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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스월은 에버프리 숲에 들어설 때부터 뭔가 자신을 감지해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자신을 향해 오고 있었다.
느낌이 현실이 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이런, 이런……. 뭔가 했더니 유니콘 영감이었나.”
걸걸한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뱀과 같은 모습의 생물체였다. 하지만 뱀이라고 하기엔 그 모습이 너무 기이하다. 드래곤과 독수리의 날개, 사자의 손, 새의 손, 도마뱀의 다리 등이 뒤섞인 모습. 스타스월은 한눈에 그것이 이 에버프리 숲의 마지막 남은 드라고니쿠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배웅이 늦은 것은 진심으로 사과하지. 게다가 노인인 줄 알았다면 지팡이도 챙겨왔을 텐데 말이지.”
“너와 얘기할 시간 따위 없다, 드라고니쿠스.”
스타스월이 벌써부터 뿔에 뿔똥을 튀기자 드라고니쿠스가 뒤로 물러났다.
“오, 늙은이 주제에 성질하곤. 그리고 내 이름은 디스코드야. 내 숲에 들어왔으면 왜 왔는지부터 얘기해야 하지 않나?”
스타스월은 디스코드의 말에 뿔의 마법을 풀었다.
“미안하네, 디스코드, 내 이름은…….”
스타스월이 말을 끝마치기 전에, 솜사탕 구름 하나가 퍽 하고 스타스월에게 날아왔다.
“사실, 안 궁금해.”
디스코드가 지휘자처럼 손을 흘들자 수 십 개의 솜사탕 구름이 스타스월에게로 날아갔다. 하지만, 스타스월의 뿔에게 뿜어진 광선이 차례차례 솜사탕 구름을 증발시켰다.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디스코드.”
“나도!”
디스코드는 두 손을 들어 아까보다도 훨씬 큰 구름을 만들어냈다.
“단지 놀자는 거지!”
디스코드는 그것을 내던질 생각이었겠지만, 스타스월의 광선이 더 빨랐다. 한 번의 짧은 섬광으로 솜사탕 구름은 모조리 증발했고, 스타스월은 디스코드보다 높게 날아올랐다. 그의 뿔이 위협적으로 빛나자 디스코드의 눈이 처음으로 커졌다.
“이거 안 좋은데.”
스타스월에게 봐줄 마음은 이미 저 멀리 가버렸다. 루나를 찾지 못한 불안감과 이 짜증나는 생명체의 방해로 그의 화는 정점을 찍고 있었다. 뿔의 빛이 최고조에 다다르자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의 빛창이 수 십 개나 뿜어져 나왔다.
디스코드는 곧장 뒤를 돌아 전속력으로 날기 시작했다. 스타스월이 만들어낸 창을 전부 그의 등으로 조준했다.
디스코드가 자신의 힘으로 창의 궤도를 몇 개 정도는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몇 개 정도는 루나가 있는 오두막에 맞을 가능성도 있었다.
디스코드는 발코니에 충돌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난폭하게 착지했다.
“루나! 일어나!”
“왜……. 왜?”
그리고 루나는 디스코드를 쫓는 빛창 무리를 보았다.
스타스월은 자신의 전잖치 못함을 한탄하며 디스코드가 달아난 곳을 향해 날아갔다. 너무 한꺼번에 마법을 쓴 탓에 망토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고, 거의 공기에 의지해 날고 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스타스월은 처참한 모습의 공터에 도착했다. 그가 굳이 이곳에 온 이유는 루나가 자신의 마법을 보고 찾아오지 않았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런 상태여서야…….
그때 나무 조각 더미가 움찔거렸다. 그 마법에서 디스코드가 살아남은 것인가? 스타스월은 전투태세를 취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 뿔이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스타스월이 당황하고 있자, 나무더미에서 알리콘 한 마리가 뛰쳐나왔다.
“이게 무슨 난리……. 스, 스승님?”
루나는 스타스월을 발견하곤 그에게로 뛰어갔다.
“루나?!”
“스승님이 여긴 어떻게 오신 거에요?”
얼마나 놀랐는지 스타스월은 말을 더듬었다.
“루, 루나, 어떻게…….”
“어, 말하려면 긴데요…….”
틀림없이 자신을 혼내러 왔다고 생각하는지, 루나는 스승 앞에서 몸을 숙였다. 그런데 그때 나무더미에서 훨씬 큰 것이 루나보다 고개를 들었다. 한 마리의 드라고니쿠스.
루나는 훨씬 곤란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음, 스승님……. 쟤는 디스코드에요. 제 친구요.”
루나가 디스코드와 스타스월을 화해시킨 뒤, 셋은 나무더미를 다시 나무성으로 복구하는 데 한 밤을 썼다. 그리고 낮이 되자 디스코드가 다과회를 준비했고-스타스월의 잔에 개구리가 들어가 있긴 했지만-, 루나는 스타스월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는 알고 있겠지, 루나?”
“알아요…….”
그녀는 왕궁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녀를 기다리는 의무를 위해서.
“음, 내가 끼어들어도 될까?”
디스코드가 둘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 생각에, 루나는 돌아갈 필요가 전혀 없어. 그게 루나의 선택이라면 말이지. 얘한테 이런저런 의무를 지게 한 건 루나가 아니라 당신네들 이니까.”
“디스코드…….”
루나는 걱정스럽게 디스코드와 스타스월을 번갈아보았다.
“사실, 나도 그와 의견이 같단다.”
“네?!”
“그의 말이 맞아. 왕궁을 나온 건 네 선택이고, 돌아가는 것 또한 네 선택이지. 하지만.”
스타스월은 차를 홀짝인 후 말했다.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포니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렴.”
“아…….”
루나는 곧바로 한 포니를 떠올렸다. 셀레스티아.
“저,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루나는 탁자에서 일어나 나무성 안으로 터덜터덜 들어갔다.
루나가 안으로 들어가자 디스코드는 스타스월을 째려보았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지? 교활한 영감.”
“내가 무슨? 그나저나 차 맛이 참 좋군. 한 잔 더 주겠나?”
스타스월은 능청스레 차를 홀짝일 뿐이었다. 디스코드는 이마를 탁 치고는 나무성 안으로 들어갔다.
루나는 발코니에 앉아 서서히 밤으로 바뀌어가는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루나의 관자놀이에 닿았다. 익숙한 냄새가 나는 분홍색 구름. 루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 초코우유 먹을 기분 아냐, 디스코드.”
“니꺼 아니거든.”
디스코드는 어느 새 옆에 나타나 분홍색 구름을 고깔종이에 구겨 넣었다. 그렇게 만든 솜사탕콘을 할짝이며 루나를 흘끔흘끔 훔쳐보았다.
“저기…….”
“미안해, 디스코드.”
루나가 말하자 디스코드는 맥 빠졌다는 듯이 솜사탕콘을 등 뒤로 던져버렸다.
“뭐, 그렇게 될 줄 알았지. 누가 이런 잡것과 함께 있고 싶겠어. 고귀하신 공주님.”
“그런 뜻이 아냐.”
“어련하겠어.”
루나는 발굽을 디스코드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가출을 안 해서, 널 만나지 못했다면 얼마나 끔찍했을지 몰라.”
디스코드는 눈싸움 하듯 루나의 눈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도.”
“내가 돌아가서, 진짜 공주가 되고나면 널 초대할게. 아마 지금은 스티프 글라스가 안 된다고 할 테니까…….”
“그럴 필요는 없을 거다. 나는 답답한 왕궁보다는 여기서 내 멋대로 혼돈이나 일으키는 게 더 좋거든.”
“디스코드.”
“안녕.”
디스코드는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숲으로 날아갔다.
아침.
스타스월은 되도록 일찍 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루나의 선택이라곤 했지만 그녀가 더 이상 이 장소에 정을 남기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게다가 마법날개도 쓸 수 없는 지금 어둡기 전에 가까운 마을에 도착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어서 가자꾸나, 루나.”
“잠깐만요.”
루나는 디스코드와 자신의 나무성에 자그마한 빛을 그었다.
“이제 됐어요.”
나무에 무언가를 새긴 루나는 서둘러 스승의 뒤를 쫓아갔다. 캔들롯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음 화부터 가출이 가출이 아니게 되었네요.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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