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신형 아발론(Avalon)이 국내에 들어왔다. 아발론은 토요타 브랜드에서는 가장 대형 승용차 모델이다. 일견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로 렉서스가 있는데, 토요타에 대형 승용차 모델이 따로 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미국 시장을 놓고 본다면 그렇지도 않다..
커다란 그릴을 범퍼에 넣은 2013 년형 토요타 아발론
즉 이 모델은 일본 이외의 시장에서 토요타 브랜드로 팔리는 대형 승용차(고급 승용차가 아닌, 대형 승용차)이다.
미국의 대형 승용차 시보레 임팔라
미국의 대형 승용차 포드의 크라운 빅토리아
포드의 크라운 빅토리아 순찰차
한국에서는 차체가 크면 그것이 곧 고급 승용차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차체가 크다고 해서 모두 고급 승용차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승용차들의 차체가 크기 때문인데, 가령 미국에서 경찰순찰차로 쓰이는 쉐보레 임팔라(Impala)나 포드의 크라운 빅토리아(Crown Victoria), 닷지 차저(Charger) 같은 차들은 차체가 큰 대형 승용차이긴 하지만, 대중적인 승용차들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형 승용차들은 순찰차뿐 아니라, 가족용 승용차나 택시 등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미국의 이런 대형 승용차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모델이 바로 아발론(Avalon)이었다.
미국식 대형 승용차를 지향한 1995 년형 1세대 아발론
1995년에 처음 나왔던 1세대 모델은 중형 승용차 캠리의 전륜 구동 플랫폼을 이용해서 개발된 모델이었다. 캐빈의 크기는 캠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후드와 트렁크의 길이를 늘려서 전형적인 미국식 대형 승용차의 특징을 지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차체 디자인도 마치 미국의 대형 승용차들을 연상시키는 약간 보수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1세대 아발론은 미국의 토요타 디자인 센터에서 디자인되고 설계되어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어 팔리는, 그야말로 미국제 승용차였다. 그래서 미국 시장을 위해 1,780mm로, 이미 넓은 차체 폭으로 개발된 1992년형 캠리(XV10)의 1,700mm보다도 더 넓힌 것이었지만, 그 플랫폼의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 일본은 1,695mm를 기준으로 소형과 대형 승용차를 구분하는 차체 전폭 규제가 있어서 고급 승용차라고 할지라도 차체가 그리 넓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에서 1세대 아발론은 폭보다는 길이를 늘리는데 주력한 측면이 있다.
차체 폭을 크게 늘리기 시작한 1999 년형 2 세대 아발론
이후 1999년에 등장한 2세대 아발론 역시 미국 시장을 겨냥한 대중적인 대형 승용차로 개발되었고, 차체 폭을 1,821mm로 더욱 늘려서 미국의 소비자들이 느끼는 대형 승용차에 가까운 차체로 개발된다. 그렇지만 차체 디자인 이미지는 1세대 모델보다 오히려 더 일본 차 느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전체의 차체 길이는 그대로 두면서 캐빈의 크기를 강조하기 시작하는 특징을 보이기 시작한다.
차체 길이와 폭을 더욱 늘린 2005 년형 3 세대 아발론
중도적 이미지를 가진 3 세대 아발론의 뒷모습
아발론은 2005년에 등장한 모델이 많은 호응을 받는다. 이 모델은 5미터가 넘는 길이에 차체 폭도 1,850mm에 이르는 등 큰 차체를 가지고 있었다.
2010 년형 4 세대 아발론
2010년에는 페이스 리프트 된 모델이 4세대 모델처럼 등장해서 판매된다. 차체 디자인도 토요타의 이미지와 미국식 대형 승용차의 이미지가 적절히 혼합된 중도적 느낌이다.
큰 캐빈을 가진 신형 아발론
마치 해치백 같기도 한 신형 아발론의 뒷모습
실내 폭을 강조한 신형 아발론의 계기판
그런데 새로 들어온 아발론은 미국식 차체 디자인의 느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차체 폭은 1,835mm로 약간 줄어들었고, 차체 측면의 비례를 보면 마치 해치백 승용차를 연상시키는 짧은 트렁크와 크게 누운 뒤 유리를 가지고 있어서 유럽식 차량의 느낌이 있다. 그러나 실내 계기판 디자인은 폭을 강조하는 느낌으로 디자인되어 미국식 대형 승용차의 느낌이 강하다.
전반적인 토요타의 승용차들은 통일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차종 별로 독립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듯 하다. 어쩌면 대중 브랜드로써 일상적인 성격을 지향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평범한 용도로 탈 수 있는 ‘보통차’를 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