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둑을 너무 좋아하지만 잘 두진 못하는 호구(!)중 한명입니다.
사실 이 호구란 말도 바둑에서 나온 용어라는걸 아시나요? 우리가 살면서 자주 듣는 단어들 중에 생각보다 바둑용어가 많다는걸 아신다면 깜짝 놀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초읽기, 묘수, 승부수, 수상전, 사활, 끝내기 등의 단어는 바둑을 몰라도 생활속에서 한 번 쯤은 접해봤을 용어들이죠.
사실 평소에도 바둑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은 많겠지만, 왠지 바둑에 관한 이미지가 '어렵다','복잡하다'라고 알게모르게 잡혀있어서 초심자 분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신의 한수 개봉에 힘입어 바둑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분들이 계실거라 기대하며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오유에 바둑 게시판에 없다는게 아쉽지만 ㅠㅠ 그래도 언젠가 생길거라 믿고 지금부터 바둑에 대해 조금씩 알려드릴게요.
먼저 바둑판의 각 부분 명칭 입니다.
1. 바둑판의 각 부분 명칭
바둑판에 9개의 진한 점이 있는거 아시죠? 그 중 중앙에 있는 점을 [천원]이라고 하고 나머지 점들을 [화점]이라고 한답니다.
신의 한 수에서 xx가 xx보고 "화점에 두시겠다~? 싸움을 거시는 건가?" 이렇게 말한건 화점에 두는 것이 실리(實利)보다 세력(勢力)을 중요시한 포석이라 그렇습니다.(실리와 세력에 대해선 다음에 다시 자세히)
그리고 이어서...바둑판 각 꼭짓점 주변 부분을 [귀]라고 부릅니다. 귀의 위치에 따라 왼쪽 윗부분을 좌상귀, 왼쪽 아랫부분을 좌하귀, 오른쪽 윗부분을 우상귀, 오른쪽 아랫부분을 우하귀 라고 해요.
다음으로 바둑판 각 모서리들은 [변]이라고 부릅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위치에 따라 윗쪽을 상변, 아랫쪽을 하변, 왼쪽을 좌변, 오른쪽을 우변이라고 불러요.
마지막으로 [귀]와 [변]을 제외한 바둑판 가운데 부분을 [중앙]이라고 합니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기본적인명칭을 알아두셔야 나중에 바둑을 두시거나 바둑방송 등을 볼 때 좀 더 이해하기 쉬우실 거에요.
2. 집을 만들자
(좌상귀쪽 돌들은 신경쓰지 마세요 ㅠ_ㅠ)
바둑의 승패를 좌우하는건 집의 크기 입니다. 물론 상대방의 돌을 따내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결과적으로 대마(많은 수의 돌)를 잡는 것이 아닌 이상 승패는 집의 크기로 좌우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어차피 상대방의 돌을 잡아낸 공간 자체도 집이니까 말이죠. 집의 크기는 바둑판 가로선, 세로선의 교차점 갯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위 그림을 봐주세요.
각각 좌하귀(흑), 우변(백), 중앙(흑)에서 9집을 낸 모양입니다. 만들어낸 집의 갯수는 같은데 소모된 바둑돌의 갯수는 다르죠?
좌하귀는 바둑돌 7개로 9집을 냈으며,
우변은 바둑돌 11개로 9집을 냈고,
중앙은 바둑돌 16개로 9집을 냈습니다.
즉, 집을 지을때 중앙보다 변이, 변보다 귀쪽이 유리하다는 뜻 입니다. 바둑 두는걸 보셨거나 신의 한 수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바둑을 시작할 때 귀쪽에 먼저 돌을 놓는건 그만큼 집을 만들기 쉬운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둑은 귀에서 변으로, 변에서 중앙으로 가는 순서로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상대방을 잡으려면?
(마찬가지로 좌상귀쪽 돌은 신경쓰지 마세요 ㅠ_ㅠ)
위 그림에서 빨간원이 표시하는 자리는 다음에 흑이 그 자리에 뒀을 때 안에 있는 백돌을 따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잡아야할 돌의 위치에 따라 소모되는 돌의 갯수가 다른데, 꼭짓점 쪽은 돌 2개로 상대방 돌 1개를 잡을 수 있으며, 모서리 쪽은 3개, 그 외의 경우는 상대방 돌 1개를 잡기위해 최소 돌 4개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대방의 돌을 따내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이 있는데 그 기술에 대해서는 다음에 차차 설명드리도록 할게요.
그냥 쉽게 생각한다면 상대방의 돌을 따낸 다는 것은 상대방의 돌이 나갈 수 있는 모든 자리를 막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렇게만 생각하면 위험한 것이, 굳이 모든 자리를 막지 않아도 '어차피 살 수 없는 돌'의 경우엔 나중에 계가(바둑을 다 둔 뒤 집을 계산 하는 것)할 때 자신이 따낸 돌로 간주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돌을 확실히 따내는 것에만 집착하다가는 쓸모없는 착수(바둑돌을 바둑판에 놓는 것)가 늘어나 바둑을 패배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4. 사는 돌? 죽는 돌? (부제 : 두집내어 살기)
신의 한 수를 보면 도박창 곱추가 옥상에서 꽁수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난 두집만 내서 살면 충분해"
여기서 두집이란 바둑판에서 뭉친 돌이 잡히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집의 수를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바둑에서 상대방의 1집짜리 공간에는 착수를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공간은 이미 돌이 나갈 수 있는 모든 길이 막힌 '잡히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다만 예외의 경우가 있어요.
먼저 위 그림에서 좌하귀쪽을 봐주세요. 좌하귀 쪽 백돌은 이미 흑돌에 포위된 상태이며 흑돌은 다음에 빨간원 부분에 착수해서 안에 있는 백돌을 모두 따낼 수 있습니다. 즉, 원칙적으론 착수 금지지역이지만, 거기에 착수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돌을 따낼 수 있을 때는 예외로서 착수 할 수 있는거죠.
그리고 중앙쪽 돌도 흑돌이 빨간원에 착수해서 백돌 1개를 따낼 수가 있습니다. 다만 중앙쪽은 흑돌이 백돌을 따낸 다음에 백돌이 다시 빨간원 왼쪽에 두면 흑돌을 따낼 수가 있는데 이것을 '패'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패를 걸고 싸우는걸 '패싸움'이라고 하죠.
이 경우, 같은 수를 무한 반복하여 서로의 돌을 따내는걸 방지하기 위해 착수하기 위한 조건이 붙습니다. 어디든지 다른 곳에 한 번 둔 뒤에 다음 자신의 차례에 패싸움이 난 곳에 둘 수 있는 거죠.
즉, 이 때는 상대방의 약점을 찔러서 상대방이 패싸움을 이길 수 없도록(위 그림에서 흑이 빨간원에 착수하여 돌을 따낸 뒤, 백이 다른 곳에 뒀는데 그걸 무시하고 백16을 따낸 자리까지 막아버린다면 흑이 패싸움을 이긴 것) 해야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좌하귀와 중앙의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돌을 따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하귀의 저 상황은 어떨까요?
우하귀 돌은 지금 두 집을 낸 상태입니다. 바둑은 한 차례에 딱 한 수 씩만 둘 수 있으므로 빨간 세모로 표시된 두 부분을 동시에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우하귀쪽 돌은 흑 입장에서 죽일 수 없는 돌, 백 입장에선 확실히 사는 돌이 됩니다.
이것이 두집내어 사는 것이고 이 두집을 내어 살기위한 방법, 또는 상대방의 돌을 두집내지 못하게 하여 따내는 방법에 관련된 문제를 [사활]이라고 합니다.
(가운데 흰돌은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ㅠ_ㅠ)
좌하귀의 돌은 확실히 2집을 내어 살아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상귀는 어떨까요?
두집은 두집인데... 각각 독립된 두집이 아니라 붙어있는 두집입니다. 이럴 경우 착수 금지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흑돌이 안에 있는 두 공간을 메워서 백돌을 잡을 수 있고, 따라서 백돌은 죽은돌이 되는거죠.
이번엔 우하귀를 봐주세요. 우하귀 백돌은 지금 두집을 낸 상태일까요?
얼핏 보기엔 두집을 낸 것처럼 보이지만 흑이 다음에 빨간원에 두면 흑21, 흑25, 빨간원에 의해 돌이 나갈 수 있는 모든 길이 막히게 되어 백20은 잡히게 됩니다. 즉 안에있는 모든 백돌이 죽은 돌이 돼요.
마지막으로 좌상귀를 봐주세요. 가장 간단한 사활 문제 입니다. 흑 차례에 흑은 어디를 둬야 안에 있는 백을 모두 따낼 수 있을까요?
정답은 빨간원이 그려진 자리입니다. 저쪽에 백이 먼저두면 2집을 내어 백이 살지만, 흑이 먼저두면 백은 두집을 내지못해서 모두 죽게 되는거죠.
처음 쓰는 바둑관련 설명글이라 두서없고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ㅠㅠ 하루빨리 오유에도 바둑게시판이 생기길 바라지만..큽
바둑은 정말 재밌는 게임입니다! 부디 우리나라 바둑인구가 조금이라도 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