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네이트판에서 본글인데 생각나서 올려봄
할일 없는 일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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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먹고 카트라이더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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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트랙을 돌고 돌고 또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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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심장은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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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빌리지 손가락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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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해서 7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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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찌를 가진 방장은 기어이 풀방을 해야겠다며 한 명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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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초 후 그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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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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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 사람과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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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긴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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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모두 긴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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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 ㄹㄷ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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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바짝 긴장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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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 : ㄹㄷ 해 강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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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속 긴장하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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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카운트 다운이 시작 되어도 계속 경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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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바싹 긴장해서 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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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염통에 각 확실히 잡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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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뷍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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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레벨은 파란장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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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의 실력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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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시절부터 스피드를 전문으로 플레이한 고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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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잘 하길래 긴장을 바짝 하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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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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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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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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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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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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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8등으로 치닫는 그의 순위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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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떠오르는건 바로 이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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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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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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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유롭게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선두권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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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쫄깃쫄깃해 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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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막자에 선두권 4명이 지름길에 모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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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프로를 탄 무지개는 몸싸움에 부대끼다 담너머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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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빠져 나가자 그는 순간이동을 했고, 그 덕에 나도 빠져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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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건물쪽으로 진입할 때 쯤, 그는 집 안 한 가운데 당당히 서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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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로 빠져나갔던 우리는 2층에서 떨어져서 탱탱볼처럼 튕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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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행운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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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네가 막는다면 난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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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부스터를 쓰고 그에게 달려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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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몇번 거리를 재느라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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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를 수직상승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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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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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기록 2분 10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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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부터 ret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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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2층 올라간 새퀴들, 긴장하라고 했어 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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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우 강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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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생새퀴야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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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긴장하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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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쳐 저런새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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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차없이 강퇴를 당했고, 난 참 별난 막자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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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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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그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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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에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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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담이 싸늘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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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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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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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은 빌리지 손가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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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계급은 어느새 빨간장갑이 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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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빠싹 긴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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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경고한다. 긴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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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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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다 걱정되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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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ㅋ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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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지없이 엄청난 막자 신공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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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프로에 고글에 **페인트, 사탕 풍선에 이모티콘 번호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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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썩어나는 부르주아 백수인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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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바퀴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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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긴장에 도가니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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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것은 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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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를 못 뚫으면 난 본전도 못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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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그의 앞에만 서면 한 없이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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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옥탑방에 사뿐히 안착했고, 한 명은 선두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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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둘째바퀴에서 간격을 많이 **놓은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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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가 골인하면 전원 리타이어 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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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중생구제 그가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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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자 안하고 왜 달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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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는 사람들의 완주를 위해 결승선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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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그는 그의 뒤통수를 쥐어박아서 강제로 골인을 시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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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개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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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와 뒤따라오는 사람들, 또한 나 까지도 긴장을 풀고 있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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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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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갑자기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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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친구 요청을 하였고 같은 방에서 게임을 몇 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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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막자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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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구사하는 기술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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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기 : 순간이동 2중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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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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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뒷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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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을 통과하지 않고 그냥 도는 사람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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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을 맞춰 후진하여 길을 막거나 각을 틀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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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옥탑방디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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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경험해 봤을테지만 3명 연속으로 2층 띄우는것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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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카트 한 번 더 들이받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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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손안대고 코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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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자가 한 명 더 있는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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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막자는 집 중앙에 서 있었고 그는 그 뒤에 건물 밖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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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돌진해 오자 그는 부스터를 써서 그 막자를 쳐 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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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타이밍 빠르게 돌진해 오는 막자를 피하기는 사람들에겐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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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3대가 절묘하게 부딪치는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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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그는 당구500 이상이거나 물리학과 전공일 가능성이 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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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뒤에서, 비실비실 기어나오는 카트들을 한 번 씩 더 박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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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끝 난 후 , 난 그와 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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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나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대화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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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가 막자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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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유는, 어려운 길을 택하지 않고 지름길만 찾으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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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현대인의 습성을 바꾸어 주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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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지름길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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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같은 도시에서 긴장을 하지 않고는 당한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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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게 그가 하고 싶던 말인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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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막자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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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막자 경력은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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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손 하나 때부터 임시 라이센스를 구입하여 L3에서 막자를 해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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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시에는 그랑프리에서 꾸준히 빌손 막자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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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고있는 지금은 0 GP 의 압박으로 인해 그랑프리 접속이 불가능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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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왜 세이버 프로를 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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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자를 하기에는 콜라카트나 솔리드프로가 더 낫다는건 인정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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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가 세이버 프로를 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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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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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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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을 푼 순간, 네 앞에 서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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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는 내 가슴속에 깊이 남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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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카트를 하는 지금도 한 판 한 판을 긴장속에서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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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주황색 디지니만 보면 아이디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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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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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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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공기 좋냐? ( <= 대박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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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긴장하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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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같은거 없어. 다 막으니까 긴장해.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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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도 긴장 풀지 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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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보내준다. 최고가 아니면 도태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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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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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 웃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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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말고 막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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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 끝나고 중생구제가 갑자기 페인트를 바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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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어우 막자 강냉이. 방장님 @@@@ 강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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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막자 강퇴당하고 게임 시작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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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구제 : 긴장해라. 특히 방장 너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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