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은주 기자] 스물셋 아이유는 바빴다. 지난해는 데뷔 7년 만에 불어닥친 가장 큰 위기였다. ‘격동의 2015년’이라 불릴 정도로 골치 아픈 일들이 연이어 터졌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곡을 무단 샘플링한 의혹,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캐릭터의 성적 표현 논란, ‘스물 셋’ 뮤직비디오 롤리타 코드 논란, 악플러 강경 대응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이 터졌다. 과거 한밤에 올린 트위터 사진 사건보다 더 셌다. 연말이 가기 전에는 11살 연상의 동료 가수 장기하와 2년째 열애임을 인정하며 ‘국민 여동생’에서 ‘장기하의 여친’이 됐다.
여느 여가수가 이 정도 논란에 휩싸였다면 정신을 못 차렸을지도 모른다. 인기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그렇지만 아이유는 달랐다. 여러 논란이나 열애설이 터진 이후에도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직도 ‘핫한’ 스타다.
열애설이 터진 직후 출시한 네 번째 미니앨범 ‘챗셔(Chat-Shire)’는 각종 차트에서 ‘음원 줄세우기’ 진풍경을 빚어냈고, 방송 출연 한 번 없이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에서 1위에 올랐다. 이후 대만에 내놓은 히트곡 모음집 ‘스매쉬 히트(SMASH HITS)’는 현지 최대 온라인 음원 사이트 KKBOX 케이팝 일간 차트 정상에 연일 올랐다. 지난해 11월 21,22일 논란 끝에 열린 단독 콘서트는 호평을 얻었다. 연말에는 SBS ‘가요대전’ 홍일점 MC로 무대에 서며 대세 여가수임을 입증했다.
여러 논란이 터진 사건들의 중심에 선 데다 연상남과의 열애라는 핵폭탄을 터뜨렸음에도 흔들림 없는 인기라니. 이만하면 2010년대 가요사를 이끄는 솔로 여가수 중 가장 단단한 팬덤을 거느리는 스타임에 분명하다. 아이유가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마저도 소화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유라는 이름이 가진 힘은 열여섯 살에 데뷔한 이후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과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으로 기대감을 채웠기에 가능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굴곡을 지나면서 단단하게 다져졌다. 이로 인해 논란이라는 엄청난 파장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다.
팝 발라드 데뷔곡 ‘미아’를 통해 ‘무서운 신인’으로 주목을 받았던 아이유는 ‘부(Boo)’와 ‘마쉬멜로우’를 통해 스타성을 입증했다. 2AM 슬옹과 함께 노래한 ‘잔소리’가 크게 히트하면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후 ‘좋은 날’의 3단 고음은 ‘아이유 전성시대’를 예고했고 ‘너랑 나’까지 연속 히트하면서 다양한 팬층을 흡수했다. 이후에는 싱어송라이터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역량을 다지는 시기를 보냈다. ‘너랑 나’가 수록된 두 번째 정규 앨범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를 통해 ‘사랑니’ ‘티처(Teacher)’ 공동 작사, ‘길 잃은 강아지’ 단독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단순히 따라부르는 노래 혹은 안무에만 집중하는 여가수에 갇히지 않았다.
중견 가수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아이유의 인기 수명을 늘려준 비법이 됐다.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2013)’를 통해 양희은 최백호와 함께하며 음악적 성숙을 꾀했고, ‘꽃갈피(2014)’에서는 조덕배 김완선 이문세 등 시대를 풍미한 원곡을 통해 여러 세대와 감정을 교류했다. 김창완과 함께한 ‘너의 의미’를 통해서는 섬세한 표현력으로 중장년층까지 아우르는 힘을 확인했다. ‘소격동(2014)’을 통해서는 원조 아이돌 서태지에게 젊은 세대의 기운을 불어넣는 통로가 돼 주었다.
물론 다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번에 내놓은 네 번째 미니 앨범은 앞서 언급한대로 무단 샘플링, 가사 선정성 등 다양한 논란에 휘말리며 깊은 성장의 아픔을 겪었다. 그렇지만 아프지 않고 크는 성장은 없다. 현재의 논란만큼 미래의 발전을 기대하는 시선이 공존했기에 격려도 많았다. 싱어송라이터로서 확고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장기하를 연인으로 둬 아이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변화의 폭이 넓다는 것도 아이유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노래만큼 연기도 가능한 스타다. 지난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를 통해 정식으로 데뷔한 뒤 2년 만에 KBS 간판 주말연속극 ‘최고다 이순신’ 여주인공을 따냈다. 이후에도 ‘예쁜 남자’와 ‘프로듀사’까지 활약하며 배우로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