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스압이겠지만, 이 글도 아마 다 읽어주시겠죠. 과게분들...사랑합니다.
쓰면서도 어려워서 찡찡글 써놓고 갔었습니다.
제출마감기한이 얼마 안남아서 열심히 써서 제출했답니다.
그러고 나서 별 관심없이, 제 글이 이미 지나갔을 줄 알고
글 삭제하려고 클릭해봤는데
정말 길게, 조언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감동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함께 도와주신 분들이 있었다는게..
정말로 감사합니다.
비록 논문은 결국 제 힘으로 만들어서 제출했지만
그 전에 한번이라도 썼던 게시글 읽어봤다면 좋았을텐데
후회도 되지만, 감사함도 밀려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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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졸업논문은 한번에 통과됐습니다.
생물학과 교수님들이 깐깐하셔서, 몇 번 리젝당하기도 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제가 마감날짜 22일 (최대연장 29일까지 가능) 에 맞춰서 갔습니다 ㅋㅋ
리뷰논문형식이었는데, 교수님께 몇번 문의메일을 드렸지만
교수님들이 다 그러시죠.
찾아가도 잘 안 계 신거 몇 번 겪고 나서는
그냥 메일로만 주고받았는데
" 리뷰논문형식은 구글에 잘 나왔으니... 참조하세요~!" 정도였습니다.
성격상 높은 사람들을 대하기 어려워 하는 탓도 있어서,
철판깔고 자꾸 찾아가지도 못하겠고, 부끄럼도 많아서요..
그러다 보니 논문 여기저기 뒤지면서
쓸데없이 제 자존감만 점점 낮아지더군요.
' 넌 왜이렇게 한심하냐? 다른사람들은 쉽게쉽게 제출하는거. 어디 물어보지도 못하고 멍청하게 이게 뭐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없이 우울하더군요. 졸업한 선배들, 졸업한것만도 존경스럽고 ㅋㅋ
그렇지만 용기내어서, 관심가는 논문주제를 찾았습니다.
일단 복사 붙여넣기라도 한다는 마음으로, 일일이 한글 문서로 옮겨 작성했습니다.
그것만도 시간 엄청 걸리더군요.
하면서도, 내가 해낼 수 있을지, 졸업논문으로 나중에 욕먹는 거 아닐지, 온갖 걱정에, 미래 걱정, 잡념이 떠올라
집중도 잘 못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글 문서로 똑같이 작성하겠다는 마음으로 써내려가면서
논문의 구조가 이해가 되더라구요.
대학생이 4년간 어떻게 살았길래, 이제야 논문작성법을 이렇게 깨닫는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오히려 궁금증까지 생겨나더군요.
레퍼런스에 기울임체는 뭐고, 도대체 et al .,는 뭐길래 자꾸 써야 하는가 ㅋㅋ
4년간, 처음으로, 그걸 궁금해하더군요.
야...대학생활 뭘로 했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얻어가는 게 또 생겨서 기뻤습니다.
교수님께 검사받으러 찾아갔을 때는 한번에 통과되었지만,
이것저것 지적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이 지도교수이름을 지우라고 하시더군요.
'내가 도와준 게 하나도 없으니까 이름을 지우는 게 맞겠지?
이런게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어.
읽어보지도 않고 지도도 안했으니, 논문에 기여를 하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이름을 지우자'
교수님이 수다쟁이로 과에 소문이 나신 분인데. 그날도 6시제출마감 없었으면
끝없이 이야기하실 삘이었습니다..ㅋ
교수님 말씀 요약하자면
1. 교수이름 지우자. 논문 기여 안했잖아.>이런거 하면서 배우는 거야. 나중에 너도 함부로 논문에 이름 주지마
2. 황우석 사건 알지?
3. 서울대는 요즘 표절돌려서 기존논문이랑 일정 퍼센트 이상 같으면 통과 안시켜준대.(제가 복사붙여넣기 했을까봐 의심하는 말투였어요)
4. 넌 복붙 안했지? 하면 안돼. 나중에 표절로 욕먹어. (미국 시의원이야기까지나옴 ;; 수다클라스가 후덜덜합니다)
5. 진작 찾아왔으면, 논문 더 예쁘게 같이 했을텐데. (무슨소리죠 ㅠㅠ 매몰찰땐언제고)
6. 이건 공식문서도 아니고, 그냥 졸업자격정도니까 걱정하지마. (이미 그 전에 표절,인생망한다, 온갖 겁을 주고 나서 )
7. 이렇게 네가 논문 어떻게 썼는지 배웠다면 된거야.
8. 앞으로 자주 찾아와. 여긴 국립대고 난 공무원이야. 날 이용해 먹어. 등록금 냈잖아
(졸업하는 마당에..... ㅋㅋㅋㅋㅋㅋㅋ)
9. 사회성을 지녀라. 넌 학점만좋지 사회성을 더 길러야 좋을거야 ( 사회성 저하에 기여하신 교수님께서 제게 두번 상처주심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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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과게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길게 쓰여진 댓글 정독할 겁니다.
전부 읽고 전부 배울겁니다.
중학생 때부터, 과학을 사랑했고, 순수과학을 사랑해서
사범대합격도 때려치고 생물학과 진학했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다 보니 다른 길들을 찾게 되면서 현실에 맘아팠지만
길가면서 새 한마리도 그냥 놓치지 않고, 네이버 백과사전에 이름검색하는 절 보면
아직도 생물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다고 느낍니다.
대학 와서 '내가 생각한 생물'이 아니어서 좌절한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DNA에 미생물에.
다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학년만 올라가고
난 이제 졸업하고. 생물학도 소리 듣기에도 민망하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남들보다야 4년간 귀에 박히게 들은 이야기들 있으니까.
현재는 뇌인지과학,뇌공학,뇌과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길을 걸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취업? 의전원? 약대편입? 일반대학원진학?
하지만 , 어떤 길을 걷든 과학에 대한 제 마음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
어릴 때 국어 영어만 좋아하다가
담임선생님이 억지로 이끌고 간 발명대회, 과학경시대회...
과학대회에서 팀전으로 시에서 1등.
중2때 처음으로 짝사랑한 남자아이 때문에 과학 79점 나와서 반1등에서 반4등 되고 펑펑 운 기억.
결국 졸업 할 때 과학이 가장 성적이 좋았지만.
결국 저 79점 때문에 과목우수상도 못받은 기억.
늘 과학은 제 옆에 있었네요.
과게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