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필이다
몇일전 잔득 술에 절어 눈물 흘리며 받은 네 마지막 전화.
20년지기 친구로써 뭐라 위로 해야할지 모르겠구나
네 생각에 잘난것 하나없는 나 지만 행여나
우리둘이 들리던 이 곳에 이렇게 글남긴다.
나이 30에 큰 사업을 실패하고 많은 빚을 떠안아
얼마나 괴롭니......
니가 그랬지. 천만다행으로 제수씨 하나라도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사람을 잘못사겨 망한 사업. 누굴 탓하느냐 질책한 나였지만
니 모습이 마냥 타인이 아닌 형제와 같아 너무 가슴이 저미는구나.
친구인 나의 이런 속내.. 너는 이해해주겠니.
너 기억나지?
5년전 군대 같이 제대하고 광안리 바닷가에서 깡소주 불면서..
남들 쉽게가는 대학. 다들 즐기는 인생..
돈이 없어 비록 기름밥 먹어가며 주경야독으로 합격한 전문대..
찬밥더운밥 안가리고 세상 최 밑바닥의 밥까지 먹어보고
느끼고 성공하자고 서로 위로했잖느냐..
그러면서 나와는 달리 모험을 즐기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네가
내 친구라는게 너무도 뿌듯하고 어디서든 자랑할 수 있었단다.
네가 그랬지..얼마전 졸업한 야간대학..그런거 없이 성공했노라고
그러면서 내 친구가 4년제 졸업생이라고 큰소리 칠수 있게 해줄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고.....
친구란 그런거 같아..
질투하지만 막상 마음속엔 애틋한...어떠한것 말이지..
내가 교통사고 크게 치고...겨우겨우 진로잡았었던 2년전..
월급 100만원에 무슨 돈벌겠냐고 그랬지?
난 너무 섭섭했었지.. 그런데 어느날 사무실에 혼자 공부하고 있을때..
네가 그리 아끼는 고급승용차. 그리 아끼던 고급 양복 훌렁 벗고
나랑 자주가던 남포동 포차에서 한잔 산다며 갔을때..
우리가 정말 힘들때..정말 없을때나 입었을 그런 후질구레한 추리닝에
벙거지 모자쓰고..나 위축될까봐 고급시계며 반지...다 빼버리고
정말 깡소주 진하게 마시고 주머니에서 구겨진 돈 2만원 꺼내 술값내준날.....
그리고 네가 말했지.
너에게도 좋은날이 분명히 올꺼라고...뒤를 밀어주진 못해도...기다리겠다고....
그랬었지...기억나냐? 흐..
2년전 니가한 그 말..아직도 못잊겠구나 ㅎㅎ
효정아....
아직 우리 30년밖에 안살았잖니
네가 잃은 돈이 얼마건. 갚아야할 돈이 얼마건..
내게는 그게 중요치 않단다.
내가 내밀었던 전세 보증금...난 아직 혼자라 괜찮단다
그돈 얼마든지 써도되...그건 무시가 아니란다.
네가 작은돈으로나마 힘을 얻을 수 있길 간절히 원해서 그랬단다.
그게 네게 상처였다면 다시금 사과할께...
친구야..우리사이 돈이 무슨 소용이니..
약속한대로..대출이나 실컷 받아서 농사나 지으러갈까? ㅎㅎ
장가야 뭐 열심히 돈모아서 순박한 시골처자나..농담으로 했던
국제결혼 하면 뭐 어때.
아니면 그냥 소나 키우면서 살면어때..
국민학교때 가난하다고..물체주머니 하나 준비 못했다고 놀리던
진열이 네가 실컷때려줬지?
그때 니가 얼마나 위대해 보이던지..ㅋㅋㅋㅋ
친구야...20년을 같이한 내 형제 같은 친구야..
나 혼자 사무실에서 니생각에..그리고 내가 한 행동이 얼마나 네게
큰 상처를 줬을까란 생각에....깡소주 3병째네..ㅎㅎㅎ
내일 사장님한테 혼나겠다~
네가 이시간에 들어와서 웃고간다는거...나도 그렇구...
시련이 닥쳐도 농담하는 네가 오는 이곳에
이런글을 남겨본다....
효정아...돈은 있다가도 없고...없으면 벌면된다.
아직 우린 젊지 않니...
꼭...................꼭....................
이번엔 내가 포장마차에서 한잔 사고 싶구나........
꼭 사게 해주라..............................
꼭 전화줘..
우리 친구잖아..
나더러 그랬지? 글 잘쓴다고...
이런거...전화로해야하는데....
너무 속이상해 네게 헛소리만 한것 같구나
그거 다 진심아니야
친구야 정말 미안하고..연락기다릴께
꼭 연락주라.........
최정필이가 형제보다 진한 이효정이 에게......
기다리마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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