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로 올라와 자취하면서 대학다니는 중인데
엄마가 날마다 전화해서 너 때문에 온 가족이 희생한다 너무 힘들다 등등
넋두리를 하십니다.
아빠가 중학교 교사라 정기적인 수입은 있는데 
사정상 아픈 사람도 많았고 나가는 돈이 많았던 가정이었거든요.
또 알바 한다고 하면 욕을 하십니다.
저희 엄마 성격이 원래 그래요. 어릴 때부터 엄마 때문에 힘들겠다
엄마가 너를 정말 사랑하나보다ㅎㅎㅎㅎ 이런 소리 많이 들었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친구가 생기면 엄마가 친구를 붙들고 놓아주질 않고
집에 데려와도 친구는 저랑 놀 수가 없었어요. 엄마의 질문세례에
제 친구 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하면 부담스러운 질문에
우리 ㅇㅇ이랑 어제는 왜 집에 같이 안왔니 등등..30분 넘게 통화를 하셨어요.
저는 점점 따돌려졌구요... 친구를 사귀는 것도 내가 할일은 아닌 것처럼 생각되었고
고등학교를 조금 먼 곳으로 가서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엄마가 저를 때리고 욕했던 게 꿈에도 나와서 울면서 눈을 뜬 적도 있어요.
엊그제는 어버이날이었는데 하필 그날 침대에 누웠는데
전신이 마비되면서 엄마의 악쓰는 소리가 계속 환청으로 들렸어요.

오늘도 전화해서 그럴거면 내려오라고 협박하시고 연속으로 몇번을 전화해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시는 거예요. 과제하다가 무슨 내용 쓰려고 했는지
까먹을 지경입니다.
제가 살아온 이십몇년 인생 동안, 엄마가 저를 정말 사랑한다는 건 알지만
엄마의 다혈질과 집착으로 얼룩진 인생이었어요.
엄마는 항상 저를 낳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반복하시고...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저도 엄마를 사랑해요. 그런데 엄마가 입을 열고 저에게 
눈빛을 돌리는 순간 저는 엄마를 증오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네 엄마 왜 그래'라는 소리를 들었던 수많은 기억들...
정말 벗어나고 싶어요. 저희 집 사정도 안좋은데 등록금에 방세에 식비 생활비까지
저 정말 저희집 등골 빼먹고 있는 거 맞습니다.
자식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식이 등골을 빼먹는다는 개념을 강하게 갖고있고..
어딜 가든 내 딸이 서울의 모 대학을 다니는데
선생 월급으로 너무 힘들고 어쩌고...엄마는 누구든 붙잡고 놔주질 않습니다.
엄마에게 취조당했던 과거의 친구들의 심정이 너무 이해가 가서
저는 아이들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어요. 그 덕에 항상 혼자 지내는 아이였지만...
전에 만났던 남자친구가.. 제가 살면서 딱 한번 술에 취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울면서 엄마가 때렸다고 했다고 합니다. 남자친구니까 때렸다고 했겠지요?
사실은 발로 엄청 밟히고 꼬집히고... 다혈질에 희생되는 삶이었어요

그냥 벗어나고 싶어요. 현재의 상황에서 그리고 그보다 더 강한 과거의 기억에서
그러려면 큰 결단이 필요하겠지요. 번호도 바꿔야 할테고 부모도 몰라보는 미친년이라고
욕도 많이 먹을테고 싼 방을 구해야 할테고 휴학하고 등록금도 벌어야 할테고
그 모든 것을 할 자신은 있어요. 어차피 휴학하고 연극도 해보고 싶었고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떨어져 살면 엄청 좋을 줄 알았는데... 역시 경제적인 독립이 진정한 독립인가봐요..
제가 너무 늦은 결정을 내려서 모든 게 무너지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