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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291132
    작성자 : 엄마밥좀제발
    추천 : 1
    조회수 : 267
    IP : 211.221.***.1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08/03/12 01:48:13
    http://todayhumor.com/?freeboard_291132 모바일
    전에 올리던 자작 소설인데 다시 연재해볼까 해요.
    보시기전에!!!

    모든 편은 앞에 1장, 2장 등으로 쓰여있으니

    자신이 보신 다음편을 보시려면 Ctrl+F로 x장 이라고 검색하면 됩니다.

    ex)5장을 보시려면 Ctrl+F -> 찾는 문자열 -> 5장 -> Enter

    그렇게 안찾으시면.. 스크롤 압박입니다. 

    --------------------------------------------------------------------------------------------------

    -작가의 말-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입니다.

    괴물, 괴수 하면 무엇을 떠올리세요?
    천사, 요정 하면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괴물, 괴수, 천사, 요정들
    하물며 신이란 존재까지
    모두 존재하는 세상,
    바로 판타지의 세상이 아닐까요.
    지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또한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그런 모든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는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프롤로그


    이 땅이 어찌 생겨났는지 기록으로는 남아있는 바가 없다. 다만 어찌 되었을거란 막연한 추측뿐, 

    유독 인간은 호기심 많은 생물인지라, 
    역사학자 라는 직업이 생겨났고, 그들의 지칠줄 모르는 조사와 연구는

    흑마법사들에게 전설로 남아있는 과거
    고위 신관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신화
    집시들의 이야기속 전설을 조합해 가장 신빙성있는 한가지 역사를 유추 해냈으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고에 창조자란 존재에 의해 
    세상을 돌보게 될 대리인. 즉, 
    신이란 존재가 탄생하였으나,
    창조자의 욕심에 의해 신이란 존재는
    그릇을 넘치는 격을 소유하게 되었으니,
    그 존재는 금방 터져나갔다.
    신의 폭발이라 불리는 빅뱅은 만물을 형성했고,
    신의 조각들은 각자 자리를 잡아 만물에 
    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세상엔 생명들이 태어났다.
    이때 신의 조각중 가장 큰 두개의 조각이 
    각각 선신과 악신이 되었으며, 
    붙어있을때도 서로 떨어져나가지 못해 
    안달나있던 두개의 신격은,
    신의 조각중 가장 큰 힘으로 서로 싸우기 시작했으며,
    그 힘의 대립은 어느쪽의 승리여부와 관계없이,
    세상을 파멸로 이끌 가능성이 많았기에,
    창조주는 한가지 대책을 세우게 된다.
    그는 신의 조각중 세번째조각을 이용해 
    새로운 신격을 창조했으며,
    선,악신의 싸움을 막아내었다.
    철저한 중립을 고수하는 그는 선,악중
    힘이 약한쪽을 도왔고, 
    그 덕에 두 신격은 서로 견제만 할뿐
    큰 전쟁은 일어나지 못했다.
    그 이후 선신은 빛의 성격을 띄고 있는 탓에,
    모든이의 찬양을 받는 찬란한 존재로 거듭나 
    인간들이 믿는 주신이 되었고,
    악신은 어둠의 성격을 띈 탓에
    사악하고 잔인한 이들의 욕망과 염원을 
    받아먹는 사악한 존재 마신이 되었다.
    그 이후에도 그 둘의 싸움은 세상이 모르는 곳에서
    끝없이 이어졌으나,
    세번째 조각의 방해로 인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번째조각, 

    그 이름은 심판자였다.



    제 목 : 보디가드


    1장. 만남


    대륙년 1001년 
    주신과 마신의 전쟁은 천년전 전설로 남아있고
    인간이 세상의 축이 되어있는 시대.

    도시엔 고위 신관들과 돈많은 자들,
    그리고 지위가 높은 대신들이 가득한데
    왕의 명으로 농노의 신분들은 모두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그들에게는 재산이 없었다. 결국 그들은 도시에 남지 못했고
    도시와 제법 떨어진 곳에는 부락이 형성되었다.

    농사나 짓고사는 이들이 모여사는 마을, 
    그중에서도 마을의 가장 외곽쪽에 자리잡고 있는
    허름한 흙집에서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린다.

    집안엔 한 중년과, 아직 앳되보이는 사내가 마주보고 있다.
    집안 공기가 무겁다.


    "드디어 네 나이가 열아홉이 되었구나."

    "네 아버지."


    아버지라 불린 사내의 안색이 어둡다. 아니 어둡다기보단,
    말을 붙이기조차 힘들 정도로 진중한 모습이다. 아들의 눈만을 지그시
    바라보는 사내 비록 허름한 복장에 관리를 안해 아무렇게나 듬성듬성난
    수염을 가진 평범한 농부의 모습이지만, 강렬한 눈빛은 
    도저히 농부일이나 하고있을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들의 눈만을 바라보기를 십여분. 
    지루해할법도 하건만 아들은 아비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
     


    "눈빛을 보니, 생각대로 로헨에게 이미 모든걸 들었던 모양이로구나."

    "네.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요."

    "억울했었나 보구나."

    "..."



    말없는 아들의 눈빛은 아버지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있었고,
    아버지의 표정에서는 안타까움만이 묻어나올 뿐이었다.


    '후... 로헨녀석... 전부터 취하면 별 소릴 다하곤 했지'



    "샤인.. "

    "귀족이라면, 농사따윈 짓지 않아도 되는거 아닌가요? 
     상인집안의 카진같은 놈한테 무시당하지 않아도 되는거 아니었냐구요.
     적어도.. 적어도.. 이렇게 살진 않아도 되는거 아니었냐구요!!"



    귀족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농부의 행색을 하고있는 아비와, 여기저기 기운 옷을 입고 있는 아들, 
    가난한 부류들이 사는 흙집안에서 오가는 말치고 다소 충격적이다. 
    아버지는 화를 내는 샤인을 뒤로 하고 돌아서서는
    구석에 두었던 한 허름한 상자를 열어 검을 꺼내 쥐었다.
    갓난애기때부터 이 집에서 살았던 샤인이지만 저런 상자는 처음 보는 거였다.
    게다가 상자에 들어있는 물건은 날이 선 검이었다.
    허름한 상자에서 꺼냈지만 관리를 잘한듯 빛이 나는 검에서는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으며, 검을 쥔 아버지의 눈에서 
    잠깐 검은빛이 번뜩하더니 사라졌다.
    샤인이 놀라고 있을 무렵, 아버지가 말을 잇는다.
    목소리가 조금 무거워져 있다.


    "화를 거두거라 샤인 스타리온. 스타리온가의 27대손이여."

    "네...?"

    "이 자리에서 가주인계식을 시행하겠다 무릎을 꿇어라."

    "무슨 소리.. 하는거에요!"

    "어서 무릎을 꿇지 않는다면 너는 가주가 될 생각이 없는걸로 간주하고, 
     우리 가문의 대는 내 선에서 멈춘채 너를 도륙하겠다."

    "네?? 아.. 아니..꿇을께요"


    검을 쥐었을때부터 뭔가에 홀려 자신의 말은 들으려조차 하지 않은채 말을 이어가는 아버지였고,
    그런 아버지의 기세에 놀란 샤인은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채 무릎을 꿇었다.


    "세상엔 선을 지키는 무리와, 악을 고수하는 무리가 있다. 
     선신과 악신의 경계점에서 태어난 심판자의 뜻을 받아 
     모든것을 조율해야 하는 사명이 있는 우리 가문은 
     수호자도, 파괴자도 아니다.
     우리의 역할은 모든것의 조율. 
     정화의 임무를 띈 스타리온가의 27대손이여. 
     빛이란 이름을 지닌 너의 대엔 선의 힘이 약해지는 시기.
     너의 대에서 너는 선의 편이 되어야 할것이니, 
     선과 악중 그 어느곳에서 조차 승자가 나오지 않게 만들라.
     너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예?.. 예 예.."



    아버지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기세가 너무 무서웠던 탓에 샤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샤인의 대답이 들리자 이내 아버지의 입이 움직인다.



    "가주의 증표를 받아라. 네 아비인 검사 헥타리즈 스타리온의 대에서는 악의 힘을 지닌 검이었지만
     네 대에서는 선의 아티펙트로 변모해야 할터. 정신을 집중하거라."



    아버지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네 아비인 검사 헥타리즈 란다.
    저 검을 든 순간부터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아무 말도 못했던 샤인이다.
    아버지가 뭐에 홀렸는지는 모르지만, 분위기에 이끌린 샤인은 검에 손을 가져갔다.


    "여길 잡으면 되는건가요?"

    "잡아라."

    "에.. 멋진검이네요."


    샤인이 검날의 서늘한 빛과 그 예기에 반해 한참을 바라보고 있을무렵 검의 문장에서 
    잠깐 빛이나는가 싶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놀랐지만, 잠잠해지자 안심하고 검을 바라보던 샤인은 
    순식간에 녹슬고 이가 빠져버린 검이 손에 잡혀있자 다시 깜짝 놀란다. 


    "아.. 아버지..이게.. 어떻게 된거죠??"


    검의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아버지의 몸에서 묵빛 아지랑이가 나오더니 사라졌고,
    좀전까지 어딘가 이상해 보였던 아버지는 정신을 되찾았는지, 평소의 목소리로 대답을 헀다.


    "네게 맞는 아티펙트로 옮겨간거다. 네 목을 보거라."

    "네? 무슨.. 헉!"


    얼마전까지 목에 걸려있던 돌을 갈아만든 목걸이는 오간데없고 신성한 빛이나는 펜던트가 걸려있다.
    태어나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놀라운 경험을 한순간에 그것도 여러번이나 해서일까. 샤인의 다리가 풀린다.


    "이게 대체..."

    "이것이 우리 가문의, 아니 이 왕국의 숙명이다. 왕족과 스타리온가의 가주만이 아는 심판자의 맹약.
     이 왕국은 심판자의 왕국인거야. 정확히는 스타리온가를 위한 왕국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왜.."

    "농부로 살고있냐고? 답은 간단해. 얼마전엔 천신. 즉 선의 신쪽의 세력이 강했었거든,
     따라서 나는 악의 검을 쥔채 신관들을 학살해야 했지. 우리 가문은 그런 가문이니까,
     아니 이 나라가 그런 나라이니까."

    "자세히 말씀해주실수 없나요?"

    "내가 어렸을때 네 할아버지 역시 악의 검이셨단다. 단 네 할아버지는 아들인 내게 귀족의 자리를
     남겨주고 싶어하셨지. 그래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셨고, 악의 검은 나에게 전해졌단다.
     하지만 나는 귀족의 자리보다는 아들인 갓 태어난 네가 학살자의 역할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더 컸지."


    샤인의 아버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심판자의 가문은 선과 악의 균형을 맞추는 가문으로 심판자의 맹약을 지키기 위해 태어났으며,
    악의 검이었던, 자신은 선신의 세력인 신관들을 학살해야했고, 심판자라는 숙명을 아는것은 왕족과
    스타리온 가문의 가주뿐이었으므로, 왕은 외관상 주신인 선신의 편이어야 했기에, 
    헥타리즈 스타리온을 처리하는 척이라도 해야했다. 왕은 스타리온가의, 
    그리고 이 왕국의 숙명을 알았기에 헥타리즈의 도주를 도왔고,
    헥타리즈는 왕국기사단의 눈을 피해 변두리의 농촌에서 농부로 살아갔다는 이야기다.
    도저히 믿기진 않지만 아버지의 눈에서 거짓을 읽을 수 없는 샤인이었다.


    "이 숙명을 피할 방법은 없나요?"

    "피할 방법 따위는 없다. 네가 죽어서 가문의 대가 끊긴다면, 심판자는 새로운 
     스타리온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제가.. 선의 세력을 강하게 만든다면, 제 자식은 악의 편이 되어야 겠죠?"

    "그렇..겠지.."

    "후.. 알았어요. 저는 제 나름대로 스타리온가의 숙명을 지켜볼께요."



    샤인은 이때 한가지 결심을 한다. 어떻게든 심판자를 만나고야 말겠다는.
    나아가서는 선신과 악신 모두를 만나고 말거라는 결심을 한다.


    "애빈 로헨아저씨랑 맥주라도 한잔 하러 갔다오마. 많이 피곤할텐데, 몸좀 추스리려무나. 
     가주인계식은 인계자의 심력을 많이 소모해."

    "예 아버지."


    로헨은 헥타리즈의 도주를 추격하는 추격대의 기사단장이었다. 
    헥타리즈를 추격하는 척 하면서 도주를 도우라는
    왕의 밀명을 받은 기사단장이었으며, 
    헥타리즈가 신관학살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사이였다.
    로헨과 헥타리즈는 진지한 표정으로 샤인을 한번 더 바라본 후 마을로 나갔고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진 샤인은 답답한 마음에 바람을 쐬러 나간다.


    "후... 이게 대체 무슨일인거지? 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이 엄청난 일에 휘말린거지?"


    '부스럭'


    "거기 누구..세요?"


    '키륵 키륵 키륵'


    난쟁이 하나가 샤인의 밭에서 당근을 뽑아먹고 있다. 샤인은 도둑을 잡아야겠단 생각에 
    방망이를 들고 다가갔다.


    "이런 도둑놈같으니 넌 오늘 죽었다."

    "키륵?"

    "헉"


    난쟁이가 뒤를 돌아보자, 샤인은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파충류의 피부반, 인간의 피부반을 섞어놓은듯한 녹색의 피부에
    짧은키, 길쭉한 코, 쭉 찢어진 눈. '키륵 키륵' 이라는 추임새 
    이런 종족이라면 책에서 본 그 종족밖에 없었다.

    "고.. 블린?"

    "키륵.. 죽고싶은게냐?"


    1장. 만남 -끝-




    2장. 고용



    샤인 앞의 고블린은 좀도둑 주제에, 얼굴까지 붉어지며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하였다.
    난쟁이같은 종족이지만, 인간보다 잔인한 걸로 알려진 고블린이었다. 언제 화가 닥칠지 몰랐지만,
    샤인은 용기를 내본다.


    "도둑..놈 넌 오늘 내손에 죽는다."

    "놈... 애송이라서 살살할까 했더니 내 인내심의 바닥을 긁어주는군.. 키륵"


    고블린이 더 화난 모습을 보이자 샤인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간다.
    지금은 자신을 지켜줄 아버지도, 언제나 든든했던 로헨아저씨도 옆에 없다.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죽을지도.


    "칫.. 내가 이런 애송이한테 발끈하다니, 그 새끼 날 어디까지 퇴화시켜놓은거야."

    "이상한 소리말고.. 어.. 얼른 덤벼라!"


    명색이 주인공인데, 용사한테 쫄은 악당이나 내뱉을 대사를 내뱉는 샤인과, 주머니에서 작은 대롱을
    꺼내는 고블린의 대치는 고블린이 입에 대롱을 무는순간 끝났다.





    "으..윽"

    "애송이, 엄살피지마라 그냥 마취독이니깐"



    고블린이 독을 잘 쓴다는 사실을 배웠던 것 같은데, 저 대롱이 뭐하는 것일까 하고 미련하게
    바라보던 샤인은 그대로 쓰러졌고, 그런 샤인에게로 고블린이 다가간다.


    "이 몸에게 수모를 준 대가로 죽지 않을 정도만 맞아라. 그래도 이몸이 인자한 고블린이거든."

    "크..크흑"

    "뭐..뭐야 너 우는거냐? 크..크캬캬캭 원 살다살다 별 병신같은 놈을 다 보겠군."


    툭! 툭! 콕~


    아무래도 체구가 작은 고블린이다보니 손발도 작고, 펀치를 날려도 뭉툭한 소리는 안나는가보다.
    그래도 타격이 밀집된만큼 샤인의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수 없을만큼 컸다.


    "후아.. 너 기절안하고 오래버틴다. 키륵"

    "으..으..끄윽.."


    그때였다. 샤인의 펜던트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뭐야, 이건?"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질 것처럼 터질듯 발광하던 펜던트에서는 이내 빛이 사라졌고,
    샤인은 그제서야 기절을 했다. 어이없어하던 고블린은 샤인의 품에서 펜던트를 꺼냈고,
    펜던트를 바라보고서는 소리를 지른다.


    "이 개같은 새끼! 내 힘을 뺏은 걸로도 모자라서, 이젠 이런 애새끼의 꼬봉노릇이나 하라는건가?
     앙? 내가 니 뜻대로 하면 고블린 로드가 아니고, 코볼트 꼬봉이다."


    아까 샤인에게 좀도둑 취급받았을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정도로 붉어진 얼굴을 하고는 어딘지 모를곳을 향해
    한참을 소리지른 이후에야 고블린은 샤인의 품에 펜던트를 도로 넣어놓고는 유유히 돌아갔다.


    "에이 씨, 똥밟은 기분이네. 이 마을 다신 오나봐라."


    다음날 아침.


    "샤인, 샤인 괜찮니?"

    "으.. 으음"


    눈을 떠보니 샤인의 아버지와 로헨아저씨가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무..물좀.."

    "여깄다 천천히 마시렴."


    아버지와 로헨아저씨는 잠시동안 서로 심각한 눈빛을 주고받은 후 샤인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거죠?"

    "나랑 아저씨가 집에 왔을땐 니가 몽둥이를 쥐고 마비침이 꽂힌채 기절해있었다.
     누군가와 싸운 모양이던데, 누구였니?"

    "고블..린이요."

    "고블린 이라고!"

    "마..말도 안돼.. 그럴리가!"

    샤인은 아버지의 표정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침묵했고, 아버지와 로헨아저씨는 경악했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이후 로헨아저씨가 말을 꺼냈다.


    "너희 가문의 증표는, 기본적으로 너를 지키기 위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고작 고블린에게 당해
     쓰러져 있었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는거다. 그래.. 어쩌면..
     어쩌면..."

    "힘이 사라졌다고 말하고 싶은거냐. 로헨"

    "그거밖엔 설명할 길이 없잖아 헥타, 고블린은 약한 종족이라고, 비록 평범한 인간보다야 세다지만,
     가문의 증표를 넘겨받은 샤인의 몸에 흠집조차 낼 수 없어야 하는거 아닌가?"

    "우리 가문의 증표는, 당대 가주에게 가장 어울리는 물건으로 변한다. 알고있겠지 로헨?"


    기력도 회복하지 못한 샤인앞에서 흥분해서 목소리가 높아질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헥타리즈는 놀랍게도 침착을 유지했다.


    "초대 가주께선 피리를 다루셨고, 무력이 강한 가주에게는 검이나 무기로 변모하기도 했었다."

    "왕국에서 검술로 당할자가 없던 너에겐 검으로 변했었지"

    "우리 샤인의 경우는 펜던트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무력제로, 예술적 재능 전무, 공부도 그냥 그럭..."

    "아버지!"


    참 보자보자 하니 환자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는 아버지 앞에서 얼굴이 잔뜩 붉어진 샤인은
    소리를 질렀고, 헥타리즈는 껄껄 웃더니 인자한 표정으로, 샤인에게 다가왔다.


    "샤인, 아버지가 한가지 이야기 하지 않은게 있다."

    "그게.. 뭔데요?"

    "우리 가문 가주의 증표는 무엇으로 변했건간에 최고의 능력을 보여줬다는 거다. 네 힘이 뭔지
     이 애빈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목걸이야말로 너의 재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아티펙트라는 거다. 단 하나 걸리는 것은 고블린에게서 너를 지켜내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 역시 너에게 언젠간 도움이 될 행동이었을 거라고 애빈 믿고싶구나."

    "도움이.. 될거 같지는 않은데요.."



    궁시렁대는 아들을 뒤로 한채 로헨과 아버지는 조용히 나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왕국의 검술 일인자로 불렸던 헥타와 그의 유일한 라이벌이었던 
    로헨에 의해 마을 근처의 고블린 부족 하나가 괴멸했다.


    "햐~ 공기좋다. 역시 도시락은 산에서 먹어야 제맛인듯.."


    마비침의 독기가 모두 제거되고 건강을 되찾은 샤인은 동네 친구들 말투를 흉내내며 
    혼자 놀고있었다...
    잠깐만 눈물좀 닦고... 
    (나레이션 주제에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잡설은 한소절만 하고, 샤인의 뒤에 작달만한 그림자가 하나 생겼는데


    "키륵."

    "누구세.. 헉"

    "애송이.. 맛있는거.. 먹고있구나. 내놔라.. 킬킬.. 쿨럭"


    전에 샤인을 죽기직전까지 패놨던 고블린이 만신창이가 되어 눈앞에서 쓰러졌다.
    자신을 초주검상태로 만들어놨던 적인데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던걸까.
    샤인은 고블린에게 다가가 음식을 나눠줬다.


    "이거.. 좀 먹어."

    "쿡쿡 애송이, 동정을 하는게냐? 키륵 호의는 거절하지 않으마."


    허겁지겁 식탐을 발휘하던 고블린은, 식사를 마치고 기력이 좀 회복됐는지,
    몸을 움직여본다.


    "키륵.. 다닐만은 하겠군."

    "이제 도둑질 하지말고 착하게 살어. 난 간다."


    뒤돌아 걸어가는 샤인을 무서운 속도로 쫓아온 고블린은 
    샤인을 넘어트린 후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그냥 가면 섭하지 키륵."

    "이게.. 큭.. 무슨 ..짓..야"

    "헥타라는 검사놈이 네놈 애비렸다. 내 동포들을 찢어죽인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새끼의
     자식이 네놈이었지.."

    "큭..살려.."


    진짜 용사가 내뱉을만한 대사는 하나도 모르는지 비굴한 모습만 보이는 샤인.
    그리고 얼굴빛이 흙빛이 된 샤인앞에서 눈앞의 고블린은 말을 이어간다.


    "펜던트의 빛 때문에라도 죽이지는 못했지만, 이젠 널 죽이고 나도 죽겠다."

    "크윽.. 난 모르는.. 이야기.. 아악!"

    "죽어라!"


    샤인의 얼굴은 금방 터질듯 붉어졌지만, 펜던트는 이상하게 잠잠했다.
    이대로 가문의 대가 끊기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쿠루? 쿠루루"

    "쳇.. 코볼트새끼들이군."

    "쿠루? 쿠루 킬킬킬, 고블린.. 로드 킬킬"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새끼들이 나에게 작살을 들이미는군. 큭큭큭
     애송이 너무 좋아하지마라. 키륵 잠시간의 생명이 연장됐을 뿐이니."


    정말 고블린이 맞을까 의심될 정도의 속도로 코볼트 무리를 향해 다가가던 녀석은
    코볼트들을 찢어죽이기 시작했다. 아무리봐도 고블린의 근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지만,
    샤인은 그런것을 생각하기보단 죽음의 공포에 기절하지 않으려 노력해야했다.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 도망가야겠다 생각한 샤인은 뒤도 보지 않은채 뛰기시작했다.


    "저 새끼가.."

    "쿠루!"

    "크아악.. 망할새끼들."


    잠시 도망가는 샤인에게 한눈파느라 고블린은 제법 깊은 상처를 입었고 
    이성을 잃고 날뛰는 고블린과 코볼트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을무렵 
    샤인은 또 다른 코볼트 무리를 만나 고블린이 있는 위치로 돌아와야 했다. 
    상황은 절망적이 되어, 옆에는 자신을 죽이려했던 고블린, 
    사방은 코볼트들로 막혀 완전히 차단되었다.
    원래가 부상을 입어서 그런지 이제는 쇠가 갈리는듯한 숨소리를 내뱉으며,
    코볼트를 견제하는 고블린을 바라보며 겁이 나는 샤인이었다.


    "크크..큭.. 엿같군. 코볼트새끼들한테 죽음의 위기를 맞을줄이야"

    "죽기전이니깐 말인데.."

    "이 와중에 무슨 개소리를 키륵"

    "미안해. 너의 동포의 죽음. 우리 아버지가 날 사랑해서 그런걸거야."

    "미안하다는 말로 용서가 될 것 같은가?"

    "저승에 가서라도.. 사과를.."

    "미친!"


    코볼트들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고블린을 경계하는지 잠시 주춤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싸울 태세를 했고, 고블린은 샤인을 바라보지도 않은채 말을 꺼냈다.


    "역시 네놈은 내가 죽여야 한다. 코볼트 놈들한테 같이 죽는건 안되겠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죽이는지가 중요한거야?"

    "닥쳐 애송이. 일단은 이 자리만 벗어나자."

    "저 코볼트들을 이길 자신이 있는거야?"


    고블린은 뭐가 불만인지 연신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코볼트들이 공격할 마음을 먹은듯 다가오자, 어쩔수 없다는듯 소리쳤다.


    "1년간만 계약이다."

    "계약?"

    "네 펜던트로 나를 고용하라고."

    "고용???"

    "미친.. 너 설마 고용방법도 모르는거냐?"

    "쿠루~"


    고블린의 입이 뜨악 하고 벌어졌고 
    코볼트들의 공격이 시작됬다.


    2장. 고용 -끝-





    3장. 고블린로드 킹스톤



    "고용방법.. 고용방법.."

    "펜던트가 빛이 났던 때를 떠올려봐라."


    다급해진 고블린은 샤인을 일깨워주려 했지만, 그가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샤인의 펜던트에서 빛이났던 순간은 지금깟 딱 한번, 그것도 샤인이 기절할때뿐이었으니,
    샤인의 기억속에 펜던트의 빛이 있을리 만무했다.


    "내 펜던트에서 빛이 나?"

    "이런 니미.. 어떻게든 해보라구."

    "쿠륵 쿠루루~"


    수많은 코볼트들이 몰려들자. 점점 더 지쳐가는 고블린을 보며 샤인은 어쩔줄몰라했다.
    고블린이 죽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천성이 바보인건지, 고생을 덜한건지 자신을
    죽이려했던 고블린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순간, 소설이 끝나버리는 걸
    막으려는 작가신의 계시인지(...?) 펜던트에서 빛이나기 시작했다.


    "원하는가?"

    "어디서 나는 소리지?"

    "샤인이여, 네가 바라는 것은 이 죽음의 위기의 극복인가.
     아니면, 저 고블린의 생존인가."

    "넌 누구야. 아니, 니가 누구건 능력이 있다면 내 부탁을 들어줘. 난 누구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저 고블린과 계약하겠나?"

    "그렇게 해서 저 녀석이 죽지 않는다면... 난 저 녀석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거든."

    "계약은 지켜질 것이다."


    빛은 하나의 구체를 이루더니 두갈래로 나눠졌고, 하난 펜던트에 들어갔고, 나머지 하나는
    고블린의 몸을 감쌌다.


    "멍청한 새끼, 제대로 하는게 없군. 뭐 어찌됬건 이제 힘이 돌아오는건가?"

    "쿠룩? 고블린.. 쿠루 로드? 키륵킬킬. 죽어! 쿠루."

    "킬킬.. 크..크크.. 크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실성한듯 웃어제끼는 고블린 주위에서 그 웃음소리가 너무커서 순간 
    놀라버린 코볼트들은 멈춰서버렸다.


    "네깟놈들이,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나?"

    "로드.. 쿠루.. 죽인다. 쿠루"

    "쿡쿡쿡.. 덜떨어진 새끼들 푸하하하하."


    고블린은 땅에서 뾰족한 돌을 하나 찾더니, 굉장한 스피드로 코볼트들 사이를 누비며
    코볼트들의 머리를 찍어 뭉게버렸다. 머리를 찍힌 코볼트들은 땅에 주저앉아 
    경련을 보이다가. 죽어갔다.


    "안돼! 그러지마!"

    "애송이 날 막지마라. 네 명령을 들어야 하지만, 이런 녀석들은 죽이지 않으면,
     더 큰 세력을 이끌고 복수하러 온다고. 현명하게 판단해 애송이, 
     이건 정에 이끌릴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살려줘.. 죽는건 싫어."

    "제발 이러지마라 애송이. 난 네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녀석들을 죽이게 해달라고 애송이. 자 명을 내려."

    "저들을 죽이지말고 내쫓아."

    "쳇."


    순간 고블린의 눈빛이 변하더니 이빨을 드러낸채 마치 맹수의 것과도 같은
    포효를 질렀다. 로드의 권한중 하나인 피어였다. 이미 전투의욕을 상실한
    코볼트들은 꽁무니가 빠지도록 도망쳐버렸다.


    "헤헤.. 고마워."

    "오해마라. 부탁을 들어준 게 아니고 듣기 싫은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된 것뿐이다."

    "알았어 알았어. 이름이 뭐야?"

    "킹스톤. 고블린로드 킹스톤이다."

    "고블린.. 로드라면?"

    "지상의 모든 고블린이 무릎꿇고 따라야 하는 존재.
     모든 종족에겐 로드가 있지만, 인간의 토벌에 의해 여러 종족의 로드가
     목숨을 잃은 지금, 몇 안되는 로드의 권한을 이어가고 있는자."

    "우왕.. 너 대단한데?"


    순수하게 탄복하는 샤인을 애매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킹스톤은 주저앉아버렸다.
    땅만 바라본채 시선을 옮기지 않는 녀석을 바라보던 샤인은 당황했다.


    "내게 무릎 꿇을만한 고블린은.. 전멸하다 싶이했지.. 약한 편에 속하는 우리 종족은
     어찌보면 인간의 사냥실력 과시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몇안남아있던 부락의 녀석들은,
     네놈의 애비가 처참하게 죽여버렸지."

    "그건..."

    "네놈의 탓을 할 생각은 없어. 나 또한 내 동족을 건드는 녀석들은 죽여왔으니까.
     계약이 끝나는 1년후엔 모르겠지만, 지금은 능력이 돌아오면서 이성을 제어하는 능력 역시
     다시 돌아온듯 하군."

    "이성을 제어해?"

    "종족에게 어느순간부터 로드가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종족의 로드는
     종족의 멸망을 막기 위해, 종족의 개체들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지,
     우리 고블린들은 대체로 지능자체는 뛰어나지만, 아무래도 악의 성역에서 나온 존재다보니,
     살계를 갈망하는 본능이 있어. 이를 억제하는 능력을 가진게 바로 나. 고블린로드이고 말이야."

    "으음.."

    "진작 힘이 돌아온다면, 녀석들도 날 따랐을텐데.."

    "무슨?"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고블린이 그렇게 센거야 원래?"

    "아니, 나의 힘은 오로지 로드의 권능일 뿐이다."


    고블린로드 킹스톤의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고블린이라는 종족이 굉장히 약한 종족이다보니,
    종족을 수호하기위해 로드의 힘은 다른 거대몬스터의 로드보다 오히려 강하다는 것이었다.
    아니, 거대몬스터의 로드가 약하게 태어난다나? 어찌됬건 몬스터족 중에서 가히
    최강자의 서열에 올라있는 킹스톤이었다.


    "이런 사실은 인간들 중에서는 아는자가 없는걸로 알고 있다."

    "대단한데~ 어쨌든 굉장히 센거아니야. 이거 든든하다 와하하. 킹스톤 이제 우리집에 가서 밥이라도 먹자.
     니 이야기도 좀 더 들려주고 말이야~"

    "이성을 제어하는 능력이 있지만, 아무래도 네녀석의 애비를 만나는건 내키지 않는군,
     나는 네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널 지킬테니, 네녀석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호신술정도는
     익혀보도록 해라."

    "세상에서 제일 센 보디가드가 있는데, 그런거 해서 뭐해. 난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무기는 들고 싶지 않아."

    "널 지키지 못하는건, 너 자신을 죽이는거다. 애송이, 적어도 네 몸 지킬 무력정도는 키워두도록해."

    "쳇, 뭔놈의 고블린이 사람보다 말을 잘하냐. 알았어 내일부터 검술수련이라도 해볼께."

    "그럼 이만."


    킹스톤은 명색이 보디가드인 주제에 주인도 바라보지 않은채 뛰는건지 나는건지 구분이 안갈 속도로
    어디론가 가버렸다. 집에 돌아간 샤인은 아버지에게 검술지도를 부탁했고, 다음날부터 호신검술 수련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날밤 샤인의 침실.


    "대빵 쎈 녀석을 보디가드로 두었어. 우왓핫핫핫"


    웃음소리는 밤새도록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3장 고블린로드킹스톤 -끝-





    4장 킹스톤의 이야기




    날씨가 맑다. 
    구름한점 없이 맑은 대낮은 하늘을 보며 구름 개수나 세는 인생들에겐 
    셈의 기회조차 주지않아 잡생각이 들게 만든다.
    킹스톤역시 세계수나무에 걸터 누워 하늘을 보는 할 일 없는(...)인생이라 그런지,
    오늘도 별에 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모든게 후회뿐이었던 인생, 머리가 좋아서인지 쓸데없는 생각 역시 많았던 인생, 뒤를 돌아보면
    언제나 후회만 되는 인생...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


    나무아래에서는, 자길 보고있는 것 조차 모르는 철부지 고용주 샤인이 
    엉성한 자세로 목검을 휘두르며 땀을 흘리고 있다. 
    대책없이 낙천적이기만 한, 아무 능력도 없는 그런 주인의 존재에 화가 날법도 한데, 
    이상하게 녀석을 보고 있으면 평안해진다. 마치 능력없는 아기를 바라볼 때의 기분처럼...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여유속에서
    고블린 로드는, 애송이 고용주를 바라보다 잠이든다.


    -킹스톤님...-

    "킹스톤님!!"

    "응?"

    "위대한 로드 킹스톤이시여,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십니까?"

    "음.. 하쿠인가?"

    "왜 그러십니까?"

    "잠깐 생각이 많았어."

    "미천한 제가 어찌 로드의 속마음을 알겠습니까만, 로드는 강하잖습니까.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으흠..."


    킹스톤이 과거의 꿈을 꾸고 있다. 잊고 싶은 기억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잠이 들때면 늘,
    그 시절의 꿈을 꾸게 된다. 모든것이 이상적이지만, 늘 자기도 모르는 불안함을 느껴왔던
    과거 자신의 모습...


    "하쿠."

    "네 로드님!"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해. 
     너무 강한 힘. 그리고 동족을 이끌어나갈 지혜와 권한
     이 모든게 누군가의 장난이 아닐지, 
     내가.. 아니 모든 종족이 그 누군가에게 의해 놀아나는 것이 아닐지,
     내가 과연 고블린이 맞을지조차도 의심스러워."

    "로드님은 선택받은 분이십니다."

    "날 선택한 자는 누구일까?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단지 선택 때문이라면,
     난 나의 삶을 살고 있는게 맞기나 할까?"

    "로드님..."

    "훗... 하쿠, 그냥 진지해져 본거다 니가 골머리 썩을건 없어"


    잔머리 굴리는 것 하나는 타고났지만, 깊게 생각하는걸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하쿠는, 이 자리가
    부담스럽다. 눈 앞의 강자의 마음을 거스릴까 두려워할 뿐, 진심으로 따르는 것 같지는 않다.
    표면으로는 언제나 이상적인 모습이다. 군주를 존경하는 신하의 모습,
    하지만 이런 모습을 띤 고블린들의 실태는 늘 가식적이며 추악했다.
    로드 킹스톤은, 동족을 사랑했지만 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고블린들에게는 단지 경외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래 오늘은 무슨일이지?"

    "네.. 로드님, 사실 얼마전부터 우리 일족의 장정들이 하나 둘, 정신을 잃고는 깨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수면초라도 집어삼킨게 아닐까 하고 방치했지만, 깨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점점 그런 증세를 보이는
     녀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신을 잃을때 녀석들이 고통에 차서 소리를 지르진 않던가?"

    "그게.. 들리는 바로는, 그냥 잠에 드는거 처럼 평온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슬립 마법이다... 인간의 짓인가?'


    권한에 버금가는 지혜를 가진 고블린로드 킹스톤은 한순간 증세의 원인을 파악했고,
    부족에게 일어나는 일이 인간에 의한 것인지 다른 종족에 의한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주의 형식을 띤 마법은, 마법을 시전한 자의 해제 마법이 시전되어야 완치될 수 있다.
    만약 인간이라면, 동족을 살려내라는 말에 콧방귀조차 뀌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고블린은 단지 사냥실력 과시용 소형 몬스터에 지나지 않을테니까,
    인간이 아니었다면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고 동족의 아이들을 살릴테지만,
    이 산맥 부근에는 마법을 사용할만한 능력을 지닌 종족이 없다.


    "하쿠, 전투준비를 해라."

    "전쟁입니까?"

    "쓰러진 녀석들을 살리는 것은 포기하자. 아무래도 인간의 짓 같으니..."

    "인간새끼들... 키륵"


    동족에 대한 사랑같은건 모르는, 본능에 충실한 고블린 하쿠지만, 
    인간에 대한 적개심 하나만큼은 굉장한 듯, 이까지 갈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로드의 영역안에 황금빛 오오라가 일더니, 그 속에서 한 인영이 나타난다.


    "오호~ 인간의 짓이라 단정한다니, 내 마법이 그렇게 허접해 보였던 모양이야?"

    "키륵.. 넌 누구냐 건방진 새끼, 죽어라!"

    "하쿠, 그만둬!"

    "훗"

    "크...크아악!"


    찰나였다.

    고블린 하쿠가 독침을 쏘는 순간, 눈앞의 인간의 모습을 한 상대의 손이 살짝 움직였고,
    이내 강한 바람이 일어 독침은 하쿠의 눈을 향해 되돌아 왔다. 
    표범무늬지네와, 털전갈의 독을 섞어 만든 맹독침은 
    소형몬스터 하나쯤은 순식간에 없앨 살상력을 가지고 있었고, 
    하쿠는 그렇게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했다.


    "이게.. 무슨짓이냐!"

    "먼저 공격한건 그 녀석 쪽이었어."

    "키륵... 대체 우리 종족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거냐"

    "어? 내가 사람을, 아니 고블린을 잘못 봤나? 내가 아는 킹스톤이라면 벌써 날 밟으러 
     쫓아왔어야 정상일텐데~"


    이죽거리는 녀석을 짓밟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본능은 상대방의 도발에 넘어가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로드의 능력중 늘 자신의 생존을 도와준 상황파악 본능이었다.
    본능은 킹스톤에게 말하고 있었다. 눈 앞에 있는 녀석을 얕보지 말라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 못할정도로 둔하진 않다. 적어도 너와 내가 싸운다면,
     둘중 하나가 죽어야 싸움이 끝나겠지, 쉽게 끝나진 않을거야."

    "내 실력을 안다는 듯 말하는군?"


    킹스톤은 어금니를 꽉 깨물어 긴장을 애써 멈췄지만 본능과 지혜는 상대방을 순식간에
    파악하게 만들어버렸다.


    "적어도 정체는 알지, 인간의 탈을 쓴 도마뱀!" 

    "오호.. 드래곤에게 도마뱀이라 부르는 고블린이라니, 간뎅이가 부은건가?
     하긴 뭐, 로드의 권한을 받았다면 일단 너도 자격은 있겠군,
     언제 눈치챈거지?"

    "감이다."

    "감? 크큭.. 너에게 주어진 로드의 권한은 굉장한 크기인가 보군,"

    "주어져? 내게?"


    자신의 삶을 어지럽게 해왔던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아는듯 얘기하는 녀석을 보자
    동족을 죽인것에 대한 복수심보다도 궁금증이 더 커졌다. 
    그런 자신의 이기심에 사뭇 놀랐지만, 궁금증 해결이 먼저였다.
    싸워서 자기가 죽건 저놈이 죽건 이야기를 못 듣게 될테니까,


    "궁금해 죽겟다는 표정이군, 크큭 좋아. 난 너랑 싸우려고 온게 아니니까."

    "싸울지 안싸울지는 내가 정한다."

    "뭐? 풋, 푸하하하하하하!! 웃기는 녀석이군"

    "솔직히 너희 드래곤족들이 믿을건 단단한 몸뚱이와 마법뿐이지,
     무력자체로 따진다면 너에게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다."

    "건방진 놈, 너에겐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군."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녀석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빛남과 동시에 몸이 부풀어 올랐고,
    로드의 영역의 천장이 뚫어지고, 상공엔 드래곤이 나타났다. 종족들은 혼란속에 뿔뿔히 달아났고,
    로드의 영역 부근에 남아있는 고블린은 없었다.


    "더럽게 크군."

    "과연.. 로드군, 나의 피어에도 꿈쩍이 없다니, 역시 로드의 권한으로 피어의 능력도 얻은건가?
     하지만 네가 나의 공격도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으냐, 에어 밤!"


    공기를 터트리는 대기계열 마법주문이 드래곤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하지만 
    작디작은 고블린의 몸에는 마법이 명중하질 못했다.


    "크릉.. 이놈! 잽싸군,"

    "마법밖에 믿는게 없는 네놈들은, 마법을 못맞추면 그냥 도마뱀일뿐이야. 덩치 커서 때릴데도 많군,"


    보통의 적이었다면 이미 피어에서 몸이 굳은채 드래곤의 마법에 농락당하고 있었겠지만,
    킹스톤 역시 로드의 권한을 습득한 자. 피어로는 도무지 킹스톤의 괴력과 스피드를 꺽을 수 없었다.


    툭! 툭! 쿡쿡쿡!


    그 힘에 비해 소리는 우스꽝스러웠지만, 작은 범위로 밀집된 힘은 깊숙한 곳까지 타격을 줬고,
    이 작은 주먹에 의해 드래곤은 괴성을 질러댔다,


    "잠깐!! 잠깐!!"

    "잠깐은 무슨, 네 놈의 오만함을 뿌리째 뽑아주마."

    "이런 젠장, 대기의 영역이여 나를 보호하라."

    "이건 무슨.."


    순간 드래곤이 사용한 마법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순간적으로 물 속에 들어간듯 공기자체가 무거워져
    모든 움직임에 저항을 받는 킹스톤이었고, 드래곤은 이제서야 좀 숨을 돌리는 듯 했다.
    한참 신나서(?) 때리고 있을 때 방해를 받아서인지, 킹스톤은 짜증이 밀려왔다.


    "네가 강한걸 인정하지, 미안하다 너의 모습을 보고 얕본 것 사과하마."

    "망할 녀석 이건 무슨 보도듣도 못한 마법이냐."

    "권능이지, 그분께 부여받은,"

    "날 어떻게 하려는거냐."

    "그분의 뜻이 전달되지 못한 녀석들을 일깨워 주는 것이 나의 역할, 너에게 말을 전하러 왔을뿐이다."

    "네가 말하는 그분이 대체 누구지?"


    드래곤은 권능이라는게, 꽤 많은 힘을 잡아먹는 듯,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조율자, 심판자라고도 불리는 존재, 신들까지도 심판할 권한을 가진 분이시다."

    "그의 뜻을 왜 내가 알아야 하지?"

    "너 또한 그분의 창조물이니까."

    "뭐?"


    킹스톤의 표정이 순간 당황으로 물들었고, 눈앞의 드래곤은 자신이 그토록 알고자 했지만,
    지금껏 알지 못했던 사실을 하나씩 말해주었다.


    "로드라고 하는 존재들은, 모든 존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분께서 만들어 낸 존재들,
     각자 개체의 멸망을 막기 위해 힘써야 할 조율의 사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봐야겠지,
     너의 경우 역시, 다른 종족의 침입을 너 혼자서도 거뜬히 막아낼 정도의 무력을 얻었을거야."

    "그럼, 내가 강한건 단지 그가 내린 사명을 지키기 위한 것 뿐이라는 건가?"

    "그렇다. 너와 나에겐 그분이 아버지와 같으니까."


    너와 나?? 눈앞의 드래곤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너 역시?"

    "그렇다. 드래곤족의 로드, 대기의 권능을 받은 자 골드드래곤 다인이다."

    "그런 종족의 로드치곤 많이 약하군,"

    "네가 강한것 뿐이다. 모든 로드에게 무력이 주어지진 않는다. 종족에게 없는 능력이 주어지지."


    자신의 강함의 이유가 그런 것이었다니, 존재 이유가 개체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니,
    모든 의문이 풀리려고 하자. 혼란스러운 킹스톤이었다.


    "어지럽군.. "

    "많이 혼란스러울테지, 이해한다."

    "다인, 이라고 했나? 질문 하나 해도 되겠나?"

    "나에겐 로드들을 일깨워주는 사명이 있다. 질문은 얼마든지 해도 좋아."

    "너의 사명은 다른 로드들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나의 사명은 무엇인가?
     니가 굳이 찾아왔다면, 뭔가 다른 사명을 알려주기 위한 것 이겠지?"

    "눈치가 빠르군, 로드의 능력으로 지혜역시 겸비한건가? 이거 너무 많은 능력을 얻었군, 질투나는데? 
     하긴, 약한 종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네가 강해야 할테지"

    "내가 듣고 싶은 건 칭찬이 아니다."

    "너무 성급하군, 하긴 네 정체성이 걸린 문제일테니, 그만 뜸들이고 얘기해주도록 하지.
     너의 사명이 분명 따로 존재한다. 그분의 메세지는 이렇게 전하고 있었다."
     
     고블린 족의 로드, 킹스톤. 나의 아들아
     너에겐 막중한 사명을 맡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의 일. 사명이 있기 전까지
     너에겐 시련이 주어질 것이며, 
     그 시련으로 말미암아 큰 고통을 겪게 될것이다.
     너의 사명은 한 아이의 보호.
     그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아무것도 묻지말고, 의심하려 하지 말거라.
      
     
    "한아이의.. 보호?"

    "그렇다, 때가 되면 네 앞에 자연스레 나타나게 될것이다. 
     너는 그 아이를 바로 알아볼 수 밖에 없을테고,"

    "그 때가 언제쯤이지?"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른다. 그리고 한가지 더."

    "으.. 으윽! 무슨 짓이냐!"

    "너의 힘을 봉인하는 주문을 걸었다. 그분의 권능이지, 그분이 말한 그 아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네녀석은 단지 조금 강한 고블린으로 살아가야 할것이다.
     일종의 제약이지, 그 아이의 보호를 맡지 않는다면 네 능력이 사라질테니,
     너의 능력을 되찾고 싶다면, 필사적으로 그 아이를 지켜내라."

    "그럼 우리 종족의.. 종족의 보호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

    "모든 것은 그분의 뜻, 어떻게든 되겠지.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당최 믿고싶지도 않은 소리만 내뱉다가 자신의 힘까지 봉인해버린 눈앞의 도마뱀녀석이
    곱게 보이지 않는 킹스톤이었다. 지혜와 이성마저 억눌렸는지 혈압이 터져 죽어버릴 것 같앗다.


    "키륵..나쁜 놈, 잠든 종족의 아이들은..?"

    "아 그놈들은 네녀석의 실력을 알아보기위한 도발용 미끼에 불과했지, 이미 마법은 풀어줬어.
     하지만 힘을 잃어버린 네놈의 말을 들을지는 모르겠군,"

    "키륵.. 내 힘을 되찾으면.. 너부터 죽여버리겠다."

    "훗.. 잘되길 빌지 그럼 이만"

    "키륵? 크아아아!!!!!!!"


    황금빛 오오라와 함께 나타날때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다인을 보고 소리를 지르던 
    킹스톤의 주변에 고블린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천성이 교활하고 고약한 고블린들은,
    킹스톤과 다인의 싸움이 멈춘순간부터 하나둘씩 숨어서 대화를 듣고 있었고,
    킹스톤이 약해진 지금, 그를 치기 위해 뭉친 것이었다.


    "키륵!"

    "이런 젠장, 키륵"


    강하고 지혜로운 로드가 교활한 고블린 무리들을 그냥 내버려 둔 건,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녀석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그런 고블린들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건 녀석들의 배신의 순간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킹스톤은, 다른 고블린과의 전투보다는, 도망을 택했다.
    그렇게 자신의 종족들에게 추격을 당하던 킹스톤은 막다른 곳에 이르렀고, 
    자신이 달리는 길의 끝에는 아마득한 높이의 절벽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충실한 심복이던 녀석들이 살기등등한 눈빛을
    띠고 있었고, 그 눈빛들을 바라보는 순간, 삶의 의욕이 완전히 사라졌다. 
    결국 킹스톤은 절벽아래로 몸을 던지기에 이르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쿵!!-


    "으.. 으윽??"

    "뭐야, 킹스톤 너 나무위에서 자고있었던거야?"

    "으음.. 샤인?"

    "풋... 너 귀엽다. 맨날 욕만하길래, 난 천상 악마난쟁이라고만 생각했지?"

    "너.. 이새끼.."

    "화내지마~ 무서워용~ 난 집에간다!"

    "후... 어린 노무 시키... 그나저나 또 그꿈이군.. 젠장"


    비아냥거리며 도망가는 샤인을 쫓아갈 생각도 안한채 주저앉은 채로 
    또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킹스톤, 그렇게 날은 저물어갔다.


    4장. 킹스톤의 이야기 -끝-





    5장. 왕따 샤인


    샤인이 고블린 로드 킹스톤을 고용하게 됐던 밤, 
    그 사실을 전해들은 아버지와, 로헨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려 노력했다. 
    분명 자신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을 터,
    샤인에게 해코지라도 하려고 든다면 힘없는 샤인은 막아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단 한가지 위안삼을 것은 가문의 아티펙트에 의한 계약이라는 사실,
    적어도 아티펙트의 주인인 샤인에게는 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들은 순진한 표정으로 헥타에게 검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검술에 관심이 없는, 그래서 일찌감치 검술을 배우는 것을 포기했던 샤인.
    그러나 일찍이 샤인이 검술을 배우지 않았던 진짜 이유는,
    그냥 농부로만 보였던 아버지가 검술을 가르쳐 준다는 말을,
    그저 가난한 농부 아버지가 아들에게 대단해 보이기 위해 보이는
    허세라고만 생각해서였다. 성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철이 덜 든 샤인은
    단순히 자신의 아비가 왕국 최고의 검사였다는 사실을 안 사실만으로
    기꺼이 검술 수련을 자청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허약한 샤인이 어디로 가는것은 아니었는지...


    "삼십오! 삼십..육!"

    "다시!"

    "에에?? 벌써 몇번째에요 히잉~"

    "검끝이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었잖느냐."

    "으아~~~"


    호신검술 정도만 수련해야겠다고 가볍게 본 것이 화근이었다.
    아버지는 샤인의 수련을 가볍게 할 생각이 없었고, 샤인은 죽을 맛이었다.
    하긴, 어느 부모가 나약한 자식을 방치하고 싶을까. 훈련의 강도는 처음부터
    나약한 샤인이 버틸만한 것이 아니었다.


    "조금은 달라진 눈빛을 보이기에 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실망시키질 않는구나 샤인. 천번 더 휘두르고 들어오거라!"


    말로는 비아냥거리지만, 아버지의 눈빛은 진정 자신에게 실망한 듯 했고,
    아버지의 실망어린 눈빛은, 샤인에게는 큰 상처가 되어 가슴을 찔러왔다.
    그리고 그날 아침일찍부터 시작된 수련은 오후가 되고, 
    검 휘두르기 천번을 채우고 끝이 났다.


    "후... 난 왜이리 나약한걸까.."

    "어이~ 샤인 어디가냐?"

    "어.. 어어.. 카진"

    "요즘 학교도 안나오고 말이야, 너 안나와서 요즘 우리가 심심했잖아~"

    "어?? 아..아.."


    상인집안의 카진, 어릴때부터 귀족에게 자격지심이 있는 돈많은 아버지 덕택에
    귀족보다도 더 대단한 대우속에서 자라와서인지 오만한 성격이 뼈속까지 박혀있는
    이놈은, 전부터 샤인을 괴롭혔었다. 하지만 대부분 평민인 학교의 환경탓에
    돈많은 카진을 따르는 가난한 아이들은 수두룩 했고,
    자신이 지나갈때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샤인은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도,
    카진 주위에는 카진의 돈앞에 아부하는 비굴한 녀석들이 많았다.


    "니가 학교를 안나오고나서, 무슨 소문이 돌았는줄 알아?"

    "무.. 무슨?"

    "니놈이 내 괴롭힘때문에 학교를 못나오는 거라고,
     내가 전부터 널 괴롭혔다는 헛소문이 돌고있잖아!"

    "에? 아..."


    맞는 소리구만... 이놈의 이기심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이미 전부터 자신의 소문이 흉흉했다는 건 생각도 안한채, 말도 안되는
    이미지 관리를 핑계로 자신을 향해 이를 가는 카진을 보는 샤인은 질려버렸다. 
    이제 또, 놈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겠지..


    "너같은 하찮은 새끼 때문에 손가락질 당했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다."

    "카..카진.."

    "집나간 개를 버려두면 죽잖아? 패서라도 끌고와야지,
     너는 내 개잖아 샤인. 죽지는 않게 할테니 긴장하지마~"


    이죽거리는 녀석을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은 간절했지만, 자신에겐 힘도 없었고,
    같은 편 역시 없었다.


    "사..살려줘.."

    "괜찮아 죽이지는 않을테니깐, 세상에 어떤 주인이 자기 개를 죽이겠어?"


    카진의 눈치를 보던 녀석들이 하나둘 다가오기 시작했고,
    이내 구타가 시작되었다. 맞다가 조금이라도 발악하면 발악한다고 더맞고,
    소리를 지르면, 누가 오면 어쩌려고 소리를 지르냐는 명목으로 또 맞고,
    눈물을 흘리니깐 쇼하지말라고 더 맞았다. 
    땅을 구르고 굴렀다. 정신도 없었다.
    배를 맞고 쿨럭이자 침속에서 약하게나마 피색이 보이는거 같다.
    한 놈의 신발에 튀었는지 그놈의 발길질이 시작된다.
    그렇게 맞고, 또 맞았다.
    옷을 입었을때 티가 나는 얼굴이나 목, 손을 제외한 모든곳에는
    카진들의 주먹이 들어왔다.


    "내일부터 학교 잘 나와라. 샤인, 난 널 기다리고 있어."


    누가보면 죽마고우라 할만한 대사를 뻔뻔하게 내뱉는 카진과 그 꼬봉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으며 돌아갔고, 
    샤인은 한참을 일어나지도 못한채 날이 어두워질때까지 누워있었다.
    눈물이.. 난다. 아직 철이 안든 샤인은,
    힘없는 자신에 대한 질책보다 다른녀석들에 대한 원망이 더 크다.
    이때 킹스톤이 다가왔다.


    "어이 애송이, 일어날 수 있겠냐."

    "시끄러."

    "뭐?"

    "보디가드라며, 날 지킨다며! 그런데 어디있다 이제 돌아왔지?"

    "난, 애들싸움엔 끼지 않는다."

    "그게 싸움으로 보여? 난 일방적으로 맞고 있었다고!"


    킹스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듯 땅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샤인을 향해 섬뜩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건, 싸움이다. 그때만 지켜준다고 피할 수 없는 싸움."

    "너랑 대화할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니 말은 이해가 안돼."

    "애송이.."


    어느새 샤인이 또 울고있다. 나약해 빠진 고용자. 
    이런 녀석을 보필하라니 조율자란 자가, 뭔가 잘못 짚은거 같다. 
    그렇지만, 왠지 녀석을 보고있자면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버린다.
    아까도, 동족들에게 포위를 당했던 자신의 모습과 겹쳐보여서,
    뛰쳐나가 그 주변 녀석들을 다 죽여버리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아냈던
    자신이었다. 하지만 로드의 지혜는 냉정했고, 다른 답을 내놓았다.


    "크흑.. 큭"

    "그만 울어라. 운다고 모든일이 해결되진 않는다."

    "시끄러워!"

    "애송이, 학교에 나가라."

    "뭐? 나보고 죽으러 가라는거야?!!"


    방금전의 상황을 보고도 눈앞의 미친 고블린은 학교를 나가란다.
    정신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어쩌면 이기회에 자신을 죽이려 드는건지,
    대책없는 킹스톤의 말에 어이가 없는 샤인이었다.


    "단..."

    "응?"

    "이번엔, 나와 함께다."


    5장. 왕따 샤인 -끝-




    6장. 삥뜯는 고블린



    샤인의 집.
    아버지와 샤인이 서로를 바라보며 언쟁을 벌이고 있다.
    둘다 감정이 격앙되어 있는게, 좋은 분위기는 아닌듯 하다.


    "뭐? 학교를 다시 가겠다고?"

    "예, 아버지."

    "분명 네 입으로 학교에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니."

    "그랬죠..."

    "대체 뭐가 되려고 그렇게 줏대없이 구는게냐! 검술 훈련은 어쩌고!"

    "그.. 그게..."

    "대체... 심판자가문의 가주라는 녀석이 어찌 이리도 빈틈투성이인건지..."


    -끼익-


    "누구냐!"


    현관문이 열리더니, 후드를 눌러쓴 작은 인영이 다가온다. 헥타리즈는
    상대를 주시하며, 몽둥이를 집어들었다.


    "괜찮아요, 제 친구에요 아버지."

    "여어, 샤인 대화가 잘 안되나?"

    "샤인의 친구인가? 흠.. 초면에 실례가 많았군."

    "초면...은 아니지."

    "허어!"


    후드를 벗고, 헥타리즈를 주시하는 상대는 킹스톤이었고,
    상대가 자신이 전멸시킨 고블린 부족의 생존자라는 것을 알아챈 헥타리즈는
    어쩔줄 몰라했다.


    "이봐, 샤인의 애비되는 놈."

    "야! 우리아빤데 말이 너무 심하잖아."

    "내가 이 땅에 태어난지 몇번째 해인지 세본지가 몇백년이 지났다. 인간중엔
     나보다 나이 많은 자가 없거늘 무슨 상관이냐. 게다가, 네놈 애비한텐
     개인적으로 받아야 할 빚도 있고,"

    "크흠... 그때 일은 미안하게 됬군..."

    "그때 일을 가지고 트집 잡으려 하려는게 아니야. 네놈과의 빚은 나중에 해결해야겠지만,
     지금은 샤인의 복학이 먼저다."

    "그게 대체..."


    킹스톤의 입에서 아버지에게 숨기고 싶었던 사실이 
    모두 나와버릴 듯 하자,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샤인이었다.


    '제발 말하지마라.. 제발..'


    "사실 이 얼간이가 왕따를 당하더라고,"

    "크흠..."

    "사실 얼마전에도 뒈지게 맞았지 또래 녀석들한테,"

    "그게 사실이냐?"

    "아.. 아니.. 그게.."


    순간 킹스톤의 손이 잽싸게 샤인의 상의를 찢어발겨버렸고, 
    샤인의 상체가 드러났다.


    "세..상에!"

    "킹스톤, 무슨짓이야!"

    "키륵 크크크 몸에 멍자국 없는 곳이 없구만 크크크크..."

    "대체.. 왜 애비한테 말하지 않았니?"

    "아서라 나이먹은 인간, 애들 싸움에 껴들 셈이냐?"

    "그래도, 이건 심하지 않은가! 네녀석, 샤인에게 고용되었다고 하던데, 대체 왜 움직이지 않은거지?"


    헥타리즈의 분노는 킹스톤을 향하기 시작했다. 또 냉막한 분위기가 되자,
    샤인만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가슴 졸이고 있었다.


    "키륵, 인간... 내가 봐온 바로, 그런 코볼트 같은 놈들은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지 못하면,
     끝까지 엉겨붙는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복수도 계획하겠지... 
     좀더 철저히 밟아놔야, 녀석들은 달라붙을 생각을 안하지, 크크크... 
     그때 내가 나서지 않은건, 그 자식들이 엉겨붙을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물론 그땐 나설 마음도 안들었지만 말이지."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방법이 있다면 샤인을 학교에 보낼텐가?"

    "그렇게 하지."

    "생긴데로 우직하게 노는군,"


    거실에 샤인을 놔둔채 아버지와 킹스톤은 둘만 문밖으로 나가 한시간정도, 대화를 나누다
    돌아왔고, 아버지의 표정이 한층 밝아진걸로 보아, 킹스톤의 이야기가 먹혀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삼일 후, 샤인은 학교에 돌아간다.


    평민들을 위한 학교라 시설이 좋지 않은데다가, 공부에 별 흥미 없는 아이들이 몰려있으니
    교실은 시끌시끌 하다. 괜시리 어색해진 샤인은 구석자리에 혼자 앉아서 책을 보고있다.


    "이새끼 이거 진짜 왔네 크큭"

    "그럼~ 주인이 오라는데 안오고 배겨?"

    "아.. 안녕?"


    샤인의 주변에 앉아있던 아이들이 하나 둘 자리를 피한다.
    카진일당에게 밉보여서 좋을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아이들이라고
    카진들의 행패가 달가울 리 없었지만, 말려들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기에
    불쌍한 샤인을 모른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봐 샤인?"

    "으..으응.."

    "알지? 있다가 뒷뜰 담장앞으로 와라? 흐흐흐 안오면 알지?"


    끄덕


    비아냥 거리는 놈들 앞에서 비굴하게 고개를 끄덕인 샤인은, 얼굴이 붉어진 채
    책에서 시선을 떼지못한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어느 덧 학교 수업일정이 모두 끝났다.


    "하암~ 카진, 샤인이 도망가면 어쩌지?"

    "크큭... 그놈이 도망칠 수 있을거 같아? 잔뜩 쫄아서 나타날꺼다. 그놈은 내 개거든,"

    "큭큭큭 간만에 스트레스좀 풀겠군,"

    "저기 누가 오는데?"


    옷차림을 보니 샤인이다. 카진 일행은 다가오는 사람을 반겨주려는 듯
    환한 썩소... 를 선사했다.


    "여~ 샤인 이제와? 기다렸잖아~"

    "크큭.. 날 기다렸나?"

    "이새끼.. 말투가 건방지다?"

    -뻐억-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채 알기도 전에 욕설을 내뱉던 아이가 저만치 날아가서 기절해있다.

    카진일당은 경악한 채 눈앞의 인물을 살폈다. 이상한 가면을 쓰고있어서 얼굴은 안보이지만,
    눈앞에 있는 인물이 방금 자신들중 가장 떡대 있는 녀석을 한주먹에 날려버렸다는 사실은
    경악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샤인의 보디가드, 
    고블린 킹스톤의 학교접수 작전은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죽고싶나?"

    "히.. 히익.. 누구세요?"

    "키륵.. 크크크, 나?! 동네 노는 형!"

    "네??"

    "아아, 내가 누군지는 알거 없고, 누가 카진이냐?"


    애들은 애들인지, 눈앞에 있는 자의 무위에 완전히 쫄아, 서로 눈치만 보고있었다.


    "다 죽고싶나?"

    "헉! 얘에요! 이놈이 카진입니다!"

    "너, 미쳤어? 감히 날 팔아먹어?"

    "아아.. 잡설은 거기까지하고 카진은 내 앞으로 나온다 실시, 딴놈들도 도망가다 잡히면
     그자리에서 죽는다는걸 명심하거라."


    눈앞의 남성이 정말로 자신들을 죽일것만 같아 잔뜩 쫀 아이들은 그자리에 굳어있었고,
    카진은 벌벌떨며 그 앞에 섰다.


    "너, 돈많은 집 아들이라며?"

    "네..."

    "형이 요즘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래, 부탁하나만 하자.
     카진? 많이는 필요없고 있는돈 다 내놓으렴."


    비아냥거리는 말투하며, 정말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는 킹스톤이었다.
    전직(?)이 궁금할정도로 완벽한 동네 노는 형이었다.
    이미 모든 아이들은 얼어있었고, 카진은 주섬주섬 돈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기 말이야, 물론 너도 알겠지만... 관습이라서 말해줘야 되겠다~
     이런 말 하기 싫지만 말이야. 뒤져서 나오면 동전하나에 한대다!"

    "이게 다에요.."

    "으흠, 그럼 돈도 줬으니 오늘은 많이는 안때릴께."

    "네? 때려요??"

    "걱정하지마. 형은 착한사람이라, 죽이지는 않아."

    "이건 약속이 틀리잖.. 컥!"


    톡! 뻑! 툭!


    "에구에구... 힘조절 한다는게, 또 기절을 해버렸네. 이봐 친구들!"

    "네? 네.. 네네!!"

    "물론 이것도 알고있겠지만, 내일도 카진 데리고 이쪽으로 와줘야해~ 안오면 
     죽이진 않겠지만, 죽기전까지 맞는다는 말도 전해주고~ 돈은 정말
     고맙게 쓴다고 전해줘~ 내일 카진 안데리고 오면 친구들도 이뻐해주고 싶을꺼야."

    "히익... 네..."


    한동안 카진일행은 샤인에게 신경을 쓰지도 못할정도로 시달려야 했다.
    그 가면쓴 놈한테 돈을 줘도 맞고, 도망가도 잡혀서 맞고, 덤벼도 맞기만 하고,
    이제는 맞는게 일상이 되었다. 단체로 자퇴를 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하나하나 찾아가서 괴롭혀준다는 녀석의 말이 장난같지 않았다.
    용병을 고용하자니 귀족이 아닌 이들의 용병 이용절차는 까다로웠고,
    학생신분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했다. 
    덕분에 매일같이 돈을 헌납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김없이 돈을 헌납하러 온 카진일행의 눈앞에 믿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여기 있습니다. 주인님!"

    "응 스톤, 수고했어~"

    "조금 있으면, 녀석들이 올겁니다. 잠시 숨어계세요."

    "응 ~ 적당히해둬. 죽어버리면 어떡해."

    "돈줄인데, 죽이진 않을테니 걱정마십쇼."

    "알아서 수고해줘, 난 숨는다!"


    눈앞에는, 자신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가면 쓴 그놈이 있었고,
    그 옆에는 허약의 대명사. 샤인이 그놈의 굽신거림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샤인이 주인님이란다.. 세상에!

    "오 사랑스러운 카진이 왔구나. 형보고싶어서 빨리왔어?"

    "으..으으..."


    그날도 카진일행은 죽도록 맞았다.

    다음날부터 카진일당은 샤인만 보면 슬금슬금 피하게 됬는데,
    몇일 뒤엔 아주 샤인이 자신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도망가버리는 카진들이었다.

    그날 사실,  처음부터 카진들이 온 것을 알고 녀석들에게 들릴정도의 목소리로
    연기를 한것이었는데, 작전이 성공정도를 떠나서 무서울 정도의 반응이 나타나자
    얼떨떨한 샤인이었지만 얼마 후엔 카진일당들 갖고 노는걸 즐기게까지 되었다.

    그리고 나서도 한달동안은 삥뜯기에 재미들린 킹스톤에 의해,
    카진들은 지옥속에서 생활했다나 어쨌다나.



    6장. 삥뜯는 고블린 -끝-





    7장. 자퇴



    콰쾅!!

    밤이 세상을 덮고, 모두가 잠이든 깊은 밤 비도 오지 않는 하늘에서 벼락이 친다.
    벼락은 유독 한 집앞쪽에만 계속 내리쳤다. 누군가를 부르듯
    집안에서는 이 소란속에서도 한 인영이 잠들어있다.
    벼락이 다섯차례정도 내리친 이후에야 잠이 깬듯 이불을 걷어차내고 
    놀란듯 일어나는 이는 로헨이었다.


    "다섯번.. 이었나?...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샤인..."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짓던 로헨은 진열장에 고이 모셔둔 럼주를 꺼냈다.

    언제 번개가 쳤냐는듯 잠잠해진 하늘은 천천히 해를 토해냈고,
    세상이 분주해진 시간 평민학교는 오늘도 시끌시끌했다.
    정신없는 수업일정이 끝난 샤인의 하교길


    "샤인?"

    "누.. 누구?"

    "나.. 음.. 같은반인데 내 얼굴 모르나?"

    "에..에?"


    눈앞엔 처음보는 귀엽게 생긴 여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엄마도 없이 자라와 정말 여자라곤 모르고 자랐던 샤인이다.
    정신없어 하는 샤인앞에서 소녀는 미소를 지은채 말을 이어간다.


    "으음.. 부담스러운가?"

    "응?"

    "나 너랑 같은반이라구"

    "으..응.."

    "너! 나랑 말하는게 귀찮아?"

    "아? 아니.. 그게 아니구!"


    아아~ 남자란 존재는 불면 날아가버릴거같은 여자애의 심통에는 왜이리 약한건지,
    카진을 갈구며 한껏 기세등등해진 샤인의 기세도 여자란 이름앞에서는 훨훨 날아가버렸다.


    "나랑 말하는게 귀찮은게 아니면, 오늘부터 우리 친구해."

    "에? 저.. 저기.."


    대체 앞에 있는 소녀는 무슨생각일까 하고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샤인과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은 여자애 사이에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고,
    이제는 샤인을 피하기에 급급한 카진일행은 벽뒤에서 그장면을 숨어서 보고있었다.


    "카.. 카진 쟤 말이야..."

    "저! 저.. 저.. 저거 미카 아니야, 저 또라.. 흡!"


    -한번만 더 또라이 미카라고 부르면, 다음번엔 다리를 분질러 줄꺼야!-


    대체 무슨 끔찍한 기억이 난건지, 카진은 입을 틀어막은채 부들부들 떨고있었고,
    카진의 무리들은 카진을 업고 부리나케 도망갔다.


    "내 이름은 미카야."

    "내 이름은 샤인이야. 샤인 스타리온"

    "스타리온? 풉.. 야 무슨 니가 귀족인줄 아니? 그냥 샤인이라 부른다~"

    "아.. 응!"


    눈앞의 소녀는 시골마을에서는 보기드문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친구가 되자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샤인은 약간 의아하긴 했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샤인"

    "응 왜?"

    "다음에 보자구~"


    -쪽-


    뭐라고 하기도전에 샤인에게 뽀뽀를 해버리고 굉장한 속도로 
    (사실은 별로 빠르지 않았지만 얼어있는 샤인에 눈에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미카였고, 얼떨결에 입술을 빼앗기고 멍하니 서있는
    샤인에게 킹스톤이 다가왔다.


    "뭘 그리 멍하니 있냐 주인?"

    "응? 아..."

    "방금 그 기집애말인데 키륵"

    "봤어?!!"

    "키륵 뭘 봤다고 호들갑이야."

    "안봤어?"

    "어디부터 말하는거야, 그 기집애가 주인을 부른거부터? 뽀뽀하는거까진 봤는데"

    "뭐야 다 봤잖아!"


    킬킬거리는 고블린을 보고 샤인이 한참 열을 올리고 있다.
    그때 킹스톤이 갑자기 웃음을 멈춘채 샤인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그 계집 조심해."

    "뭐? 왜?"

    "검을 수련한 흔적이 보인다. 아까 달려가는 모습에도 얼핏 보법이 보였어." 
    (보법: 걷는 방법, 효율적으로 싸우기 위해 기사들이 배우는 기술)

    "검을 수련한게 뭐 어때서. 요즘은 호신술로 검술을 배우는 여자도 많다고."

    "그 검의 경지가 상당한 경지라면? 게다가, 그 보법이 상위의 보법이었다면?"

    "뭐? 에이 나랑 비슷한 또래인데?"

    "일단은 악의는 없어보이지만, 보통 계집이 아니야. 조심해둬라 주인."

    "아... 알았어..."


    그럼 그렇지 어째 날때부터 꼬여있던 인생에 꽃이 피나 했다.
    어째 샤인의 주변에는 제대로 된 영혼이 하나도 없는건지, 
    풀이죽은 샤인을 한심한듯 바라보던 킹스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터벅터벅 걸어서 샤인은 집에 도착했다.


    "샤인 이리와서 잠깐 앉아보거라."

    "어? 안녕하세요. 아저씨! 왠일이세요? 아버지는요?"

    "잠깐 나갔다. 그나저나 오늘은 아저씨가 너에게 할말이 있단다."

    "오늘은 피곤해요.. 아후"

    "잠깐이면 되."

    "무슨 얘긴데요?"


    어쩐일인지 집에는 로헨아저씨가 그것도 굉장히 심각한 표정을 한채로 앉아있었고,
    아버지는 없었다. 정신없던 샤인은 그냥 침대에 누워 쉬고싶었지만,
    로헨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일찍자긴 그른것 같다.


    "잠시 아저씨와 여행을 가지 않을래?"

    "네? 무슨 여행을요. 저 학교가야지요."

    "아버지와 이야기가 다 된 내용이다. 학교에는 연락이 갈거야."

    "연락 이라뇨?"

    "자원 퇴학 신청서를 넣을거야."

    "네? 대체 무슨 여행을 가라고 학교까지 그만둬요??"


    별로 학교에 애정도 없는 샤인이지만, 자퇴를 하라고 하니 기가막혔다.
    왜 멀쩡히 다니고 있는 학교를 그만두라는 것인가. 로헨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도저히 농담같지는 않고, 샤인은 당황해 미치기 직전이었다.


    "너희 가문과, 아저씨의 가문의 약속. 그리고 우리 왕국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여행이다."

    "사명이요. 스타리온가의 맹약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내일 모레 세상이 멸망하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렇게 서두는 거죠?
     왜, 대체 왜! 학교까지 그만둬야 하는건데요?"

    "그건..."

    "저 잠깐 혼자 있을래요."


    -쿵-


    샤인은 방문을 걸어잠근채 이불을 덮고 누워버렸고, 
    거실에 남은 로헨은 쓴 표정으로 럼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지금은 혼자 두는게 좋겠어."

    "다.. 듣고있었지?"

    "자네가 안주타령을 할때부터 뭔가 이상해서 빨리왔지."

    "그렇군..."

    "나한테도 말할 수 없는건가?"

    "미안."

    "로헨 자네가 허언할 사람이 아니란건 알고있어.
     그래서 내 아들을 데리고 떠나는 것을 허락한거고,
     그렇지만 한가지만 약속해줄 수 있겠어?"

    "약속하지."

    "무슨 약속인줄 알고?"

    "자네가 이유없이 자네 아들을 맡긴 것처럼 나도 무슨약속인지는 모르지만,
     그 약속 무조건 지켜주겠네."

    "그래. 별 건 아니야. 언제가 됬건 꼭 돌아와줄 수 있겠어?"

    "..."

    "그렇군.. 힘든건가."

    "아니야 꼭 돌아오겠네. 내 약속하지"

    "고맙군."


    잠시간의 적막이 흐른후 침울해진 분위기를 애써 깨려는지 헥타리즈는
    장바구니를 꺼냈고, 이내 한상이 차려진다.


    "자 오늘은 거나하게 취해보자고."

    "좋지."


    그날 마을 가장 외곽의 허름한 흙집은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고,
    날이 밝아올무렵 두 중년은 청소도 안된 맨바닥에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일주일 후 마을 평민학교 출석부에서는 샤인의 이름이 제명되었다.


    7장. 자퇴 -끝-

    엄마밥좀제발의 꼬릿말입니다
    배고픔->우울->짜증->분노->발악->체력소진->배고픔

    평범한 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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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2 08:31:59  124.57.***.62  리플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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