쪄 죽을듯한 땡볕 더위지만 산책을 나갔다.
하루 30분이라도 걷지 않으면 몸이 굳으니까.
횡단보도 끝에 서 신호등 불이 바뀌길 기다렸다.
지면이 얼마나 뜨거운지 도로 위로 이글거리는 아지랑이가 보이는듯하다.
순간 어디선가 고약한 땀냄새가 섞인 지린내가 바람을 타고 와 코를 찌른다.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 초라한 행색의 아저씨가 서있다.
살펴보니 몇주간 안감았을것 같은 떡진 머리, 단단히 굳은 눈곱, 검게 탄 얼굴, 단추를 풀어헤친 후줄근한 남방, 몸빼바지, 반쯤 뜯겨진 슬리퍼, 왼쪽엄지발가락은 붕대로 감겨있고 오른쪽 엄지발톱은 거무튀튀하게 변색되고 휘어져있다.
이 폭염에 대체 몇일이나 샤워를 안하면 저렇게 음식물 쓰레기 썩은내가 날까... 노숙자인가?
그가 고개를 숙여 바닥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버려진 담배꽁초를 하나 주워 입에 문다. 불을 붙인다.
니코틴을 아주 맛있게 빨아들이며 세상 다 가진듯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 꼴을 보자니 '노숙자' 용어보단 세상 꺼릴것없는 '자유인'이 적합하겠다.
곧 보행신호로 바뀌어 그와 건넜다.
난 마트에 갔다오는 길이라 두 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있어 그보다 뒤쳐져 느릿하게 걸었다.
횡단보도 끝에서 길이 갈라지지만 하필 또 그와 같은 방향이었다.
곧 저만치 도로 가차선에 삐까번쩍한 외제차가 정차하더니 젊은 남녀가 차문을 열고 내려 마주 걸어온다.
여자의 차림이 눈을 확 사로잡는다.
큰 눈에 짙은 마스카라. 딸기처럼 새빨간 입술, 노랗게 물든 긴 머리칼. 숨도 못쉴듯 타이트한 화이트 블라우스, 엉덩이가 터질듯한 검정색 초미니스커트, 높은 하이힐. 색기 충만한 외모다.
옆의 남자는 여자보다 10살이상은 더 들어보인다.
자유인은 순간 넋이나간듯 가던 걸음을 딱 멈추고 여자에게 시선을 꽂았다. 여자가 지나쳐갈때까지 고개를 180도 돌리며.
여자옆의 젊은남자가 자유인의 그런 시선이 거슬렸는지 슬쩍 노려본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지말라'는 경고의 눈빛으로.
자유인은 그런 남자의 눈길은 안중에도 없다. 계속 여자의 엉덩이쪽을 훑어본다.
남녀가 내 옆을 지나가자 여자의 강한 향수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
"칼국수 별론뎅~" 하며 여자가 남자에게 콧소리로 투정 한다.
발걸음을 재촉해 나보다 앞서가던 자유인을 앞지를때까지도 그는 꼿꼿이 석상처럼 그자리에 서있다. 칼국수가게에 들어가는 남녀의 뒷모습이 사라진 후에도 가만히.
혼자만의 어떤 상상속에 빠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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