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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30158
    작성자 : 슬남이
    추천 : 17
    조회수 : 1280
    IP : 119.201.***.165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0/06/04 13:01:47
    http://todayhumor.com/?lovestory_30158 모바일
    [추천 부탁드립니다] 택시에 아기를 버린 어느 엄마에게…
    출처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all&arcid=0003776375&cp=nv


    이동경(李憧憬). 

    당신이 낳은 딸의 이름입니다. 어떻게든 불러야겠기에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있는 분들이 지었습니다.

    서울에서 버려진 아이가 발견되면 대부분 이곳에 옵니다. 수서동 대모산 자락에 있습니다. 

    동경이는 지난달 21일 새벽 2시50분, 그러니까 당신이 명일동 이마트 앞에서 동경이를 택시 뒷좌석에 두고 내린 지 4시간 뒤 이곳에 왔습니다.

    천성이 얌전한가 봅니다 

    당신 이름도, 아빠 이름도 모를 텐데 왜 이씨냐고요? 아동복지센터 이기영 소장의 성(姓)을 땄습니다. 이름 없이 오는 아이들은 일정 기간 부모를 찾지 못하면 ‘일가창립(一家創立)’을 하게 됩니다. 출생을 기재할 가족관계등록부가 없으니 새 등록부를 만드는 겁니다. 옛날로 치면 호주(戶主)가 되는 거죠. 

    그러려면 성과 이름이 필요해서 아동복지센터는 이 소장 성을 붙여주곤 합니다. 지난해 동경이처럼 갓난아기가 센터에 왔습니다. 잘생긴 남자 아기여서 ‘이동건’이라고 했습니다. 올 초 자폐 증상을 보이던 아이(10)는 ‘이동일’입니다. 동경이도 ‘동’을 돌림자 삼아 지은 이름입니다. 

    119 구급차를 타고 센터에 도착했을 때 동경이는 자고 있었습니다. 구급대원 품에 안겨 차에서 내릴 때도, 센터 당직자 한경숙씨가 넘겨받을 때도, 두 살 이하 아기를 재우는 ‘병아리방’에 눕힐 때도 쌔근쌔근 숨소리만 냈습니다. 천성이 얌전한가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당신이 탔던 택시의 이모(58) 기사는 뒷좌석에 아기가 있는 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지난달 20일 밤 10시30분 천호동 이마트 앞이었죠. 도로변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 뒷문을 열고 당신이 탔습니다. 노란 포대기를 안은 채 명일동 이마트로 가자고 했다더군요. 

    천호동에서 명일동으로 가는 20분간 포대기 안에서 동경이는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내리고 얼마 안 가서 택시에 오른 여자 손님 세 명이 운전석 뒷좌석에 놓인 포대기를 발견했습니다. 포대기를 들춰본 기사는 동경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답니다. 

    혹시 아시나요? 서둘러 손님들을 내리게 한 택시는 불법 유턴을 해서 다시 명일동 이마트로 갔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당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게 알렸고, 경찰관은 바로 구급차를 불러 상일동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응급실로 동경이를 데려갔습니다. 다른 조치를 생각하기엔 너무 작은 아기였거든요.

    다행입니다. 동경이는 건강한 상태였습니다. 당직이던 소아과 최서경 선생님이 진찰했는데 이상이 없었답니다. 몸무게 3.1㎏에 키 50㎝로 보통 신생아 크기였고요. 응급실에서도 동경이는 거의 울지 않았더군요. 숨을 쉬고는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조용해서 체내 산소량까지 측정해봤는데 역시 정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입을 계속 오물거리기에 젖병에 분유를 담아 물려줬더니 120㏄나 먹더랍니다. 동경이는 응급실에 3시간가량 있었습니다. 자다 깨서 젖병을 빨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다가 역시 구급차로 아동복지센터에 간 겁니다. 

    배꼽을 보니 탯줄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더군요. 소독약을 바르지 않고 자연 상태로 놔둘 경우 탯줄은 7∼10일이면 말라서 떨어진답니다. 아동복지센터에선 탯줄로 봐서 태어난 지 일주일밖에 안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동경이를 만나고 왔습니다 

    당신은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았더군요. 포대기 안에 편지라도 한 장 넣었을 법한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노란 포대기와 아기 몸을 직접 감싸고 있던 파란 천, 모두 흔한 제품이라 당신을 찾을 단서가 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택시요금도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냈고요. 

    택시기사는 당신이 30대 초반으로 보였다는데 어두운 뒷좌석에 앉아 있어서 정확하진 않답니다. 밤에 여자 나이 가늠하기란 쉽지 않죠. 차림새는 잘 보지 못했지만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부어 있었다는군요. 출산 직후라 그랬던 모양입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짐작만 할 뿐입니다. 실로 묶지 않고 클램프(집게)로 처리된 탯줄과 별 이상 없는 동경이 상태를 보니 병원에서 낳은 것 같다. 갓 출산한 산모가 멀리 움직이긴 어려웠을 테니 택시를 타고 내린 동네에 연고가 있지 않을까. 다른 곳도 아닌 택시에 놔둔 걸 보니 막막한 심정에 우발적으로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 막막한 사연이 뭘까…. 

    지난달 28일 동경이를 만나고 왔습니다. 서울 후암동 사회복지시설 혜심원에서요. 아동복지센터와 연계된 양육시설입니다. 신생아 돌보기엔 이곳이 더 적합해 센터에선 하룻밤만 자고 바로 옮겼다고 합니다. 

    동경이는 혜심원 생활관 2층 ‘버드나무방’에 있었습니다. 혹시 자는 걸 깨울까봐 조심조심 방문을 열었는데 깨끗한 새 포대기에 누워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더군요. 일주일 전 아동복지센터에서 찍은 사진보다 이목구비가 훨씬 또렷해졌습니다. 

    보육사 문미란(26·여) 선생님이 동경이 담당이세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이곳에 온 지 3년쯤 됐습니다. 문 선생님은 동경이가 아픈 곳 없이 잘 있다고 했습니다. 아직 병원에 간 적도 없고, 대소변도 제 시간에 잘 본답니다. 

    분유는 한번에 60∼80㏄ 먹는데, 밤낮이 바뀌었대요. 낮에는 4시간쯤 자다 깨서 분유를 찾고, 밤에는 2시간마다 먹습니다. 보육사들이 2교대로 24시간 곁에서 분유와 기저귀를 챙겨줍니다. 지난달 23일 탯줄도 떨어졌습니다. 혹시 당신이 오면 보여주려고 잘 보관해뒀다고 합니다. 

    이곳에선 보육사 10명이 갓난아기부터 고교생까지 50명을 돌보고 있습니다. 세 살 이하가 7명입니다. 갓난아기 돌보려면 힘들겠다고 했더니 문 선생님은 “동경이가 종종 웃어줘요” 하더군요. 

    동경이는 이제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6개월입니다. 동경이가 어떤 삶을 갖게 될지 6개월이면 방향이 잡힐 겁니다. 대략 세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엄마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겠죠. 경찰과 아동복지센터가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센터는 홈페이지 ‘부모를 찾습니다’ 코너에 동경이 사진과 발견 당시 상황을 올렸습니다. 서울 강동경찰서 형사4팀은 탐문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끝내 찾지 못한 채 6개월이 지나면 당신의 친권이 소멸됩니다. 그러면 입양 절차를 밟을 겁니다. 보통 3개월쯤 지나면 아동복지센터에서 입양 부모를 물색하기 시작합니다. 입양하는 사람들은 여자아이를 선호한다는군요. 예전의 남아선호 풍토와 정반대랍니다. 경찰에서도, 병원에서도, 센터에서도 동경이를 본 사람들은 다들 “정말 예쁘다”고 했습니다. 

    해외로 입양될 일은 없을 듯합니다. 아동복지센터는 국내 입양만, 그것도 공개 입양만 주선합니다. 입양 업무 담당인 윤연옥 선생님은 입양에 관해 박사학위까지 받은 분이세요. 입양 신청이 들어오면 먼저 윤 선생님이 만나보고 집에도 찾아가서 어떤 분들인지, 어떤 가정인지, 사람됨부터 경제력까지 꼼꼼히 파악해 결정할 겁니다.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은평구 신사동 한 빌라 복도에 버려진 남자아기가 중국집 배달원에게 발견됐습니다. 몸에 말라붙은 핏자국까지 있던 갓난아기였습니다. 성탄절 전날 발견돼 ‘성탄이’라고 불렀죠. 공교롭게도 동경이가 버려진 건 석가탄신일 전야였고요. 

    성탄이 역시 급히 병원에 갔고, 아동복지센터에서 부모를 기다렸습니다. 사연이 알려지자 여러 분이 “내가 키우겠다”며 입양을 희망했어요. 윤 선생님의 세심한 검증을 거쳐 발견 100일 만인 지난 4월 2일 어느 목사님 가정에 보냈습니다. ‘입양 전 가정체험’ 형식인데, 6개월이 되는 이달 24일이 지나면 정식으로 입양될 겁니다. 

    입양은 가슴으로 아기를 낳는 겁니다. 당신이 겪은 산통(産痛)보다 더 진한 울림이 마음을 때려야 감당하는 일입니다. 새 부모를 찾지 못하면 동경이는 혜심원에서 만 18세,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 지내게 됩니다. 누구나 살면서 인생이 걸린 상황을 맞게 될 텐데, 동경이에겐 그 시간이 너무 빨리 왔습니다. 

    취재를 시작할 땐 당신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빨리 아기를 데려가라고.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오죽하면 그랬겠냐고, 당신을 찾는 게 과연 아기한테 좋은 일이겠냐고. 

    당신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분명한 건, 당신이 영아유기범이기 전에 엄마라는 겁니다. 그 택시에서 내린 뒤 밤마다 아기 얼굴이 눈에 밟혔겠죠? 동경이,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태원준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아동복지센터 [부모를 찾습니다] 게시판 : http://j.mp/bxWBU6

    동경이는 현재 혜심원에 보호되고 있다고 합니다
    - 혜심원 홈페이지: http://bit.ly/cmeYHl
    - 전화번호: 02-755-8459
    - 후원계좌: 제일은행 326-10-009048 [예금주 : 혜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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