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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강민규' 교감 자살
죄책감 시달리다 극단 선택 "아이들 변 당한 해역에 뿌려 달라"
아이들 대피시키고 구조된 후에도 제자들 시신에 "내가 저기 있어야 하는데…"
실종 학생 학부모들에 사죄 후 사라져… "강제로 입원시켜 치료했어야""
여객선 침몰 사고 사흘째인 18일. "제발 살아 있으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실종자 명단에 있던 이들이 하나 둘 싸늘한 주검으로 떠오르자,
"시신을 찾지 못한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
안산 단원고 강민규(52) 교감은 비통함을 가슴에 안은 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곁으로 홀연히 떠났다.
사고 이후 극심한 자책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강 교감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던 동료 교사들과 친지들은
사고 현장을 떠나기를 완강히 거부했던 그를 떠올리며 애통해 했다.
"배가 15도 정도 기울었습니다. 아이들을 대피시켜야겠습니다."
지난 15일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3명을 인솔해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강 교감은
이튿날 오전 9시쯤 김진명 단원고 교장에게 전화해 다급한 상황을 알렸다.
이후 헬기로 구조돼 인근 섬으로 옮겨졌던 그는 어부에게 부탁해
고깃배를 타고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으로 다시 달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의 충격과 지병인 당뇨로 인한 저혈당 쇼크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그는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물며 제자와 동료 교사들의 무사귀환을 기다렸다.
그러나 애타는 기다림도 허사, 제자 정차웅(17)군과 교사 최혜정(24)씨가 잇따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등
상황이 악화하자 강 교감의 자책감은 더욱 깊어졌다.
생사를 알 수 없던 제자들이 하나 둘 시신으로 인양되는 것을 보고는
"내가 저기 있었어야 하는데…"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동료 교사들은 전했다.
강 교감은 17일 밤 9시쯤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김 교장과 함께 실종 학생 부모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고
어디론가 사라진 뒤 동료들의 신고로 수색에 나선 경찰에 의해 18일 오후 체육관 부근 야산에서
소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지갑 안에는 신분증과 편지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들어 있었다.
"가족과 동료 교사,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200여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다른 사람에게 이 사고의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 내가 지고 가겠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해역에 뿌려 달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머물던 단원고 교사들은 비보를 접하고 오열했다.
김진명 교장은 "(강 교감이) 혼자 멍하게 있었다.
어제 동료들이 항의를 받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눈빛이 평소와 많이 달라졌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교사는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지만
본인이 완강히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강 교감은 전날 걱정이 돼 진도로 내려온 가족들을 10여분 만에 돌려보냈다고 한다.
공주대 사범대를 나온 그는 1987년 교사로 임용돼 윤리과목을 가르쳤다.
2년 전 교감으로 승진했고 단원고에는 올해 3월 부임했다.
한 교사는 "단원고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상당히 책임감이 강한 분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다른 교사는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지 않았다면 끝까지 배에 남았을 텐데,
한편 정신과 전문의들은 강 교감을 강제로라도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생존자 죄책감(survivor guilt)이라고 하는데 '내가 조금 더 노력했으면 아이들이 살 수 있었는데'라는 자책이
심각한 수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요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죄책감, 초조감, 불면증이 나타나는 사람은 극단적인 행동할 위험성이 높은 만큼
현장에서 강제로라도 분리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안산=김기중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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