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해와 배려가 없는건지,
친구가 변한건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결혼한 지 몇 주 안된 새댁이고~
제 친구는 결혼해서 애가 4달 정도 되었어요.
다른 친구와 함께 저희 3명은 대학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단톡방에서 미친듯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서로 생활을 공유하기도 해요.
편의상 애기엄마인 친구를 S, 다른 친구를 K 라고 할게요.
제 결혼식이 가까워오자
친구 S와 K는 선물을 주려고 했었나봐요.
딱히 필요한 게 생각나지 않아서
결혼후에 필요한 게 생기면 그때 얘기하기로 했었어요.
엊그제 근무하다가
월요일이 휴무라는 걸 확인하고
오랜만에 친구 S를 만날까 하여 전화했었어요.
K는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서
S가 선물을 먼저 사주고 금액을 반반씩 나누기로 했었나봐요.
저 : 내일 휴무야~ 우리 만나자 ㅋㅋㅋ 소셜 쿠폰 사서 점심 먹어도 되고~
아니면 외식할인쿠폰 있는 곳으로 가도 돼.
친구 : 그래 그럼 점심 먹고 니 선물 보러 다니자~
저 : 언제 어디서 만날지는 월요일 아침에 다시 전화해서 정하자. 나 늦잠도 자고 싶어~
친구 : 그러자~
하고 전화를 끊었고
월요일에 저는 아침 9시 반쯤 눈뜨자마자 친구한테 전화해서
어디서 언제 볼까~ 라고 통화했어요.
저희 친정집 근처에 식당가도 많고 선물 둘러볼 수 있는 건물도 있어서
그럼 친정집에서 보기로 했고
약속 시간은 1 시쯤으로 정했어요.
오전 시간이 좀 여유롭게 남길래 저는 그럼 친정 엄마와 목욕을 다녀오겠다고 했구요.
저희 집 좀 치우고 친정집 근처 목욕탕에 갔다가
12시 반에 나와서 화장하고 머리 말려서
부랴부랴 1시 안에 친정집으로 왔어요.
제 멘붕은 여기서부터예요.
1시가 다 되어 가는데..
친구가 연락이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연락이 없었어요.
마침 다른 친구 K 가 단톡방에 뭔가를 물어보길래 제가 대답해줬고
그 톡 알람이 울리는 걸 봤는지 S가 카톡을 보더니
- 나 쫌 늦어.
라는 말만 남기는 겁니다.
처음엔 장난으로 받아줬죠
- 이냔이
하고 카톡을 보냈는데 안 보더라구요.
그리고 1시 15분쯤 다시 톡이 오더군요.
- 애 데려가려고 카시트 사서 조립하고 났더니 이 시간이야
- 그리고 애 우유 먹일 시간 돼서 먹이고 가야겠다
1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1시 15분에 일방적으로 늦겠다는 통보식의(?) 카톡을 하다니..
늦을 것 같으면 미리 말이라도 해주지..라는 서운함이 밀려 오더군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이런 식의 통보뿐이라니 좀 어이없기도 했어요.
그래도 저는 서운한 거 티 안내고
- 아직 출발도 안했어?
- 엄마랑 목욕 끝내고 허둥지둥 왔드만
- 그럼 밥 먹고 볼까?
하고 물어봤는데 카톡을 또 안 보더라구요.
저는 아침도 안 먹은 상태에서
목욕을 다녀와서 허기도 지고..
차라리 각자 밥을 먹고 만날까 싶었거든요.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는데
친구는 전화를 또 안 받았어요 ㅡㅡ
그래서 계속 멍하니 기다리다가
1시 30분이 다 되어 가길래
폰을 봤더니 아직도 카톡을 안봤더군요.
- 너 정신 없이 바쁜가보다
- 다음에 볼까?
- 다음 주 휴무 나오면 다시 연락할게
- 우리 다음에 봐~
라고 카톡을 보내놓고 보니
폰 배터리가 거의 없어서
친정집 안방에 충전시켜둔 후
주방에서 엄마랑 집안일 하고 쿠키같은 것 좀 먹고 안 방으로 돌아왔어요.
2시 정도에 폰을 보러 왔더니 부재중 전화와 카톡이 와 있더라구요
- 너 만나려고 카시트 사고 지금 나왔는데 담에 만나자니
- 우유 먹이고 나왔는데
- 전화도 안받고
- 애기 짐싸서 나오는거 쉬운 일 아닌데
- 이렇게 약속 취소하고 너무해
- 전화 안 받은 건 미안한데 애기 우유 먹이느라 어쩔 수 없었어
라는 카톡이 1시 51분에 와 있었어요.
그래서
- 약속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출발도 안한 것 같고
- 정신없어 보여서 그랬다
- 너랑 애기 본다고 엄마도 기다리시는데 언제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라는 말을 했죠
그랬더니
- 애기랑 짐 싸서 11시 반에 나왔다
- 카시트 사서 조립하고 애기 우유 먹이고 그런 걸 나 혼자 다 해야 하느라 힘들었다
- 너 목욕 갔다 오는거 기다려주고
- 우유 먹이고 간다고 톡했고 출발 다 했는데 전화 안 받았다고 좀 늦었다고
이런식으로 취소하는건 아니잖아
- 나 오늘 진짜 뭐한거냐
- 나랑 점심 먹는 약속 아니었어? 엄마랑 먹는 약속이었어?
이렇게 다다다다다 톡을 보내면서 화내더라구요.
- 카시트 오늘 산 건지도 몰랐네
- 너는 나 목욕간 거 기다렸다고 하는데.. 그럼 어차피 오전에 바로 만나자고 해도 못 나왔겠다
- 당연히 너랑 점심 먹는 약속이었는데 너 우리집쪽으로 온다니까 엄마도 애기본다고 기다리셨던거야
- 애 키우느라 많이 힘들거 알아 나는 안 겪어본일이라 더 모르는거겠지
하면서 달래긴 했는데 솔직히 저도 화가 나더라구요.
하지만 친구는...
제가 달래주니 좀 풀렸는지 곧바로 다시 만나자고 하더라구요.
그 감정 상태로 만나면 분위기 안 좋을 것 같아서
제가 그냥 다음에 보자고 했어요.
저는 생각하면 할수록 더 멘붕에 빠져들었어요..
친구가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해줄 줄 알았거든요.
근데 미안하다는 말을 안하니
사실 제가 더 기분이 상하기도 해서
나중에는 다시 만나기 싫어진 것도 있었어요.
저는 아직 결혼한 지 얼마 안돼서
아기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큰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몰라요.
근데 아기를 키우면
무조건 이해해주고 배려해줘야 하는건지 그것도 모르겠네요.
애기 짐 싸서 나오는거 쉬운 일 아닌데, 라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화가 제일 많이 났네요.
쉬운 일 아니라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약속시간에 저렇게 늦을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먼저 전화를 해준다거나, 양해를 구한다거나 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지도 않았거든요.
마치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까
주변에서는 나를 당연히 더 이해하고 배려해야 해, 라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슬슬 친구 사이 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제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요 ㅠㅠ
다 쓰고 나니
넋두리를 참 복잡하게 했네요...;;;
마무리 어떻게 하지..
그럼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