 공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차있는 상태여야 한다는거죠.
이 상태를 사람들은 "빅뱅" 이라 부릅니다.
"4차원 시공간의 길이"에서 저런 결론이 어케 나오냐고 물으실수도 있지만 원래 물리, 수학이 그렇습니닼
그런데 저 "빅뱅" 상태는 문제점이 있어요.
점같은 공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차있어서 수학적으로 다룰수가 없는거죠.
에너지가 마치 "x가 0으로 갈 때 1/x" 같은 상태여서 더이상 수학을 쓸수가 없는거에요.
따라서 빅뱅의 영역은 학자들이 손을 댈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호킹은 이 영역이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여기서 호킹느님의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만약 중간에 시간이 허수가 되면 어떨까?"
즉 시간이 t 에서 i * u 가 된다는겁니다.
i는 우리가 잘 아는 허수 i 이고 u는 "허수시간"이죠.
흠, 중학교 수학만 쓴다고 했는데 중학교때 허수 안나오던가요?...
여튼 저걸 대입하면 허수시간에서 4차원 시공간의 길이는 이렇게됩니다.
4차원 시공간에서 길이^2 = - t^2 + x^2 + y^2 + z^2
= - (i * u)^2 + x^2 + y^2 + z^2
= u^2 + x^2 + y^2 + z^2
자, 이걸 4차원 공간에서의 길이와 비교해볼까요?
4차원 공간에서 길이^2 = x^2 + y^2 + z^2 + w^2
두 식의 형태가 똑같아졌죠?
즉 시간이 허수가 되면 4차원 시공간과 4차원 공간의 성질이 같아지는겁니다.
원래는 엄청 달랐는데말이죠.
그 결과 앞서 호킹이 증명한
"시간이 과거로 쭉 거슬러올라가면 항상, 언제나, 무조건 공간이 쭈그러들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는 상태가 된다"
라는 것도 더이상 성립하지 않게됩니다.
즉, 우주의 시작이 언제나 "점같이 작은 공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차있는 상태" 가 아닐수 있다는거죠.
무엇보다도 우주가 무(無)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수학적 결론이 얻어졌습니다.
여기서 無란 공간도 없고 에너지도 없는 것입니다.
아까 수학적으로 다룰 수 없는 "빅뱅"이 "신의 영역"이라고 호킹이 생각했다는 이야길 했었죠?
호킹은 허수 시간을 통해 우주가 無에서 시작할수도 있다는것을 깨닫고는
"그럼 신이 차지할 자리는 어디인가"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다시한번 "시간 앞에 부호 하나 바뀐"걸로 어떻게 저런 결론이 어케 나오냐고 물으실수도 있지만 원래 물리, 수학이 그렇습니닼
위의 과정을 그래도 대충 느낌만이라도 잡도록 중학교 수학을 이용해 설명해보면,
첫부분에서 이야기한 4차원 구면의 방정식 x^2 + y^2 + z^2 + w^2 = 1 을 떠올려봅시다.
구는 매끄럽죠?
이번에는 4차원 시공간에서 비슷한 식을 써봅시다.
- t^2 + x^2 + y^2 + z^2 = 1
이 방정식은 구면이 아닌 뭔가 뾰족한걸 만들어냅니다.
(중학생분들은 -t^2 + x^2 = 1의 그래프를 그려보세요)
이 뾰족한 부분이 바로 빅뱅에 대응되는거죠.
그런데 허수시간을 도입하면 저 방정식이
u^2 + x^2 + y^2 + z^2 = 1
이 되어 다시 구면의 방정식으로 돌아갑니다.
즉 뾰족한 부분이 없으니 빅뱅이 없이 無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마치 < 기호의 왼쪽부터 시작했던 우주가 ⊂ 기호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바뀐거에요.
(물론 위의 설명은 개소리가 약간 섞여있습니닼. 하지만 미분기하를 설명할순 없잖아요...)
그럼 이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와봅시다.
"도대체 허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
이걸 이해하려면 약간의 양자역학을 알아야합니다. 어흑
뭐 이런 이야기는 들어보셨을거에요.
"양자역학에 따르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물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에너지 보존이 깨져서 저런게 가능할수 있다는 이야기죠.
물론 가능합니다. 확률이 매우 낮지만요.
심지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당신의 여자친구가 생겨날수도 있습니다.
안생기나요? 세계적인 석학들에 따르면 가능합니다 -_- 희망을 가지세요.
자, 그럼 당신의 여자친구가 無에서 생성될 확률은 어떻게 계산할까요?
물론 양자역학을 통해 계산해야겠죠.
그런데 재밌는것이... 이 확률 계산을 할 때도 "허수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허수로 만들면 양자역학 방정식이 고전역학 방정식이 되면서 문제가 쉽게 풀린답니다.
즉 여기서 허수시간은 확률 계산을 위한 "도구"로서 도입된 것이지요.
자, 그럼 이제 "無에서 여자친구가 생겨날 확률"에 대한 이야기와
원래 주제인 "허수시간 동안 우주가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연결해볼까요?
"無에서 여자친구가 만들어질 확률" 이야기에서 허수시간은
"양자적 요동에 의해 아무것도 없는 無에서 여자친구가 뿅 하고 튀어나올 확률"
계산을 위한 "도구"였습니다.
아까 우리는 허수시간 동안 우주가 無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했었죠?
여기서 허수시간 역시 실존하는 시간이 아니었던겁니다.
"양자적 요동에 의해 아무것도 없는 無에서 우주가 뿅 하고 튀어나올 확률"
을 계산하기 위한 "도구"였던것이지요.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먼저 허수시간 동안 우주가 無에서 발생을 합니다.
(실수 시간이었다면 우주는 無에서 시작할 수 없다는것, 무조건 에너지 덩어리에서 시작해야 한다는거 기억하시죠?)
허수시간이 흐르면서 점에서 시작한 우주는 점점 커지게 되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 허수시간이 실수 시간으로 바뀌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이 됩니다.
그러면 우리같이 실수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는 꽤나 성장한 (점이 아닌) 우주가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난 것으로 느끼게 되죠.
이 현상을 양자역학을 이용해서 해석하면
"양자적 요동에 의해 아무것도 없는 無에서 크기가 큰 우주가 뿅 하고 튀어나오는"
상황을 묘사한 셈이 되는 것이에요.
이렇게 일반상대론과 허수시간을 이용한 無에서 출발하는 우주론이 양자역학적 해석을 가지게 됩니다.
여기서 "꽤나 성장한 (점이 아닌)" 우주가 실수 시간으로 튀어나왔다는게 아주 중요해요.
왜냐면!
실수 시간에서 우주의 크기가 점이 되면 아까 호킹이 증명했다는 정리에 의해 무조건
"점같이 작은 공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차있는 상태"
가 되어서 수학적으로 다룰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러나 이 이론에서 우주는 "크기가 성장한 이후에" 뿅 하고 튀어나와 실수 시간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빗겨갈 수 있답니다.
그래서 우주 역사의 모든 영역을 수학으로 다룰 수 있게되고
그래서 호킹이 "신이 차지할 자리는 어디인가?" 라고 물었던 것이지요.
생각보다 내용이 길어졌네욬
이제 포풍처럼 까일것을 방지하기 위해 몇가지 핑계를 대놓고 글을 마칠게요.
일단 빠른 설명을 위해 수많은 사항을 무시했습니다.
물리공부 좀 하는 사람이 보면 님 어디서 사기를 치셈 하실 부분도 있겠지만 나름 쉽게 풀어쓰려 노력한거니 자비를 ㅜㅜ
그리고 지나치게 길어질까봐 줄였지만 이 이후에도 더 재밌는 이야기가 연결된답니다.
저렇게 양자역학적 해석을 통해 발생한 호킹의 우주는
수많은 양자상태가 중첩된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슈뢰딩거의 고양이" 라든지, 한때 애니메이션에서 단골 주제였던 "평행우주론"과도 이어지거든요.
궁금하신 분들은 물리공부하세요 후후
마지막으로 세줄요약
호킹에 따르면 우주가 無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수많은 석학들에 따르면 여자친구도 無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더라.
아래 그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