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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31368
    작성자 : 테이프
    추천 : 1
    조회수 : 799
    IP : 93.41.***.169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7/06/29 08:01:37
    http://todayhumor.com/?love_31368 모바일
    마지막까지도 용기가 안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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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중입니다

    머지않아 짧은 유학생활 마치고 귀국하는데요

    얼마 안되는 시간동안 알고 지낸 누나한테 아직도 고백할 용기가 안나네요


    이제껏 살면서 연상의 여성에게 호감이 간건 처음이었습니다

    서로 마주쳤다 하면 싸우는 친누나땜에 '누나'라는 단어부터가 괴리감 느껴져서..

    사실 안지는 얼마 안 돼요 

    네달 전 친구들을 통해 우연찮게 알게 됐어요

    처음 봤을때 사실 그냥 '와 이쁘다'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인사를 하는데 목소리가 그렇게 매력적인거예요

    노래 공부하는 사람이고 이제 막 졸업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같이 얘기하는데 말도 정말 잘 맞더라고요 생각도 이쁘고


    근데 이게 웬걸. 다음 날 바로 다른 도시로 떠난다네요

    필사적으로 연락처를 얻었어요

    같이 언어 연습하자고 핑계대면서 연락처를 받았고

    그 다음날부터 오늘까지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연락하고 있어요

    하루는 제가 선톡하면 또 하루는 누나가. 주거니 받거니 거의 매일같이

    습관처럼, 또는 하루 일과처럼 사소한 이야기부터 힘든 이야기, 살아온 얘기, 살아갈 얘기

    다른 도시에 살고, 또 저는 학생이고 누나는 일하다보니 이렇게 매일같이 얘기라도 하는게 행운이었죠

    근데 사실 더 큰 행운이 또 있었어요

    일주일에 한번정도. 쉬는 날이 있을 때마다 제가 있는 도시로 놀러오더라고요

    사실 이 동네에는 누나가 저보다 훨씬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이 살고 있어서

    늘 올 때마다 '다 같이 만나자'라든지 '빨리 너네 보러 가고싶다'라고 말하고

    실제로 늘 다 같이 보고있긴 해요

    그게 어디에요. 이렇게 자주 볼 수 있는데


    저번에는 제가 다른 도시에 여행삼아 일박으로 가기로 했는데

    누나가 냉큼 따라오겠다고 했어요

    재워줄테니 전날 올라와서 아침에 같이 출발하자더라고요

    결과적으로 계획에도 없이 일박 전후로 누나네서 일박씩 더 했어요

    누나도 흔쾌히 허락해줬고요

    같이 다니면서도 마음이 너무 예쁜게 보이더라고요


    근데 마음이 너무 커져버린거예요

    이제 와서, 난 이제 떠나야되는데 이 마음 모른 체하고 떠날 생각을 하니

    도저히 그러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누나가 왔을 때는요 누나가 그러더라고요

    올 때마다 늘 하루이틀 자고 아침에 출발해서 바로 출근하는데

    그날따라 아침 일찍 연락이 오네요

    저도 일찍 일어나있던터라 바로 답장을 했죠

    '일찍 일어났네?'

    같이 아침을 먹기로 했어요

    사실 전날 밤부터 자꾸 할 말 있는거처럼 보는데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이 반복 끝에 그날 헤어질 때는 평소와 달리 

    오늘은 피곤하다며 등떠밀듯 보내면서 등 뒤로 '톡 할게' 하더라고요

    그 톡이 다음날 아침이었죠

    공원에 앉아서 같이 빵을 먹는데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빵을 다 먹어갈 때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무슨 말 좀 해봐..' 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티 안 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날 행동들이나 그날 아침 보니까 들킨게 아닌가 싶었어요

    모른 체하고 '맛있어?' 하고 넘기려는데

    다 먹고 한참 말이 없다가 대뜸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무슨 말인가 싶었어요. 잘못 이해한거라 믿고 싶었어요.

    무슨 말이냐고 묻는데 또 '아니야..' 하고 화제를 돌리네요

    그러더니 이번엔 저더러

    널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가 니 맘에 안 들면 어떻게 할 거냐,

    묻더라고요. 사실 머리가 안 돌아갔어요. 무슨 말을 해야하지?

    침착하게.. 횡설수설 하면서

    사실 올해 초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도저히 내 맘에 안 들길래 딱 잘라 말했다, 고 했죠

    누나한테도 물었습니다 건방지게도. 누나는 어떻겠냐고

    자기도 그런 일이 있으면 딱 잘라 말했는데, 그럴 때마다 상대방에게 늘 너무 미안했다고

    자기 잘못인거 같아 너무 미안했다고.. 이 말을 하는데

    아까 그 말이 떠오르면서 아무런 사고가 안 되는거예요

    그 뒤로도 연애라는 주제로 남 얘기인 듯 우리 얘기인 듯 주어도 목적어도 불분명한 얘기를 했죠


    결국 열차 시간이 다 돼서 같이 역으로 걸어갔어요

    가는데 '고마워' 그러더라고요

    '나도 고마워' 그랬죠

    또 할말있는거처럼 바라보네요

    '이번엔 왜?' 하니까 역시나 '아니야..'

    '왜 그러는데 말해봐' 집요하게 물어봤어요

    '안돼.. 아까 공원에서 다 말했어 이 이상 말하면 친구 관계 깨질까봐 못하겠어'

    ...

    그러더니 다음 휴일에는 볼일이 있어서 앞으로 열흘정도는 안 올거같대요

    혹시 괜찮으면 이번 주말에 제가 와도 된다는거예요

    알았다고 했죠

    주말이 됐어요

    힘들면 안 와도 된대요

    느낌이 싸했지만 누나만 괜찮으면 난 상관없다고, 갈 수 있다고 그랬죠

    요즘 너무 피곤해서 쉬어야겠다며 다음에 보자고 하더라고요. 다다음 휴일에 내려가겠다고.

    그럼 다다음 휴일 전날 올라가겠다고 했어요

    당황한 기색이 보였는데, '왜..?' 하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주말에 제가 안 올라간 대신에 통화를 평소보다 길게 했어요

    통화중에 기습적으로 묻네요

    지금 여자친구 안 필요하냐고

    있으면 정말 좋다고! 했어요

    그 타이밍에서 고백하면 죽도 밥도 안 될 거 같은거있죠..

    그러다가 누나가 그러더라고요

    지금 반대편에서 누가 걸어오면서 말 걸고 있다고 잠깐 기다리라네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

    짧은 인사 나누고 누나가 그러더라고요

    '내가 지금 남자친구랑 통화중이라 오래 얘기 못해요. 살펴가세요'

    길거리 위험하니까. 수화기 너머로라고 도움이 되었겠거니 너무 기뻤어요

    그러고는 누나가 다시 '내가 아까 남자친구랑 통화중이라고 하면서 보냈어' 하네요

    저도 모르게.. 모른 체했어요.. 어 그랬어? 안 들렸는데..ㅎ 

    그렇게 주말에도 월요일에도, 퇴근때마다 통화를 하는데

    피곤하니까 오지말랬으면서 산책을 매일 밤 나가는거있죠..


    제가 올라가기로 한 날, 그 다음날에

    누나랑 저랑, 누나가 오래 알고 지낸 다른 친구(남잔데 저도 알아요)랑 셋이 여행삼아 어디 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전날 갈테니 다음날 아침에 같이 출발하자고 했죠

    지난 주말에 올라가서 고백할거였어요 

    이때까지는 자신있었어요

    근데 주말을 거절 당하고 나니 시시각각 자신감이 없어지네요

    요 이틀은 연락도 전보다 뜸해요

    당장 모레 올라가기로 했는데

    고백을 안 하고 이대로 있기가 더 두렵네요

    누나가 입버릇처럼 말하던게 있어요

    일본 남자들은 다들 너무 초식남이야. 한국인은 안 그래서 좋아.

    너는 내 첫 한국인 친구야.


    사실 누나가 정말 저를 친구로까지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어요

    이 글에 다 적을 순 없지만 누나가 날 아껴주고 있는게 느껴지고요

    저도 표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툴지만..

    조금만 더 고민해볼게요.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서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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