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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31225
    작성자 : 섬집아이
    추천 : 2
    조회수 : 869
    IP : 219.255.***.70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8/02/24 06:28:03
    http://todayhumor.com/?readers_31225 모바일
    (FunPun한자) 목불인견
    오늘의 문제: 『목불인견』

    目不忍見은 「눈이 보는 것을 참지 못한다」라는 뜻입니다. 어제 '눈이 눈썹을 보지 못한다'는 목불견첩目不見睫을 풀었습니다. 목불인견은 이 문장과 구조가 비슷합니다. 또, 전에 앙천불괴仰天不愧를 풀면서,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을 '차마 참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이라 했습니다. 목불인견에도 불인不忍이 들어갑니다. 이 목불인견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딱하거나 참혹한 상황」을 이르는 말입니다. 사전의 예문으로 이런 것들이 있네요. 목불인견의 참상. 부서진 책상과 사무 집기들이 온통 목불인견의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아낙네들이 자기 남편, 자기 자식이 죽으러 간다고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대성통곡하는 꼴은 참으로 목불인견이었다.

    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란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중국 청淸 나라 때 아편전쟁 중의 기록을 모은 광동군무기廣東軍務記라는 책에 『정말로(眞爲)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상황이었다(목불인견目不忍見).』라는 문장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전쟁의 아수라장은 참혹한 것입니다. 마치 지옥과 같겠지요. 그런데, 이 목불인견과 비슷한 목불인시目不忍視라는 말이 지옥을 묘사하는 소설에 등장합니다. 중국 명明 나라 때 주국정朱國禎(1557-1632)이라는 사람이 쓴 단대丹臺라는 아주 짧은 소설이 있습니다. 짧지만 기이하고 재미있습니다.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길이도 공백을 빼고 글자만 세어보면 1142글자 밖에 안됩니다.

    짧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줄거리라고 할만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소설도 거짓말이 사실인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여러 장치를 씁니다. 이 소설도 진짜 일어난 일처럼 보이기 위해 어떤 장치를 썼습니다. 그 방식이, 당시 사람들이 잘 알만한 사람들의 이름을 거론한 것입니다. (요즘 같았으면 사자명예훼손으로 걸려 들어갔을 것입니다.) 명 나라 때 육즙陸楫(1515-1552)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육즙은 당시까지 전해지는 소설 150종을 모아 고금설해古今說海라는 중국 최초의 소설전문 총서를 쓴 사람입니다. 육즙의 아버지가 육심陸深(1477-1544)입니다. 이 사람은 글도 잘 짓고 글씨도 잘 쓰던 사람으로 유명했습니다. 단대라는 짧은 소설의 삼 분의 이가 육심이 아들인 육즙에게 하는 말입니다.

    앞 부분 삼 분의 일은 장도蔣燾(1476년 무렵 출생)라는 사람에 대한 설명입니다. 장도는 일종의 천재입니다.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소학小學이라는 책을 읽어주니 그것을 외웠다고 합니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랍비 메이어의 아내가 먼 길에서 돌아온 메이어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아주 귀한 보석을 두 개 맡아 가지고 있었는데 주인이 돌러 달라기에 주었다고 했답니다. 메이어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고요. 그제야 아내가 아들들이 죽은 일을 말했다고 합니다. 장도는 열일곱 살에 죽었습니다. 어머니가 매우 슬퍼하여 곡자시哭子詩(아들이 죽은 것을 울며 지은 시) 열세 수를 지었다 합니다. 또, 이 시가 너무 슬퍼 듣는 사람도 모두 울었다고 하고요.

    이야기가 이상해지는 것은 이 뒤부터입니다. 어머니의 꿈에 장도가 나타나, 자신은 하느님이 있는 곳에서 매우 즐겁게 지낸다고 말합니다. 어머니가 죽은 후의 상황이 어떠냐고 물으니, 자신은 비록 죽었지만 없어지지도 흩어지지도 않았다고 대답합니다. 장도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고, 시간이 지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이, 육심이 죽은 지 사흘 만에 깨어났다고 합니다. (예수님? 나자로?) 이야기의 나머지는 육심이 자신이 어떤 일을 겪었다고 아들인 육즙에게 말하는 내용입니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에? 그런다고 읽어볼 사람이 있을까?) 염라대왕 앞으로 불려가는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임금님 앞에 도착하니 임금님이 먼저 육심을 아는체하더랍니다. 살펴보니 임금님은 바로 앞서 이야기한 장도라는 사람이고요. (꾸며낸 이야기지만 이런 식으로 말하면 묘하게 그럴듯해집니다.) 장도가 하는 말이, 육심이 벼슬도 더 높아지게 되어있고 사는 것도 팔십 년을 살게 되어 있었는데 큰 죄를 세 가지 그리고 작은 죄를 열두 가지 지어서 벼슬도 조금 낮은 상태로 사는 것도 짧아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 이 이야기를 육심이 아들인 육즙에게 하고 있다고 주국정이 말하고 있습니다. 육즙은 이미 죽은 사람이라 아버지에게 진짜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육심의 자손들이 이 지옥 이야기를 그냥 넘겼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육심은 아는 사람이 염라대왕이고 하니까 사정사정합니다. 염라대왕도 아는 사람이 저렇게 부탁하는데 마냥 거절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만 아는 사람을 위해 죄를 짓겠다며 이십 일의 말미를 줍니다. 그 기간동안 자손을 위한 계획을 세우지 말고 뒷 일을 바로잡으라고요. 이제 돌아가게 되나 했는데, 염라대왕이 다시 불러 이왕 왔으니 지옥을 보고 가라 합니다.

    『「이렇게 왔는데 지옥을 보지 않는다면 어찌 세상을 깨우치리오(약자래야若茲來也어지옥於地獄무도無睹하이경세何以警世)?」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전하여 또 여러 지옥을 보여줬는데(전傳황의黃衣우又도관導觀제옥諸獄), 모양새가 매우 참혹하여 눈이 보이는 것을 참지 못하고 매우 딱하게 되어 종종걸음쳤다(경상심참景象甚慘목불인시目不忍視낭패이주狼狽而走).』

    이렇게 지옥의 참상을 차마 보지 못하고 도망치듯 현세로 돌아와 깨어나게 되는 과정이 이 뒤로 이어집니다. 소설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이게 단테신곡같은 이야기라면 지옥의 모습을 세세히 그려냈겠지만, 여기서는 단순히 목불인시目不忍視라고 하여 읽는 사람이 그 끔찍함을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시 설명하자니 또 뭔가 빠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예전부터, 제가 농담을 기억해두었다가 말하면 사람들이 웃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기억해 말해도 별로 반응이...

    에... 암튼, 오늘은 목불인견目不忍見과 목불인시目不忍視를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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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보기 문제: 『가화만사성』

    규칙1. 제출한 표현은 읽는 법과 의미를 설명한다.
    예) 가화만사성 - 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고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규칙2. 제시된 소리가 모두 들어간 표현을 만든다.
    예) 가화만사성 - 加禍謾詐盛(재앙을 더해 속임수가 왕성하다)

    규칙3.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표현은 제출할 수 없다.
    예) 家和萬事成(X) 加禍謾詐盛(O)

    규칙4. 제시된 소리의 순서는 바꿀 수 있다.
    예) 성사만화가 - 成事滿華家(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한 집 또는 成事滿華于家로부터 집에 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하였다)
    예) 성사만화가 - 性事漫畫家... 다들 아실 것이라 믿고 설명은 생략합니다.

    규칙5. 한자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예) 性事漫畫家(O) 性事畫家만(X)

    규칙6. 고유명사는 다른 곳에서 인용할 수 있는 것을 쓴다. 단,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도 허용한다.
    예) 사성만가화 - 師誠謾可化(사성이 가화를 속였다)에서
    師誠은 조선 말기 승려(1836년생1910년몰)의 법명이고 可化는 1870년에 진사가 된 원숙교(1828년생)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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