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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사단에 있다가 1년에 한 번씩 6개월 정도 해안방어교대를 합니다.
해안방어교대라는 것은 사단 안에 있는 3개 대대가 6개월씩 나눠서
포항부터 경주까지 해안지역의 초소근무를 맡는 겁니다.
이럴 경우 대대 단위의 인원이 조각조각 찢어져서 평소에는 소초에서 생활하면서
각각의 초소에 24시간 교대근무를 서는 것입니다.
주로 소대단위로 찢어져서 소초에서 생활하고 평소에 사단에 있을 때는
매달 몇 개씩 크고작은 훈련을 하기때문에 소초생활에서는 훈련이 거의 없어서 "꿀빤다"고들 하지요.
사실 그렇기도 합니다. 소초가 민간인 밀집지역에 가깝기도 하고 PX 같은 건 없기 때문에
민간인 슈퍼도 자주 이용하고, 거의 그런경우는 없지만 PC방도 가기도 하고
횟집에서 회를 주문해서 먹기도 하기 때문에 정말 편하죠.
그렇게 자주 훈련도 뛰고 비 맞으면서 산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은 너무나도 그리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훈련뛰고 싶네요. K201 들고 산 속에서 날라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네요.
아무튼...이제부터 공포의 47소초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47소초는 우리 사단에서 맡았던 해안방어지역 중에 가장 남쪽에 위치한 소초입니다.
가장 끝자락에 붙어있던 터라 중본이나 GP의 간섭이 적었고
불시감사를 오더라도 가장 끝자락에 있는데다 미리 다른 소초에서 연락이 오기 때문에
정말 널럴하고 편한 곳이었고 서로 가장 친하던 소초 인원들이 모여있었고 분위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왜 공포의 47소초로 불렸는지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당시 제가 일병이었고 선임근무자가 상병이었는데, 제가 비록 나이가 더 많았지만
그 선임근무자는 군생활 선배로서 정말 존경하던 선임이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군생활하던 사람이었고 자부심이 있었던 사람입니다.
이 사람과 근무를 설 때는 단 한 번도 허투루 근무를 선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취약시기 때 한창 근무를 서면서 전방주시하고 경계근무를 서면서
말뚝근무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나름 심심하지는 않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제 앞쪽은 바다고 아래는 절벽, 왼쪽은 잡초길이었는데 선임근무자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제가 갑자기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숲길 쪽에서 인기척이라고는 말하기는 힘들고 시선? 무언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너무나도 조용했고 파도소리 말고는 선임말소리 뿐이었지만 무엇인가 소리가 아닌
아무리 무신경한 인간도 느낄수 있을만큼 엄청난 시선과 오싹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저는 순간 선임의 말을 끊었습니다. 군기가 빡세서 감히 선임의 말을 중간에서 끊어먹었다간
죽을 일이었지만, 선임도 아까부터 뭔가 느끼고 있었다고 저와 같이 말을 끊고 왼쪽 잡초길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취약시기라고는 하지만 어둠에 익숙해져있었기때문에 잘 보였습니다.
눈을 찡그리고 자세히 봤지만 잡초길 끝자락에 뭔가 흐릿한 검은 그림자가 있었는데
사람의 형체도 아니었고 알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글 쓰겠습니다" 하고 선임근무자한테 보고를 하고 고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고글을 쓰고 보니 잡초길 끝자락에 웬 꼬마애가 서 있는 겁니다.
이 꼬마애가 제가 고글을 쓰고 보는 걸 본 것인지 갑자기 후다닥 뛰어오는 겁니다.
꼬마애의 형체가 옷 입은 형태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눈은 흰자위도 없이
그냥 '검은자위'같은 느낌인데 그곳에서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고글을 벗었는데 전방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선임도 "아무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가글을 쓰더니 놀래냐" 이러는 겁니다.
제가 다시 고글을 써보니 벌써 꼬마애가 중간쯤 와 있는 겁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선임보고 "고글을 써보십쇼" 라고 했더니 선임도 고글을 써서보더니 갑자기 놀라는 겁니다.
웬 꼬마애가 소초앞에 와있다고...
저는 고글을 벗고 다시 어둠 속을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후레쉬를 비쳐봐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고글을 쓰고 있던 선임이
"꼬마가 우리 초소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어. 근데 발이 없어..."
놀라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초소 앞은 절벽이라 초소 주변을 빙글빙글 돌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계속 보고 있던 선임이 "야! 문연다." 말하더니 정말로 갑자기 문이 저절로 스~윽 열리는 겁니다.
바다바람 때문인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열리는데다 후레쉬로 비추고 있었는데 맨눈으론 정말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얼른 고글을 쓰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는데
선임이 "야! 어딜봐! 니 앞에 있잖아!" 하는 겁니다.
내려다보니 정말 꼬마애가 제 허리를 붙잡고 눈동자도 없는 컴컴한 눈으로 저를 올려다 보고 있었던 겁니다.
그 눈이 너무 공포스러웠던 게 눈이 안보였음에도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저는 순간 가위에 눌린 것처럼 다리에 힘이 풀려 풀석 주저앉았고 그 충격으로 고글이 벗겨졌는데
선임은 제가 주저앉는 순간 꼬마애는 눈 앞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는 겁니다.
이 귀신은 이후로도 다른 근무자들에게도 자주 보였고
몇몇은 꼬마애를 잡아보려고 고글을 쓰고 붙잡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꼬마애에게 허리를 붙잡혔을 때는 가위를 눌린 것처럼 힘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교대하기전 대대에서 소문을 들어보니 별명이 고글귀신이고
10년 전 마을에 있던 꼬마 중에 절벽에서 놀다가 발을 헛디뎌 죽은 꼬마가 있었는데
그 꼬마의 귀신이라고 하더군요. 왜 고글을 써야지만 보이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고글이라는 장비가 보급된 이후로 나온 귀신이라고 합니다.
이번 고글귀신 이야기는 여기까지구요.
앞으로 47소초가 폐쇄될 때까지의 여러가지 일들을 써보겠습니다.
공포의 47소초 [02]
47소초 인원들이 한꺼번에 겪은 일입니다.
그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소초 인원들은 매일 이어지는 근무로 녹초가 돼서 언제나 그렇듯 밤에는 골아떨어져 있었고
깨어있는 건 근무나간 인원과 다음 근무 준비인원, 그리고 통신실의 통신병,
그리고 빠질대로 빠져 밤마다 얼마 안되는 요리재료로 갖가지 라면을 개발하던 말년병장 한 명이었습니다.
통신병은 언제나 2교대 근무였기 때문에 잠도 빠듯하고 근무도 빠듯해서 미칠 지경에 다다르다가
결국 경지에 올라 근무중 숙면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한창 숙면을 취하다가 문득 잠이 깨더랍니다.
잠이 깬 통신병은 평소라면 아침까지 잤을 테지만 왠일인지 그날따라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뭔가 기분이 이상한 채로 잠이 깨서 평소답지 않게 근무를 똑바로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역시 심심해졌는지 초소에 근무들어간 인원들에게 말이나 걸어볼겸
312로 몇 번 연락을 취하고 근무일지를 적다가 뭔가 한기를 느껴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입구를 돌아봤는데 웬 여자가 자기를 쳐다보다가 내무실 방향으로 스윽- 가더랍니다.
통신병은 깜짝 놀라 "민간인!! 민간인은 여기 들어오면 안됩니다!! 나가세요!!"하며 쫒아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사람이 걸음을 걷는다는 것은 높낮이가 있잖습니까?
근데 그 여자는 스케이트보드를 탄 것 마냥 스윽 가는 모습이더랍니다.
순간 오싹해서 통신실 입구에서 멈춰섰다가 내무실 쪽에서 앞근무자들의 말소리와
"으~악!"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 여자가 다시 나와 주계(식당)로 갔습니다.
한창 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던 말년병장은 그 여자를 보고 입과 콧구멍으로 라면을 토해냈습니다.
그 소동은 소초인원 전원을 새벽3시에 모두 깨우게 만들었고
소초장까지 뛰쳐나와 직접 목격하게 만든 대사건이었습니다.
많은 인원들이 깨서 뛰쳐나와 (처음에는 민간인인 줄 알고 내 쫒기위해) 잡으려고 주계 입구에 있었고
말년병장은 뒤쪽 입구쪽에 서있어서 나갈만한 구멍은 전혀 없었는데
모두가 (소초장 포함, 당시 중위를 달았음) 보는 자리에서 형광등까지 켜져있는 상태에서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정말로 눈을 깜빡하니 없어졌던 겁니다.
안개처럼이니, 슬로모션처럼이니, 뭐 그런게 아니라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 겁니다.
그 동안 귀신소문을 들었더라도 믿지않던 소초장도 직접 눈앞에서 귀신이란 놈을 본데다가
얼굴도 정확하게 기억할 정도였는데 소초장은 한동안 소초장에 틀어박혀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새벽에 비가 오는데 소초인원을 모두 운동장에 집합시킨 후 소초에 침입한 '민간인'을
잡지도 못한 기합빠진 놈들이라며 몇 시간 동안 굴려버렸습니다.
뭐... 소초장도 그걸 귀신으로 인정해야할지 아님 사람으로 해야할지 여러가지로 고민을 많이 했다가
결국 민간인으로 결론내린 후 책임을 소초인원들에게 떠넘겨버렸던 거죠...
아마도 장기근무를 신청하고 해외 파병도 신청할 예정이어서 여러가지로 마음에 걸렸었나 보죠.
그래서 대대에는 보고하지 못하게 그냥 무마시키려는 수단으로 그런 식으로 넘기려 했지만
이후 소초장은 직접 초소에 중대장과 함께 근무를 서게 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저도 그 여자를 봐서 얼굴과 신체적 특징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얼굴은 약간 통통하고 피부는 하얗지만 죽은 사람의 피부를 보면 약간 파란 핏줄이 솟아 파란 기운이 도는 것처럼
하야면서도 약간 파랬고 코는 보통 일반코에 입술은 약간 검붉은... 그러니까 죽은피색?
눈은 정면을 응시하지만 사람을 보는 거 같지는 않았고 머리는 롱헤어였습니다.
옷차림은 하얀 소복이었는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별 특징없는 일반귀신모습이네요...-_-
두번째 그림이 대충 그려본 그 귀신의 얼굴과 신체적 특징이긴 한데
전형적인 한국인 여자 얼굴에 약간 눈주위가 부어있고 시선이 없는 일반적인 얼굴이네요...
얼굴이야 머릿속에 있는데 그걸 명확하게 글로나 그림으로 꺼낼 수가 없는게 아쉽습니다.
공포의 47소초 [03]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47소초에 대해 이야기를 쓰는 중에 갑자기 일거리가 생겨 이천에 며칠 다녀오느라
이야기를 계속 잇지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다시 시작합니다.
우선 저번 2편의 글을 올린 후 댓글에 대한 답을 몇 개 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음....많은 사람들이 성격이 지이랄맞고 개 같은 인간들만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해병대를 나왔습니다.
1사단이었구요...7연대 였습니다.
뭐...성격이 지이랄맞고 개 같은건 맞지만 그건 부내 안에서만 해당되는 얘기고
사실 대민지원도 상당히 많이 가고 민간인 지원부분에서는 현역종사자나 예비역분들도
많은 참여를 하고 있고 솔직히 예전의 개병대라고 놀리시는 그런 모습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전역하면 몇 년이 지나도 휴가나온 후임들을 보면 반가워서 지갑열어 용돈챙겨주거나
술이나 밥사줘서 후임들이 좋아하는 얼굴 보는 게 해병대로서의 낙입니다.
나캣님 // 제가 12사단이 아니냐고 하셨는데 우선 육군이 아니고 해병대는 사단이 몇 개 없습니다.
끽해야 2~3개? 그것도 1사단(포항) 2사단(김포) 정도?
나머지는 제방사(제주도), 백령도, 수원사령부 정도로 무척 소수부대 입니다.
그래서 12사단이나 늘릴 정도의 인원은 없습니다...-_-;;;헐헐...
뉴스에서 가끔 '육군 53사단'이런거 보면서 '우와..육군은 진짜 인원 많은가보다..'라면서 놀랄 뿐입니다.
명칭이 47소초로 같은 이유는 아마도 육군과 연계해 지역을 분할한 후 구분하기 위함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문제의 47소초는 포항을 약간 벗어나 경주지역에 있습니다.
그 위치는 위의 그림으로 표시했구요. 네이버 지도로는 해안부근지역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서
구글어스로 봤지만 구글어스도 자세히는 보이지 않더군요.
다만 위치적으로는 저부 근이 문제의 47소초의 위치로 생각되지만 어쩌면 더 아래쪽에 위치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중본(중대본부)이 원자력발전소 바로 옆에 있었고 남쪽으로
44소초부터 47소초까지 해안방어 지역이기 때문에 대략 저 정도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정보가 법에 저촉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만약 위배된다면 그림을 지우겠습니다.
다만 이 글은 군대생활 동안 봐온 '군대귀신 이야기'이고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며
지도의 위치나 사진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군사적 정보로서는 효용성이 없다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금통구이님 // 그 소초장이 해안방어당시에는 욕 먹을 만한 게 맞긴 한데 당시 상황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를 본인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소위 말봉이었고 몇 주 후 중위진급이었는데다가
위로는 또라이 중위 선임이 두 명이나 있었는데 장교들끼리도 갈구는게 장난이 아니었고
해외 파병 얘기가 계속 돌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47소초가 우리가 방어하기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소초라 대대장까지도 계속 주의깊게 보던 소초라 여러가지로 심리적 압박이 심했다고 합니다.
죄없는 후임들을 굴린 건 중대장이나 중위선임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른바 '쇼'였고
귀신나오는 소초라는 소문 때문에라도 어쩔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소초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
월급을 풀어 근처 횟집에서 회를 사주면서 얘기를 나눠 대원들도 사정을 이해해줬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47소초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소초대원 전부가 여자귀신을 보고 난 후에 한 명씩 겪은 일이었는데
제일 처음 막내가 그 일을 겪었습니다.
그 막내는 전입한지 3일도 안돼서 우리 소초가 귀신이 나오는 소초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겪은 일이라 다른 사람들도 막내 이야기를 듣고 무척 당황했다고 합니다.
어떤 일이냐 하면 전입한지 얼마 안되는 신병은 3일 동안은 맞선임을 통한 내무실교육과
군기교육 실무교육 등이 이루어지는데 실질적인 근무는 전입한지 3일 이후에 들어가게
되어있어서 주로 내무실에서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됩니다.
사실 몸은 무척 편한데 선임들이 지나다니면서 시비를 걸거나 군기확인을 하거나
"요즘 사제생활 어떻냐?" 같은 수많은 질문공세로 마음은 편하지 못했습니다.
선임들 맘에 쏙들게 대답하거나 군기를 보여주면 좋긴 한데 솔직히 이병이야 어딜가나
어리버리 하니까 선임들 맘에 쏙 들게 하긴 어려웠으니 당연한 겁니다.
그러던 중 초소근무투입 전날밤 새벽 3시쯤 제가 선임과 근무투입준비를 하던 중에
갑자기 내무실 문이 살짝 열리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살짝 났습니다.
'하~아....어떡하지...어떡하지...어떡하지...어떡하지...'
이런 한숨과 말소리였는데 너무나도 작게 들렸고 위치가 소초 바깥에서 들렸기 때문에
누구인지도 확인도 못했습니다.
귀신이 소초 내로 들어온 이후로는 모두들 신경이 바짝 곤두서서 예민해진 이유도 있고 해서
이상한 기운이 소초 전체 내에 감도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기분이라는 게 무척 미묘한데 설명을 하자면 한 순간 모든 게 멈춘거 같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와중에 음산한 기운이 든다고나 할까?
기분나쁜 소름이 돋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선임도 그 소리를 들었기에 저는 선임을 쳐다본후 잠깐 바깥을 확인하고 들어온다는
표시를 한 후 나가서 소초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돈 후에 다시 들어왔지만
아무도 없었고 같이 근무를 준비하던 선임도 소초 안에는 깨어 있는 사람이
우리 말고는 통신병뿐이었고 통신병도 그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통신병과 근무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을 확인해봤지만
자고있는 인원수도 모두 맞았고 근무시간도 다 되고 해서 그냥 근무를 들어갔습니다.
말뚝근무였기때문에 저와 선임은 아까 있었던 이상한 일에 대해서 계속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혹시 또 귀신이 들어온게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아침까지 근무를 선 후 소초에 들어오니 웬일인지 막내한테 모여들어 있었습니다.
막내가 자다가 꿈을 꿨는데 꿈 내용이 조금 오싹했던 겁니다.
자는 도중에 갑자기 가위에 눌려 옴싹달싹 못하다가 갑자기 몸이 스르륵 일어나졌는데
가위에서 풀린 줄 알고 비몽사몽간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주위에 있어야 할 선임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겁니다.
통신실에 있어야 할 통신병도 없었고 시계를 보니 새벽3시15분 쯤이었는데
내무실 침상에 누워있어야 할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찾으러 밖으로 나가 봤는데 사방은 깜깜한데다가
선임들은 없고 소초 지붕에 쌩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서 있더라는 겁니다.
선임들도 없고 이상한 사람들이 소초 주위를 포위한거 같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너무 절박한 마음에 한숨을 쉬며 '어떡하지...어떡하지..' 이러고 계속 주위를 둘러봤는데
소초옆 수풀 쪽에도 웬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겁니다.
모두들 살아있는 사람 같지도 않고 자기만 응시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다 한 순간 몸이 내무실 쪽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고 일어나보니 모두 꿈이었다는 겁니다.
저와 선임은 이야기를 듣다가 기겁을 할 뻔 했습니다.
우리가 근무를 준비할 때 일어난 이상한 일들과 딱 들어맞는 겁니다.
어디선가 '어떡하지..어떡하지..'이런 말소리가 들렸는데 바로 막내 목소리였던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새벽에 인원확인했을 땐 막내는 분명히 침상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놀랐습니다.
다른 선임들과도 꿈 이야기와 근무준비할 때 겪은 이야기를 얘기했는데 모두들 놀랄 뿐이었습니다.
그 날은 얘기만 듣고 끝낸 후 막내와 다른 사람들은 원래의 생활로 돌아왔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다음날은 다른 사람, 그 다음날은 또 다른 사람, 이렇게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됐고
3일 후에는 저도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역시 자다가 가위를 눌렸는데 기분이 무척 이상했습니다.
가위를 풀어보려고 발가락 손가락 끝부터 계속 움직이다가 결국엔 풀렸는데
너무 이상한 느낌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침상에는 모포만 가지런히 일렬로 놓여있었고 시계는 3시10분쯤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 상황이 무척 이상했던 게 모든 게 흐릿하고 명확하지도 않았고
가슴 속에서 넘쳐나는 감정이라고는 '외로워...' 뿐이었습니다.
직감적으로 내가 죽었다는 것으로 느낀 겁니다.
그때는 이상하게도 이 상황이 막내한테 들었던 이야기와 똑같다는 걸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마치 꿈 속에서 '이게 꿈이구나'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튼 전 계속 너무 외로운 마음에 선임들을 찾아 소초 내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초 바깥에 나왔는데 여기저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돌아다니고 있었던 겁니다.
그 중에 소초 안으로 들어와 소동을 일으켰던 여자귀신이 소초건물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너무 외롭고 내가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섰습니다.
가장 가까운 초소에 올라가 초소 문을 열었지만 아무도 없었고
이전에 고글귀신을 봤던 초소에도 가서 문을 열어 제꼈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초소를 달려가면서 느꼈던 건 '내 몸이 이렇게 가벼웠나? 저 초소가 이렇게 가까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진입거리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던 겁니다.
그래서 다시 소초에 가서 건물 바깥에서 '난 정말 죽은 건가...' 하면서 절벽 근처에 앉아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죽기 전에 여친한테 한마디라도 더 '사랑해'라고 말하지 못한 게
너무 한스럽고 가족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연락하지 못한게 후회되어
절벽에 앉아 바다를 보며 계속 생각에 잠기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정말 그 생각 밖에 안들더군요... 사랑하는 여친과 가족이 제일 보고 싶다는 것.
바로 뒤에 소초건물이 있었는데 저번에 여자귀신은 무심하게 계속 건물 주위를 돌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몸이 내무실 쪽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나더니 갑자기 눈이 떠졌습니다.
이때까지 있었던 일이 모두 선명했지만 꿈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일들은 모두 거짓말처럼 모두들 침상에서 잘자고 있었고
근무교대 인원들은 무장을 풀고 있었던 겁니다.
정말로 너무 반가웠습니다.
무장을 풀던 선임이 깜짝 놀라 "이 시밤바야!! 놀랬잖아..."
이러면서 "너도 이상한 꿈꿨냐?" 이렇게 물어봤는데 욕을 들어도 이 모든 게
너무 반가운 느낌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눈물나더군요... 쪽팔렸지만.
"새꺄! 질질 짜냐?" 이렇게 욕하는 선임이 얼마나 반가운지..헐헐...
그 선임이 무장을 풀고 잘 준비를 하던 차에 다른 소초에서 근무교대를 한 사람들이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들이 들어와서 무장을 풀면서 잘 준비를 하던 선임이랑 얘기를 나누면서
저를 불렀습니다. 이상하게 그 선임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를 하고 있었고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잘 준비를 하던 선임한테 근무하다가 이상한 일 없었냐고 물어봅니다.
자기 초소에서 근무서다가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는데 니네 초소는 안그랬냐고...
잘 준비를 하던 선임이 그 소리를 듣고 "어? 우리 초소도 그랬어. 니네도 그랬냐?" (둘은 동기입니다)
저는 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고글귀신이 나오던 초소에서 근무를 서던 선임은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길래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는데 혹시나 해서 고글을 쓰고
주위를 둘러보니 제가 문고리를 잡고 초소 앞에 서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너무 이상해서 들어오자마자 저를 불러서 얘기를 한 겁니다.
저두 너무 놀라 아까 있었던 꿈 이야기를 하니 왠지 시간도 얼추 들어맞고
이제까지 있었던 이야기들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 모두 어안이 벙벙해지더군요...
그때까지 20명 정도의 인원 중에 저 포함 5명이 똑같은 내용의 꿈을 꿨고
저는 귀신이나 할법한 짓을 했던 겁니다...-_-;;;;
살아서 귀신이 된거죠... 유체이탈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후로 나머지 소초인원들이 모두 똑같은 경험을 했고
그때마다 근무준비하던 인원들은 깜짝깜짝 놀랐고 –_-;;;;
한 번씩 그 꿈을 꾼 이후로는 아무도 꾸지 않게 되었습니다.
공통된 것은 새벽 3시쯤 되면 가위에 눌리고 (그 순간에는 근무준비하던 인원들도 이상한 걸 느끼고)
소초에는 아무도 없고 외로움을 느껴서 나가보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소초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과 그 인원수가 소초 지붕에는 4명, 소초건물 주위를 돌던 여자1명,
수풀 쪽에 5~6명 (그쪽은 어두워서 정확한 인원을 헤아리기가 힘들었습니다)
초소 주변 등 도합 20명 정도가 군데군데 있었다는 것이 공통되는 점입니다.
소초장도 똑같은 꿈을 꾸게 되었는데 소초장도 너무 외로워서 삐질삐질 울었답니다. ㅋㅋㅋ
정말 그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네요...
정말로 죽어서 느끼는 감정이 외로움 뿐이라면...
그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알게된 사실인데, 소초 내에 귀신이 나타난 이후로
소초장이 소초건물내 이곳저곳에 몰래 부적을 붙였다고 합니다. 비싼거라고 하더군요. ㅎㅎㅎ
어디다가 붙였는지는 절대로 말안해주더군요. 다른 사람이 보게되면 부적기운이 떨어진다고...
그리고 대대장이나 중대장이 알게되면 욕 바가지로 얻어먹고 부적 다 떼게 될테니...
그래서 그 여자귀신이 소초건물내에 못 들어오고 건물 주위만 빙글빙글 돌고 있었는지도...
다음에는 TOD 관측 중에 일어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공포의 47소초 [04 오지않는 근무자]
TOD 얘기를 하려 했는데 시간순서상 이 얘기를 먼저 해야할 것 같더군요.
TOD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언제인지 날짜는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워낙에 오랜 시간이 지나간 일이라 시간 관계들이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대충... 그 당시 다른 지역(알파지역)에서 전역을 한 달 앞둔 선임이
근무진입중 해안으로 떠밀려 들어온 발목지뢰를 밟아 발목이 날아가 한창 시끄러운 때였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안됐습니다. 전역이 코앞인데 발목이 날라가다니....
보상금도 끽해야 6만원 안팍이었다는데... (다른 부대의 사고사례로 내려와서 정확한 보상금은 모릅니다.
같은 기수 선임들이 병문안을 위해 외출했을 뿐... 자세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튼 안그래도 귀신소동 때문에 시끄러운 소초가,
발목지뢰 사건 때문에 더욱 더 긴장을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우리 중대가 맡은 지역은 주로 절벽 지역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곳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안심했지만 그래도 산에서 흘러내려온 지뢰가 있을지 모르니
근무진입시 발밑을 확인하면서 진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야간 근무조는 반드시 후레쉬를 켠 상태로 발밑을 확인하면서 진입하게 됐죠.
(원래 특별한 일 없이는 근무진입시 자기 위치를 알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됐는데 워낙에 사건이 사건인지라...)
소초장도 자기 대원들이 혹시나 사고가 생길지 몰라 대원들을 많이 걱정하고
근무진입시 일일이 확인해주고 (원래는 귀찮기도 한데다가 매일 수십번씩 똑같은 짓 잘 안하죠.
주로 부소초장이 하긴 하지만....)
"조심히 다녀와. 근무 잘 서고.." 이렇게 말이라도 챙겨줬습니다.
저번에 말도 안되는 억울한 일을 대원들한테 떠넘겨 굴렸던 걸 생각하면 주먹에 알 수 없는 포스가 채워지고-_-
'갑자기 얘가 왜이러나...약 처먹었나' 하고 생각도 났지만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 날도 여지없는 초소근무였는데 저야 짬밥이 안되니 당연히 야간말뚝이었습니다.
차라리 소초 안에서 그 빡신 선임들 상대하느니 친한 선임하고 같이 초소근무 서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는게 더 재밌었죠.
그 날은 22~02시 근무였는데 보통 10분 전에 근무자들이 도착을 하죠.
그런데 그날따라 근무교대인원들이 02시10분이 넘도록 오지 않는 겁니다.
보통 근무진입을 하면 소초로 312를 날려서 진입신고를 날리기 때문에
근무기록상에도 남으니 웬만하면 제 시간에 도착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는 겁니다.
그래서 뭔일이 있는가도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이상하다는 생각이 나기도 해서
선임근무자가 312로 소초에 연락을 해보니 근무자들은 이미 30분 전에 소초를 떠났다는 겁니다.
아무리 천천히 와도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건 뭔가 안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거죠.
(혹시 헷갈릴까봐 설명- 우리 소초에서 초소 근무를 맡은 곳은 검문소를 포함해서 4군데였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는 곳은 고글귀신 초소의 반대쪽 지역 초소입니다. 초소는 때에 따라서는 폐쇄하는 곳도 있고
비상근무 때는 초소를 늘리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4개 초소를 운영했죠)
우리는 '아...이거 뭔일 났나보다...'하고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소초로 연락을 하고 뭔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사람을 보내 근무진입로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통신병은 이 얘기를 듣고 소초장한테 보고한 후 사람을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잠시후 312로 연락이 왔는데 소초장이었습니다.
"야 애들 아직 안왔어?"
"그렇슴다. 근무진입시간이 40분도 넘게 지났는데 뭔일이 있는것 같슴다"
"이 새끼들...근무진입하다가 어디로 샌 거야. 잡히기만 해봐. 다 영창 보내버린다. 내가 갈께, 기달려!"
"저희도 이쪽 부근에서 찾아보겠슴다"
"아니 너희들은 움직이지마. 근무자들은 근무시 초소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지시 떨어졌으니까
니들은 가만히 있어! 내가 갈께!"
"알겠슴다."
312연락이 끊긴 후 우리는 근무진입로 쪽을 주시했는데, 취약시기인데다가
고글귀신 지역처럼 사방이 트인 데가 아니고 수풀과 나무에 가려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진입로에서 근무교대자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겁니다.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한참 동안 뛰어다녔는지 땀이 범벅이었고
여름에는 전투복 팔쪽을 접어올리는데 다 풀려 아래로 내려와 있었고
여기저기 굴렀는지 흙이라든가 풀쪼가리들이 잔뜩 묻어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다급한 목소리로 얘기 했습니다.
"야야..큰일났어..."
"왜케 늦었습니까.."
"그 새끼 갑자기 사라졌어 시밤바 섹히..."
"누구 말임까? 막내 말입니까?"
"어. 그 색히 내 뒤 잘 따라 오라니까...벼-엉신색히가 어~이 18..
누가 앗세이(갓들어온 이병, 주로 새것을 지칭)아니랄까봐..
조~옷 같은 색히..같이 따라도 못오나..초딩보다 못한 이병색히..
내가 그색히랑 같이 근무 넣지 말라니까...아놔.. 시발ooo하사(부소초장)색히..."
"어찌 된 일입니까.."
"내가 그색히 존나 조마조마해서 계속 뒤돌아보면서 잘 따라오나 확인하면서 왔거든?
근데 저기 저 수풀 지역 지날때 혹시 발목지뢰있나 해서 밑에 잘보면서 따라와라
하면서 오는데 이 색히가 대답 잘하면서 따라오길래 뒤돌아보니까 없어
나 지금까지 그 색히 한참 찾다가 오는 중이거든? 소초에 연락했냐?"
"그렇슴다..소초장이 직접 나온답니다..클났슴다...영창보낼라고 독올랐습니다"
"아..시발....미치겐네.."
그 순간 진입로에서 소초장이 후레쉬를 들고 뛰어오는게 보였습니다.
"소초장님~ 여기 근무자 한명 왔슴다~"
그런데 뛰어오는 속도를 안줄입니다..
" >o< 다 필요없어~~!!!!"
진짜 미친듯이 달려와서 방금 헐레벌떡 달려온 선임근무자에게
(정말로)드롭킥을 날려버리는 겁니다-_-;;
우리도, 드롭킥 맞은 선임도 너무 황당하고 엄청난 군화발 드롭킥에 충격을 먹고 엎어져서
잠시 아무말도 못합니다..-_-;;; 정말 불쌍하더군요...
"야! 또 한 놈은 어디있어!!"
엎어져있는 선임이 일어나지도 못하고
"뒤에 따라오다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_-;;;"(누가 나좀 일으켜줘..ㅠ_ㅠ)
"어디서?"
"저 수풀지역에서 제 바로 뒤에 따라 오는걸 확인하면서 오다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근데 넌 왜 누워있냐? 어디서 굴렀냐?"
"...-_-;;; 방금 드롭킥 날리셨잖습니까.."
"근데? –_-++"
".........-_-;;; 근데 사실은 저도 금마가 없어지자마자 찾아다녔습니다.
근데 정말 이상합니다. 분명히 목소리는 바로 뒤에 들렸고 돌아봤을땐 1초도 안됐는데
아무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수풀을 뒤져서 찾아봤는데 아무데도 없고 수풀 헤쳐나오는데
누가 자꾸 발목을 잡는 겁니다. 너무 놀래서 막 뛰어나오는데 자꾸 발목이 잡혀서 몇 번 굴렀습니다."
"..............또라이 색히...누구 탓하냐 시발럼아.."
'....-_-;;;어쩌라구~ 시바...내탓인가..'< —마음의소리
"넌 근무서고 있어. 너랑 넌 나 따라서 그 색히 찾으러 가자"
이렇게 제 선임근무자는 초소에 혼자 남아 근무를 서게 됐고
저와 드롭킥을 맞은 선임은 소초장을 따라 막내를 찾으러 가게 됐습니다.
"아...시바...이래서 나 앗세이랑 근무 빼달라고 했는데..
꼭 일터지게 만든다니까..아..열받어..그색히 찾기만해봐.."
"야 꿍시렁 대지 말고 얼른 찾기나 해. 조지는건 나중에 니 알아서 하고"
이렇게 꿍시렁꿍시렁 대는 선임과 소초장은 여기저기 찾으면서
점점 위치를 바꿔 근무진입로의 갈래길을 따라 수풀 안쪽을 더 들어가게 됐습니다.
수풀안쪽은 관리를 안하는지 덤불이 수북한 조그만 산소가 하나 있는데
혹시나 해서 그쪽에 있나해서 우리 3명은 그 곳으로 갔습니다.
수풀을 헤쳐나와 산소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산소주위를 따라 우리가 찾으려던 막내가 계속 돌고 있는 겁니다.
근데 막내 앞에 이상한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흰옷을 입고 있었고 입은 약간 벌리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습니다.
그런 할아버지 뒤를 막내가 발 아래만 보며 고개를 푹 숙이고 천천히 따라가고 있는 겁니다.
"야!! ooo야!! 정신차려!!"
소리를 질렀는데 반응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산소를 도는데 어느 순간 할아버지가 사라졌습니다.
산소 자체는 크기가 사람 가슴 아래 정도 높이지만 관리를 안해서 위에 잡초가 많이 자라
반대편에 서면 사람이 가려지는데 할아버지가 산소 주위를 돌며 그 위치에 들어갔다가
안 나오는 겁니다. 대신 막내만 계속 주위를 돌면서...
순식간에 할아버지가 사라지자 선임과 소초장은 막내한테 달려가서
소초장은 바로 귀싸대기를 날리고 선임은 조인트를 까대기 시작합니다..-_-;;;;
찰싹..찰싹...찰싹...퍽..퍽..퍽..
정말 둘 다 물만난 고기 처럼 이때다~ 싶은 마음으로 신나게 패더군요..ㅎㅎㅎ
그러다가 갑자기 막내가 정신이 번쩍든 것처럼
"어? 어?..이병 ooo!!!" 합니다.
(선임이 신체를 건드리면 반사적으로 관등성명을 대게 되어 있습니다)
"너 뭐야! 너 왜 여기 있어? 미쳤어?"
"어..어..? 뭐지..?"
막내가 아직 정신도 못차리고 사제물이 덜 빠졌나 봅니다.
선임이 앞에 있고 장교가 물어보는데 '어..?뭐지?'라니...디질라고..-_-;;;
막내는 처음 근무에 투입된 이후로 언제나 긴장을 타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진입을 했다는데 오늘은 지뢰사건 (사고사례가 내려와서 알게 됐기 때문에
실제로는 사고가 난지 며칠후였습니다)도 있고, 소초가 어수선한것도 있고 해서...
이렇게 좀 횡설수설하다가 분명히 후레쉬 불빛이 비춰진 땅을 보면서
앞서가는 선임의 발을 주시하면서 걷고 있었는데 별로 이상한 건 없었다는 겁니다.
다만 갑자기 멍한 기분이 들었고 근무진입로가 이렇게 길었나...라는 생각 밖에 안들었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불빛이 번쩍 번쩍 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소초장은 자기 따귀를 날리고 있었고 선임은 조인트를 까고 있더라는 겁니다.
막내는 아래 쪽을 주시하고 있었고 철모 때문에 발 쪽만 계속 보고 상체 쪽은 못보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상한 할애비에 홀려 산소 주위를 계속 돌고 있었던 겁니다.
뭐 워낙에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니 또 그런 종류이겠거니 하고
우리는 산소를 좀 보다가 왠지 소름이 끼쳐 얼른 막내를 데리고 다 같이 초소에 갔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도 선임이 막내를 찾다가 누군가가 자꾸 발목을 잡아서 넘어졌다는 대목이
얼렁뚱땅 넘어가버렸다는 게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_-;;; 작은 일을 큰일로 덮는...)
소초장은 다행히 막내도 찾았고 다시 근무만 제대로 서면 없던 일로 할 테니
근무나 똑바로 서.. 라면서 앞장서서 초소로 향했습니다.
"니들이 죄가 있다면 그놈들(귀신)을 못 잡은 게 죄다. 다음 번에 만나면 제대로 조지게 반드시 잡아라!"
이렇게 얘기하면서 초소에 도착한 우리는 초소에 서있어야 할 제 선임근무자가 보이지 않고
다만 초소문 밖으로 군화발이 삐죽 나와 있는 걸 봤습니다.
방금도 이상한 일을 겪은 우리는 또 놀라서 초소 안을 들여다 보니
제 선임근무자가 초소 안으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 다음은 너무 길어져서 분할해서 올리겠습니다.
공포의 47소초 [05 오지않는 근무자]
전이야기에 이어서..
우리는 초소 밖으로 살짝 삐져나온 군화발을 보고 놀라서 뛰어들어갔습니다.
선임이 죽은 건지 기절한 건지 자는 건지 구분하기 힘들더군요.
우선 소초장이 발로 냅다 차면서
"야! 얼렁 안일어나!!!! 시발새끼들 기합 쳐빠져가지고 다 미쳤나 이것들이!!!"
소초장이 화가 머리끝까지 났나봅니다. -_-;;디졌네....
그러자 선임은 벌떡 일어나더니 약간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소초장이 선임을 다그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
얘기를 시작하는데 우리 셋이서 이상한 일을 겪는 동안 이 선임은 혼자 초소에 남아
심장마비걸릴 뻔한 일을 겪었던 겁니다.
(이 밑으로는 그 선임한테 들은 이야기)
선임의 말로는.....멀리 수풀쪽에서 우리들이 오고 있었답니다.
후레쉬를 자기 쪽에 비취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4명이었으니 인원수도 맞고 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오다가 갑자기 후레쉬를 끄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분명히 금방 와야할 사람들이 안보인다는 겁니다.
밝은 빛을 보다가 갑자기 어두워져서 안보이나 싶었는데
(아시죠? 어두울 때 후레쉬를 보고있다가 갑자기 꺼지면 아무것도 안보이는거...)
아무리 기다려도 코 앞에서 걸어오던 사람들이 안온다는 겁니다.
순간 너무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혼자 남아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쫙 돋고
너무 음산한 기분이 들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진입로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스윽...스윽...스윽...
뭔가가 질질 끌면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약간 축축한 기분?
그러니까 옷이 모두 젖어서 출떡~출떡 하는 소리?
그런 소리와 함께 들리는데 점점 다가오는데 온몸이 공포로 뻣뻣히 굳어서 후레쉬조차 들 수가 없었답니다.
하지만 눈 앞에는 아무것도 안보이고 소리만 계속
스윽...스윽...스윽...
하면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바로 앞에서 소리가 멈췄고 잠시 동안 조용해진 겁니다.
그 자세로 몇분이나 가만히 있었는지 모릅니다.
몸이 가위에 눌린 것처럼 뻣뻣히 굳어서 움직여지지도 않았고
알 수 없는 소리의 공포로 온몸에 소름만 돋고 눈도 바로 앞에만 응시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누군가가 갑자기 덥쳐버리거나
고개를 돌리면 눈 앞에 "그게" 서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포로 휩싸였답니다.
그러다가 다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둠 속에서 하얀 손이 뻗쳐나와 발목을 덥썩! 잡았답니다.
그리고 엄청난 힘으로 꽉 쥐고 당겼는데 사람을 끌고가기 위해 당기는게 아니라
자기 몸을 사람 쪽으로 당기기 위해 끌어오는 거였답니다.
그러면서 천천히 나무그늘에 가린 몸이 보였는데
손은 너무 하얗고 머리는 없었는데 마치 머리가 그 자리에 있는것처럼 고개를 들고있었답니다.
순간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너무 무서우면서도 우리들이 원망스러웠답니다.
왜 이렇게 빨리 안오는지 라고..
순간 그 공포와 원망이 분노로 바뀌면서 몸에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움직여져서
왼쪽발을 들어 오른쪽 발목을 잡고 있던 손을 마구 밟았답니다.
그러면서 "18!!18!! 죽어!! 죽어!!" 하면서 손이고 얼굴이고 마구 밟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는 겁니다.
무섭기도 하고 너무 다급한 마음에 소초에 연락하려고 초소 안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초소안에는
아까 마구 밟히던 몸의 주인인 듯한 하얀 얼굴의 여자(인듯한?)머리가 312대신에 받침대에 놓여있는 겁니다.
순간적으로 너무 극한의 공포에 자기도 모르게 의식을 잃었는데(기절이라고 말하기 쪽팔리다고..ㅎㅎㅎ)
그 얼굴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는 겁니다.
환희에 찬 얼굴로 눈빛만 살아있는 채로 자기만 응시하고 있었더랍니다.
(이 다음 이미지는 보실분만 보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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