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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룻밤이었다. 아니 하루 아침이었다.
한가한 오후에 나무 그늘 아래의 풀 향기 같던 너의 깨끗한 웃음도
보기만 해도 너무 달았던 네 눈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너에 대해서 서운해 하며 툴툴대던 입술 모양과 미간의 주름도. 모두 여기까지였다.
나는 어리석게도 순간과 순간 사이 정말 찰나의 잠시에 너와의 다음을 기약했고 너와의 미래를 꿈꾸었다.
나는 그게 언제 인지도 모르게 스스로를 말릴 새도 없이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
너는 자꾸 자꾸 내가 귀엽다고 말했다. 또 강아지같다고 어쩔 줄 몰라 했고, 볼을 세게 잡지도 못했다.
나는 노래 열심히 불렀는데 듣는건지 모르게 너는 나만 쳐다봤다. 나도 모르게 찡긋거리던 코를 보고 한 번만 더 해달라고 매달리기도 했다.
너는 노래방에서 우스운 춤을 추고 때로는 너무 진지하게 결혼해달란 노래를 너무 태연하게 너무 달콤하게 웃으면서 불러주기도 했다.
나는 네가 담배를 태우는 지도 몰랐는데 친구들과 있을 때는 많이 피우더라. 그러곤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더라.
나는, 조금 외롭기도 했고, 일주일에 한 번 쯤은 내 주변에 정말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나한테 무엇하나 바라는 것없이 그냥 바라보기만을 원하는 것 같던 네가 정말로 고마웠다.
나는 원래 입바른 소리를 잘 하는 사람이다.
우와. 잘생겼다. 귀엽다. 다정하다. 어머 이렇게 까지 섹시해?
감탄도 잘하고 원래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들이 많은 사람이다.
근데 너에게만은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 진짜로 사랑스러운 너에게 사랑스럽다는 그 쉬운 말이 나오지가 않더라.
네 얼굴이 내 얼굴과 너무 가까워졌을 때 나 무엇도 생각이 나지 않더라.
그래서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서 내 시선이 어디에 있었는지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너는 웃음을 빵터트렸다. 또 너무 귀엽다고 미치겠다고 그랬다. 계속 손을 잡자고 했고,
어떤 물리적인 힘에 못이기는 것처럼 너의 눈이 나의 얼굴에만 닿더라.
나는 그냥 나를 몰래 보는 너를 보지 않는 척 했지만, 그냥 네가 잡자고 해서 손을 잡는 것처럼 했지만,
너의 검지 손가락의 한마디가 나의 손 어느 지점에서 어느 지점으로 움직이는지 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너의 눈길이 잠깐 나 이 외에 다른 것으로 스치는 순간
그게 무엇인지 사람인지 동물인지 사물인지 너의 관심을 받는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 나는 다 알고 있더라.
나는 원래 먼저 설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하고 예의바르게 대하는 사람이라
나는 내가 받기 전에 먼저 주려고 하는 사람이라서,
나는 항상 내가 먼저 다가갔고 먼저 예쁜 말을 해주었고 남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에 익숙해진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나에게 너는 받는 게 어울린다고 그냥 가만히 있어달라고
그렇게 조금 조심스러워하면서 박력있지도 않게 말을 했다.
나는 원래 정말 잘 빠지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말들에, 사뭇 진지한 표정에,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에
별로 신경쓰고 그러는 사람이 아닌데.
마치 내가 너에게 유혹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너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다 보고 있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그러다가 잠깐씩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면 내 뇌가 순간적으로 일을 하지 못했다.
있잖아
나 사실 이 남자랑 그냥 헌팅하다가 만났다.
나도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여자 둘이 술먹기 조금 적적하기도 하니까.
나랑 술 먹던 언니가 얼마 전에 헤어진 남자 친구 때문에 많이 쓸쓸해하기도 해서.
마침 또 같이 놀자던 남자들이 있길래 쿨하게 앉으라고 한 것뿐이긴 해.
나도 말이야
참 의심이 많은 사람이야.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생각하겠지 너무 뻔하기도 하고 전형적인 수법이니까.
왜 저런 거에 빠졌을까 여자가 너무 헤프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나도 말이야..
이 글을 읽고서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근데 누가 최면이라도 건 것처럼 순간적으로 내 이성을 집어삼킨 누군가가 있었던 것처럼
나 네 손을 잡고 모텔이라는 곳에 갔잖아.
아직도 그 때 내가 왜 갔는지 기억이 안나.
그냥 그 부분에 누군가가 내 사고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그냥 네가 바라는 대로 다 해주고 싶었어.
근데 거기에 들어간 순간 내가 알던 네가 없더라.
너 많이 저질같은 말들을 뱉어댔잖아.
내가 주말이면 뭘 하는지
어떤 하늘을 좋아하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강아지를 좋아하는지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묻던 너는 없고
내가 처음인지 아닌지 그것만 궁금해 하는 네가 있더라
내가 싫다는 것을 한마디도 듣고 있지 않았어.
내가 너에게 애원하고 있더라.
나 순간적으로 너무 초라해져서. 아차싶게 후회가 많이 커져서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기도 했어.
근데 정말 끔찍한 건 말이야
그 때의 나에게 가장 간절한 생각이 그냥 너와 잠깐이라도 더 있고 싶다는 거였어.
내일이면 너와의 모든 순간이 끝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냥 이 자리에 남아 있고 싶더라.
혹시 모른다는 생각도 했어.
정말 순식간에 너를 너무 사랑하게 됐나봐.
네가 배고픈 나에게 조금씩 떼어서 먹여주던 떡때문에 목이 막혀 죽을 것 같은데도
나는 계속 배가 고팠는지 네가 주는 떡이 너무 맛있었는지
네가 절대 좋은 남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는데
왜 내 안에서 소통이 안 되는지. 아무 것도 통일이 안 되더라.
나 결국 네 번호를 받았잖아.
더 상처받을지도 모르고 바보같이 번호를 받았잖아.
너 여자친구 있더라 나쁜 새끼야
개쓰레기 새끼야. 여자 친구가 있는 건 정말 아니지 않냐.
고맙다 진짜
내가 어려도 사리분별 잘하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네 덕이야
하얀 솜털이 일어난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도록 밝게 웃었잖아
이상하게 어설픈 행동을 하면서 부끄러워했잖아.
내가 한 번이라도 쳐다보면 어쩔 줄 몰라 했잖아.
그러면 순수하고 좋은 사람이어야 맞잖아.
나쁜 새끼야.
새벽 감성에 힘입어 올립니당..
예전에 썼던 글인데 갑자기 읽어보니까 재밌기도 해서
한번 올려봐요ㅎㅎ 마지막에 반말 죄송해영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