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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30763
    작성자 : 들국화톰
    추천 : 2
    조회수 : 1001
    IP : 211.237.***.19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6/04/10 02:18:36
    http://todayhumor.com/?menbung_30763 모바일
    '디올'글에 댓글을 달다가 현타가 왔어요.
     
    디올 논쟁이 멘붕게에서 뜨겁게 타오르더니, 다른 분께서 또 글을 쓰셨더라구요.
    거기에 댓글을 달고있었습니다.
    이렇게요.
    " 외국인들이 저런 류의 간판을 볼때 굉장히 흥미롭게 느낀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어요.
    홍콩처럼 화려한 중국어 간판들 즐비한 곳을 보면 한국인인 제가 봐도 굉장히 이국적인데 비슷하겠죠.
    그런데 그건 '외국인'의 시선입니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자 했다면 재밌는 배경일 수 있죠.
    디올이라는 브랜드의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속성이 아닌, 동양의 낯선 배경을 결합해 흥미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런데요, 저걸 불쾌해하는 여성들이 그런걸 몰라서 이러는게 아니에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엄청난 이미지와 영상을 접하며 살아왔기에 평범한 사람이라면 대충 상업적 이미지에 대해선 비슷하게 느낄 정도의
    공감대는 가지고 있어요.
    만약 외국인 작가가 한글을 전혀 모르면서 저런 이미지를 그려냈다? 그렇다면 저도 섣불리 그 작가를 비난하지 않았을 겁니다.
    앞서 말한 동양의 저런 거리 풍경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과 호감에 대해 알기때문에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작가의 불찰이나 실수로 넘길 수 있죠.
    정말 우리의 '오해'일 가능성이 더 클테니까요. 
    그랬다면 메탈리카 사진같은 느낌으로 대강 이해했을 것 같아요(물론 메탈리카 사진과는 목적이 전혀 다르지만)
    그런데 안타깝게도 작가는 한국인입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이고, 저런 유흥가가 어떤 느낌인지 이미 잘 알고, 한글이야 말하면 입아프죠.
    작품의 의도에 대한 인터뷰는 여성들에게 확신까지 심어주었습니다.
    자꾸 주장하시는 룸 소주방의 건전성?
    그 이미지에 대한 개인의 선택적 지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소주방'의 속성이 그토록 논쟁을 벌일만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소주방에 대해 불법적인 성매매장소가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 맞아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저 룸소주방 간판이 무언가를 의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굳이 소주방 자체에 대하여 윤리성을 부여하고자 함이 아닌가요? 저 이미지가 그냥 흔한 동네 골목으로 보이고 아무런 의도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왜 그렇게 '소주방'에 집착하며 몰아부치는 건가요.차라리 무시하라고 해야하지 않나요. 그냥 별 의미도 없는 흔한 골목인데 왜 그걸 문제삼냐구요. 
    소주방에서 성매매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동그랗게 써진 '룸'이라는 글자. 어떻게 보세요?
    눈에 확 들어오는건 그 동그라미 '룸'이고, 룸이라면 한국인이 누구나 떠올리는 장소가 있죠.  그리고 룸 소주방이라는 것 자체도 사실 그런 룸싸롱의
    속성을 저렴한 술을 다른 컨셉으로 판매하기 위해 차용한 것 아닌가요. 저도 여수에서 가 보았기에 하는 말입니다.
    게다가 다수의 사람들이 '소주방'이란 것을 알아채지도 못한 채 흔히 생각하는 룸싸롱으로 인식했다면, 과연 그들의 잘못인가 묻고 싶습니다.
    저런 사진을 볼 때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고 읽어보면서 받아들이는게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의 의도 일수도 있죠.
    그런 인상을 주고 룸이라는 글자에 불쾌해 하다가, 어? 소주방? 이건 건전한 곳이긴 한데.. 굳이 왜 이걸 써야했지? 비난의 의도일까 아닐까 아리송 하게요.
    저기 진짜 '룸싸롱'이라고 써 있었다면? 님들이 주장하는 '건전한 소주방론'도 있을 수 없었겠죠. 그야말로 빼박이죠. 그런데 소주방 덕택에 좀 모호해집니다."
     
    여기에 이어 썼어요.

    " 작가의 의도는 또 이런 것일수도 있죠. 인터뷰를 통해 드러낸 의도에 따라 합리적 추론을 하자면,
     그는 분명 디올이라는 사치품의 속성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공정성과 평등함을 해치는 어떤 요소'라고 했던가요?
    그건 바꿔말하면 디올이 불공정하고 평등하지 않다는건데, 사치품이기에 누구나 원한다고 가질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는 그것을 불공정하며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고요. 정확하게는 그런 불공정하고 불평등함을 야기하는 어떤 요소 중 하나가 디올이라고 보는거죠.
    그 생각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그런 요소일 수 있는데, 그것이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한 것인가 .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요소인가. 구조적 문제가 있는가. 소비와 소유에 있어 계급적 차이가 발생하는 것 자체가 문제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자면 디올 자체만 놓고보면 전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사치재잖아요. 때문에 저는 거기에 공정성의 틀을 가져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의 편중이 문제라면 문제인 것이지 누가 디올을 소유하는냐에 대해 공정성과 평등함을 따질 것은 아니라고 보는 거죠.  물론 작가는 이것을 하나의 상징물로, 비유적으로 다룰 수 있으니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아니 예술가가 사회에 대해 어떤 확고한 주관을 갖고 표현하는 것에 오히려 저는 긍정적입니다. 이것 자체를 비난하는 여성들도 없고요.
     
    그런데 문제의 시작은 이제 그 표현인거죠.
    여성이 디올 가방을 들고있고, 그녀가 여성들 절대 다수가 참으로 불쾌하게 느끼는 모습의 배경에 무표정 혹은 좀 어두운 표정으로 하이힐과 어깨와 가슴이 드러난 옷을 입고 서 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룸' , 그리고 어떠한 종류든 유흥업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불켜진 간판, 이미 시간은 새벽. 아무도 없는 거리. 뭐죠?  디올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불평등과 불공정을 야기하는 어떤 요소라고 생각하는 작가가, 일단 그 비호의적인 인식을 베이스로 디올 가방을 이용해 경쟁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표현했다는데, 부의 분포에 차이가 있어 갖고 싶어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비싼 물건을 여성이 들고있고, 그 불평등한 물건을 가진 젊은 여자는 하필 술집 영업이 끝나가고 늦은 밤엔 붐볐을 유흥가 거리가 텅 비어버린 새벽에 술집 골목 한 가운데 서있네요.
    이부분은 해석을 아무리 여러가지로 해보려해도 결국 작가가 저 디올가방을 든 여성을 바라보는, 혹은 저 여성에 투사하는 그 시각 자체는 너무나 냉소적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 "
     
    여기까지 쓰고,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는데.. 문제가 발생했어요.
     
    " 제 느낌대로만 얘기하자면, 저 여성은 유흥을 즐기고 놀았건 술집여자로 일을 했건, 노출이 많은 여성성이 한껏 드러난 옷을 입고, 밤을 지샜습니다. 그런데 그걸 마치고 동이터오는 시각에 길 위에 서 있자니 길에는 아무도 없고, 그 전날의 쓰레기 들이 나와 있어요. 누군가에겐 하루의 시작인 새벽이 저 여성에겐 하루의 끝인거죠. 집에 갈 때입니다. 표정은 어둡고, 지쳐보여요. 검은 옷에 빨간 가방. 의도적으로 부각된 저 물건. 저걸위해 술집에서 노동을 한건지 원래 밤문화를 즐기는 여성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그 끝은 피곤하고, 지치고, 쓸쓸하고, 외로워 보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저렇게 차려입고, 값비싼 가방을 들고 길 한가운데에 서있어 봤자, 부질없어 보입니다. 이제 저걸 보아줄 사람도 뽐낼 공간도 남아 있지 않고요. 저 비싼 물건, 불공정하고 불평등을 야기하는, 소수의 돈많은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물건을 들고있지만, 그걸 갖고자 밤새 일했지만 (혹은 뽐내며 밤새 놀았지만) 이젠 다 부질없고, 그저 쓸쓸해 보입니다.
     
    공정하지 못한 물건이기에 더욱 갖고싶은 심리, 혹은 불공정성과 불평등을 깨고 싶은 심리.  가진자에 대한 경쟁심. 못 가진 자들 사이의 경쟁. 디올백은 공정성을 깨는 어떤 요소일 뿐이니, 꼭 가방을 갖기위한 경쟁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겠네요. 취업이건 시험이건 뭐건  소수에게만 허락된 걸 갖고자 하는 경쟁을 말하겠죠. 그걸 갖기위해, 불평등을 깨고 불공정을 깨기위해 뛰어가는 젊은 사람. 혹은 그 그걸 가진자의 위치로 가기 위한 노력. 마침내 그걸 가졌지만, 뒤에오는 허탈감과 쓸쓸함. 그리고 피로감. "
     
    이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썼는데, 잠시 동공지진.
    뭐지?? 쓰다보니 작가의 의도가 정말 이렇다면 꽤 맘에 들더라구요. 작가의작품 설명과도 상당히 일치하는 것 같구요.. 제 생각이지만.
     
    잠시 당황도 했었고, 제가 생각한 부분, 특히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들이 여성을 혐오하는 시선으로 표현하기 위해(그걸 감추면서) 시도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꼭 그렇지는 않은 것이라고 느껴버렸습니다. 
    여성에 대한 혐오적 시각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여성혐오를 자각하지 못하는데에서 표현에 실수를 한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작가는 자신이 여성혐오자라고 생각하지 않더군요(페북).
    혐오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강하게 느껴질 뿐,  이땅의 수많은 남자들 그리고 여자들까지도 자각하지 못하는 여성의 인권, 남녀 평등, 약자에 대한 배려에 대한 인식 부족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여성을 미워하고, 밟고 싶어한다 이런 의미가 아니에요. 
    결론은, 이제 저는 나름대로 해석하다본니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었고, 극렬한 비난은 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성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고, 예술로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에게는 그 점도 아주 중요한 요소일 것인데.. 꼭 깨닫길 바라는 마음과 작품의 표현에 대해 비판하고자하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른 식의 표현이면 좋았을 텐데, 여성에 대한 저런 식의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작품의 가치를 떨어트린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작가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나 약자, 젊은 사람들의 피로감과 황폐함에는 관심있으면서도, 여성에 대한 표현은 다분히 마초적인 것이. 젠더감수성은 부족한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 작가의 페북도 캡처되어 자신이 오해받고있다고 어이없어하는 글도 보았네요. 제 해석대로라면 좀 억울할 수 있겠지만, 공기처럼 스며들어 혈액처럼 품고사는 남성 위주의 사고에 대해서는 깨닫고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현의 방식에 대해 기분나빠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닫고 있는 모습도 아쉽네요. 
     
    너무너무너무 긴 글이어서 한분이라도 읽어주실지는 모르겠는데.
    이 글을 그대로 올리는 의도가 하나는 지나친 비난을 깨달은 후의 자기반성이고, 다른 하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변했는지,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싶어서 입니다. 그리고 여전한 아쉬움도 이야기하고 싶었고요.
    이 글도 당연히 주관적이지만, 다른 생각을 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네요.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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