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게에는 글이 상당히 천천히 올라오는 것 같네요.
요전에도 이상한 글을 하나 올렸었는데 고민 해결은 어려울 것 같고
여름이기도 하니 가끔 친구들에게 해 주던 이야길 해 드릴께요.
대학교 다니던 시절 이야깁니다.
친구들과 서해쪽 해수욕장으로 놀러갔습니다.
친구차 타고 슬렁슬렁 놀러가서 대충 방잡고 술마시고 하루밤 자고 오는 그런 일박이일 피서여행이었습니다.
(제가 차를 운전하질 않아서 그런지 지명이나 이런거에 상당히 약하고 방향감각도 상당히 둔해서
모르는 곳에 가면 건물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만해도 오른쪽으로 가야할지 왼쪽으로 가야할지 잠시 고민할 정도입니다.)
대천 해수욕장 근처였던 것 같고 나름 한적하기도 북적이기도 하는 평범한 여름 바닷가였습니다.
낮동안엔 왠지 바다에 들어갈 마음도 들지 않아서 그냥 바닷가에 앉아서 구경만 하다가
저녁엔 모래사장 근처에 늘어서 있는 천막 같은 술집에서 술을 좀 마셨습니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서인지 덥기도 하고 자꾸 '지이잉~' 거리는 이명이 들려
바람도 쐴 겸 혼자 잠깐 나와서 바닷가쪽으로 걸었습니다.
유흥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쿵쾅거리는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피해 걷다보니 자연히 바다방향으로 걷게되더군요.
한여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안개가 짙게 흘러서인지 오히려 선선했고
바다쪽엔 사람도 거의 없어 한적하게 느껴졌었습니다.
얼마 걸어가지도 않았는데 안개 때문인지 유흥가가 멀게 느껴지고 금방 조용해 지더군요.
멀리 앞쪽에서 아이 두명이 모래로 성을 쌓으며 놀고 있었습니다.
남자아이는 열살 내외, 여자 아이는 7-8세 정도로 보였고 남매 같더군요.
둘 다 그냥 수영복 차림이었는데 좀 춥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모래사장에서 둘이 노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안개가 점점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득 '저 녀석들, 주변에 어른도 없는데 이렇게 늦게까지 놀아도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어나서 그 아이들이 있는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안개가 심해지는데 부모님 찾아줘야겠다.
막상 걸어가려 하니 생각보다 멀리 있더군요.
'지이잉~'
귀에 간신히 들릴듯 말듯 고막을 가늘게 통과하는 고주파음...
왠지 그 아이들을 놓칠 것 같아 걸음을 빨리 했습니다.
'지이잉~, 지이잉~'
어이없게도 꽤 걸었는데 그 아이들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안개 때문에 거리감이 없어졌나?'
"얘들아!" 소리를 치며 불러보았는데도 못들은 것처럼 둘이 깔깔거리며 뛰어다닙니다.
순간 느낌이 오더군요. '이런 썅!'
가만히 걸음을 멈추었다가 그 아이들을 보며 장난처럼 뒤로 한발짝 걸었습니다.
그제서야 남자아이가 갑자기 멈추어서더니 저를 쳐다보았고 여자아이는 같이 뛰다가 오빠에게 콩 부딪치며 멈춰서더군요.
"오빠, 왜그래?"
"저 형 이상해... 에이! 눈치 챘잖아!!"
소름이 돋는게 아니고 갑자기 발끝부터 차가움이 느껴졌습니다. 발끝부터 허리까지.
걸어올 때 바닷물은 밟지도 않았었는데 어느새 제 허리까지 바닷물에 잠겨있었던 겁니다.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유흥가의 불빛이 안개에 뭍혀 흐릿하게 보였고 시야엔 온통 바닷물 뿐이었습니다.
철벅!철벅!철벅! 미친듯이 팔을 휘저으며 불빛을 향해 달렸습니다.
뛰기도 헤엄치기도 애매한 깊이의 물이 허리까지 감겼고 발에 느껴지는 미끌미끌한 서해바다 특유의 바닥 감촉,
엄청난 소리를 내며 사방에 물이 튀고 있는데도 황당하리만큼 조용한 바다와 한참을 달린 것 같은데도 얕아지지 않는 물의 깊이.
뒤를 돌아보니 그 남자 아이는 바로 제 뒤 허공에 떠서 제게 달라들려 하더군요.
몸을 휙 돌려서 손바닥을 내밀고 소리쳤습니다.
"난 너희를 도와주려 했던거야! 떨어져!"
그 남자 아이는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생각해보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허공에 멈춰섰습니다.
아까완 다르게 두 눈이 있을 자리는 해골처럼 텅 비어있었고 어둠이 대신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천천히 뒷걸음질 쳐 그 아이와 거리를 벌렸습니다.
이런 저런 일을 많이 겪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때만은 정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도록 무섭더군요.
무엇보다 다리에 감겨있는 바닷물은 어찌 할 수가 없었으니...
뒷걸음질 만으로 그 바다에서 벗어났습니다. 허공에 떠 있는 그 아이에게 계속 시선을 맞춘 채.
물이 무릎쯤으로 얕아졌을 땐 뛸 기운조차 없었습니다.
친구들은 맨발인 채 물에 흠뻑 젖은 꼴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난리가 났었지만
바닷가를 다시 돌아본 저는 뭐라 말할 기분도 사라져 버리더군요.
그 아이들 둘이 다시 처음처럼 멀지 않은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깔깔거리고 있었으니까.
물귀신 이야기입니다. 뒷 이야기도 있는데 별로 신빙성 없는 이야기들이어서 그냥 관심 껐습니다.
이 때만 해도 제 능력을 엄청 억누르려 노력하던 시기였고 많은 일들을 무시하며 넘어갔었죠.
여름철 피서 항상 건강 주의 하시고 수영하시기 전에 꼭 준비운동하세요!
오유인 모두 즐거운 휴가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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