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받자마자 집으로 달려와 이 글을 쓰려 회원가입까지 한 4년차 눈팅러입니다.
드디어 합격 했습니다. 정규직으로... 제 27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합격한 정규직이에요.
제 입장에서 아주아주 시원한 사이다가 포함돼 있으므로 사이다 게시판에 남겨요. :-)
이제 주5일제! 엄마와 동생을 돌볼수 있겠구나. 동생은 지금 5학년이에요.
전후 사정을 여러분과 공유한 적이 없으니.. 예전에 썼던 제 일기를 복붙 할게요. (반말 죄송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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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가난하고, 아빠 없고, 엄마 아프고, 동생 어리고.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든때가 16살이 아닌가 싶다.
5만원이 없어 학교를 자퇴 해야하나 라는 고민은 16살이 할 고민이 아니었지.
돈 걱정을 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고, 무언가 짐을 짊어지기에 너무 여렸어.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잘 해낸것도, 그렇다고 못 한것도 아닌것 같다.
고등학교 입학 후 3개월만에 자퇴를 했었지? 가물 가물하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더 시간이 지나 아예 잊어버리기 전에 무언가 남겨놔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뭘까?
흔히 남들 생각하는 아르바이트... 다 해봤고
약간 전문성이 포함 된다면 음... 조선소에도 1년 있었고..
택배.. 택시.. 배달? 배달은 뭐 중국집부터 치킨 피자 김밥집 다 해본것 같네. 야식집도
공장도 주야2 주야3 야1 오래 했고..
일은 많이 했지. 업적이 없네. 기록도 없고,
일 하면 뭐하나. 고스란히 다 집으로 가는데. 이 빚들을 내가 짊어져야 하는 이유는 뭐지
나도 남들처럼 월급 받으면 저축이란걸 해 보고 싶고, 엄마 동생 데리고 외식도 하고 싶어.
이자는 왜 이렇게 쌘거야? 월급에서 남는돈이 10만원 이라니. 언제 다 갚냐 일만하다 죽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죽으면 편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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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네살때 썼던 일기에요. 군 입대 하고 전역하자마자 놀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이때부터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있어요. 자기 반성을 하게 해 주더라구요...
집안 빚은 16살땐 몰랐고, 스무살 되기 전에 7~8천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 해요.
지금은 2천 초반 남았구요 .. 군대만 아니었으면!! 지금 다 갚았을 텐데!!! 는 아니고 ㅎㅎ
군대 다녀온걸 정말 잘 했다고 생각 합니다. (뺄 수 있었어요.) 값어치가 상상이상이거든요.
무튼, 학력은 중졸이었던 저는 군대에서 검정고시를 치뤄 합격했습니다.
검정고시를 보기 전에,
에피소드가 있어요.
서너명이 모여서 TV보며 얘기를 하고 있더라구요.
동기 한명에 후임 들이었는데 즐거워 보이길래 "뭐하냐" 한 마디 했더니
"중졸꺼져 으"
평소에 친하지 않은 동기여서 바로 싸움으로 번졌죠 서로 욕을 주고 받으며,
근데 영창은 저는 안가고 그 놈이 갔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사지방 달려가서 검정고시를 알아본 뒤 시험보고 바로 합격했어요.
하.. 시험이 두세달 정도밖에 안남았었던것 같아요. 4월 시험인데 1월인가.. 2월부터
시작 했었거든요. 일정 받아 적고 책사고 행보관님 면담하고 진행 했었죠. 일사천리~!
공부는 !!
중학교에서 전교 1등 2등을 다퉜던 성적을 보유 했었습니다. (뒤에서요)
그래서 피터지게 공부 해야만 했어요. 결과는 합 to the 격 점수는 묻지마요..
어찌어찌 하다 전역 했고, 일자리 찾는 와중에 정말 ... 아 나는 고졸이구나.
이것 밖에 안되는 구나. 문턱이 이렇게 높아서야... 이 때부터 남들 안하는 일들을
일부러 찾기 시작하고 거기에만 매달렸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스물 다섯.
대학교에 입학 했죠. 사장님이 등록금 전액 지원 해 주셔서 다니게 되었어요.
이때 만난 친구 1과, 2. 질투가 엄청 납니다. 다니던 회사는 건축 설계회사구요
건축설계부터 전기공사 감리 , 내부인테리어 리모델링 등등 일을 했었어요.
고졸에, 자격증과 지식 하나도 없이 온몸으로 부딫혀 캐드를 배웠고,
아는 지식이 없으니 현장 보내달라 온갖 있는 떼 없는 떼 다 써가면서
몸으로 배웠어요. 그게 좋게 보였나봐요. 운 좋게 대학을 갔고 잘 다니던
와중에 또 일이 터지죠.
친구 1과 2, 질투도 심하고 퇴근하면 연락도 안 하는 입사동기였어요.
입사 2년만에 저는 대리, 1과 2는 주임이었구요.
군대에선 중졸 꺼져를 들었는데, 이 회사에서는 고졸 꺼져를 들었네요.
대학 졸업하면 대졸 꺼져 하려나.
그래서 한 마디 했죠. (지금도 말을 너무 잘 한것 같아서 기억합니다 !!)
"넌 좋겠다. 학교 등록금 니가 안내서. 초중고 식비도 니가 안냈겠네?
그렇게 느그 부모님 등골 빼먹고 회사에선 뭐하냐
나랑 같은날 입사 해놓고 아직도 주임이네. 아 원래 잘난 사람은 진급이 늦나?
현장을 나가봤어야 진급을 하지. 이론만 빠삭하면 뭐해.
평생 주임해라. 6개월 만에 다는 주임 2년만에 달았으니까
너는 딱 0.25 배속 짜리다."
친구 2는 다음날 그만 뒀구요, 친구1은 저한테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2가 말할때 1은 옆에서 웃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 개자식
그리고, 저 사건 이후 저도 얼마 못 가서 그만두게 됐습니다.
유방암 수술에, 관절 수술에.. 수술비는 그렇다 치고
수술 후에 보호자가 없었어요. 동생은 초등학교 3학년 이었으니까요.
수술비는 사장님께서 다 내주셨어요. 생각지도 않았는데, 수술비 물으시더니
제 퇴직금 이라면서 일해줘서 고맙다고 주셨어요.
주7일 하루 12시간 근무. 설계일은 쉬는 시간이 없었고 개인시간도 없었어요.
이때 느꼈습니다. 안되겠다, 돈이 먼저가 아니고 나는 행복해야 할 나이야.
주5일제 하루 8시간 근무 하는곳을 찾기 시작합니다.
뭐 콜센터 보험영업 등등등 많더라구요.
은행 공고를 봤죠. 자격증도 요하는건 많은데...
일단 지원 했어요. 자격도, 아무것도 안되는 제가.
당연히 떨어지죠. 그래서 다시 아르바이트로 돌아가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년.. 1년반 즈음 지나 오늘, 합격 했어요. 엄마는 한참을 우시다가
동생 씻기러 가셨네요 하하하하 집이 행복해 진것 같습니다..
드디어 힘들었던 11년을 이겨내고, 앞으로 다가올 행복할 날들 생각하니
너무 기쁘네요.
비록 저축은행이지만, 열심히 할게요. 저에겐 비록 저축은행이 아니고
우와 저축은행이다!! 거든요. 하하