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카다록에 인쇄된 출력만큼 안 나와주는 현상을 시쳇말로 '뻥마력'이라 한다. 카다록에선 172마력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후련하지 않아서 거짓을 의미하는 '뻥' 소리를 듣는다.
<카미디어>에서는 '뻥마력'의 진실을 탐구하기 위해 간소한 실험을 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 중 하나인 현대 쏘나타 2.0, 이와 비슷한 출력을 내는 폭스바겐 파사트 2.5(가솔린)를 계측 장비에 올렸다. 두 차 모두 가솔린 엔진에 일반적인 자동변속기가 달려 있고, 쏘나타는 172마력, 파사트는 170마력이다. 또한 쏘나타는 '뻥마력' 소리를 꽤 듣는 편이지만, 파사트에는 그런 구설이 붙지 않는다.
두 차를 번갈아 마력을 측정했다. 자동차 회사에서는 엔진을 뚝 떼서 '엔진 마력'을 측정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바퀴를 롤러에 올려 '휠 마력'을 측정했다. 통상적으로 엔진의 힘이 변속기와 조인트 등을 통해 바퀴에 오면서 15~25% 정도 손실된다. 여기에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10% 정도 추가 손실이 예상되기도 했다. 참고로 자동차 회사에서는 뽀송뽀송하고 무덥지 않은 실험실에서 마력을 측정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쏘나타는 122마력(30% 손실), 파사트는 124마력(27% 손실)을 찍었다. 파사트보다 출력이 적게 나오긴 했지만, 쏘나타의 '뻥마력'은 생각처럼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고 출력이 나오는 지점이 문제였다. 파사트는 4천5백 알피엠에서 124마력을 찍었지만 쏘나타는 6천 알피엠이 넘어서 122마력을 찍었다. 쏘나타의 최대 마력은 너무 멀리 있었다.
실제 회전력을 의미하는 '토크 영역'도 꽤 달랐다. 파사트는 2천 알피엠 부근부터 20kgm 정도의 토크를 지속적으로 끌어내는 반면, 쏘나타의 토크는 서서히 올라가다가 4천5백 알피엠을 넘어서면서 16kgm을 겨우 찍었다.
▲ 쏘나타와 파사트의 최대 마력은 비슷했다. 하지만 쏘나타의 최대 마력은 너무 멀리 있었다
운전 중 자주 사용하는 2천5백~3천5백 알피엠 사이에서 쏘나타는 파사트에 비해 20마력 정도가 적게 기록됐다. 이것이 일상 주행에서 20마력 정도 적은 차로 느끼게 되는 이유이고, '뻥마력'의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모 대학 공학교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엔진 기술은 스펙 올리기(카다록에 인쇄되는 최대 마력 올리기)에 치중한 흔적이 보인다"며, "보다 실질적이고 세련된 엔진 셋팅이 아쉽다"고 말했다. 참고로 모 교수를 비롯, 여러 권위자들은 현대자동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의 여러 관계 및 제자들의 취업과도 연관이 있어 실명을 드러내길 꺼려했다.
한편, 이번 실험에서 쏘나타의 '뻥연비'에 관한 힌트를 살짝 포착하기도 했다. 파사트는 가속패달을 끝까지 밟아도 14.5:1의 혼합비를 유지하며 연료를 아꼈지만, 쏘나타는 가속패달을 깊이 밟으면 연료를 짙게 분사하면서 혼합비를 10:1 수준으로 뚝 떨어트렸다(그래프 아랫부분 참고). 가속패달을 살살 밟으면 어느 정도 연비가 나오지만, '꽉' 밟으면 필요 이상의 연료를 분사하며 연비를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쏘나타의 '뻥연비'에 관한 진실은 조만간 보다 면밀한 측정을 통해 밝혀낼 예정이다. 도움이 될만한 제보를 아래 이메일로 보내주길 바란다.
>> 자동차의 마력 측정은? 공인 기관에서 측정하진 않는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정한 기준에 의해 온도와 습도가 최적에 맞춰진 자사 실험실에서 흡-배기 계통을 포함한 엔진만 돌려 측정한다.
>> 연비 측정은? 역시 공인 기관에서 측정하지 않는다. 자사의 실험실에서 측정하고 공인기관에 서류를 넘겨 승인 받는 식이다. 연비 측정은 계측 장비에 올려 측정한다. 총 40여 분 동안 일정 모드에 의해 가속과 감속을 하며 측정하는데, 이 때 급가속이나 급제동 구간은 별로 없다. 가속패달을 '꽉' 밟지 않고 연비를 측정한다는 얘기다. 쏘나타는 '꽉' 밟지 않고 살살 운전하면 연비가 괜찮다. 하지만 가속패달을 깊숙히 밟으면 연료가 많이 분사되면서 연비가 불량해진다. 반면 파사트는 그런 현상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섀시 다이나모는? 차를 롤러에 올려 바퀴가 구르는 힘을 측정하는 장치다. 변속기를 통한 동력 손실, 기온과 습도에 의한 손실, (달리면서 측정하는 게 아니므로) 엔진의 과열에 의한 손실, 그리고 주행안정장치 및 특수제어장치 등으로 인한 손실과 오차가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