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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3423
    작성자 : WILL
    추천 : 16
    조회수 : 2065
    IP : 59.10.***.162
    댓글 : 34개
    등록시간 : 2016/07/26 02:02:42
    http://todayhumor.com/?wedlock_3423 모바일
    오래 고민하다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이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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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이 엄청 길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전부터 누군가와 상담을 좀 하고 싶었으나.. 어차피 결정은 저의 몫이라는 생각에 혼자 고민을 오래 했습니다.
    지금은 정말 낭떠러지에 다다른것 같아 제 힘으로는 극복이 안되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와 남편은 2008년에 만나 3개월 교제 후 결혼하였고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때도 남편의 다혈질 기질과 술을 잘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저도 욱하는 성질이 있고 술도 좋아하여 나름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2011년에 임신을 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남편은 벌이가 없고 저 혼자 벌고 있었는데 살림이 많이 버거웠던 터에 아이까지 생기니
    저는 조금 조급해져서 남편에게 일자리를 구해보라고 권했어요.
    남편이 다혈질인데다 남 밑에서 일하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해서 일자리는 구하지 못하고
    저에게 500만원만 대출 받아서 주식을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전에도 주식으로 많은 수익을 거둔 적이 있다고 해서
    저는 멍청하게 그렇게 하자고 하고 제 앞으로 500만원 신용대출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신용이 안됐어요)
    그리고 예상하시다시피 500만원이 1억 가까이 돼서 당시 살던 집을 팔고 빚더미에 앉았어요.
    그 빚을 다 갚지 못해 저는 개인회생 중입니다.
     
    그게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가 태어나고 첫돌 지날때까지 벌어진 일입니다.
    아이를 출산할때도 삶 자체가 너무 절망적이었고
    산후조리를 하면서도 컴퓨터 앞에 앉아 계산기를 두들기고 돈을 빌리러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다녔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라도 그만뒀다면 이지경까지는 안왔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이랑 싸우고 화도내고 죽어버리겠다고 협박도 하고 했지만
    남편은 심지어 저희 결혼반지와 큰맘먹고 산 맥북까지 전당포에 맡기고 주식에 매진하더군요.
     
    한번 싸우고나면 정말 반성하는 듯 아이에게도 엄청 잘하고 저에게도 엄청 잘하고 실제로 한 2~3주는 조용합니다.
    그리고 또 뒤통수를 치고....
     
    제가 개인회생까지 진행하게 되고 더이상은 돈나올 구석이 원천봉쇄되니 그만두더라고요
    그리고 진심으로 뉘우친다고 미안하다고 합니다.
     
    이건 돈 부분이고... 이 와중에도 결혼생활을 이어간건
    남편이 저와 아이에게 정말 잘합니다.
    아이에게 하는건... 내가 모성애가 없나? 싶을 정도로 저보다 훨씬 아이를 잘 돌봅니다.
     
    저는 아이낳고 백일 후부터 일을 했어야 했기에
    남편이 아이 씻기고 우유 먹이고 기저귀 갈고 다 했습니다.
    그러면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제가 유일하게 집에서 한 일은 화장실 청소 정도에요.
     
    아이를 얼마나 살뜰히 보살피는지 그당시 걷지도 못했던 아이를 데리고 유모차 끌고 하루에 두번씩 산책하러 나가고요
    공원에 가서 두시간씩 놀아주고 옵니다.
    지금은 저희 아이가 둘인데 지금도 그건 여전해요
    저는 게으르고 힘도 부쳐서 애 하나 데리고 마트 다녀오는 것도 큰 각오를 하고 나가야 하는데
    애 둘을 데리고 놀이터 가고 공원 가고 항상 하루에 한번 이상은 꼭 나갑니다. 비가 오지 않는 한...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이들을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었어요
    심지어 저희 애 없을 때, 앞집에 사는 아이가 며칠 내내 밤만 되면 울곤 했었는데 (그 아이가 그때 막 돌지날 무렵이었던듯?)
    술에 취해서 그집에 칼 들고 찾아가는걸 제가 맨발로 뛰어나가서 막았어요
    죽이려고 했던건 아니고 협박하려고 한거였어요
    앞에서 제가 다혈질이라고 한건 이정도 다혈질과 주사입니다.
     
    다혈질과 주사에 대해 에피소드가 엄청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또 다른 앞집에 사는 할머니가 집 앞 공용 도로에 화분을 내놓고
    매연때문에 화분 죽는다고 그 집 앞에 차를 못대게 하는데 동네가 주차 공간이 별로 없어서 주변의 미움을 사고 있었거든요
    그날도 술마시고 집에 들어오던 길에 그 집에 들러서 화분을 다 깨놓고 할머니가 나와서 항의하니
    할머니한테 마구 욕을 했다더라고요...
    사후에 그 할머니가 저희 남편은 무섭다고 해서 제가 가서 손이 발이되게 빌고 경찰까지 출동했던터라 벌금도 내고 했어요.
    다행히 화분은 고추, 상추 이런거여서 피해보상은 딱히 없었습니다. 제가 음료수랑 과일 사다드렸지요...
     
    맨날 주차 이상하게 하는 차가 있었는데 여러 차례 얘기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동네 주민..
    그 차도 술먹고 차 유리 각목으로 다 깨뜨려서 유리 싹 다 갈아주고 그 때도 경찰와서 벌금내고.... 등등..
    제일 심각한 것만 적었는데.. 이 외에도 사소한 것들이 많아요..
     
    그래도 술 안마시면 엄청 다정하고 세심하게 이것저것 신경쓰고 (저는 잊고 있는 기념일들을 한번도 안챙긴 적이 없어요)
    요리도 세계 각국의 요리 못하는게 없고..
    제가 사는게 극과 극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지옥에 떨어졌다가 천국에 사는 듯 했다가....
     
    문제는 또 둘째를 가지게되자 주식을 다시 시작했다는 거에요..
    이번에는 남편 신용이 좋아져서 자기 앞으로 대출을 받아 펑펑 썼지요
    앉아서 차분히 설명을 해보기도 하고
    따져보기도 하고
    그렇게 겪고도 모르냐 뇌가 없냐 머저리냐 있는 욕 없는 욕 평생 해본 적도 없는 욕 다 해보기도 하고
    했으나...
    결국 남편도 개인회생 들어가고나서 멎었습니다.
     
    현재 둘 다 개인회생 중이고
    갈 곳이 없어 저희 친정에 방이 하나 비어있어 거기에 네식구가 얹혀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장인 장모 눈치보며 아이 둘을 키우고 있고요 (큰애가 다섯살, 작은애가 두살.. 둘 다 어린이집 보내고 4시쯤 집에 옵니다)
    저는 직장 다니는데 업무 특성상 야근이 잦아 평일에는 애들 얼굴 보지도 못해요.
    지금도 내일까지 마쳐야하는 보고서때문에 야근중인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이 긴 글을 쓰고 있네요..
     
    지금 저희 문제는...
    제가 돈을 벌고 있고 남편의 전력때문에 금전 관리도 제가 해요.
    기저귀, 분유 같은 큰 돈 들어가는건 제가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남편에게 원래 일주일에 10만원씩 줬었는데.. (아이들 간식하고 하면 부족한 돈이에요)
    3개월 전 쯤 그마저도 2~3만원씩 빼서 투자하고 날리고를 반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은 요청하면 필요에 따라 2~3만원씩만 줘요.. 딴짓 못하게..
     
    저희가 지금 빚도 많고 제 벌이는 시원치않고 해서 돈을 많이 쓸 여력이 못돼요.
    그런데 남편은 저는 제 마음대로 돈을 막 쓰고 다니고 남편에게는 돈을 안준다고 생각하나봐요
     
    오늘 아침에도 아이가 소세지 먹고 싶다고 하니 제 카드를 들고 나가길래
    내가 토요일날 돈 준거 벌써 다 썼어? 하고 물어봤더니
    토요일날 고기사느라 만원쓰고 술 몇 병 사고 해서 지금 만삼천원 남았다고 하길래
    알았어. 그럼 내 카드 가지고 가. 근데 돈은 좀 아껴써야돼.. 우리 사정 알잖아
    했더니 더러워서 안쓴다고 자기 돈 들고 나가서 사오더라고요
     
    제가 잘못했죠.. 남편이 돈 허투루 쓴 것도 아니고 가족들이랑 저녁먹느라 쓴 돈인데 거기다대고 돈 아껴쓰자고 했으니..
     
    그래서 제가 출근길에 미안하다고 카톡을 보냈더니
    앞으로 니돈은 안쓴다, 니 돈 니 맘대로 다 써라.. 니 돈 필요없다..
    이런 식으로 답이 오네요.
     
    하...
    주말에 남편이 숯불 피워서 고기도 구워주고 해서 행복하게 보냈는데
    다음날 바로 지옥으로 떨어지네요
     
    제가 요새는 이런 스트레스들이 감당이 안돼요
    사회생활하니 그나마 버티고 있는건데 아마 주부였으면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이든 자해든 뭐 사고를 쳤을거 같아요
     
    2~3주에 한번씩 이렇게 심하게 싸우는데
    도저히 못버티겠습니다.
     
    제가 쓴 글이라 다 제 위주로 작성되어서 남편 잘못만 부각되어 보일 수 있을거 같은데
    저도 허구헛날 일한다고 맨날 야근하고 심지어 주말에도 출근하고 살림은 전혀 못도와주고 있고요
    성격도 까칠한 편이라 말을 예쁘게 하지 못해서 남편이 자주 화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글을 쓰면 많은 분들이 콜로세움 세우고 싸우고..
    사실 저희 형편을 100% 담아낼 수는 없고 저는 제 입장만 쓰게 되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글 쓰는걸 자제하고 혼자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는데 오늘 다 무너지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조언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만 심한 비난이나 욕설은 자제해주세요.
    그게 제가 되었든 남편이 되었든 여기에 댓글 달아주는 다른 분이 되었든.....
     
    글재주가 없어서 들쑥날쑥하고 무슨 말을 하는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출처 아침에 돈 때문에 싸우니 큰애가 "엄마 너무 슬퍼하지마, 내가 돈 많이 벌어올게" 하네요... 아직 다섯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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