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픽셀 구조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영원한 숙제이자 논란 거리다.
적색과 녹색 그리고 청색 소자를 어떤 구조로 배열하느냐에 따라 화질이나 밝기가 다르기 때문에 더 높은 해상도와 밝기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서브 픽셀 구조가 채택되고 그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몇 년 전 LCD와 AMOLED 간 싸움이 치열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AMOLED의 펜타일 구조가 논란이 됐던 적이 있었고 최근 4K UHD TV 시장에서도 RGBW와 RGB 구조간 해상도와 화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쪽에서는 RGBW 구조에 추가된 흰색 소자 때문에 RGB 방식 보다 해상도가 낮고 그로 인해 UHD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제적인 인증 기관도 인정했으니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케이벤치에서는 RGB와 RGBW 방식이 사용된 4K UHD TV의 직접 비교를 통해 이러한 논쟁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 RGB vs RGBW, 무엇이 다른가?
서브 픽셀이란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표현하기 위해 구성된 작은 소자의 집합을 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론 3원색에 해당되는 적색과 녹색 그리고 청색 소자로 구성되지만 소자들의 배열 방식이나 색 구성은 디스플레이 메이커에 따라 다른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논란이 된 RGB와 RGBW 구조는 소자들의 배열 방식과 색 구성에서 모두 차이가 있다.
우선 RGB는 RGB 스트라이프 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RGB 스트라이프는 적색과 녹색 그리고 청색 소자가 순서대로 반복해서 배열된 방식이라서 세로 열 마다 항상 같은 색의 소자가 위치해 있다.
소자들의 배열이 행렬을 기준으로 일정하게 배치된 구조라서 상하, 좌우 직선 표현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고 동일한 크기의 적색과 녹색, 청색 소자로만 색을 구현하는 방식이라서 정확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해상도를 위해 낮아진 개구율을 보충할 방법이 더 밝은 백라이트 밖에 없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RGBW는 M+라 소개된 바 있는 펜타일 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RGB 스트라이프 구조의 구조적 한계인 개구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적색과 녹색 그리고 청색 외에도 백색 소자를 추가한 방식이다. 고해상도를 구현하기 위해 소자 크기가 작게 만들어도 백라이트를 그대로 투과하는 백색 소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RGB 방식 보다 밝기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펜타일 구조 특유의 어긋난 배열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세로 줄을 직선으로 표현하기 어렵고 RGB가 아닌 RGBW의 조합 때문에 RGB 조합 보다 정확한 색을 표현하는 게 어렵다.
■ 패턴 테스트로 비교해 본 RGB와 RGBW의 차이
필자는 100만원 초반에 구매가 가능한 RGB와 RGBW 방식 4K UHD TV에서 IDCM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테스트 패턴을 사용해 픽셀 표현 방식의 차이를 비교해 봤다.
먼저, 1픽셀 라인 패턴을 사용해 상하, 좌우 라인을 정확하게 표현하는가를 비교해 봤는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가 그대로 나타났다.
RGB는 1픽셀 라인을 정확하게 표현해 냈다. 지그재그로 구불구불한 라인 없이 일자로 쭉 뻗은 정상적인 라인였다.
반면, RGBW 방식의 4K UHD TV는 1픽셀 라인을 깔끔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검정색 바탕에 흰색 1 픽셀 라인을 표현 할 때는 5개의 서브 픽셀이 1픽셀을 구현해 RGB 방식 보다 라인이 두꺼웠고 반대로 흰색 바탕에 검정색 1픽셀 라인을 구현할 때는 3개의 서브 픽셀이 완전히 빛을 차단하진 못해 검정색이 아닌 회색 라인으로 표현됐다.
검정색과 흰색 픽셀을 번갈아 가며 어긋나게 표현한 체커보드 패턴에서도 RGB와 RGBW의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났는데 RGBW는 검정색과 흰색 픽셀을 번갈아 표현하지 못했다.
RGB 구조를 사용한 4K UHD TV에서는 1픽셀과 2픽셀 간격에 맞춰 검정색과 흰색을 번갈아 표시됐지만 RGBW 구조의 4K UHD TV는 1픽셀 뿐만 아니라 2픽셀 간격에서도 완벽한 검정색을 표현하지 못했다.
앞서 라인 테스트 처럼 검정색에 해당되는 픽셀이 완전히 꺼지지 못해 회색 계열로 표현 됐고 1픽셀 간격 테스트에선 행렬에 따라 6번째 소자와 12번째 소자 하나씩만 번갈아 가며 꺼졌기 때문에 정상적인 체커보드 패턴이 구현되지 못했다.
■ RGBW, 색상 정확도에도 영향 있을까?
필자는 패턴 테스트에 이어 실제 색 정확도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테스트에 사용한 RGB와 RGBW 4K UHD TV에 PC를 연결한 후 캘리브레이션 기기를 사용해 색 정확도를 분석해 봤다. PC 모드로 사용했기 때문에 TV 자체의 색 보정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패널의 기본값만을 측정해 본 것이다.
측정 후 결과는 좀 충격적이었다.
RGB 구조의 UHD TV는 일부 색상을 제외한 대부분이 1 이하의 델타E 값으로 측정된 반면 RGBW 구조의 UHD TV는 평균 값이 3에 가까울 만큼 색 정확도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하게 RGB, 3원색의 조합이 아니라 흰색 소자까지 더해졌고 RGBW 단위로 픽셀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RGB 같은 정확한 색 표현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 RGBW의 장점은 밝기? 실제와 다르다
RGBW 구조의 장점은 RGB 보다 밝은 화면을 구현하거나 같은 밝기를 더 적은 전력으로 구현한다는 것이다. 흰색 소자가 추가된 덕분에 투과율이 높아졌으니 밝기와 관련된 특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필자가 사용해 본 RGB와 RGBW 4K UHD TV의 최대 밝기를 측정해 봤다.
밝기 측정은 색 정확도와 마찬가지로 캘리브레이션 기기를 사용했으며 마찬가지로 PC 모드를 사용해 측정했다.
참고로 RGB 4K UHD TV의 PC 모드 기본값은 백라이트 설정을 최대 20까지 설정할 수 있지만 기본값은 12였고 RGBW 4K UHD TV의 명암비는 100까지 설정할 수 있지만 95였다. RGB 4K UHD TV의 명암비와 RGBW 4K UHD TV의 백라이트 기본값은 최대치인 100이었다.
RGBW와 RGB의 구조적인 차이를 생각하면 이번 테스트 결과의 승자는 RGBW 4K UHD TV가 되어야 맞다.
하지만 측정된 밝기는 RGB 4K UHD TV가 훨씬 높았다. RGB 4K UHD TV는 흰색 바탕을 기준으로 최대 밝기가 75.422fL(258.39 cd/sq.m)로 측정됐지만 RGBW 4K UHD TV의 최대 밝기는 52.225fl (178.92 cd/sq.m)였다.
적색과 녹색, 청색의 최대 밝기도 RGB 4K UHD TV 쪽이 훨씬 밝았는데 밝기가 낮을 수록 좋은 검정색 밝기도 RGB 4K UHD TV가 훨씬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
최근 TV들이 보면 리얼 블랙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RGBW 4K UHD TV의 블랙은 최근 트랜드와도 맞지 않아 보인다.
캘리브레이션 기기로 측정된 밝기 차이는 실제 영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위 사진은 RGB 4K UHD TV와 RGBW 4K UHD TV에서 1080i로 송출된 뉴스의 일기 예보 녹화 방송과 2160p UHD로 제작된 홍보 영상을 재생한 후 카메라로 촬영해 밝기를 비교한 것이다.
셔터나 감도, 조리개 차이에 따른 밝기 차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동 모드(조리개 f4, 감도 500, 셔터 속도 60)를 사용했는데 사진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듯이 RGB 4K UHD TV에서 재생되는 영상이 훨씬 밝게 표현됐다.
RGBW 4K UHD TV는 강한 컨트라스트가 느껴지지 않아 익숙해 지면 별다른 무리가 없는 수준이지만 햇빛이 강한 주간에 거실에서 시청할 때는 다소 어둡게 느껴질 수도 있다.
■ UHD의 장점, 선명한 화면도 가능한가?
지금까지 소개한 패턴 테스트와 색 정확도, 밝기 차이를 무시하고 재생되는 실제 화면 차이만 비교해 봐도 RGBW 4K UHD TV는 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RGB 4K UHD TV와 RGBW 4K UHD TV 모두에서 2160p UHD 영상을 재생했을 때 RGBW 4K UHD TV는 UHD 영상의 선명한 화면을 표현하지 못했다. 두 제품간 선명도 차이가 너무 심해 RGBW 4K UHD TV는 1080p FullHD 영상을 업스케일 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아마, 두 제품을 직접 비교해 보면 필자의 말이 바로 와 닿을 듯 한데 4K UHD 화질이 이정도라니 상당히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만약, PC와의 연결까지 염두에 두고 4K UHD TV를 구매할 계획이라면 RGBW 구조는 더더욱 구매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영상과 달리 픽셀 하나 하나의 조합에 영향을 받는 텍스트 위주의 PC 화면은 RGBW 방식에서 기존 모니터와 다른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위 비교 사진처럼 RGBW 구조는 특정 색 조합에서 텍스트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 RGBW 4K UHD TV, 무엇이 장점이란 말인가
필자는 이번 기사를 진행하기 전까지 RGBW 구조가 나름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것으로 생각했다.
전체적인 화소는 증가하지 않았더라도 RGB 처럼 3개(RGB-WRG-BWR-GBW)가 하나의 픽셀을 구현하기 때문에 픽셀 단위로 보면 해상도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고 원색이 빠진 픽셀도 눈으로 구분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밝기라는 장점이 HDR을 구현하려는 UHD 영상 업계에 더 적합한 방식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필자가 경험해 본 RGBW 4K UHD TV는 RGBW의 단점만을 보여 줬을 뿐 그 어떤 장점도 발견할 수 없는 제품였다.
RGBW의 최대 장점이라는 밝기도 RGB 4K UHD TV 보다 어두웠고 UHD 영상의 선명함도 RGBW 4K UHD TV에선 경험하지 못했다. 에너지효율 등급도 밝기가 더 밝은 RGB 4K UHD TV가 한 등급 더 높았고 가격은 겨우 5만원(온라인 최저가 기준) 정도 저렴할 뿐이었다.
한 2~30만원 정도 차이라면 모를까 지금 수준이라면 필자는 더 밝고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는 RGB 4K UHD TV를 추천할 수 밖에 없는데 현재로써는 RGB와 RGBW 제품을 소비자들이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원하는 가격대나 특정 모델을 선택했다면 꼭 개인들의 사용 후기나 매체 리뷰를 참고한 후 RGB 구조의 4K UHD TV를 꼭 선택하기 바란다.
TV 메이커들도 진정 RGBW에 자신 있다면 서브 픽셀 구조를 스펙에 추가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질이 최우선인 UHD TV에서 화질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표기하지 않는 것은 무언가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한줄요약 : RGBW는 그 어떠한 장점도 없는 제품이다. UHD 4K모니터는 RGB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