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VR은 현 세대 PC의 7배 성능 필요? VR 시장에 찬물 끼얹은 NVIDIA
오큘러스 리프트가 당초 기대보다 비싸게 출시되면서 PC VR에 대한 관심이 어느정도 식긴 했지만, 이제 막 등장한 1세대 제품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현재 PC게임보다 7배 성능이 필요하다는 VR 게임, 정말 그럴까?
하지만 이런 희망도 잠시, NVIDIA에서는 최상의 VR 경험을 위해서는 초당 픽셀 표현 수를 기준으로 현 PC보다 7배의 그래픽 성능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자료를 들고 나와 가뜩이나 찬물을 뒤짚어쓴 PC VR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물론 게임 성능은 화소수외에 텍스처 수준이나 후처리 기술, 조명 효과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NVIDIA에서 화소수를 기준으로 이야기했으니 이번 기사에서도 화소수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다.
그래픽 카드의 핵심인 GPU 제조사 NVIDIA입장에서는 고성능 제품 판촉을 위한 수로 보이지만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이는데, NVIDIA 발언의 의미를 따져보도록 하자.
1. 다시 생각해 볼 게임 성능 기준
지난 해 말 PC 게임 성능 기준을 Full HD, 30FPS으로 언급한 NVIDIA
NVIDIA의 VR 사업부의 제너럴 메니저인 Jason Paul은 최상의 게임 경험을 위해 현재 90%의 게이머들이 평균 Full HD 해상도에서 최소 30프레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삼지만, VR에서는 대략 3K 해상도에서 최소 90프레임 이하로 낮아지길 원치 않는다고 전재했다.
당연히 최소 프레임이 높을수록 더 자연스러운 게임 환경을 체험할 수 있지만, 최소 프레임은 폭발과 같은 갑작스럽게 연산량이 증가하는 장면이 발생하거나, 백그라라운드에서 진행 중인 다른 프로그램이나 게임 자체의 로딩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쉬운 값이다.
동일 시스템에서 동일 장면을 테스트하면 최소 프레임도 거의 일정한 수치를 보여주는 것도 사실아나, 위와 같은 이유로 최대 프레임 만큼이나 게임 성능을 이야기할 때 기준으로 쓰이는 빈도가 많다고 하긴 어려운 항목이다.
그래도, PC 게임 성능의 기준을 Full HD@30 프레임으로, VR 게임의 성능 기준을 3K@90 프레임으로 이야기한 것 까지는 관대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줄 수 있다.
약 3개월전 이야기한 PC게임 성능 기준 Full HD, 60FPS에서 낮아진 이유는?
하지만 NVIDIA는 이보다 약 3개월전에는 분명 VR 게임 성능의 기준을 이야기할 때 PC게임은 Full HD 해상도에 60프레임을 이야기했다. 그 3개월 사이 NVIDIA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지포스 GTX 970 메모리 이슈와 같이 엔지니어링 팀과 마케팅 팀간의 커뮤니케이션 미스?
NVIDIA가 VR의 성능 기준을 최소 90FPS으로 설명한 것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스팀VR의 주사율 90Hz를 인식한 발언으로 판단되는데, 이를 감안했을 때 PC 게임의 성능 기준은 일반적인 모니터의 주사율과 동일한 최소 60프레임을 전제로 하거나, 평균 프레임으로 이야기를 풀었다면 조금은 더 설득력을 갖췄을 것이다.
당시 기준을 반영해보면 PC 게임(120MP/s)과 VR 게임(450MP/s)의 성능 차이는 3.6배로 줄어든다.
2. 설득력 낮은 비교 해상도, 왜 3K인가?'
NVIDIA는 PC 게임 성능의 기준 해상도를 Full HD(1920 x 1200), VR 게임 성능의 기준 해상도로 3K(3024 x 1680)를 삼았다.
VR의 경우 바로 코앞에서 광학장비로 약 5인치 ~ 6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확대해 내용을 보게되므로 픽셀 간격이 그대로 눈에 띄는 일명 '모기장' 현상이 몰입을 방해하기에 모니터를 이용한 일반 PC게임보다 높은 PPI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오큘러스 VR측에서는 최적의 VR 경험을 위해서는 양안 당 8K(7680x4320)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2013년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4K 해상도의 오큘러스 리프트도 구상하고 있다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안구당 8K 디스플레이 기반의 VR이 언제 구현 가능해질지는 모르겠지만, NVIDIA가 진짜 '최상의 VR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등장하지도, 관련 소식도 들리지 않는 3K 해상도 VR 대신 안구당 8K 해상도 또는 4K 해상도를 기반으로 비교하는 것이 설득력이 높았을 것이다.
전체 4K 해상도를 기준으로 했다면 NVIDIA가 의도하고자 했던 Full HD 해상도 게임 성능 대비 7배에 근접한 예시가 되었을텐데 그렇지 않고 3K 해상도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아직 싱글 그래픽 카드로는 4K PC 게임조차 60FPS으로 즐기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참고로, Full HD@60Hz와 비교시 안구당 8K 해상도와 4K 해상도일 경우는 5972MP/s로 약 48배와 1485MP/s로 약 12배, 전체 해상도 기준으로 8K와 4K일 경우 그 절반인 각각 24배와 6배의 성능이 필요하며, 오큘러스 리프트와 같은 2K 해상도는 233MP/s로 약 1.88배, StarVR의 경우 663MP/s로 약 다섯 배의 성능이 필요하다.
어차피 4K 성능이 어렵다면 조만간 출시될 오큘러스 리프트와 스팀 VR의 2K(2160 x 1200) 해상도와 비교했다면 게이머들에게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는 희망을 남겼을테고, 현재 알려진 VR 중 가장 큰 해상도를 제공하는 StarVR의 5120x1440 해상도를 비교 대상으로 언급했다면 일반 PC 게임용 머신 성능과 VR 게임용 머신의 성능 차이를 강조하는데 더 설득력을 갖췄을 것이다.
어느쪽이든, 게이머들에게 3K 해상도보다 설득력 있는 비교군이 되었을 것이다.
3. 현 시점 기준, 이미 최상의 경험이 가능한 VR
현재 오큘러스 리프트의 권장 사양을 보면 지포스 GTX 970 이상의 그래픽 카드를 요구하며, 권장 사양이 확인 안된 스팀VR(HTC Vive)은 지원 게임 엘리트 데인저러스의 VR 사양을 통해 지포스 GTX 980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게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옵션 조정이 병행된다면, 지포스 GTX 970 이상급의 그래픽 카드를 쓸 경우 오큘러스 리프트와 스팀VR의 스펙인 2160x1200 해상도에 90Hz(FPS) 수준의 게임 성능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관련 기사)
즉, 현재 출시가 예정된 VR 디바이스 기준으로는 충분히 최상의 VR 경험이 가능함에도, PC 게임 성능과 VR 게임 성능의 차이를 강조한 이번 NVIDIA의 발언은 미래의 VR을 위해 그만큼 고성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차세대 그래픽 카드에 대한 잠재적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자사 기술 홍보에 열중, VR 시장에 찬물 끼얹은 NVIDIA
앞뒤 다 자르고, VR 게임을 즐기기 위해 현재 PC보다 일곱배의 성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만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그것도 고사양 GPU에 집중하고 있는 NVIDIA가 이같은 언급을 했다면 말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기자는 일단 '졸라 비싼 VGA'의 필요성이, 그 뒤를 자연스럽게 '안쓰고 만다'는 포기가 뒤따랐다.
VR을 위해 현 PC 7배 성능이 필요하다는 발언 이후, VR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더 싸늘해졌다
비교 기준을 극단적으로 취사선택한 NVIDIA의 이번 발언은 게이머들이 VR을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실제로 관련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 또한 전반적으로 기자와 같이 VR에 대해 포기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해당 내용이 언급된 venturebeat의 인터뷰를 보면, VR 게이밍을 위해서는 현 PC의 7배 성능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뒤를 이어 NVIDIA의 Gameworks VR과 Multi-Res Shading 기술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면서 언리엘 엔진4와 조합시 최대 50%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소개되고 있다.
최상의 VR을 위해 현 PC의 7배 성능이 필요하다는 건 결국 마케팅적 발언이다.
결국, 이번 최상의 VR 경험을 위해서는 현 PC의 7배 성능이 필요하다는 발언은 자사의 고성능 그래픽 카드가 PC VR을 위해 최적화된 제품임을 강조하고 싶은 의도가 숨어있었을 것이고, 자사 기술과 제품을 띄워주기 위해 자사에 유리한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것은 마케팅면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일이며, 기자는 이러한 관행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VR 체험을 위한 PC의 최저 사양으로 지포스 GTX 970을 언급하고 있는 점이 기자의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기사의 모든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는다면 이러한 내용은 흘려 버리기 쉽고, 앞서 본 것과 같이 네티즌들의 오판과 포기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그것도 해당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의 반응과 그로 인한 시장 영향력을 감안해서 이뤄져야지, 0.1%의 시장 점유율 추가 확보가 절실한 후발 주자도 아니고, 관련 시장의 8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회사에서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내용을 언급한 것은 경솔했다고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면밀한 검토없이 이뤄진 듯한 NVIDIA의 발언으로 인해 가뜩이나 오큘러스 리프트의 비싼 가격에 흔들린 소비자들이 PC용 VR에 등돌리도록 떠민 형국이다.
물론, 이번 NVIDIA 발언의 파급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와 연관지어 PC VR 포기를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이며, 이는 VR 시장의 전체 파이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는 NVIDIA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기자가 보기에 NVIDIA는 현재의 PC와 VR 게임 상황을 기준으로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자사 기술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것으로도 충분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NVIDIA는 관련 근거를 극단적으로 취사선택해 오히려 소비자들이 VR 시장을 외면하게 만들 위험을 자초했다.
과연 NVIDIA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노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설마 자사의 차세대 그래픽 카드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함이 다였을까? VR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 정도도 충분하다는 걸까?
기자는 정말 모르겠다.
이상호 기자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