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읽은 책들입니다.
장르가 편향되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입니다.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잖아요........... 라고 해도 최근 몇 년은사계절 내내 추리소설에 꽂혀 있는 듯)
치아키의 해체 원인
: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치아키가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나름대로 추리하는 이야기인데요,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편집입니다.
다만, 특이한 건 책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해체와 관련된- 즉, 토막살인이라는 거죠.
하지만 주인공의 성격이 태평하고 유쾌해서 토막살인이라도 해도 전혀 무서운 분위기는 없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이 단편들이 각각의 역할을 하며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져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두운 범람
: 이 역시 단편집입니다.
그런데 내용이 가물가물하네요. 월초에 읽은 탓일까요?;;;
그래도 끝까지 읽었다는 데서 무난한 이야기의 추리소설이었던 모양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 이건 지난 달에 어느 한 분께서 추천해 주셔서 읽게 되었는데요,
탐정이나 형사가 주인공이 아니라 부검의가 주인공인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챕터마다 각각의 사건이나 사연이 있는 시신이 등장하고,
법의학의 권위자인(그러나 괴팍하고 마이웨이인?) 교수님의 부검으로
사건이 진실을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연관 없어 보였던 시신들이 끝에는 하나로 합쳐져
반전(이라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는 결말을 만들어 냅니다.
얼마 전에 재미있게 봤던 MBC의 검법남녀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고,
개인적으로 한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괴팍한 성격의 주인공을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일곱 가지 이야기
: 주인공인 여대생이 어느 날 '일곱 가지 이야기'라는 책을 사서 읽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무척 인상 깊게 읽어서 작가에게 팬레터를 보내죠.
팬레터에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아주 소소한) 일들을 써 보내는데,
작가로부터 답장이 옵니다. 그 미스터리에 대한 해결과 함께요.
그렇게 주인공은 작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책 속에 등장한 (주인공이 구입한) '일곱 가지 이야기'라는 책의 내용도 챕터마다 등장하는데,
이게 또 현실에서 발생한 미스터리와 연관이 있습니다. (복선일 수도 있구요.)
설명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지만;;;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고 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야기의 참신한 구성이나 주인공의 성격, 툭툭 튀어나오는 작은 유머, 따뜻한 분위기,
편안한 문체, 그런 것들이요.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그녀가 죽은 밤
: 맨 위에 있는 '치아키의 해체 원인'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시리즈물입니다.
추리소설 같은 경우 취향에 맞는, 혹은 좋아하는 분위기의 책을 찾는 게 쉽지 않아
웬만큼 무난하게 읽은 책들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는 편입니다.
치아키의 해체 원인이 단편 모음이었다면, 이건 장편인데요-
주인공인 치아키와 그의 친구들이 어느 날 밤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무난했습니다.
맥주별장의 모험
: 이것도 역시 '치아키의 해체 원인'과 같은 시리즈입니다.
산 속을 해메던 일행들이 별장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별장이 좀 이상합니다.
1층에 덜렁 침대 하나, 2층 벽장 안에 냉장고, 냉장고 안에 맥주 99캔.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별장입니다.
주인공과 친구들이 '이곳에 왜 이런 별장이 있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가설을 세우고, 반박하고, 무너뜨리고, 다시 가설을 세우고, 재반박...
이런 구조라 전작들보다는 재미가 조금 덜했습니다.
나선계단의 앨리스
: 위에 언급한 '일곱 가지 이야기'를 읽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다가
읽어 보게 되었는데요-
중년 남성이 조기 퇴직을 하고 탐정사무소를 차린 뒤,
의뢰를 받은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첫날 조수로 앨리스와 닮은 여자아이(라고는 해도 성인이지만)가 오는데요,
주인공은 탐정 아저씨이고 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거의 조수인 앨리스입니다.
이걸 읽고 나서 문득 앨리스 이야기가 읽고 싶어져서
지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중입니다.
유리 기린
: 이것도 '일곱 가지 이야기' 작가의 작품입니다.
일곱 가지 이야기가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이야기라면,
이건 그보다는 조금 우울한 분위기의 이야기였어요.
그렇다고 음울한 것까지는 아니고, 우울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한 여고생이 집으로 돌아가던 중 묻지마 살인을 당하는데,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살해 당한 여자아이의 친구, 선생님, 부모님 등등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엮여서 마지막의 범인을 밝히는 부분까지 이어집니다.
범인이 밝혀질 때는 조금 싱거운 기분이 들었지만,
제 생각에는 범인을 밝히는 것보다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상처, 트라우마, 그리고 성장이 주요내용인 듯합니다.
가볍게 읽을만 했습니다.
서장 다나카 겐이치의 우울
: 주인공 다나카 겐이치는 작은 도시의 서장으로 발령을 받는데,
그는 고시출신의 엘리트 관료라 현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어차피 다시 중앙으로 갈 테니 서장으로 있는 동안 도장이나 잘 찍어주자,
라는 모토로 근무하는 프라모델 마니아입니다.
그런데 그가 가끔 툭툭 던지는 혼잣말을(전혀 사건과 관련 없는, 혹은 프라모델과 관련된) 듣고
부하들이 "아! 그렇군요!" 하며 범인을 잡아오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뭐지 싶으시죠? 읽는 동안 저도 그랬습니다.
읽다가 웃음이 터졌는데, 웃긴 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였습니다.
형사들을 무서워하는 백면서생인데, 도망가다 테러범을 잡고, 연쇄살인범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하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웃긴 것 같기도 하고...
해바라기를 사랑한 비운의 화가 반 고흐
: 저는 화가들 중에 고흐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도서관에 갔다가 새로 나온 책이 있길래 두껍지 않은 분량이라
대번에 뽑아 들고 자리를 찾아 읽고 왔습니다.
음... 고흐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지만,
화가에 대한 책은 그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를의 밤의 카페테라스>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제가 고흐의 푸른색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미술이나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고흐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외롭고 쓸쓸한데도 따뜻함이 느껴져요.
여러분은 어느 화가를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