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쓰던 아이디가 있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새로가입해서 글 씁니다
마음 속에 있던 말 전부 털고싶어서 적습니다
나는 이제 제대한지 한달이 되어간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연애한지는 햇수로 4년이 되어간다.
그 아이는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연락을 하다 처음 만났을 땐 아무 느낌이 없었다
이쁘다거나 키가 크다거나 눈이 어떤지 말투는 어떤지 목소리는 어떤지 그냥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었다
두번 세번 만날수록 원래 이뻤던 이목구비들도 눈에 들어오고 목소리도,행동,말투 전부 다 이쁘다던지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만날수록 호감은 급격하게 커져 사귀게 됐다
사귈수록 좋은 점도 있었지만 누구나 그렇듯 단점도 있었다.
그 아이는 외로움을 많이 타서 전에 만났던 남자친구들은 몇명인지 기억을 못할 정도로 텀을 두지 않고 이성을 만나는 성향이었다.
기간은 대부분 짧았고 자신이 마음이 없는 이성이어도 이성이 대쉬하면 만나나 볼까 하는 타입이었다
아버지의 트라우마로 남자가 화를내거나 언성을 높이는것에 엄청 두려워했고
난 그 아이를 만나면서 한번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그럴 수 있었다.
성격은 드세지만 자기주장은 약하고 말로 표현은 안하고 난 먹는것을 좋아하지만 그 아이는 하루에 한끼먹으면 다행일정도로
식욕이 없고 감정기복도 있는 복잡한 아이였다.
하지만 난 그 아이의 싫은 곳이 하나도없었다
성격이야 내가 맞춰주는 성격이고 말로 표현은 안하지만 이건 어때,내가 이렇게 할까 일일히 물어보고
안 먹는것은 걱정은 되었지만 최대한 조금이라도 먹일려 했고,내 노력에 맞춰주려고 하는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가정환경이나 가치관은 비슷했지만
사고방식이나 태도 성격 모든게 달랐던 남녀가 만나니 싸우는일이 잦았다
정말 사소한 것으로도 싸우고 내 잘못도 많았다 그 아이의 잘못으로 싸우는 일은 거의 없었던거 같다
두세달 만낫을때부터 헤어지자는 말이 툭하면 나왔으니 뭐
난 헤어지는건 싫었다, 내가 고치겠다 다음부터 안그럴게 등등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
어떻게든 만남을 이어갔다.
그러다 어느날부터 그 아이의 친구들무리에 못보던 남자아이가 생겼다
워낙 보던친구들만 보던애라 누구냐 물어보니 글 초반에 소개시켜줬던 친구의 친구랜다.
영 찜찜한 친구였다 나한텐 웃어주지도 않고 그 남자애만 바라보며 얘기하곤 했다
(한참 나중에 알았지만 그 소개시켜줬던 친구가 나랑 만나고 있는데도 그 아이에게 남자소개를 시켜준거였다)
하지만 그 무렵에 점점 사이가 안좋아질 시기라 난 이 아이는 계속 더 좋아지는데 놓치기는 싫어
어떻게든 얘한테 맞춰주고 안좋은 모습을 보이기 싫어 그냥 넘어갔다.
점점 그 남자아이와 같이 보는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어느날 그 남자아이와 소개시켜줬던 친구와 세명이서 술을 먹는다고했다
워낙 앞가림같은건 잘하는 아이라 걱정없이 ok했다
그날 결국 일이 터졌다
평소에 연락이 안됐으면 내가 안됐지 연락 잘하던 아이가 느닷없이 그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같이 있다던 친구들도 연락이 안되고 그 아이 부모님은 나한테 연락해서 연락이 안되는데 너랑있냐고 물어보시고
저도 연락이 안된다고 하니 찾아볼수 있겠나고 하시더라 알겠다고 하고
점점 초조해진 나는 무작정 일도 내팽겨치고 가게 근처를 이잡듯 찾아다녔다
아마 이때 너무 화나면 눈깔이 돈다는게 무슨 뜻인지 처음 알았다
화는 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일하던 가게로 돌아와서 의자고 뭐고 집어 던졌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 아이 부모님한테서 집에 들어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연락이 왔다
그 아이에게 연락했다
집에 잘왔고 그 남자애가 데려다줬고 아무일 없었다고만 한다
술집에서 나왔다는 시간과 집에 도착한 시간이 두세시간 비었다
아마 그때 그아이가 미안하다고 처음 했던거 같다
그럼 그 시간동안 뭐했냐 왜 연락이 안됐냐 그런 의심엔 남자애가 자기차로 데려다줬고 차에서 얘기만 했다고 한다
간추려서 얘기해서 그런거지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상황이었다
난 그 상황에서도 화 한번 내지 못했다 이미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얘기하자고 했다
무서워하고 혹시나 날 싫어하는 마음이 커질까봐
하지만 다음날 그 아이가 이별통보를 했다
싸우고 툭하면 하는 헤어지자는말이 아니었다
난 병@신같이 그때도 내가 붙잡았다
어쨌든 그렇게 결국 헤어졌다
(근데 그 남자애도 바람피다 걸려서 결국 그 아이와 잘 안됬던걸로 안다)
그렇게 끝났으면 차라리 지금 이러고 있진 않았을텐데
그러고 몇주있다 연락이 왔다
임신인거 같다고
이때 고삼이었고 겨울방학 직전이었던 거 같다
서로 피임이나 개념이 부족했고 부주의했던 결과였다
2주차랜다 어떻게 2주만에 알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근데 2주차면 얼추 계산해보니 그 남자애랑 노느라 연락안됬던 날이랑
마지막으로 나랑 관계했던 날이랑 전부 얼추 맞았지만
마음이 말로 표현못하게 이상했다
내 잘못에 대한 책임과
그럼 다시 만나야되나 하는 병@신같은 희망과 앞으로의 걱정,부담감 죄책감
정신이 멍해졌다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니 지우겠다고 한다
나도 그땐 미성년자였고 두려움과 곧 대학을 가는데 이렇게 되버리면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막막함으로
지우겠다고 했을때 기쁨인지 안도감인지 모를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은 점점 가고
그 와중에 그 바람폈던 남자애랑 나랑 사이에 서로 아는형이 있었는데 그형 말로는 그 남자애한테도 임신이라고 비용을 요구했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도 의심 안 하기로 마음 먹었던거 같다
불안감도 커져가고
병원은 갔다왔냐 어떻게 할거냐 같이 가주겠다 재촉하고 물어봤지만
몸이 아파 못 갔다,일이 바빠 시간이 없다 등등 여러 이유로 그 아이는 미뤘다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개월수는 늘어갔다
16주차가 됐을무렵 결국 난 어떻게든 해야겠다 생각하고 만나자고 했고
만나자마자 그냥 다시 사겨야겠다고 생각밖에 안했던거같다
그 아이도 그랬던거 같고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고 처음으로 병원을 같이 가봤을때,딸이라고 초음파 사진과 영상도 주더라
초음파사진보고 엄청 울었다 뭔가 가슴속에 파도치듯이 몰려왔다
그때 낳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도 생각을 바꾼 상태였고
하지만 문제는 가족들이였다 차라리 일찍 말했으면 상황이 최악까진 안 갔을텐데
우린 서로 가족들에게 말도 못하고 우리끼리만 끙끙 앓다 결국 배가 불러오다보니 그쪽 부모님이 먼저 알았다
그쪽 가족은 고모집에서 할머니와 같이 살며 가끔 집에 들어오시는 그런 아버지였던거 같다
그쪽 아버지,그쪽 아버지가 만나고 있던 아주머니(그 아이는 매우 싫어했음),나 삼자대면 을 했다
무조건 지우게 할거라고 하시더라
우린 낳고 싶어 했다 근데 현실적인 문제는 달랐다
아직 미필에 이제 스무살에 우리집도 조부모님과 같이살고 아버지만 있는 집이었다
지금은 할아버지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지만 그땐 상당히 안좋으셨다
할아버지의 부동산일이 우리집의 수입이 다였음 아버지도 백수셨고
그때 상황으로는 그 나이에 애키운다는게 확실히 무리긴 했다 변명이긴 하지만
키우고 싶다는 욕심과 현실에 대한 막막함으로 갈등했고
난 결국 현실과 타협했다 다신 그 아이와 만나지 말라는 명령도 있었다
그 아이 아버지는 저 멀리 어디 있는 병원을 용케 알아내서 수술을 했다
그때 그 아이는 몸으로도,마음으로도 많이 다쳤다
내가 같이 낳자는 약속을 배신한것,임신6개월차에 위험한 수술을 한것
그 뒤로도 우린 끊어내고 싶었지만 서로를 못 끊어냈다
아이가 생긴 뒤로 깊어진 정과 마음으로 점점 더 힘들어졌다
난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눈에 들어오는건 게임뿐이니 이삼일에 한번씩 자면서 게임만 해댔고 일도 안하면 부모님께 손만 벌렸다
그 아이는 그런 모습을 보며 더 힘들어 했다 그런데도 서로 못 놓아줬다.
그렇게 더럽고 길게 관계를 이어가면서
결국 그 아이 아버지도 계속 만나고 있던걸 알게됐다
다시 불려가서 이번엔 개쳐맞듯 맞았다.
그 아이는 옆에서 펑펑 울고
그렇게 반 강제로 우린 끝났다
난 그래도 끊어내지 못했는데,
연락해도 차단해버리고 연락하지말라며 차갑게하고 그래놓고 술먹고나선 나한테 전화하고 하여튼 이상하게 점점 마음 정리를 했다.
그 아이 이후론 트라우마인지 뭔지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이성에게 관심이 없어졌다(지금도 그렇고)
동성에게 관심이 생긴것도 아니고 나에게 호감을 보였던 이성들도 거부감이 들었다
그 뒤론 정신놓고 살며 겜창으로 살다 2년 가까이를 아무것도 안하고 만나지도 않고 살다가
입대하기 2주전에 친구랑 입대전에 밥먹는다고 고깃집 들어갔다가 그 아이가 일하고 있길레 두점 집어먹고 친구 다먹으라고 하고
얼른 나오려고 계산 기다리는데 그 아이가 계산하러 오더라
2주뒤에 입대한다고 말하니 잘 갔다오라고 하는데 정신 못차린 나는 그 말듣고 그저 좋았다
그러고 입대하고 전역도 했다.
얼마 전 전역도 했으니 안쓰는 물건들 버리겠다고 방청소를 했다
그러다 그 아이가 헤어지던 시기에 줬던 편지가 나왔다
내용 다 까먹고 뭔 내용이었지 싶어
이제 난 다 잊고 괜찮은 줄 알고 버릴건데 마지막으로 한번 읽어나보고 버려야지 한게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편지 내용은
우리가 이제 그만 만나야 하는거 너도 알지 않냐,이제 우리 같이 계획했던 미래,했던 약속 전부
시간 지나고 우리가 서로 당당하게 만날 수 있을때까지 미루고 그때 다시 보자는 내용이었다
연인사이일때 썻던 편지니 달달함은 가득가득한 편지였다
읽은게 후회된다
군대에서 잊고 살았던 감정이나 추억들이 다시 날 덮쳤다
마음은 다시 한번 연락해보라는데 머리는 해봤자 득 될게 없다고 하는데
점점 마음만 커져간다 근데 생각해보면 도저히 보내면 안될거 같다
다시 잘 해보고싶은 마음은 없다 잘 될수도 없을거고
또 막상 연락하면 후회할거같고
그냥 지금은 뭐하고 사는지 몸은 괜찮은지 단지 그런게 궁금하다
내가 궁금해 해도될까 진짜 난 병@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