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학교에서 후배에게 밥을 사주면서, 식당에서 티비를 보니....
가슴이 저리고 뒷머리가 찡해서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습니다.
어제 여의도에 안계셨던 분들께 참여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립니다.
어제 시위의 주체는 특정 단체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촛불을 보며, 뇌사모라고 또 지랄한다고 욕하시는 분들.. 모두 저와같이 평범한,
국민들이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시민단체분들이 속속 도착하긴 했지만,
어제 집회는 지금까지와는 정말 달랐습니다.(전 처음이지만, 저같이 처음 온 사람들이
많았고, 옆에있는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사람들이 점점 모이자, 전경들의 수도 늘어났습니다.
물리적 충돌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제밤, 상당히 춥더군요.. 바람도 많이 불고.. 이때, 모여서 떨고있는 시민들을 위해
전경차(철사망 달린 버스 아시죠?)들이 바람막이를 해주더군요..
중간에 발언자로 나온 명계남이 그럽디다.
"여러분, 아까 뒤에서 저는 전경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전경의 최고 대장이 대통령인데, 대장이 지금 쫓겨나게 된 지금
우리도 저 촛불을 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보통 집회는 대통령, 정부의 정책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어제는 달랐습니다. 대통령을 구하기위해 모인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주위사람들고 하는 동안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습니다.
명계남이 열린우리당 지지자이고, 노사모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제가 그의 말을 들은 결과 자기 입에서 노사모란 말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항상 언론에서는 이런 집회가 열릴때면 노사모, 국민의 힘 등 단체이름을 먼저 쓰더군요.
어제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러나 이번에는 진짜 아니었습니다.
저도 처음 집회를 가봐서 잘은 모릅니다만, 명계남씨 말을 들어보니
집회는 보통 주동 단체가 있고 그 단체장이 전경에게
집회 내용과 할 행동들을 말해주고, 전경도 적절히 대응한다더군요.
하지만 어제 집회는 주동 단체가 없어서, 단체장이 없어서 전경이 매우 당황했다고
하더군요. 말 그대로 전적으로 국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입니다. 5~6세 자녀들을
데리고 나오신 젊은 부모님들도 계시더군요.(마치 반미 평화시위같이)
언론에선 어제 여의도에 모인사람이 8000명이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추측이나, 주위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최소 몇 만은 될듯 싶다고 하더군요.(잘은 모르겠지만
언론이 발표한 8000명보다는 훨씬 많게 보였습니다.)
정말 대단한 것은,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11시쯤 명계남씨가
"해산"시켜버렸습니다. 단 몇마디 말로, 내일(오늘) 광화문에서 만나자는 말로,
이 많은 사람을 집에 돌아가게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순순히,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비웠습니다.
쓰레기도 모두 줍고요.
이것은 모인 국민들이 광적으로 흥분하지 않았고 충분히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외친 "회해산, 탄핵무효"라는 구호는 지하철 안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여러분, 이제 노사모, 노빠같은 것을 신경쓸 필요조차 없습니다.
무슨 말을 하면 노사모, 노빠라고 한다고 해서 표현하는 것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은 그른 것입니다.
대통령도 무조건 옳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핵되어야 할까요?
아니 적어도 한민당 국회의원들에게 탄핵되어야 할까요?
여러분 집회에 가보십시오. 지금부터 시작된 탄핵무효 집회는 지금까지 그 어떤 정치적
집회와도 다를 겁니다. 모인 사람 의견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탄핵은
잘못된 것이고, 이것에 표를 던진 국회의원은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은 같습니다.
지금부터의 집회는 누구 한명을 대표로, 그의
지휘하에 움직이지도 않습니다.자유로운 분위기의 그곳엔,여러분이 하고싶고, 듣고싶은
말들이 있습니다. 여러분 한번 가보십시오.
여기에 참여한다고 노사모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앞에서부터 넘어온 1.5사이다 한모금이 얼마나 시원하며, 옆에서부터 분배된 초코파이
하나가 얼마나 배부르게 느껴지는지 느껴보십시오.
사진에 나온 사람이 몇명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확신하건대, 저정도 모인 줄이
저 사진 뒤쪽으로 10배는 있었습니다.
-처음 집회에 참여해본 대학생 씀..(펌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