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주말이었습니다. 아마도요.
레이드는 재미난 것들은 거진 돌아 가기가 싫고, 그렇다고 인챈노기나 시즌2 던전을 계속 도는 건 게임은 일이 아니다를 모토로 삼는 제 게으른 성격 상 귀찮아해서 배무가 끝나고 뭘할지를 쓰러져서 피깃의 기운을 받고 있는 우리 전 길마 누님의 궁딩이를 보며 고민을 하던 중, 어쩐지 기사단 레이드가 가고 싶어졌습니다.
본케 허크의 기사단 타이틀은 아직 덜 딴 채였지만, 그냥 샌드백 패듯 처형신월만월 반복하며 대검만 휘두르면 픽 뒤져버리는 보스꼴을 보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부부부부케 저렙 이비로 기사단 레이드를 가야겠다고 생각한지 반나절 뒤인 새벽에 전기뱀장어를 가봤습니다.
기사단 레이드의 진정한 보스는 렉이라고 그랬던가요, 미칠듯한 렉으로 초반부터 파티는 괴멸 직전 상태까지 갔었으나, 렉이 차츰 풀리자 석화도 캔슬시키고 딜도 안정적으로 괜찮게 넣는 나름 레이드 같은 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화력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80이 만렙이 아니었던 시절에 흔하디 흔했던 만렙 한 분조차 없었고, 대충 보니 70렙대분들도 해당렙대의 장비를 끼고 계신 분도 두어 분 정도밖에 안계셨던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죽고 죽어 피깃과 파깃이 동이 나, 이대로 투석을 잡고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죽어라 필드를 질주하며 고렙분들을 부활로 살려댔습니다.
헌데, 그러던 와중에 어느 블레스터 카록분의 무기가 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기사단의 흔한 블록입니다. 헌데 끼고 있는 무기가 어쩐지 다른 카록들에 비해 매우 크고 아름답네요.
그냥 가벼운 그래픽 버근갑다 생각하고 전기장판 패턴을 피하려다쳐맞고나서 다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 왠지 그의 무기가 좀 더 커진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정체 불명의 그를 지나쳐 충분한 딜노예이시다 싶은 분을 부활시켜드린 뒤 빈 투석으로 돌아가려고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어인일인지 투석 자리가 풀이더군요. 그래서 그냥 돌아다니면서 죽으신 분들을 살려드리려고 대기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많이 죽으셨던 상황인지라 저에게 파깃이랑 피깃이 들어와서는 안되었거든요.
그런데 맵 중앙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
?? 쓸데없이 찬란하고 웅장합니다.
ㅋㅋㅋㅋ 아니 저게 뭔 킹무기 싸다구 오지게 후려갈기는 무기 이팩트랍니까?
되게 신기해서 구경 좀 하다가, 또 빙글빙글 돌면서 장판이랑 보스 공격 회피, 중앙에 펄 깔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가 빈 투석을 발견했지만, 그냥 냅뒀습니다. 어차피 짧게 날아오르고 나서 석화를 쓰니까 느긋하게 달려가도 상관없어서 말이죠.
그런데 ㅋㅋ
뭔가
이상하리만큼 ㅋ
크고
아름다운것이 ㅋㅋㅋㅋ
마구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죽어계시지만 방금전까지만해도 살아계셔서 딜을 넣으시는데 막 크고 반짝이는 것이 우와아앙! 우오아앙슈슈슈! 막 쉬이이익!
결국 저도 저 쟁반 덕분에 브레스를 뿜는 지그린트를 못봐 사망.
사망하신 분들끼리 같이 웃으면서 저 버그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찾아온
최후의 일인.
심지어 우리 각질번개룡는 석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쓰레기들아!"
그리고 체력 충전을 마치신 우리 지그는 최후의 일인을 밟아죽여버렸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 이후 몇몇 분이 파여가를 사용해주셔서 십 분 정도 더 싸워봤으나 결국 못깼습니다.
리얼 듣도보도못했던 블록의 무시무시한 진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