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를 위하여 [충사 2기 21화-진흙풀]의 내용과 결말이 유출됩니다
[충사]는 매 화 마다 에피소드가 끝나는 옴니버스 방식으로
전체작품을 감상하는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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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병든 이들을 찾아다니는 한 남자의
힐링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태생이 기묘하여
인간의 시각으로는 이해할수없는
생명이 깃든 생명 그 자체
눈에 밟히는 자와 그렇지 못한자들과 공생하는
자연현상 그 자체
우리는 그것을 "벌레"라고 칭한다
흰머리와 외눈
시대와 걸맞지 앉는
기묘한 행색의 이 남자는
떠돌이 생활을 하며 "벌레"들을 봐주는
"충사"이다
"벌레"는 나쁜존재인가?
아니, 그저 자연현상일뿐이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언정
산이 나를 괴롭히는것이 아니듯이
그저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는것뿐
그 삶을 방해하는건 오히려 인간이 아닐까
나는 충사를 볼때마다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받는다
모듯것이 매우 조용하며, 매우 느리게 흘러간다
"정적이다"
달리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인물의 눈빛, 몸직 하나 하나가
마치 먼산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는것만 같이 지나간다
여담으로 "충사"를 세번쯤 다시볼때
왜인지 꼭 새벽녘에 보곤 했다
오늘이 아쉬워 잠못드는 시절에,
"충사"를 보고있는것 만으로도
이 새벽이 영원할것만 같은 그런 착각이 들었다
매장면의 배경음악은
여름밤에 틀어놓은
알게 모르게 들려오는 선풍기 소리만 같다고
뭐, 그런 느낌이 드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충사"와의 모든 만남은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갑자기
그렇게 나타난다
"정적이다"
단순히 "충사"가 느긋한 작품이라
이렇게 말한것만은 아니다
"충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시계는
어딘가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시간이 흐르지 않는 사람들 뿐이다
이 또한, 보는 나로 하여금
시간을 멈추게 만들었던 요소인것 같다
사람들은 멈춘 시계를 움직이려고 한다
멈춘 시계바늘 위에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그것이 어떤 관습을 깨는 일이던지,
그것이 후에 어떤 일로 되돌아 오게 되던지,
지금 그것이 그들에게 중요한가?
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려는 한 남자가 있다
이렇게 "충사"의 시계는 움직인다
이렇게 어긋난 그들의 시간을
"충사"는 어떻게 맟출것인가
아마 "충사"를
힐링장르라고 들은이도 있을것이며
그게 아니라도, 보고있자면
나도 모르게 잠에 빠지는 작품이라고
그렇게 들은이도 있을것이다
그리고 아마 지금쯤 묘한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는가
아이와 동생을 잃고 병에 걸린 한 남자
그런 그를 매서운 눈빛으로 탐색하는 한남자
사마귀를 치료해봤자 아이와 동생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이미 다리에 난 사마귀의 문제가 아니라고,
"충사"는 그런 눈빛을 하고있다, 분명
충사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우리는 힐링 받을수 있을까?
해피엔딩을 가르키는 시계바늘의 태옆은
이들 중 누가 쥐고있을까
가끔은 치료를 거부하는 때가 있다
시간이 흐르는게 싫은 사람들
어쩌면
시간따위는 상관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시간을
충사는 억지로 밀어내지 않는다
영원히 멈추지 않는게 시간이다
충사는 이것을 아주 잘 알고있다
어쩌면
스스로 고장낸 시계를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겟다
충사는
이런 사람들의 시간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지금
어느바늘위에 서 있는지
길을 알려줄뿐
아 아 -
아마 이들의 시계는
두번다시 흐르지 못할거 같다
시곗 바늘이 휘어버리고
태옆이 녹슬어 버린것 같다
그리고 인간의 시계는
인간답게
올바르게 작동되지 않는다
시계가 없던 시절엔
그 누구도 초조해 하거나
서두르지 않았는데
그래도 시간은 존재했으며
자연은 역동적으로 흘러왔다
서로의 시간은
서로 바라볼수는 있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아마 충사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시간을 밀어내지 않았던 거 아닐까
결국 누구도 힐링 받지못했다
지금 무슨 생각이 드는가?
충사가 실패 하였다고?
충사는 의사가 아니다
인간의 병을 봐주는 사람이 아니다
충사가 하는일은 단지
벌레를 봐주고,
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뿐이다
벌레는 시계따위 필요없다
자연이 시간을 보는가?
강물이 흐르는 속도는 km/s가 아니다
가끔 빠르고, 느릴뿐이다
시계를 만들어 낸건 인간이며
그것을 고장낼수 있는것도 인간이다
앞으로도 충사를 보고싶은 당신이라면 기억하라
당신은 힐링받지 못한다
나는 이 작품을 보는내내
항상 어두운 방구석에 숨어있던 작은 나 자신을 발견했다
벌레의 세계속에서
아이를 폭풍속에 내다버린 어미의 이야기
죽은 연인과 동거하는 남자의 이야기
대를 잇는 여인을 살리기 위해 다른 여인을 죽이는,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힐링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것은
인간의 어둡고 축축한 마음의 한 면을 만난후
아주 잠깐 지나가는 죄책감, 혹은 자아성찰
아마 그런것들의 착각이겟지
그것마저 힐링이라 할수 있다면,
흘러 지나가는 배경의 자연 경관을
집중해서 보도록 하자
우울한 가족의 이야기에만 빠져들다보면
이번엔 내 시계도 고장날지 모른다
아니
우리의 시계는
벌써 고장난 상태인지도 모르겟다
당신은 최근에
자신의 시간을 돌아본적이
있는지?
아니,
당신이 먹고 일하는 순간을 말하는게 아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순간들이
어떤 시간으로 흐르는지
자신이 알고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