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혼자 고민고민 하다 결국 익명을 빌려 글을 올리게 되네요.
스트레스를 풀 줄 몰라요. 푹 자거나 폭식을 하거나 이런 방법들로는 풀리질 않아요. 친구들과 만나 노는 것도 역시 그렇구요.
소리지르면서 물건을 때려 부수면 그나마 조금 나아질 것 같아요. 그치만 그건 가족에게도, 이웃사람에게도 민폐잖아요. 몸이 아프고 힘들면 기운이 빠져서 나아질 것 같은데 위 같은 방법은 안되니까 몸이 아프게 스스로 상처를 내요.
지금까진 운이 좋았는지 회복력이 좋은지 큰 흉터는 한군데를 제외하곤 없어요.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에요. 붙고 싶었어요. 교육행정을 준비하는 사람이에요. 경쟁에 치여서 괴로워하는 아이들보다 웃으면서 즐겁게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이 아이들이 자라서 분야에 상관없이 비천을 가리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빌어먹게 원대한 꿈이지만요
떨어졌어요.
준비해 본 사람도, 안하는 사람도 아시겠지만. 아니 딱히 고시뿐만이 아니라 뭔갈 하려는 데 실패하면 자연히 스트레스는 쌓이잖아요. 저도 그런 평범한 사람이에요. 어머니와 언니가 걱정을 기반한 작은 몰아부침을 견디질 못했어요. 성격상 남들 앞에서 울지도 못해요. 피해도 주기 싫었어요. 걱정도 끼치고 싶지 않았지만 별볼일 없고 대단한 사람도 아닌 전 이곳저곳에서 많은 걱정을 끼치게 만들어요.
조용히 삭히고 싶었어요.
비흡연자에 기도가 그리 좋지 않은 저지만 담배가 너무 땡겼어요. 피지도 못하는 그 담배 하나가 왜그리 간절하게 생각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한대 피면서 마음껏 한숨이나 쉬고 밤하늘을 바라보면 좀 나아질 것 같았어요.
조용히 담배와 라이터를 들고 밖을 나섰어요..어머니가 따라나오세요.
27이나 먹은 성인이 그저 답답함에 담배 하나 피우겠다는 데 왜그리 다그치고 혼내는 지 모르겠어요.
난 물건을 부술수도, 소리 지를 수도 없어. 그저 스트레스 풀기 위해 담배가 하나 필요했을 뿐이야.
차라리 자기와 노래방을 가자고 하세요.
내가 지르고 싶은 소리는 노래같이 아름답고 고운 소리가 아닌 속에서 끓어올리는 비명이에요. 할 수 있다면 실컷 눈물도 흘리면서.
결국 한숨을 쉬면서 담배를 끄고 들어가야 했어요. 저도 어머니도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죠. 그렇게 몇발자국 가다 집앞에서 밖에 나갔다 이제 막 들어오시는 아버지와 마주쳤어요.
아버지는 둘이 어디 나갔다 왔냐며 웃으며 여쭈세요. 어머니는 표정이 안좋지만, 전 가면을 바꿔 쓰는 게 너무 익숙해요.
방긋 웃으면서, 손에 쥔 라이터를 숨기면서 잠깐 산책하고 왔어요~ 가볍게 말해요. 오면서 목줄기를 쥐어 뜯던 손도 멈추고 얌전히 주머니 속에 넣어요.
이런 제 모습에 토기가 올라왔어요.
여전히 제 몸엔 자잘한 상처나 멍이 가득해요.
음, 생각해봤는데 어릴 때부터 뭔가 머릿속에 '참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라는 키워드가 콱 박혀 있어서 이런식으로 푸는 것 같은데..
힘이 드네요. 남에게 기대기는 싫고, 홀로 풀려는데도 주변에서 하지 말라고 막아버리고. 어쩔 줄 모르겠고. 꿈에서도 내 다리를 톱으로 잘라 버리는 꿈을 꿔요. 자꾸 옥상에서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는 내가 보이는 거 같아요.
정신병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이정도 스트레스는 현대 사회인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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