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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ewol_29601
    작성자 : 0416
    추천 : 15
    조회수 : 582
    IP : 222.236.***.187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4/05/20 00:50:21
    http://todayhumor.com/?sewol_29601 모바일
    오유분들 감사합니다...제 인식을 바꿔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무살입니다. 
    재수생입니다. 
    이과생입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티비를 본 시간을 다 세어도 24시간이 안될 거에요. 뉴스는 말 다했죠...

    정치? 시사? 이과생이니까 크게 신경도 안썼죠. 국회의원... 경기도 교육감? 만 알았습니다. 두발자유 해준다 그랬거든요. 4대강? 몰랐습니다. 지금도 자세히는 몰라요. 

    하지만 요즘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정치에 관심없던 저번 대선때도 부모님한테 이말은 했어요. '제발 '그사람'은 뽑지 말아라. '
    부모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다 비슷비슷하다고. 나은 놈이 없다고.  

     저 이당시 문재인의원님 잘 몰랐어요 어떤 분이신지. 그래도 주장했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다면 최악의 선택은 피해야 하지 않겠냐.'

    저 말이 지금 제 모토에요. 

    세월호 사건 터졌을때 전 학원이였어요. 애들이 어디선가 들어서 '야 배침몰했대!!' 하더라고요. 아. 그렇구나. 배가 침몰했대. 불쌍하네.

    집 오는길에, 오유를 보며 사건을 더 자세히 알았죠. 그 전에도 오유는 눈팅했어요. (어... 베오베에 있는 유머글 보려구요.) 그 안타까운 사연들 보며 엄청 슬펐어요. 며칠 후 모의고사 보는데 그 생각에 문제도 제대로 못읽고, 새벽까지 오유 뒤지다가 잠들고. 

    머릿속에선 혼자 슈퍼맨이 되어서 세월호 번쩍번쩍 들어 애들 구출하는생각만 자꾸 하고.    
    정부 대처에 화내고 욕하고. 그러다 부모님이랑도 대판 싸웠어요. 니 할거나 잘하라고. 재수생이 그런데 관심가져서 뭐하냐고.....

    진도 봉사활동 가고싶었어요. 못갔죠. 장례식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었어요. 못갔죠. 시간이 안나는거에요. 일곱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와 사십분 버스를 타고 학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열한시에요... 일요일도 학원을 가요. 
    어린이날 전날, 5월 4일 일요일. 한달에 한번 학원이 쉬는 날이에요. 전 할 수 있는게 없어요. 그래서 분향소에 라도 가기로 했어요. 자원봉사도 못하니까... 안산에 있는 본 분향소에 가기로 결심했어요.

    아침에 출발해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서 안산에 도착했어요.  고잔역? 에서 내려서 밖으로 나오면 노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분들이 길안내를 해주세요. 역에서부터 분향소까지 약 20분거리의 길에 쭉 서계세요. 경찰도 다녀요. 울면서 돌아오는 시민들도 보이구요. 

     공원에 다와갈 때 즈음 길 옆에 플랜카드가 붙어있어요. 정말 많이붙어있어요...빽빽해요. 보면서 걷다보면 벌써부터 눈물이 날것같아요.  공원 입구쪽으로 갈수록 플랜카드에 노란 리본이 빽빽하게 달려있어요. 글씨가안보여요...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엄청,엄청 큰  흰 천막이 있구요. 양 옆으로 소형천막? 들이 쭉 늘어서있어요. 사람들을 따라서 큰 천막앞에 줄을 섰는데요, 오른쪽에 유가족분들이 피켓들고 침묵시위 하시는게 보였어요. 
    죄송해서..... 차마 못쳐다봤어요. 글자도 못읽어봤어요...

    줄을 서서 천막입구에 다와가면요.. 노란 리본을 주세요. 아직도 가방에 달고 다녀요. 입구에서부터 슬픈 노랫소리가 들려와요. '묵념' 하고 외치는 목소리도 들리구요. 사람들 조용히 눈물삼키는 소리도 막 들려요.  

    안에 딱 들어서면 말이 안나와요. 그냥 그래요. 그 큰 벽면이.. 그 큰 벽면에 사진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부족해서 양 옆에 더 있어요. 가운데는 사진으로 꽉 차있구요 양 옆은....조금 비어있었어요. 남은 아이들 자리겠죠. 그 생각을 하니 울컥 하는거에요. 이미 있는 사진만으로도 너무 많은데.... 옆에도 몇십개가 비어있으니까..
    줄을 서서 천천히 가면 국화꽃을 주세요. 받았는데 꽃이... 다 피지도 못한 정말 작은 꽃송이가 다 시들은거에요... 꽃 사갈걸 하고 후회했어요. 그걸 보고있자니 마치 피지못한 아이들같아서 눈물이 났어요. 괜시리 축 처진 이파리 다시 세우려고.... 손으로 붙들고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천막 안으로 들어와서도 이십분가량 서서 기다린 것 같아요. 애기들 사진을 못쳐다보겠더라고요. 다 학생증 사진이잖아요.... 뒤에서 누군가 울다가 실신해서 들려나가는것도 봤어요. 개인적 친분이 있으신 분들은 따로 헌화하시는 것 같았어요.  기다리다가 헌화를 하고, 묵념을 하고 인사를 하고 사진들 앞을 쭉 지나가요. 애기들 얼굴 하나하나 이름 하나하나 다 보면서 지나갔어요. 

    아, 그아이도 봤어요. 정차웅이라고... 루리웹 하던 경찰이 꿈이던 아이. 맨 앞줄에 있더라구요. 착하게 생겼어요.....정말 착하고 듬직하게 생겼어요. 그렇게 천천히 보고 밖으로 나오면요, 

    밖엔 노란리본이 온천지 나부끼고 있구요 저는 멍해요. 뭘 봤는지 모르겠어요. 현실성이 없어서 꿈꾼거같아요.  그 옆엔 저수지? 호수? 같은게 있는데 그곳 풍경이 정말 예뻐요....햇살도 너무좋았어요.  분향소 안이랑 너무달라서, 분향소가 가짜같아요. 믿고싶지 않았어요...누군가가 '사실 이거 뻥이야!!' 외쳐주길 바라면서 걸어서 단원고까지 갔어요.

    단원고 입구에 가면 사람들이 쓴 편지, 꽃, 간식같은게 쭉 늘어서 있어요.  며칠전에 비가왔었거든요. 그래서 비에 젖은 쪽지들도 많고..... 그 앞에서 잠시 묵념하고 걷는데...
    그 세탁소. 뉴스에 나왔던, 아들이 세월호에 탔다는 그 세탁소도 봤어요.  문에 쪽지 붙어있더라구요. '현택이 찾았어요. 감사합니다.' 5월 1일에 돌아왔대요.
    동네 분위기는 너무슬퍼요.... 택시도 다 리본달구있구요. 버스도 플랜카드 하나씩 붙이고있어요......

    다른 분향소 말고. 안산 그 동네, 그곳 가보신 분들은 절대로 세월호 쉽게 말 못해요. 그 분위기.....

    그런데 추모하면 종북이니 어쩌니 그러고 있죠.  
    오늘 공부를 하는데, 국어 지문에 이런게 있더라구요. 정치에는 '통제 의존 체제'와 '지지 지향 체제' 가 있대요. 후진국일수록 전자에 가깝대요. 
    '통제 의존 체제'에서는,  끊임없이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국민을 통제하기 힘들대요. 그래서 정치권력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위기 상황을 만들기도 한대요. 

    뭔가 익숙하죠? 어디서 많이 겪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전 EBS가 의도적으로 이런걸 넣었나? 싶기도 했어요.

    마음같아선 시위도 나가고 싶지만......여의치가 않네요 ...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 에만 친구랑 같이 서명하는게 제 한계에요. 6/4 지방선거때 선거 못하는게 한이구요. 

    최선을 다했다고 말은 못해요. 학원을 째고 행동을 할 용기는 없거든요....그래도 분향소엔 다녀올 수 있어서 다행이였어요......

    오유분들. 투표 가능하신 분들. 제발 저 대신 투표해 주실래요? 전 너무너무 하고싶은데.... 저번 대선때도 너무 하고싶었는데 못했거든요 ㅎㅎ...... 만 나이가 뭔지...

    40대중반인 학원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지금 투표를 안한 20대는, 후회하는 30대를 맞게 된다.'

    ㅎㅎ.... 어쨌든, 사회에 별 관심 없었던 제가 관심가질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고맙습니다. 읽느라 수고하셨어요ㅠㅠ 말이 엄청 기네요ㅠㅠ횡설수설 한 것 같은데 이해 하셨나 모르겠어요. 

    어디에다 하시건 간에, 투표는 꼭 해주세요. 믿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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