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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감각 없이 상시 만개한 유채꽃밭 에너른 월세계가 좋소
항아 옥토 잘도 지어낸 옛사람 낭만이 얽혀 좋소
반딧불들 공동묘지라 상상한 달이 좋소
무슨 이유 있어서가 아닐 채 물끄러미 빠져본 달이 좋소
노랗게 뜬 달이 좋소
하얗게 뜬 달도 퍽 좋소
태막 안 핏덩이라고나 할까 불그스레 물든 달에는 잉태의 신비력 목도한 듯 설레어서 좋소
기이인 계단처럼 비스듬히 내린 달빛이 좋소
어수선한 네온사인과 달리 단정하게 빛을 내는 달이 좋소
광공해로 뭇별이 시든 밤하늘 혼자 의연한 달이 좋소
산듯한 밤공기 근원처럼 창명히 솟은 달이 좋소
바람 분 날, 달 건너가는 구름의 속도를 눈으로 좇아봄이 좋소
묵독하고픈 시 읽듯 달 표면의 무늬 살펴봄이 좋소
옥탑방 옆 지붕에 괭이랑 나란히 본 달이 좋소
열대야 방충망에 산산 난 달빛은 모깃소리에 깬 졸린 눈꺼풀 위로 아른거려 좋았소
겨울이 오면 성긴 눈발 사이를 메운 달빛은 눈꽃을 더욱 희맑게 해 조화로우니 좋소
류수에 반영된 달 있어 두 개의 달 뜬 풍경 가운데 걷는 한밤중 천변 산책이 좋소
놀이터 그네에 앉아 맥주 한 캔 비울 때 부침개처럼 안주가 돼준 달이 좋았소
이러쿵저러쿵 좋아 바라볼 뿐인 저 달과 마찬가지던 이름 하나 첫사랑도 생각나더라
달에 그리운 사람아
어디선가 늙어갈 소저여 누구나 알잖소 달 고운 거
당신의 눈빛도 어련히 달에 녹았겠지요
함께 같은 곳을 보고 싶었소
그래서 달이 영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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