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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28255
    작성자 : 오라돼지
    추천 : 28
    조회수 : 8465
    IP : 147.47.***.33
    댓글 : 213개
    등록시간 : 2016/02/09 15:24:01
    http://todayhumor.com/?menbung_28255 모바일
    새해 첫날부터 남편이랑 이혼하고 싶네요.
    목요일 일마치고 바로 시댁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지난 주에 어머니 생신 깜빡해서, 이번주 설 시작하기 전에 금요일에 생신상은 늦었지만 밥 한끼 맛있게 차려드리고, 

    단거 좋아하셔서 맛있는 케익도 사다가 놓고, 설이니 일도 거들 겸 목요일에 일마치기가 무섭게 내려가 있었죠.

    어머님은 좋은 분이십니다. 아들사랑이 좀 과해서 그렇지, 그 과한 사랑을 뭐라 나무랄수는 없죠. 좋은 엄마, 좋은 시엄마세요.

    생신 깜빡한 며느리, 바빠서 잠도 2일에 한번, 3일에 한번 자는 며느리라고 더 안타까워 하시는 분이시죠. 말씀만이래도 감사합니다.

    그렇게 금요일 어머님 생신 깜빡한 죄인으로, 시댁에서 다라이에 만두 속을 무치고, 제 허리 둘레만한 만두피를 굴려서 만두찍는 기계처럼 만두를 빚고, 

    이래저래 설날 음식 돕는거, 그와중에 소외되서 핸드폰 게임만 하는 아이들 데리고 잠깐 40분 거리의 시내로 나가 콧바람 쐬게 해준거, 등등

    책상에 앉아 일하다가 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아님 침대에서 자다 바닥에서 자서 그런지 애기낳다 틀어진 골반이 다리를 절뚝이게 아프더군요.

    어머님이나 형님 앞에서 아프단 내색도 못하죠. 그분들 몸이 저보다 더 말이 아니시니..

    시누들은 이번 설에는 일이 있어서 못왔어요.

    남편이요?

    설날 전전날, 전날 다 나가서 술먹고  11시 넘어서 그리고 새벽 3시에 들어오더군요.

    낮에는 옆집 아저씨 오셔서 부쳐놓은 전을 안주삼아 거나하게 취해서 자고.

    애라도 봐주면 좋을텐데 애들은 언제나 방치입니다. 말로는 자기는 너무 바쁘고 피곤하기 때문에. 

    그래도 참았습니다. 시댁에서 큰소리 내야 되겠어요. 어차피 늦게 온거고. 잘 놀았다니 되었고.




    저는 대학원생입니다. 금요일에는 생계때문에 나이트를 뛰어서 15시간동안 잠못자고 일을하고, 토요일 오전 9시에 잠깐 잠들 수 있다면야 좋지만

    보통은 긴 시간 외국 유학으로 사랑하는 둘째아들 못봐서 많이 아쉬워하셨던 시부모님 마음 달래드리려고 바로 잠안자고 시댁으로 내려가거나

    자도 3시간 정도 자고 2시간 거리 운전해서 시댁으로 가서 아이들 보여드립니다. 거의 매주 그렇게 해왔죠.

    대학원생에 강의도 나가고, 맡은 일도 있고, 논문도 있고, 다른 프로젝트들에다 남편은 지방에 있고 초등인 아이 둘을 제가 봅니다.

    도와주는 아가씨가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에게는 엄마 손이 꼭 닿아야 할 부분이 남아있어서, 저는 친구들은 커녕 잠도 잘 못자고 다녀요.



    그렇게 정신없이 있다가 또 설날이네요. 시어머님 생신도 까먹었고요. 언제나 맨날 바쁘게 살고 있는데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제 위치는 늘 죄인입니다.

    할일 때문에 바로 서울로 올라가려는데, 신랑이 동네 어귀에서 외숙모께 세배를 안드렸다고 하네요.

    나중에 섭섭하실까봐 급하게 외숙모께 세배를 드리러 가는데

    제가 양말을 안신었어요. 신랑에게 트렁크에서 양말을 꺼내오겠다는데 됐다고 빨리 오랍니다.

    그래서 잠깐만, 잠깐만 하는데 계속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기길래 소리를 홱 질렀어요.

    좋은 말로 하면 못알아듣겠느냐고. 꼭 사람을 화가나서 못견뎌 소리를 지르게 만들어야 하냐고. 나 양말 신어야 한다고 좋은 말로 하지 않았냐고.

    왜 다 당신이 하고싶은대로만 하려고 하고 내가 얘기하면 들으려고 하지를 않냐고.

    신랑이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촴나.. 또 지랄병이 발동 했구나' 그럽니다.

    저런 말은 이제 노엽지도 않아요. 더한 말들로 정신을 무너지게 합니다. 신랑의 직업은 대학교수예요. 그냥 교수도 아니고 나가면 존경과 신망을 한몸에 받는 잘나가는 기대주라나요.



    그렇게 세배를 하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화가나는 겁니다. 제가. 온몸은 이미 설 연휴 전에 지칠대로 지쳤는데, 쉬지도 못하고 다라이 분량의 만두를 한번 일어나지도 못하고 앉아서 빚고

    이래저래 음식하고 일돕고 하느라, 밀린 제 일들은 머릿속에서 계속 스트레스고... 바닥에서 자서 골반과 허리는 계속 아프고. 신랑은 애들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같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1시에 나가서 11시에 들어오고, 6시에 나가서 새벽 11시에 들어오구요. 나는 그 시간에 내 집도 아니는 본인 집에서 차례음식을 만들고 있고. 아이들은 방치. 

    그래서 내가 당신 듣기 싫은 얘기 안하려고 계속 참았지 않냐고, 설 연휴에 마누라는 허리가 나가게 일을하고 있는데 3박 4일 중에 2일을 술먹고 들어오는거까지 내가 다 참지 않았냐고. 내가 좋은 말로 할땐 왜 얘기를 안듣냐고. 꼭 소리를 질러야겠냐고 했죠.

    그랬더니 아니 니가 한게 뭐가있냡니다.
    니가 뭐가 힘들어
    니가 있는동안 뭘했는데?

    그말을 듣자마자 나 이 차 못타고 간다고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제 가방은 트렁크에 있어서 내려서 가방들고 그냥 서울로 갈 생각이었어요.
    느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일들은 이미 지난 과거시간동안 아주 빈번하게 있었기 때문에 또 싸우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참고 차를 같이 타고갈 정신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최소 4시간은 좋지않은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휴게소로 들어가서 나를 내리라고 하니 안내려주길래 그냥 고속도로 변에 세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트렁크로 가서 가방을 꺼내려고 손을 뻗었는데 그걸 보더니 액셀을 훅 밟고 그냥 가더군요.


    ... 뭐 이런 개새끼가 다 있을까요.

    주변에 110킬로로 다니는 차들이 있는데서 우선 가방도 외투도 없이 전화기만 손에들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에 계신 아주버님께 남편이 나를 놓고 갔으니 데리러 오셨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바로 형님과 함께 오신다는군요.

    그리고 근처의 톨게이트로 걸어갔어요. 톨에서는 난리가 났더군요. 제가 무슨 사고라도 당해서 혼자걸어오는줄 알고.

    '남편이 저를 놓고 갔습니다. 추우니까 잠깐 들어가있을께요' 라고 말하니 헉하고 놀라더라는. 

    그렇게 분노하여 앉았는데 시엄니께 전화가 오더군요. 그래서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죠.

    어머니가 미안하다며, 그러나 여자로 태어난게 죄 아니겠냐며 저더러 참으래요 ㅎㅎㅎㅎ 싫다 그랬습니다.

    이게 다 어머니가 저렇게 키워논 탓이나 어머니 아버지께 다시 돌려드린다고. 데리고 가시라고.

    계속 전화오는거 안받습니다. 

    아주버님 내외가 오셔서 저를 잠시 쉬게 한 후 터미널로 데려다주십니다. 남편더러 데리러오라고 했어요.

    차가 막힌다고 자긴 못간다고 ㅎㅎㅎㅎ 저를 버스 태워서 보내라고 했다네요. ㅎㅎㅎㅎㅎ

    어디까지나 연기예요. 아주버님은 동생 욕하면서도 '차가 막힌다는 말은 또 맞더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게, 주변사람들 앞에선 본인이 욕먹을 말은 하지 않고 상황이 안되니 본인이 하고싶어도 못한다... 로 포장하는 연기 기술의 일종입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왜 지를 데리러가야 하는데? 내가 미쳤어? <---- 이 말을 하면 욕을 먹게 생겼으니 저렇게 핑계를 대는 겁니다.

    그리고 본색은 저한테 드러내죠. 니가 잘못했다 그러면 용서해주겠다느니. 하하.



    그렇게 저는 버스를 타고 차와 가방을 찾으러 남편의 동네까지 갔습니다.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리면서 '애들은 데리고가라' 그러더군요.

    그래서 일부러 놓고왔어요. 아이들이 전화로 그러더라구요 '엄마, 엄마가 잘못했다고 그러면 아빠가 이번만 용서해준대'

    아이들은 뒤에서 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어서, 제가 남편과 왜 다투게 되었는지, 설날 연휴 내내 자거나 코빼기도 안보이던 아빠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제가 말을 안하기 때문에 모릅니다. 다만 게임을 하다가 '내려줘. 내려달라고!!' 하고 광분해 소리친 엄마 모습만 기억하죠.



    그렇게 그냥 책가방을 걸어 메고 차를 몰고 저는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감도 못잡겠구요. 아마 제가 모든 잘못을 아주 쉽게 용서해줘서 그런것도 같습니다. 

    왜 나한테 미안하지 않은건지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아이들을 시켜서 어제 제가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엄마, 나는 엄마가 지금 나를 데리러와줬으면 좋겠어' 같은 말을 하게 하더군요.

    그래서 엄마가 바쁘니 아빠랑 있으라고 좋게 말하고 끊었습니다.

    그 끝에 아이가 폰을 잘못눌러 전화가 다시와서 받았는데 남편이 웃고있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진심 소름이 돋았습니다.

    어머니는 계속 전화하고 있고, 아주버님도 전화하셨지만 받고싶지 않아서 안받았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최선을 다하며 살았는데 왜 결과가 이런걸까요.

    늘 이렇게 본인이 잘못해서 제가 참다참다 못참고 소릴 지르면 제 잘못으로 몰아가서 제가 없을때 (같이있기 싫어서 나갑니다) 아이들을 잡고

    엄마가 나쁜 사람이다, 아빠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라고 초등 3, 초등 1년 아이들에게 주입을 시킵니다.

    제가 그걸 다시 설명해줄 수는 없죠. 아이들한테 얼마나 큰 트라우마가 되겠습니까. 

    왜 이런 미친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걸까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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