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대 선배님이 얼마전에 시립대 까페에 남겨주신 글입니다


방금 식빵을 사러 파출소 근처 슈퍼에 가는 길에 쥰내 무서운 경험을 했습니다;;

유림고시원 너머 골목 근처를 지나는데

골목에 가만히 서 있던 중년남자 하나가 제가 지나가자마자 따라오기 시작하더군요;;

생판 모르는 사람이 왜 날 따라올까 싶기도 하고

정말 날 따라오는게 맞는건가 미심쩍어서 부러 길 가다 멈추고 시계를 보는 척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 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하더랍니다.

뭐야 싶어서 얼굴을 봤는데 한 쪽이 묘하게 퉁퉁 부어서는 이를 드러내고 무섭게 웃으면서 다가오더라구요.

행여 길을 물어볼나 싶은 마음에 이어폰을 빼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쥰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요? 왜요?" 물어봤는데 제 30Cm까지 다가와서 말없이 묘하게 웃길래

이상한 사람인걸 직감했습니다.

딱히 대답도 없이 계속 다가오길래 관심없는 척 등 돌려서

골목 지나자마자 쥰내 슈퍼로 뛰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진짜 눈물나게 무서웠어요;

뭐 이렇게 끝났으면 그나마 해피엔딩이었을텐데

슈퍼에서 돌아가는 길에 잠시 고민하다가 설마 하는 마음에 아까 그 길을 되돌아가봤습니다.

있더군요. 

골목에 숨어서 기다리던 눈치였습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대놓고 뛰어오기 시작하더라구요.

가로등 아래에서 보니 한쪽 얼굴이 심하게 부어서 일그러진, 생판 처음보는 남자가 묘하게 웃으면서 미친듯이 달려오는데

정말 숨이 턱 막혔습니다;; 그래도 행여나 길을 물어보려 한다던가 종교에 관심없냐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닐까하는 안이한 마음에 좀 크게 "왜요?"라고 물어봤는데 대뜸 "너 이 ㅅㅂ"가 날아오더라구요.

뭐가 단단히 잘못됐구나 ㅅㅂ 싶어 반쯤 등을 돌리고 뒷차기와 도주가 동시에 가능한 자세로 이행하려는데

이 남자가 점퍼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들면서 뛰어들더라구요.

아 씨 잘못하면 진짜 죽겠다 싶어서 낯선 사람에 대한 예의고 나발이고 다 포기하고

손에 들고 있던 식빵과 주스 봉지를 필사적으로 휘두르며 저항하면서 

소리지르면 행여 근처 파출소에서 나와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왜왜왜왜왜왜왜아왜아오왜"하고 백 번 외쳤습니다.

계속 실실 웃으며 뭐라고 계속 중얼대면서 달려들 틈을 노리던 그 사람을 상대로

토마토 주스병을 크게 한 번 휘두르곤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간신히 슈퍼에 도착하고 나서 주인아주머니께 신고를 부탁드리곤  10분 정도 후에 도착한 순찰차 얻어타고 집에 돌아왔네요,

파출소는 지척이었는데... 그나마 늦게 도착한 순경 아저씨는 돌아보겠다고 하시긴 했는데

"학생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건 아니잖아?"라고 물어보셔서 좀 심각하게 삐쳤습니다, 나는 죽는줄 알았고만...

여하튼...

경황이 없어 제대로 기억은 못하겠습니다만

짧은 머리에 한 쪽 얼굴이 일그러진 40대 가량의 남성이 학우님들을 보고 소리없이 웃으면서 따라오기 시작한다면

싸움 잘하는 분이라도 일단은 도망치세요, 흉기를 가지고 있는듯 합니다;;

8년째지만... 타지에서 사는거 참 힘드네요,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