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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tion_311873
    작성자 : Umaaya
    추천 : 10
    조회수 : 2987
    IP : 175.202.***.185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5/02/21 02:58:13
    http://todayhumor.com/?animation_311873 모바일
    [브금] 유리쿠마 아라시의 감독에 대한 잡소리

    P.D.Q. Bach-The Short_Tempered Claver aand other dysfunctional works for keyboard


     어... 혹시 자창게에서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원래 이 글은 제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주제입니다만... 천성적으로 타고난 귀차니즘으로인해 대충 쓰고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좀 있으면 대학 기숙사 들어가야 해서 시간도 없고... 그나저나 근본 없는 지식으로 잘난 척 하려니까 머리가 아프네요.

     잡소리는 각설하고, 이 글은 유리쿠마 아라시가 어렵다, 혹은 난해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 근데 그냥 흘려보내셔도 됩니다. 도움을 드리는 글이라고 썼습니다만, 사실 제 추측과 주관성이 다분한 글이라 도움보단 개소리에 가까울지도...

    https://rv.wkcdn.net/http://rigvedawiki.net/r1/pds/6_28.jpghttps://rv.wkcdn.net/http://rigvedawiki.net/r1/pds/_ec_9c_a0_eb_a6_ac_ec_bf_a0_eb_a7_88_20_ec_95_84_eb_9d_bc_ec_8b_9c/yurikuma.png

     혹시 유리쿠마 아라시 감독의 전작인 돌아가는 펭귄드럼을 아십니까? 저도 이쿠하라 감독을 이 작품으로 처음 알 게 되었습니다. 유리쿠마 아라시는 이 돌아가는 펭귄드럼의 후속작입니다. 그런 만큼, 두 작품은 상당 부분의 내러티브 장치를 공유하고 있는데요, 많은 비판을 공유하는 것 또한 이 영향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1. 우선, 두 작품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이유가 무엇인가.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돌아가는 펭귄드럼의 경우엔 '오옴진리교 사린가스 사건', 유리쿠마 아라시는 '산케베츠 곰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추측이 많다.하지만 정작 작품을 들여다 보면 도대체 왜 이 사건을을 모티브로 삼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아직 진행 중인 유리쿠마 아라시는 일단 제쳐두고, 돌아가는 펭귄드럼의 경우, 관련 사건을 묘사하는 듯한 연출을 자주 보이지만 결국 그 사건을 주모했던 사람들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끝나버린다. 유리쿠마 아라시 또한, 살인곰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관련 설정들이 묘사되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주제성으로는 당최 이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사실 '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는가.' 라는 비판의 근거는 단순히 개연성의 이유만 언급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오유 애게에서도 봤던 비판 중 하나인데, 사람이 죽은 사건을 이런 식으로 집어넣어도 되냐는 말이 많다. 사건에 대해 심도 있게 파고든 것도 아니요, 아님, 이를 통해 말하고 팠던 것이 있었냐면, 그것 또한 불투명하다. 그러면서 괜히 실제 사람이 죽은 사건은 묘사하여 괜한 불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2. 설명되지 않은 수 많은 떡밥들과 복선들이 많다.
     위 글과 같은 선상에 있는 비판이라고 볼 수 있다. 대체 왜 나왔는지, 혹은 분명 중요한 장면 같은데 어떤 의미인지 전혀 추측할 수 없는 장면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가상의 동화. 정황상 은유를 위해 사용된 표현된 것 같은데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어떠한 설명도 없다. 추측하고 싶어도 쉴새없이 쏟아지는 은유적 표현 때문에, 마치 x,y,z 밖에 없는 수식을 푸는 것처럼 뚜렷한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비슷한 방식을 택했던 '몬스터'의 경우, 서사 속에서 내용이 자연스럽에 녹아들어 시청자가 내용을 더욱 쉽고 깊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이 작품은 오히려 주 서사의 분위기를 해칠 정도로 괴리감을 주고 있다.

     3. 플롯 구조가 엉망이다.
     소위 기승전결로 이해하고 있는 기존의 구조주의적, 기호학적 서사 이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몸으로 익히고 있는 기승전결 덕분에 작품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건데, 이 작품은 이 호흡을 완전 무시하여 시청자들이 작품에 쉽게 빠져들지 못 하도록 만들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상업 예술인 만큼 텍스트가 대중에게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한 건데, 이 두 작품에선 도저히 대중 수용성이라곤 눈꼽만치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유리쿠마 아라시는 훨씬 나은 편이다.) 비평의 기본 중 하나인 구조주의 이론의 시점으로 보자면 이 작품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대충 이 정도 말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었겠지만, 여기서 다룰 건 아니니까... 어쨋든, 글쓴이는 쉴드 아닌 쉴드(?)를 위해 포스트 모더니즘, 마술적 사실주의, 탈 구조주의, 다다이즘 등, 수 많은 키워드를 떠올려봤다. 하지만 역시 '파타포적인 감성이 짙다.'는 말 만큼 편하게 추릴 말은 없는 것 같다.

    http://i.imgur.com/pvTP8yF.jpg

    알베르트 자리 (1873~1907)


     파타포 즉, 파타피직스란 프랑스의 시인인 알프레드 자리가 만들어낸 신문학이다. 메타피직스(형이상학)의 패러디인데, 사실 이 단어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글 하나로는 모자랄 정도로 복잡미묘한 개념이다. 핵심적인 부분만 추려서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거짓과 가상을 이용하여 현실에 어깃장을 두는 걸 유희로 삼는 사이비 철학' 정도로 볼 수 있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선 대표적인 파타피지션이자 20세기 최고의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 

    http://imgnews.naver.com/image/segye/2008/06/28/20080627000368_0.jpg

    움베르토 에코 (1932~)


    에코는 언어학적 기호학이 기호학적 연관을 지니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폭넓은 현상들이 있는 것에 대해, 이 영역에서 약호에 감춰진 존재를 인식하고자 했다. (중략) 그리하여 에코는 이상과 같은 기호개념과 기호학 범위 위에서 시각의 차원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본다.

    -움베르트 에코의 기호로 본 영상문화, 연희원,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인문과학연구 9, 2001.12, 233-261

      다시 설명하자면 파타피직스란 논리조차 초월한 무언가를 현실에 끌어들여, 기존의 논리로는 풀기 힘들었던 근원적 물음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면 인간의 내면 세계, 이단적 진리에 대한 믿음 등등 정신분석적으로도, 이성적, 논리적 판단으로도 도저히 꺼낼 수 없는 것들 말이다.
     에코는 이 '논리를 초월한 어떠한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소쉬르와 퍼스로 대표되는 구조주의 기호학을 벗어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동시에 그는 그 가상의 세계에 대해 분명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확언하며, 공감을 위한 수단으로서 파타파직스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파타피직스가 기존의 구조를 무시하고 있다보니, 이를 표현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텍스트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것인 만큼 보수성을 띄기에 더욱 그랬다. 따라서 파타피지션들은 과감하게 전위적인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유독 세계 대전 직후 예술가들에게 자주 들어나는데, 전시 상황 이후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이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의구심을 갖은 것이 영향이 컸다. 당시의 예술 가치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다다이즘이다. (실제로 다다 운동에 참여했던 예술가들이 파타피지션이 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다다이스트로는 마르셀 뒤샹, 살바도르 달리, 루이스 부뉴엘 등이 있다.

     부조리와 무의미를 연출하던 다다이즘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예술 운동이다. 하지만 정작 프로이트는 다다이스트들을 싫어했다고 한다. 자신의 이론을 잘 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는 꽤 자주 다다이스트들이 싫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아마 다다이스트들도 이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허나 그들은 그 사실에 개의치 않아했다. 왜냐면 <꿈의 해석>은 어디까지나 핑곗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감각적 표현에서 벗어나, 더 높은 곳에서 놀고 싶었을 뿐이었기에. 무의식의 은유적 표현은 설명을 위한 포장이었다.

     다다이즘을 가장 잘 표현한 예술가는 영화 감독이었던 루이스 부뉴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마르셀 뒤샹이나 미로와 같은 걸출한 예술가들 또한 있었지만, 에코의 말마따마, 그림이란 기의성을 가진 존재를 그대로 표현한 듯 보이지만, 실은 그것은 음성도, 냄새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온전함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도상적으로 가장 가깝게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영상 기호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루이스 부뉴엘은 이 영상 기호의 장점을 다다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인 <안달루시아의 개>를 예시로 들어보자. 


    <안달루시아의 개>, 루이스 부뉴엘, 1926년

     <안달루시아의 개>에서 가장 충격적인 이미지는 면도날로 도려내지는 눈이다. 영화사상 이보다 경악할만한 폭력 장면이 또 있을까? 
    (중략) 내가 볼 때, 이 이미지에는 "관습의 시선을 말끔히 베어버리고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자" 라고 하는 선언적인 의미가 있는 거 같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주관적 해석일 뿐이다. (중략) 모든 꿈이 그렇듯이 이 영화도 환상적이긴 하지만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이 영화에서의 주된 이미지는 단지 영화의 정처 없는 여정의 분위기를 설정해 줄 뿐이다.

    -루이스 부뉴엘 감독 연구, 김시무, 동국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씨네포럼 12, 2011.5, 143-178

     이 영화는 어느 누구도 해석하지 못한 작품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해석하는 행위 자체가 잘 못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의 꿈을 그대로 옮겨담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언제 우리가 납득 가능한 꿈을 꾼적이 있던가? 이 영화는 그저 한 남자가 꾼 어느 날의 꿈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완전히 무의미한 영화인가? 그렇다면 이 영화가 무성 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힐 리가 없다. 분명 우리가 보기에는 이 영화는 부조리하고 무의미한 이미지를 모은 무의미한 작품이다. 해석할 여지조차 없다. 하지만 이것은 '살바도르 달리' 라는 남자가 꾼 '꿈'이다.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꿈'이란 어디에서 오는가? 심리학에서 말하길, '꿈'이란 이미 내가 생각하거나 기억하고 있던 것이 무의식 중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라고 한다. 즉, 이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가 지닌 사적인 기억들이고, 우리가 살바도르 달리가 어떤 인물인지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이 영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작품은 절대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 된다. 나도 나 자신을 모르는데, 어찌 남의 마음을 알까. 설령 소 뒷걸음질하다 쥐 잡은 격으로 한 가지 은유를 완벽하게 해석했다고 해도, 그건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살바도르 달리의 인생을 텍스트화 했을 때 그 텍스트 위에서 완벽한 문맥을 읽어내야 진정 해석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 우연으로 맞춘 해석은 시험에서 연필 돌리기로 찍어서 맞춰놓고 나는 이 문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는 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또한 해석에 있어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어차피 존재하지 답인데, 뭐라고 적어서 내든 무슨 상관인가. 다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신적으로 이 작품에 동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꿈의 내용을 살바도르 달리의 꿈이 아닌 내가 꾼 꿈이라면?' 같은 식의 접근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다다이스트이자, 파타피지션이자, 20세기 최고의 예술가인 마르셀 뒤샹은 아예 직접적으로 이런 접근 방식을 추구한 적이 있다. 바로 그의 대표작인 <샘>을 통해서 말이다.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f/f6/Duchamp_Fountaine.jpg/567px-Duchamp_Fountaine.jpg

    <샘>, 마르셀 뒤샹, 1917년

    예술가는 꼭 장인처럼 손수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그냥 자기 발상에 맞는 사물을 선택하기만 해도 되는가?
    예술가에겐 손재주가 중요한가? 아니면 창의적인 발상이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한가?
    예술가가 자기 예술작업을 위해 선택한 기성품과 사용하지 않은 다른 일상 기성품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예술작품을 예술로 인증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가인가? 관객인가? 미술관같은 예술기관인가?

    -엔하위키, 검색어 마르셀 뒤샹

     비록 엔하위키지만 굉장히 잘 정리하고 있는 글이다.

     이 작품은 사실 뒤샹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이 아닌, 동네 철물점에서 나온 싸구려 변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뒤샹은 이 작품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변기의 이름으론 영 어울리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뒤샹은 이 것을 샘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예술가에게 작품을 만들어내는 테크닉은 자신이 원하는 오브제를 생성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일 뿐, 자신의 발상이 적절하게 담길 수 있는 물건만 찾는다면 그것은 이미 기존의 의미를 버리고 새로히 태어난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내가 말하고픈 것은 변기도 생각만 바꾸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단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호' 안에 '기의'를 담는 대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록 뒤샹의 예시는 예술가의 발상에 한정되어 있지만, <안달루시아의 개>나 <황금의 제국>과 같이 대중 또한 또 하나의 표현자가 될 수 있는 작품에 있어서는 흐름만 맞는다면 자신의 발상을 유감없이 넣을 수 있다. 

    http://cdn.mydramalist.info/images/people/4582.jpg

    이쿠하라 쿠니히코 (1964~)


     다시 이쿠하라 감독으로 돌아와, 위 설명들을 대입해 보자. 사실 위에 적힌 3가지 비판점은 서로 따로인 듯 하지만 사실 하나의 선상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왜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은 전개 상의 문맥과 궤가 다른가? 이 점은 그 사건이 실제 사건인지 아닌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단지, 이쿠하라 감독은 자신이 표현하고픈 스토리의 가장 적절한 '물건'으로 두 사건을 가져온 것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두 사건은 두 작품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물건인가? 이는 알 수 없다. 어디까지나 두 작품은 이쿠하라 감독의 내면적 발상에서 만들어진 표현들이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것은 두 번째 비판점인 '왜 떡밥들이 설명되지 않는가'에 대한 답이기도하다. 우리가 풀리지 않은 떡밥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은 분명 어떠한 은유를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 하는 것이 맞다. 인간의 내면에는 어떠한 것들이 존재하는가,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도 있을 것이고, 어릴적 당한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을 것이고, 한 인간에 대한 이유 없는 불쾌함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자신의 숨기고픈 성적 페티쉬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은유들은 이쿠하라 감독의 어떠한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특정 인물을 향한 불쾌감의 표현일 수도 있고, 단순히 백합을 사랑하는 성적 취향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떠한 것을 떠올리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주관성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우리는 그의 작품, 다시 말해 그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스스로가 이 작품의 감독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소설이 독자에게 주어지는 순간 그것은 독자의 것' 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는가.

     그건, 단순한 문화 소비자일 뿐인 자신을 또 하나의 표현자로 격상 시켜 줄 수 있는 길이다.

    http://laflechanegra.files.wordpress.com/2013/06/franz-kafka.jpg

    프란츠 카프카 (1883~1924)


     사실 다다이즘과 파타피직스가 지성계를 덮쳤던 시기 이전에도 자신의 내면을 현실로 끌어온 작가가 있었다. 바로 프란츠 카프카이다. 글이란 절대 돈을 위해 쓰여선 안 되고, 언제나 사람과 예술을 위해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그는 글 속에서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말도 있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누구보다 먼저 '현실 초월적인 세상'에 있는 내면의 자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아래 영상은 프란츠 카프카의 <시골의사>를 야마무라 코지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되도록이면 한 번 보고 넘기지 말고, 스스로에게 이 영상에 대해 많이 묻길 바란다. 물론, 책을 사서 읽어보는 것도 좋고.


    <시골의사>, 야마무라 코지

     카프카의 작품 속에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그것은 리좀이고 굴(窟)이다. <>에는 수많은 입구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그것들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 中)

     

     그러나 카프카의 작품을 세부까지 다 해석하려는 것은 잘못이다상징은 항상 일반적인 것 가운데 있으며상징에 대한 해석이 아무리 정확한 것이라 할지라도 예술가는 그 속에 전체적인 움직임을 재현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즉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맞아떨어지게 옮겨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 그런 관점에서 볼 때상징을 파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것을 자극하지 말고 선입관 없는 정신으로 작품을 파고들어 가며 그리하여 은밀한 흐름의 줄기를 찾으려 하지 않는 일이다특히 카프카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의 유희에 응하면서 겉모습을 통해서 드라마에그리고 형식을 통해서 소설에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 (알베르 카뮈시지프 신화 중 부록-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속에 나타난 희망과 부조리 中



     오랜만에 열심히 쓴 글입니다. ㅋㅋ 사실 새벽이라 횡설수설한 부분이 많지만, 애게분들이 조금이라도 작품을 보는 시선이 더 넓어졌으면 하는 싶은 마음에 썼습니다. 긴 글이라고 그냥 나가지 마시고... 대충이라도 읽은 뒤에 어디 가서 잘난 척이라도 하세요. 그러라고 쓴 글이니까.




     
     

     

     
    Umaaya의 꼬릿말입니다
    UQdl5XM.gif
    댓글창, 배경 작가: 【yae】 狼ト生キ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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