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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tion_270787
    작성자 : 페이스트리
    추천 : 13
    조회수 : 2513
    IP : 123.248.***.105
    댓글 : 52개
    등록시간 : 2014/09/25 08:15:10
    http://todayhumor.com/?animation_270787 모바일
    [나루토]까도 까도 끝이 없는 신기한 만화






    천기누설 주의

    종이 만화에 진지 빠는 걸 극혐하시는 분들 역시 진지 주의





    요즘 애갤에 나루토 까는 리뷰들이 많이 올라와서 지겹다고 느낄텐데요. 좀 더 지겨우셔야 합니다. 왜냐면 이 만화는 까도 까도 끝이 안 보이는 까임의 초신성이거든요. 블리치보다 더 심하다고 봅니다. 그건 적어도 정신나간 극우딸 쿠보가 만화 안에 자기의 정신나간 사상을 담진 않고 허세 배틀만 보여주는데 나루토는 그게 아니거든요. 후술하겠습니다.







    나루토의 주제란 무엇인가?


    1부에서부터 가아라, 네지 등의 '소수자'의 고통을 극복해주는, 소수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만화였습니다. 인주력이라는 시스템이 증오 덩어리 가아라를 만들고, 마을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시스템이 운명론에 젖은 네지를 만들었죠. 하지만 열등생이자 같은 소수자였던 나루토는 그들과 눈을 맞추고 고통을 이해해주며 이렇게 주변의 운명을 서서히 바꿔나갑니다.


    이 주제는 2부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장대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이 주제가 약간 희미해져버린 게 '이타치 미화'부터였는데…마을을 위해 일족을 찌른 비정한 남자가 사실은 마을을 정말 사랑했고, 동생을 지키고 싶어 그랬다는 희생을 짊어진 남자로 바뀌고 만화의 연출도 이타치에게 굉장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려지죠. 이런 영향인지 나루토를 읽은 독자들 사이에서 이런 반응을 꽤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당연한 것 아니냐"

    "공동체인 마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이타치는 전쟁을 막은 거다"


    라는 식의 공리주의,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발언들. 특히 그쪽이 그쪽 방향인 챤낼에서 엄청 많이 있는데 이건 넘어가고…




    여하튼 나루토라는 만화가 전체주의를 받아들이라는 취지의 만화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키시모토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이타치와 대칭되는 사스케가 있으니까요. 이타치가 마을에 의해 망가진 인재라면 사스케는 그 마을 시스템이 낳은 최고의 피해자였습니다. 마을에 순응한 이타치와는 달리 사스케는 체재를 부수고 싶어했죠. 맨날 중2병, 팔랑귀라고 놀리지만 사스케가 당한 일을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만약 우리가 똑같은 일을 겪었더라면 사스케처럼 됐을까? 이렇게 키시모토는 그 시스템이 낳은 피해자의 고통을 강조하며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식의 요지를 남겨둡니다.



    하지만 갈 수록 마을을 위한 이타치는 숭고하게 그려지고, 그 체재를 벗어나려하는 사스케의 발버둥은 탈선한 중학생의 땡깡처럼 그려지더군요. 독자들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나쁜 것을 알면서도 이타치가 옳았어, 사스케가 나빠! 이런 소리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듭니다.








    마다라와 나루토의 이상은 동일합니다. 그들은 인주력처럼 희생을 짊어지는 소수자들이 나오질 않는 세계를 바랬습니다. 논제만 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요. 마다라는 마을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희생이 있어도 상관 없다고 말하는 초대 호카게의 말을 받아치며 본말전도라고 말합니다. 나루토는 마을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이타치의 말에 누구 하나 빠짐없이 다 구하겠다고 말합니다. 마다라는 그렇게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저지른 짓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얘가 하는 말을 보면 틀린 게 하나도 없긴 해요. 강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느냐, 모두가 손을 잡고 해결하느냐의 차이었죠.



    마다라는 세계구급으로 깽판을 부리는 막나가는 악동. 처벌해야 할 적으로 그려지고 그의 파생물인 무한 츠쿠요미는 아무리 봐도 갑자기 추가된 것 같은 설정인 '사실은 차크라에 미X년이 하나 있는데 걔가 세계 정복하려고 꾸민 일이야'라며 악으로 낙인찍힙니다. 주인공이 타파해야 할 대상물로요. 초대에게 네가 옳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 마다라는 그렇게 죽었습니다.


    나루토는 자신을 따돌림한 주민들에게 책임도 묻지 않으며 그저 마을을 구했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그들의 체재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희생을 용납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네지의 죽음을 숭고하다며 포장하고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루토의 캐릭터성은 그렇게 죽었습니다.




    보면 알겠지만 형식에 강하게 반항하는 자(마다라)는 악으로 규정되고, 형식에 어정쩡하게 순응하는 자(나루토)는 선으로 그려집니다. 이건 악역과 주인공의 차이라서 어쩔 수 없겠지만 나루토도 네지의 죽음에 의문을 품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게 아니면 키리츠구처럼 자신의 사상에 자멸하는 모습을 약간이라도 비췄어야 합니다. 주인공이 감복만 해서는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심지어 여기에 혈연(일족이라는 개념, 부모만 잘 타고나면 눈깔이나 미수를 물려받을 수 있다), 지연(가만 보면 호카게들 인맥이 서로 이어져있지?), 운명(환생…그것은 운명의 시드 데스티니…) 이라는 만화를 보는 독자들에게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현실의 벽을 강조하며 도저히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모를 정도로 혼란을 일으킵니다. 왜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굉장히 염세주의적인 만화가 되어버렸어요.







    다이묘 시대의 영주들을 무능하게 그리고, 강경파인 단조를 부정적으로 표현해서 재차 나쁜 것임을 강조하던 나루토가 힘을 합해 서로를 지키는 '전쟁'이라는 츠치카게의 발언부터 쎄 했는데 막판에 와서 이렇게 나가버리면 결국 키시모토가 말하고 싶은 바를 모르겠습니다.


    결국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옳은 겁니까, 아닌 겁니까. 불합리한 시스템에 순응해야 합니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합니까.












    창조주조차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꼴이라니. 나루토는 차라리 무한 츠쿠요미로 모두 끝내버리는 게 더 나을 정도로 망가졌어요…;;; 제가 무한 츠쿠요미를 옹호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답이 없다 답이 없어…






    나루토 세계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캐릭터는 언제나 부정적인 인상을 남깁니다.

    반항적.

    독선적.

    그리고 고독.

    하나같이 극단적인 방법을 시도함으로서 세상으로부터 반감을 사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심지어 선천적으로 문제기질을 타고 났다는 딱지까지 붙습니다.




    그리고 대항했던 체제를 인정하고 그에 순응하는 것은 그 캐릭터의 "갱생"이 됩니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일컬어지는 캐릭터들은 기존 체제를 긍정하고 그에 순응합니다.

    희생정신.

    공동체 우선.

    전체.

    그리고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개선하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사회의 문제점을 어렴풋이 파악하고 있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다.

    언젠가는 개선 해야지. 하지만 지금은 공동체를 지키는게 먼저야. 언젠가는 해야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할진 모르겠지만.



    이타치는 자신의 손으로 부모를 포함한 일족 전체를 몰살시키게 만든 마을을 끝까지 감쌉니다.

    어떤 과오나 문제점이 었어도 자신은 끝까지 그 마을의 일원이랍니다.

    그리고 마을의 과오를 어떻게든 덮으려고 애씁니다.

    차라리 자신, 자기 손으로 죽인 부모와 일족탓을 할지언정 마을을 나쁘게 말한 적은 절대 없습니다.


    작품을 대표하는 주인공 나루토도 처음에는 좋은 의미로 반항아 같았던 모습에서 점점 순응적인 "마을의 영웅"이 되어갑니다.


    한때 자신을 천시했던 마을이고 지금도 약자가 천시받는 마을지만, 지금은 잘해주니까 참고 넘어야지.

    나가토의 아픔이나 우치하일족의 비극이 마을에서 비롯된 것을 알았지만 지금은 조용히 넘어가야지.

    나중에 해결하면 돼. 어떻게 해야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떤 친구도 희생시키지 않겠다던 높은 이상도

    정말로 친구 하나가 눈앞에서 죽고나자 마을사람들의 설득에 의해 순식간에 바뀝니다.




    친구는 스스로 널 위해 죽었으니까, 네 신념이 부정당한 건 아니다.

    지금 죽은 친구는 어쩔 수 없다. 친구를 위해서라도 다음 동료를 살리면 된다. 그러면 너의 친구는 영원히 살아있는 셈이다.


    정당화를 위한 궤변. 전체를 위한 개인의 죽음 미화.

    결국 친구의 허무하고 비참한 죽음은 순식간에 아름다운 희생으로 미화되어 모두의 발판이 되고

    누구보다 타인의 희생을 싫어했던 주인공이 그 "아름다운 희생"을 끝내 받아들입니다.


    중반부까지만해도 희생, 다수를 위한 소수의 고통을 비극적으로 그려내면서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비극적이었던 희생과 고통은 점점 미화되고,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호소하던 캐릭터는 죄다 악이 되어 갱생의 대상이 됩니다.


    전체를 긍정하고, 현재를 긍정하고, 다수의 생각에 동의하는 자만이 무리에 끼어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전부 따로 떨어져나간 문제아 취급입니다.


    이 작품이 말하려는 말이 정말 이런 것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작가가 수습을 못하고 있는 것인지는 마지막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너무 뒤죽박죽이라 의도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한때 정말 좋은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가 없네요.




    한줄 요약 : 나루토가 죽었슴다 --; 무한 츠쿠요미는 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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