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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일반 남학생들에 비해 꽤나 우월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아기처럼 뽀얀 피부에 주먹만 한 얼굴,
영화배우에 버금가는 갸름한 턱선, 커다란 눈망울에 높은 콧대 그리고 얇고 긴 팔다리를 보면
순정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생각난다. 처음 같은 반이 되었을 때, 민수의 외모만 보고 연예인을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수는 그런 외모가 무색할 정도로 비정상적이었다.
민수와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민수는 영락없는 변태사이코다.
학급에서 키우던 병아리의 머리통을 면도칼로 썰어 내거나, 학급친구들의 인형을 빼앗아 머리통을
뽑아내는 행동은 결코 정상정인 초등학생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사실 처음에는 친구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민수와 같은 반이 된 지금, 내가 보기에
민수의 잔인함과 폭력성은 초등학교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그것을 확신하는 이유는 최근에 민수와 내가 짝꿍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참 불행한 일이다.
오늘도 민수는 수업시간 내내 자신의 빨간 펜으로 교과서에 있는 인물들의 목을 도려내고,
뿜어져 나오는 피를 그린다. 실실 웃으면서 펜을 휘둘러대는 민수의 모습은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수업시간 내내 그 모습을 봐야 하는 것은 내게 크나큰 곤욕이다.
“조별로 숙제를 내주겠어요, 다음 시간까지 조별로 모여서 다음 시간에 배울 내용을 커다란 전지에 요약해 오세요, 꼭 조원 모두가 협력해서 하세요.”
머리가 지끈거렸다. 물론 옆에서 히죽거리며 사이코 짓을 하는 민수가 머리를 지끈거리는데 크게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선생님의 말씀이 신경 쓰였다. 조별숙제라니, 조별숙제라고하면 조원들이
모두 모여서 다 같이 하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나는 민수와 같은 조였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나와 같은 조인 지혜와 예나가 내 자리로 찾아왔다.
“민철아, 조별숙제 어떻게 할 거야?”
지혜가 내게 물었다.
“아, 몰라”
학교이외의 공간에서 민수를 봐야한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나는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으며 민수를
째려봤다. 민수가 정상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상당히 기복이 큰 녀석이다. 정상적일 때는 지극히
정상적이다가도 언제 사이코로 변할지 모른다.
“시간 끌지 말고, 오늘 하면 좋겠는데”
지혜 옆에 있던 예나가 입을 열었다. 예나는 민수만큼이나 우리 학교에서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여학생인데, 주변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연예기획사에서 명함을 받을 정도란다.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분명 눈의 띄게 예쁘게 생기기는 했다.
“오늘 하자고? 그것도 괜찮은데 시간이 될까?”
“난 괜찮아”
긍정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숙제는 빨리 해치우는 편이 좋으니까.
“나도”
민수도 옆에서 거들었다. 역시나 정상적인 말투였다.
“그럼 어디서 하지? 우리 집은 멀어서 곤란할 텐데”
“우리 집에서 하자”
민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민수를 쳐다봤다.
“괜찮겠어?”
내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나는 민수의 집에 가는 게 꺼림칙했다. 집에 가는 동안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민수의 음침한 방이 상상되어 불쾌했다.
“괜찮아, 우리 집은 학교에서도 가까운 걸? 수업 끝나고 다 같이 가자”
민수는 예나를 보며 명랑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저렇게 초롱초롱하게 보다니,
보기 드믄 민수의 모습이었다. 옆에 예쁜 여자가 있다고 이렇게 바뀌는 녀석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민수의 모습은 낯설었다.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고, 우리 조는 모두 모여서 민수를 따라 민수의 집으로 향했다.
민수의 말대로 민수네 집은 학교에서 가까운 편이었다. 비록 인적이 드믄 지역에 있는 집이었지만
영화에서 보던 저택같이 커다란 외관에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널따란 정원에는 돌길을 따라 풀과 꽃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하얀 울타리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저택 옆에는 커다란 창고도 있어, 더욱 집이 커보였다.
“이 집이 진짜 너네 집이야?”
예나가 놀라서 커다래진 눈으로 민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응, 빨리 들어가자”
민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우리는 꽃으로 장식된 돌길을 걸어 현관에 다다랐다.
현관 역시 꽤나 기품 있게 장식되어 웅장해보였다.
“쿵, 쿵, 쿵!”
민수가 문을 거세게 두드리며 말했다.
“엄마 저 왔어요.”
“철컥”
문이 열리고, 안에서는 얼굴을 천으로 감싼 누군가가 나타났다.
눈조차 천으로 덮은 그 사람은 민수를 보며 말했다.
“어, 민수니? 뒤에는 누구?”
얼굴을 천으로 감싼 그 사람은 민수의 어머니인 듯했다.
“아, 친구들이에요. 조별 숙제 때문에 방으로 올라갈게요. 맛있는 것 좀 가져다주세요.”
민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우리를 데리고 자신이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민수네 집의 내관은 외관만큼이나 훌륭했다. 도대체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사는 녀석이 어째서 이상한
짓을 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우와, 민수네 집 진짜 크다”
지혜가 민수의 방에 가방을 풀며 말했다.
“전혀 몰랐어, 이렇게 잘 사는지”
예나 역시 감탄하며 말했다.
“뭘, 그냥 그렇지. 그럼 숙제나 해볼까?”
민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는 그런 민수의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면서 흡족해하는 민수의 역겨운 표정연기도, 민수의 괴팍한 성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민수의 커다란 집과 민수의 외모에 반해 감탄을 연발하는 여자애들도 보기 싫었다.
“똑, 똑”
닫혀있던 방문으로 누군가 노크를 했다. 문이 열리고 민수의 어머니께서 음료와 간식거리를 가져 오셨다.
물론 민수의 어머니는 아직도 머리에 천을 감싸고 있었다.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음료를 나눠주며 말씀하셨다.
“우리 민수가 참 부족한 아이인데, 학교에서 잘 좀 대해줬으면 아줌마가 정말 좋을 거 같다. 혹시나 우리 민수가 이상한 행동하면 잘 타일러줘, 알겠지?”
“네”
우리의 대답을 들은 어머니는 흡족해하시며 방문을 나섰다.
“그럼 맛있게들 먹고, 숙제 열심히 해”
“네, 잘 먹겠습니다.”
민수의 어머니가 나가시고, 민수에게 어머니가 왜 얼굴을 가리시는지 묻고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 거 같아 포기했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가져다주신 오렌지주스를 들이켰다.
달콤한 오렌지주스의 뒷맛이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서로 잡담도 하고, 숙제도 하면서 꽤나 시간이 흘렀다.
“민수야, 화장실이 어디야?”
지혜가 물었다.
“2층에 복도 끝에 가봐,”
“응, 고마워”
“지혜야, 나도 같이 가자”
예나는 화장실을 가는 지혜를 따라나섰다.
둘이 나가고 방안에 민수와 단 둘이 남게 되자 뭔가 어색해서 아무 말이나 집어던졌다.
“여자애들은 왜 화장실을 같이 가나 모르겠어? 그치?”
“그러게”
내가 생각해도 참 영양가 없는 말이었다. 나는 어색함을 못 견디고 일어나서 민수의 방을 구경했다.
내 동생과 내 방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방의 크기에 부러웠지만 나름 아담한 방이 좋다고 합리화를 했다.
고개를 돌리자, 민수의 침대 맡에 놓인 유리로 된 상자가 보였다.
그곳에는 조그만 거북이 한마리가 들어있었다.
“이야, 거북이 네가 키우는 거야? 목 진짜 길다”
나는 거북이의 늘어진 목을 보며 중얼거렸다.
“거북이가 머리를 내밀었다고?!”
순간 민수가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그러더니 나를 밀쳐내며 상자 앞으로 다가섰다.
덕분에 나는 옆으로 밀리며 의자에 쓰러졌다.
“무슨 짓이야?”
“잠깐!!”
순간 민수의 표정이 변했다. 사이코 짓을 할 때의 그 표정이었다. 민수의 돌변한 모습에
몸이 굳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민수는 오른손의 검지와 엄지로 거북이의 머리를 잡아 모가지를 억지로 쭈욱 빼냈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책상을 더듬더니, 이내 날이 시퍼런 가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쭉 뽑아낸 거북의 모가지에 가위의 양날을 갔다댔다.
끔찍한 광경에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민수는 히죽 웃더니, 외손아귀에 힘을 바짝 주어 가위를 눌렀다.
“찌억”
괴상한 소리와 함께 거북의 머리가 잘려나갔다.
거북의 모가지에서는 거무죽죽한 피가 걸쭉하게 흘러내렸다.
민수는 왼손에 쥐고 있던 피 묻은 가위를 침대에 내팽겨 쳤다.
그리고는 거북의 잘려나간 머리통을 보며 헤죽거렸다.
잘려나간 머리통에서 거북의 두터운 눈꺼풀이 껌뻑거렸다.
“꺄악!!!”
순간 바깥에서 지혜와 예나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방문을 잡았다.
“퍽!”
뒤통수에서 커다란 충격이 왔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민수의 손에 깨진 유리컵이 보였다.
서서히 정신이 아득해졌다.
눈을 뜨자, 끔찍한 몰골이 보였다. 살갗은 썩어 문드러졌고, 얼굴 곳곳에는 고름이 돋아 있었다.
그 흉측한 얼굴을 본 나는 숨을 헐떡거렸다.
“헤엑,,”
“어, 민철아, 일어났구나?”
민수가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표정은 여전히 사이코 같은 표정이었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온몸이 꽁꽁 묶여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민철아, 고마워 덕분에 거북이 머리도 잘라냈어. 평소에는 겁먹어서 고개를 내놓지 않는 녀석이었거든 크크크”
민수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내 앞에 뭔가를 던졌다. 잘려나간 거북의 머리통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에는 모가지가 잘려나간 머리통들이 벽에 걸린 채, 전시되어 있었다.
강아지대가리며 새대가리며 고양이대가리며 심지어는 사람까지.
“엄마, 누가 예쁘냐니까?”
민수가 그 흉측한 얼굴을 한 사람에게 말했다. 어머니인 거 같았다.
“흠, 이쪽이 더 예쁘다”
그 흉측한 얼굴을 한 어머니는 기절해있는 예나를 가리켰다.
순간 민수가 커다란 도끼를 집어 들더니 예나의 모가지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잘려나간 예나의 머리통은 피를 분수같이 뿜어내며, 땅에 통통 튀이더니
민수의 어머니 발 앞에 뚝 떨어졌다. 어머니는 예나의 머리통을 집어 들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예쁘네, 옛날 내 모습보다는 아니지만 호호호”
기분 나쁜 웃음소리였다.
“엄마가 더 예뻐”
“근데 쟤는 어떡할 거야?”
민수의 어머니가 흉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거북이 모가지 자르는 것도 도와줬는데 살려줄까?”
민수가 중얼거렸다.
“저기 장식하면 딱 좋겠는데”
민수 어머니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는 누르스름한 빛을 뿜은 전구가 있었다.
“응, 그러면 좋겠다. 엄마”
민수는 내 앞에서 도끼를 고쳐 쥐었다. 그리고는 도끼를 높게 들었다가 내 모가지를 향해 내리찍었다.
그날 밤, 민수네 창고 안, 누르스름한 전구의 빛이 내 입에서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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