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 애니게 여러분.
은수저라는 만화책 아시나요?
대충 설명하자면 농업 고등학교에 입학한 도시 소년이 적응해 나가는 이야기 입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코리아 검색 "은수저">
단행본 표지만 봐도 농촌의 분위기를 아주 대놓고 풍기고 있죠?
정말 멋진 만화입니다. 여러 과가 협력해 학교에서 피자를 굽는다던가 아침마다 말을 탄다던가 하는 생활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도저히 직접 체험해 보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구요.
목적지는 두말할 것 없이 홋카이도.
우연히 알게된 홋카이도의 농부님께 직접 메일을 드려 낙농 체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기차타고 5시간 정도 걸리는 시골입니다.
교통비도 만만찮아요-.-;;;
홋카이도 온 김에 멋진 스티커 하나 여행 가방에 붙여주고요.
3시간 기차타고, 2시간 버스타고 마침내 도착한 마을, 세타나.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마을 구경을 시켜주셨습니다.
경치가 끝내주는 곳입니다.
일본 여의사 1호를 배출한 마을입니다.
뭔가 대단하네요.
방송 촬영하려고도 왔었나봐요.
방목된 젖소들이 보입니다.
제가 한 일은요
우사를 치우는 일이었습니다.
저 진흙을 치우면 되는 간단한 일이죠.
근데
진흙이 아니라
소들의 반나절치 분뇨 중 일부입니다.
소가 오줌을 싸는 소리가 어떤지 알고 싶으세요?
흙 운동장에 수도꼭지를 튼다고 상상해 보세요.
쏴아아아아아아----푸더더더더더더더더덕
소 키우면 메탄 가스 때문에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는 말, 솔직히 잘 안 와닿았거든요.
직접 보니까 지구 오염 걱정할만 합니다.
이건 제가 팜스테이 당시에 직접 적어둔 노트
"냄새! 냄새가 엄청나다! 소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똥을 싼다. 오줌도 엄청나다.
수도꼭지를 틀어두면 그런 소리가 날까. 똥이 묻고, 오줌이 묻는데 소들의 위생상태는 괜찮은걸까?
하여간 정말 엄청난 양의 똥과 오줌을 싼다."
그러니까 이 푸른 초원에는 군데군데 소들이 살포한 지뢰가 깔려 있는 것입니다.
사진으로 보니까 냄새가 안 났죠. 그래서 낭만적인줄만 알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분뇨를 치우다가 갑자기 헤라클레스가 떠오르더라구요.
헤라클레스의 12과업중에 제5과업이 아우게이아스 왕의 30년동안 치우지 않은 외양간을 치우는 일이었잖아요.
30년이면 TNT로 지반을 무너뜨려서 똥을 다 가라앉히고 그 위에 흙 덮어서 새로 짓는게 나을거에요....
헤라클레스니까 강을 끌여들여와서 치우긴 하는데....
나중에 아우게이아스 왕은 결국 헤라클레스한테 죽긴 하지만.
그 외에 제가 했던 일로는 만화에서 보던 것처럼
이렇게 애기를 빼는 일은 못해봤지만
인공수정 시키는걸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장난 아니에요........
젖소는 이렇게 하루에 두 번 우유를 빼줘야 합니다.
또 사료도 얼마나 많이 먹는지.....
샆 같은걸로 퍼다 주고 혀로 낼름낼름 거리면 사료가 앞으로 밀리니까 빗자루로 또 모아주고 ㅋㅋㅋㅋ
고생은 했지만 덕분에
나중에 은퇴후에 낙농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던 계획이 결국 저와는 안 맞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우유를 마실 수 있는 것도 농부분들이 하루도 쉬지않고 밤낮으로 고생해 주시기 때문이었죠.
쉬운 일이 어딨겠냐만은 은퇴 후에 할 정도로 만만한 일도 아니였고, 돈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더라구요.
홋카이도 땅값이 싸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싸도 낙농을 시작하려면 적어도 10억원은 있어야 하다고 해요.
사진은 제게 낙농 체험을 허락해 주신 홋카이도의 농부 할아버지. 홋카이도 개척 1세대 이십니다.
개척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몇 십년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말 한마리와 함께 시작한 농장에서 차를 들여오고,
미국에서 청소년들이 방학 때마다 히치하이킹으로 봉사하러 오고,
근처 농업 고등학교 학생들이 방학 때 마다 봉사하러 오다가 결혼해서 자식들과도 같이 오고...
어르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는 항상 재밌습니다.
낙농업을 하시는 농부는 과연 우유를 어떻게 드실까 궁금했는데
그냥 수퍼에서 사다 드셔서 제가 빵터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가 은수저 보고 여기까지 왔다니까 다들 빵 터지셨습니다. ㅋㅋㅋㅋ
(실제로 은수저를 보고 홋카이도의 농업 고등학교 지원 학생 수가 올라갔다지요.)
마지막으로 홋카이도 팜스테이 때 적어놨던 노트를 소개하고 마치겠습니다!
08.22 농장 셋째 날
오늘은 비가 많이 왔다. 할아버지와 이야기도 많이 했다.
막 짜낸 우유는 농협에서 1리터에 90엔에 사간다고 한다.
하루에 약 천 리터 정도를 판다고 하니
일일 매출은 약 9만엔. 한 달이면 270만엔.
좋은 수입인 것 같지만 트랙터가 2천만엔.
매출의 40%가 사료값으로 나간다.
농장 시작하려면 적어도 1억엔이 필요하다.
농장을 돌봐야 하니까 못 쉰다는건 변명이다.
헬퍼등을 고용해서 얼마든지 계획대로 쉴 수 있다.
홀스타인이라는 낙농가에서 가장 흔한 소는 한 마리에 50만엔.
육우는 1kg=¥1,500엔.
이번 팜스테이에는 교통비만 들었습니다.
도쿄-신치토세 공항:비행기 ¥28,000 x 2
신치토세 공항-세타나: JR, 버스 ¥7,500 x 2
총 ¥71,000.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