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나 머리를 쓰는 일이나
어떤 걸 한다는 행위 자체가 전부
심신이 지친다는 건
그림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직접 경험을 했으니 알고 있었지만
제가 존못이기는 해도 취미기는 해도
그림 그리는 것이 이렇게 체력 소모가 심한 줄 몰랐어요.
당장은 제가 스킬이 부족하니까 그 탓이 크지만,
예전에 만화가들이 아파서 쉰다는 말을
정신적으로 지쳐서 몸도 피폐 해졌나 보다, 하고 이해했거든요.
아니면 워낙 몸이 약하다던가.
그 웹툰계의 김경호 작가님처럼.
가스파드님이었던가.
아무튼 힘드네요.
생각처럼 그려지지 않아서 힘든 것도 있지만
생각처럼 그리려고 악 쓰면서 하다 보니까
스트레스가 오는 것도 있고,
체력적으로 소모도 심하고.
현실에서는
스테미너 게이지가 '0'이 돼버리면
게임처럼 지쳐 걷는 것이 아니라
HP도 깎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기분이에요.
그래서 최근에는 슥슥 대충대충 그리는 거 말고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어서...
처음에는 밤 샜거든요.
제일 심했던 건 9시간 걸린 것도 있습니다.
중간에 딴 짓 제외한다고 해도 꽤 걸렸죠...
한 장 그리면 아무래도 제가 생 초짜라
러프에서부터 구도 잡는 거
신체랑 손, 발, 눈, 입 모양, 얼굴 생김새,
머리카락, 명암, 채색...
전부 책 보면서, 픽시브에 올라온
강좌 보면서 했으니까요.
아마 9시간 더 걸렸을 겁니다.
중간 중간
'왜 어릴 때 교과목 학원 옆에 있던 미술 학원에 다니지 않은 거야!'
하고 후회를 해가면서 그리는 건 옵션입니다.
그러니까...
뭐든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죠.
취미 삼아 그리기 전에는 그림 그리는 분들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모든 창작자들을
존경하고 동경했는데 지금은 그 고통의 1/n 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리퀘 받는 분들 고생한다고
엄청 고마운 거 하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특히 채색이며 뭐며 고퀄로 그리시는 분들을 보면
예전에는 별 생각 없이 리퀘구나 했는데,
요즘은 마음이 더 간다고 해야할까요.
그런 기분입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시로바코 보다가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푸념을 하기에는
그림이 일도 아니고 단지 취미지만
그림 그리는 걸 지금 느끼는 것보다
훨씬 가볍게 생각했던 옛날의 절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
어찌 되었건 뻘글이지만...
그러니까 아무튼 어찌 됐건 그런 겁니다.
잘 그리고 싶네요.
그럼 2만
움짤 출처 - 시로바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